얌굿 7/24 전력 60분 주제: 고민
츠키시마 케이는 고민이 생겼다.
“야마구치.”
화들짝 놀라 어깨가 튀어올랐다. 야마구치가 후다닥 고개를 돌렸다.
“어, 어! 츳키! 왜 그래?”
츠키시마를 쳐다보면서도 안절부절 못하는 눈이며 손에 츠키시마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츠, 츳키?”
상자에 담긴 토끼가 떨 듯 바르르 떠는 야마구치의 모습에 츠키시마가 고개를 돌렸다.
“됐어.”
“아, 응!”
곧바로 뛰어가 배구공을 잡는 모습에 츠키시마가 입술을 깨물었다.
츠키시마 케이는 고민이 있다.
야마구치 타다시가 도망친다.
*
“츠키시마.”
“주장.”
사와무라가 슬슬 제 뒷목을 쓸었다. 입이 열렸다.
“잠깐 얘기 좀 하자.”
“네.”
느지막한 노을에 바람이 살랑였다. 체육관은 공 튕기는 소리가 흐드러졌다.
“딱히 사족 붙이는 건 안 좋아할테니까 바로 물어볼께. 혹시 야마구치랑 싸운거야?”
제 손을 꼼지락하던 츠키시마가 멈췄다. 문득 깨물린 입술이 눈에 띄었다. 사와무라가 츠키시마의 등을 툭툭 쳤다.
“아니면 됐다. 알아서 잘 하겠지만 힘들면 말해라. 뭐라 말은 못해준다 해도 들어줄 수는 있으니까.”
사와무라의 손이 츠키시마의 머리를 휘저었다. 뒤를 돌아 한 걸음 올라서 바지를 툭툭 털었다.
“조금만 있다가 들어와. 땀 식으면 추우니까 오래 있지 말고.”
철문이 열렸다가 닫혔다. 곱슬머리가 엉켜 설설 빗어내렸다. 문득 츠키시마의 눈이 먼 곳을 쳐다봤다. 야마구치 타다시의 머리는 생머리인지라 두상이 잘 보였다. 야마구치의 머리는 작고 올려다보는 눈은 새초롬했다. 츠키시마를 쳐다보는 얼굴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있다. 츠키시마의 귀가 빨갰다. 자각은 갈라진 틈새로 샘솟는 물과 같았다. 츠키시마가 제 얼굴을 무릎에 박았다.
“하.. 꼴사나워. 여태껏 잘도 몰랐네. 잘도, 모른척 해준다고 지껄였네.”
츠키시마가 몸을 일으켰다. 체육관은 시끄러웠다.
*
붉은 야마구치의 얼굴은 귀엽다. 입술이 세모꼴로 변해 뻐끔거렸다. 츠키시마는 만족감 가득한 얼굴로 웃었다. 츠키시마의 얼굴이 가까워지자 야마구치가 얼굴을 더욱 붉혔다. 야마구치의 더듬이가 뾰족하게 솟아올랐다.
“야마구치? 대답은?”
츠키시마가 근거리에서 매끈하게 웃어보이자 야마구치의 눈이 핑핑 돌았다.
“아, 그게, 그러니까. 츳키. 그게.”
뱅글뱅글 도는 야마구치의 눈에 츠키시마가 손을 올렸다. 챱하는 소리와 함께 츠키시마의 손 안에 야마구치의 얼굴이 잡혔다.
“이런거 좋아? 손 잡는건? 껴안는건? 키스하는건? 섹스하는 건?”
부끄러움에 고개가 숙여지려는 야마구치에 츠키시마가 들어올렸다. 눈이 마주쳤다.
“야마구치. 너는 어때. 나는 다 하고싶어. 좋아해.”
야마구치의 속눈썹이 팔랑였다. 그림자가 길이를 자유자재로 변했다.
“나도, 좋아해.. 근데.. 나같은 걸.. 츳키ㄴ..”
쪽
츠키시마의 입술이 부딪쳤다. 쪽소리가 청명하게 울렸다. 야마구치가 넋을 놓다가 점차 붉어졌다.
“내 마음이니까 상관없어. 좋아해.”
“으.. 응. 나도, 츳키. 좋아해.”
결국 숙여진 얼굴에 붉어진 귀가 도드라졌다. 츠키시마가 야마구치를 꾸욱 껴안았다. 팔이 둘러졌다. 츠키시마가 눈을 반쯤 떴다. 제 품에 안긴 야마구치의 목덜미가 붉었다. 생각은 짧았다.
“히잇! 츠츠츠츳키?”
츠키시마가 야마구치의 목덜미를 깨물고 있었다. 살짝 핥아올리는 혀에 야마구치가 바르르 떨었다.
“도망치지마, 타다시. 도망치는 거 얼마나 불편했는지 알아?”
“으, 으응.. 츳키.”
츠키시마가 이마를 콩 찍었다.
“케이.”
야마구치가 슬쩍 눈동자를 올렸다.
“케이.”
눈동자가 갈 길을 잃었다.
“타다시.”
입술이 오물거렸다.
“케이..”
고민은 해결되었다. 틈새로 솟구치는 물이 넘쳐 흐르듯이 꽉 찬 마음을 말하면 해결되는 것이였다.
츠키시마 케이는 고민이 없다.
야마구치 타다시는 고민이 생겼다.
“타다시, 뭐 붙었잖아.”
츠키시마의 손가락이 머리에 붙은 먼지를 떼며 눈 밑을 문지르고 손을 떼었다. 귀가 붉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소꿉친구였던 애인이 너무 다정하게 변했다.
얼굴이 평생 붉어진 채 제 피부색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