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동회 N18 부스에 나오는 츠키야마 트윈지 입니다.

물결님과 탱님이 만들었습니다.

수량은 소량 뽑아 가져갑니다!

구두예약 선입금 없습니다.

대운동회 날에 뵈어요!












캐비어님 심해어들 을 제 문체로 바꿔 썼습니다 :D
https://cavhq0.postype.com/post/248810





두근두근 두근 두근 두 근 이 것이 아니라면

혹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이 아닐까.

야마구치 타다시는 심장이 뛰는 것을 알 수가 없었다. 항상 머리로는 차분해야 한다고 되뇌면서도 이런 생각의 근본부터 차분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걱정하지 않도록 나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생각을 이었다. 현재 해야할 것. 처음 쉴 수 있는 곳을 찾는다. 두, ㅅ 죽지 않는다 죽지 않는다 죽지 않아 죽지 않아 숨. 을 쉬면 죽지 않아. 숨을 쉰다 숨을 쉰. 막혔다. 숨이 막혔다. 진공상태에 들은 것처럼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진공상태도 아니었고 숨을 쉬어야 했다. 숨을 들이마셨다. 들이켜선 안 되었음에도 들이켰다. 쉽게 숨을 헐떡였다. 주변에 숨겨야 한다는 것을 생각할 여를 없이 야마구치 타다시는 숨을 쉬어야 했다. 숨을 들이쉬고 들이쉬고 들이쉬고 들이쉬고 들이쉬고 들이쉬고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생리적으로 맺힌 눈물 속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 깊은 바다를 생각했다. 만약 깊은 바다에 잠긴다면, 아니. 깊은 바다에 사는 심해어가 뭍으로 나온다면 야마구치 타다시처럼 한껏 발버둥 치고 숨을 쉬려 발악했을 거라 생각했다. 흐린 눈으로 시야를 확인했다. 도드라지는 시각적으로 길고 노란 것. 그리고 것들. 사람. 사람들. 걱정하면, 들이켠 공기가 아프고 짜 폐를 찔렀다. 폐인가 기관지인가. 차라리 기절한다면 편할 것을 이라 생각하며 입으로는 걱정하지 마세요 라고 말하려 했다. 안정하도록 괜찮아 까지, 괜찮지 않다. 괜찮지 않다. 아파. 아파. 아파. 숨. 괜찮. 아파. 살려. 살려주세요. 아파. 아파. 아파. 살려, 살려줘.
무언가 감싸졌다. 야마구치 타다시는 이 것이 올바른 것이라 알고 있었다. 그렇다 한들 숨이 부족한 것은 틀림없었다. 숨을 쉬어야 했다. 가장 익숙한 목소리를 어눌하게 인지했다. 알고 있는 것. 알고 있어. 살려줘. 도와줘. 뭍에선 숨을 쉴 수가 없다.

열넷의 누군갈 구한 것처럼.



숨 쉴 수 없었다. 밤늦게까지 숙제를 하느라 잠이 부족해서 일 수도 있다. 혹은 중간고사 성적에 대한 부모의 유독 차가운 말 때문일지도 모른다. 학교에 늦으면 필히 부모의 꾸중을 들을 테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아니, 아직 괜찮을 거다. 빨리 정신을 차리면 된다. 늦지 않는다. 아직 츠키시마에게 답장하지 못했다. 미안해. 곧 괜찮아질거야.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천천히 숨을 내쉬면 된다.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ㄷ. 괜찮지 않다. 순식간에 억눌리고 압도당했다. 무섭다.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살려주세요. 그 단 한마디마저 나오지 못한 채 꺽꺽거렸다. 현관바닥의 차가운 냉기마저 느끼지 못하고 위에서 억눌리 듯 통증이 일었다. 물고기가 안온한 바다에서 공기 중으로 나온 듯 펄떡이며 숨을 갈망했다.
야마구치 타다시는 공기 중에서 익사하는 중이었다.
아주 작은 온기마저 없는 곳에서 뿌옇게 흐려졌다. 정신을 잃는 것과 달랐다. 차라리 그 것이 나았다. 육체에 휩쓸리는 중이었다. 숨을 쉬고 쉬고 쉬고 쉬었음에도 숨이 부족했다. 키가 자랐음에도 숨을 담기엔 부족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바닥을 애써 기었다. 괜찮아 라는 말 따위는 도움 되지 않는다. 사실을 인지했다. 아무도 없었고 없으며 없을 것인 이곳엔 오롯이 혼자였다. 야마구치 타다시라는 개체 혼자 받아내고 인내해야 할 일이었다. 후에 죽을 거라는 무서운 공포가 닥쳐와도 홀로 감내해야 할 것을 알기에, 앞으로 얼마나 이어지고 얼마나 수많을지를 알기에 더더욱 비참했다.

현관은 어두웠다. 시야라기보다 위치적으로 빛이 적은 곳이었다. 그랬기에 더더욱 환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현관문은 열렸고 아침 햇살이 들어왔다. 부모일 리는 없다. 시간도 시간이었고 그들이라기엔 조심스러웠다. 얼핏 소리를 들은 느낌이 있었지만 그럴 리 없다. 이토록 무섭고 아프고 외로운 상태이기에 환청과 환각을 보는 거라고 여길 수 있었다. 어쩌면 주마등일지도 모른다. 죽을 때 주마등을 본다고 들었으니 그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몰랐다. 금색으로 물들었다. 작은 온기가 따뜻했고 몸이 흔들리는 감촉을 느꼈다. 숨이 부족했다. 숨을 들이켜고 들이켜고 들이켜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금색이 내려왔다.


야마구치 타다시의 세계가 회전했다. 그제야 인식할 수 있었다.


츠키시마 케이가 정석의 인공호흡을 한 건 아니었다. 키스도 아니었다. 그저 단순히 숨과 숨을 교환해 호흡한 것. 종이봉투나 비닐을 이용한 것과 같은 그런 것이었다. 그럼에도 야마구치 타다시라는 개체는 인식했다. 붉은 아가미로 생그러운 물이 가득 올라 차고 바스러지던 세계 사이로 따스한 온기가 품을 가득 데우고 끌어안은 것을.

바다가 생겨났다.
받지 못했던 것을 받았다.
최초의 호흡이었다.





츠키시마 케이가 야마구치 타다시의 얼굴을 덮었다. 둥글게 만든 손으로 코와 입을 감싼 것이었다.

“누구든 종이봉투, 비닐도. 아니 뭐든 좋으니까, 부탁드립니다.”

츠키시마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을 본 이는 드물었다. 그것을 본 사람은 츠키시마의 품 안에서 숨을 쉬기 위해 꺽꺽였다. 사람이 익사하는 것을 보는 것 같았다. 공포인지 두려움인지 혐오인지 모를 감정이 섞였다. 걱정보다 크게 감도는 죽음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과 도망치고 싶은 감정 사이의 혼란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스가와라인가 히나타인가 그것조차 모를 만큼 츠키시마는 야마구치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야마구치. 괜찮아. 정신 차려. 야마구치. 야마구치. 야마구치. 진정해. 야마구치. 야마구치. 괜찮아. 야마구치.”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야마구치를 껴안고 등을 쓸었다. 계속 말을 걸었다.

“야마구치. 진정해. 괜찮아. 숨 쉬어. 천천히. 야마구치. 얕게 쉬어. 깊게 쉬지 마. 야마구치. 야마구치. 내 말 들려? 괜찮아. 괜찮아.”

야마구치 타다시를 진정시키기보다 츠키시마 케이를 진정시키는 것에 가까웠다. 침착하지 못한 채 야마구치의 손 위에 손을 다시금 겹쳤다.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린 손을 마찬가지로 하얗게 질린 손으로 쥐며 말을 걸었다. 야마구치의 의식을 어떻게든 잡으려 노력했다. 야마구치의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것을 천천히 피며 깍지꼈다.



우카이도 타케다도 오래 걸린다. 구급차는 소용이 없을 거다. 짧디짧은 시간이 길어 츠키시마는 불안했다. 알고 있는 모든 것 중에서 종이봉투가 한계였다. 현재 야마구치 타다시의 상태를 몰랐다. 츠키시마 케이는 무지하고 무력했다. 자신을 향해 차오르는 혐오감에 야마구치를 더욱 강하게 잡았다. 애써 숨을 절제하며 야마구치의 호흡기를 손으로 감쌌다. 숨이 손바닥에 닿았다. 와중에 철제난간을 만진 손에서 쇠 냄새가 날까 걱정했다. 숨을 쉬려는 간절함이 손목을 쥐는 데도 쓰잘데기 없는 걱정이 튀어나간 것에 혐오했다. 야마구치의 손은 차갑고 따스했다. 야마구치의 몸을 자신에게 기대게 했다. 야마구치는 숨을 쉬기 위해 노력했다. 츠키시마의 손 위로 손을 눌렀다. 몸을 웅크리는 야마구치를 따라 츠키시마가 움직였다. 맞닿은 몸으로 야마구치의 상황을 느낄 수 있었다. 심장은 느린 것도 빠른 것도 느껴졌다. 분명한 건 츠키시마 케이의 심장은 그보다 빨랐다.


츠키시마는 야마구치와 부실로 향했다. 조금 어두우며 조용한 곳이 필요했다. 침착하기 위해 노력했다. 츠키시마는 최대한 사와무라와 스가와라에게 설명하려 노력했다. 두 명은 어른이 오기 전까지 야마구치를 츠키시마에게 맡겼다. 기실 맡기기보다는 츠키시마를 살피고 수긍했을 뿐이었다. 처음부터 그 두 명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누구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압도당한 것뿐이었다.
야마구치의 등이 캐비닛에 기대어졌다. 야마구치의 손이 뻗어졌다. 츠키시마가 숨을 크게 마셨다. 몸을 낮추었다. 힘 하나 없이 기댄 야마구치의 눈에 초점이 있는지 없는지 츠키시마는 알 수 없었다. 단지 입술을 붙였다. 입술이 부드럽고 따스한 것에 대해 츠키시마는 생각을 이어도 안 되었고 생각해서도 안 되었다. 그저 이것으로 야마구치가 숨을 쉬게 해야 한다는 것만 생각해야 했다. 과호흡 상대에게 이것은 효과적이다. 정확히는 과호흡의 야마구치에게. 거리낌 같은 건 없다. 그래야 한다. 두근거리는 소리가 귀로 들리는 것은 그저 야마구치의 안위에 대한 것뿐이었다. 폐가 터질 만큼 길고 커다란 숨을 야마구치에게 불어넣었다.
안온한 바다가 차올랐다.


천천히 숨이 되돌아오는 야마구치가 숨을 내쉬었다.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처럼 헐떡이지 않았다. 츠키시마 케이로서는 야마구치 타다시가 바다로 돌아간 것인지 바다에서 꺼내진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야마구치의 초점이 조금씩 돌아오고 무언가 말할 것처럼 입을 열었다. 다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숨을 가득 들이마셨다.

가볍게 야마구치의 턱을 잡아 올렸다. 작게 벌어진 입에 입을 맞췄다. 고개를 살짝 틀고 입술을 제대로 맞물렸다. 야마구치 타다시는 이제 숨을 쉴 수 있었다.

그 때야 츠키시마 케이는 온전히 숨 쉬었다.

크게. 숨 쉬었다.

츳얌 교류회 리퀘

올뱅님 츳얌 빼빼로게임









난감한 듯 야마구치가 시선을 돌렸다. 팔랑팔랑 종이자락이 넘어갔다.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꼴깍 침 삼키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타다시는. 이런 게 취향이던가. 내가 알기론 이런 거 보단 내,"

"으아아아아 츠츠츠츳키!!!! 아아아니야!!! 이건! 아아아니!! 그거 내가 산 거 아니야!!! 츠츠츳키이!!!"

뱅글뱅글 야마구치의 눈동자가 돌았다. 츠키시마의 얼굴에는 여전히 무표정 속에 흥미가 반짝였다. 팔락이는 종이자락 속에서 살구빛 피부가 흐드러졌다. 결국 야마구치가 손으로 얼굴을 가린채 주저앉았다. 귓가며 목덜미가 붉었다. 팔락 책을 펼치며 츠키시마가 쪼그려앉았다. 바로 앞에 야마구치의 정수리가 보였다.

"타다시. 여기 접혀있는걸? 안대로 가리고 손발은 묶인 여자가 있네? 응?"

비죽 올라가는 입꼬리는 장난기를 가득 담았다. 붉어질대로 붉어진 야마구치가 몸을 돌렸다. 왜소한 등을 타고 올랐다. 붉은 뒷덜미 위로 암녹색 머리카락이 흩어졌다. 은근슬쩍 뒤를 점했다. 책이 앞으로 향했다.

"타다시. 고개 들어봐."

"놀릴 거잖아.. 싫어.. 츳키 너무해.."

츠키시마가 키득키득 웃으며 야마구치의 등을 껴안았다. 등 뒤로 닿아오는 체온에 야마구치가 더욱 얼굴을 무릎 사이로 숨겼다. 책을 놔버린 츠키시마가 야마구치의 옆구리로 손을 넣었다. 입술이 야마구치의 귀 뒤에 닿았다. 연신 입 맞추자 달큰한 소리가 이어졌다.

"으웃.. 츠, 츳키이.."

바르르 떨리는 손이 츠키시마의 손을 덮었다. 꾸욱 야마구치의 목덜미에 이를 박았다.

"타다시."

움틀 어깨가 솟았다. 야마구치가 몸을 돌렸다. 팔을 벌려 껴안았다.

"케이.."

목에 얼굴을 묻었다. 두근두근 심장소리가 울렸다. 지이잉 핸드폰이 팔을 뻗었다. 츠키시마가 짖궂은 얼굴로 손을 뻗어 핸드폰을 잡았다.

"타다시. 내가 봐도 돼?"

나른한 야마구치의 눈이 깜빡였다.

"으응.. 케이.."

자연스레 핸드폰 화면을 킨 츠키시마가 메일을 확인했다.

"흐응..."

고롱고롱 야마구치가 츠키시마의 목에 얼굴을 부볐다. 토닥토닥 큼지막한 손이 등을 도닥였다. 흘끗 츠키시마의 시선이 옆을 향했다. 펼쳐진 책의 면면이 빛을 받아 광택으로 반짝였다.

"타다시."

몽롱한 야마구치의 시선이 츠키시마를 향했다.

"오늘은 내 마음대로 해도 되?"

아래로 깔린 속눈썹에 그림자가 졌다. 야마구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케이니까.. 케이 좋아. 그치만 치사해.. 나 케이한테 약한 거 알면서.. 그리고 저 것 가지고 놀리고.."

어슷하니 웃었다.

"괜찮아. 나도 타다시한테 약하니까."

쪽 츠키시마가 야마구치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연인이 사랑스러웠다.



야마구치가 손을 뻗었다. 눈에는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조심스러운 손이 주변을 더듬었다. 상의를 벗은 몸이 애처로이 떨었다. 손에 체온이 닿았다.

"타다시. 입 벌려봐."

살짝 벌어진 입술에 붉은 점막이 나타났다. 손가락으로 쓸었다. 입 안에 엄지가 들어갔다. 타액이 젖어나왔다.

"이건.. 흔하지. 타다시?"

달달한 초콜렛 향이 감돌았다. 입 안으로 초콜렛이 들어왔다. 딱딱한 과자가 혀 끝에 감돌았다. 잘각이며 과자가 입 안을 헤집었다. 발갛게 야마구치의 얼굴이 물들어 갔다.

"타다시. 빼빼로야. 먹어봐."

오독. 빼빼로가 줄기 시작했다. 중간 정도로 빼빼로가 줄었을 때. 츠키시마가 빼빼로를 물었다. 조심스레 줄어가는 빼빼로는 곧 조금도 남지 않았다. 입술이. 닿았다. 달큰한 초콜렛과 조금은 텁텁한 과자의 감촉이 타액과 섞이기 시작했다. 혀를 섞었다. 간질이던 혀를 그만 두었을 때 숨을 내쉬었다. 빼빼로는 많았다.

"타다시. 빼빼로 먹을까?"

츠키시마가 야마구치의 볼을 감싸쥐었다. 부드럽게 피부에 감겼다. 야마구치가 푹 몸을 기울였다.

"케이랑 같이면 뭐든지 좋아."

야마구치의 입에 빼빼로가 닿았다. 눈을 가린 끈 위로 츠키시마가 손을 얹었다. 어둠이 깊었다. 입으로 신경이 몰렸다. 발간 얼굴이 색스러웠다. 빼빼로는 아직 많이 남았다.










뭔가.. 어정쩡하게 끝난 느낌이네요..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올뱅님 재성합니다... 교류회 여러분 재성합니다... 핫 그치만 츳얌이 안대쓰고 야한 짓(?) 하는 걸 썼으니 후회는 하지 않아요ㅇ▽ㅇ)!!

얌굿 9/25 전력 60분

주제: 교복











봄의 하늘은 맑다. 벚꽃은 흐드러지고 상큼한 바람은 살랑이며 불었다. 팔락이는 플랜카드는 시간을 느끼게 만들었다. 항시 익숙하게 느끼는 옆사람으로 느끼는 것이 아닌 타의적으로 느끼게 되는 시간이였다. 바듯이 앞을 쫒아 갔을 때처럼 어느새 뒷목을 잡혀 봄을 맞이했다.


"으음.. 츳키는 어때?"


"뭐가."


벚꽃이 하느라니 내려왔다. 배시시 야마구치의 고양이 눈매가 휘어졌다. 츠키시마가 고개를 돌렸다. 붉은 귀가 머리카락 사이에서 기지개를 폈다.


"아니 우리 졸업인거 잖아, 츳키. 3년동안. 응?"


츠키시마가 걸음을 옮겼다.


"딱히 별 다를 건 없잖아."


말과는 다르게 손 안의 꽃다발을 꾸욱 쥐는 행동에 야마구치의 얼굴 가득 미소가 담겼다.


"응. 다를 건 없네."


걸음걸음이 맞춰졌다. 느긋하게 걸음이 옮겨졌다. 하늘은 맑았고 벚꽃은 흐드러졌다.


*


"아앗!! 츠키시마!! 너 오늘마저 그러기냐!!"


밝은 주황색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방방 뛸 떄마다 시야가 위로 솟았다. 방방 솟아오르는 모양새에 츠키시마가 입꼬리를 비죽 올렸다.


"여전하네, 그 키는."


히나타의 눈꼬리가 치켜떠졌다.


"캬악! 츠키시마!"


손을 위로 뻗어 달려드는 모양새에 츠키시마가 턱하니 히나타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풋 짧은 비웃음이 들렸다.


"으아아! 츠키시마! 이거 놓치 못해!"


츠키시마가 고개를 돌려 외면까지 하자 히나타가 바동거리던 걸 멈추고 야마구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가 돌려지는 느낌에 츠키시마가 시선을 흘렸다. 야마구치가 어색하게 눈치를 보았다.


"어... 음... 츠, 츳키. 오늘은 그래도 졸업식인데 그만 하자.. 응?"


츠키시마가 입을 비죽였다. 툭 털다싶이 손을 놓자 히나타가 볼을 잔뜩 부풀렸다. 코웃음 치며 뒤돌아 가는 츠키시마의 모습에 야마구치가 살며시 웃어주며 손을 모았다. 뒤돌아 가는 야마구치의 모습에 히나타가 쭈욱 기지개를 늘렸다. 슬렁슬렁 카게야마가 나타났다.


"어 카게야마."


"응. 여전하네. 쟤네."


키들키들 숨죽인 웃음소리가 튀어나왔다. 느른한 웃음이 지어졌다.


"알아서 잘 하겠지."


"뭐 그렇겠지."


*


"츳키."


걸음이 멈춰섰다. 왁자지껄한 이야기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머뭇거렸다.


"츳키. 우리 교복도 이제 못 입는데 헤어질까."


츠키시마가 단박에 눈을 찌푸렸다. 야마구치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니. 이제 우리는 20살 되는거잖아? 이제 마음만으로는 살 수 없는거잖아."


우물쭈물하는 말투에 츠키시마가 야마구치의 가까이에 다가섰다. 살벌한 얼굴이 다가섰다.


"정말 그렇게만 생각하는 거야? 마음으로 살면 뭐가 어때서. 교복을 벗는다고 야마구치 타다시가 아니게 되? 츠키시마 케이가 아니게 되? 아니잖아."


나지막한 목소리가 야마구치의 귀를 울렸다. 말간 얼굴이 가로등에 반짝였다.


"미안."


"아니, 됐어. 내가 확신을 못 줬다는 거니까."


손을 잡았다. 츠키시마가 야마구치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놓치 않을거니까. 너도 놓치마."

얌굿 9/4 전력 60분 
주제: 잠결에 







 “으웅..” 

 오물오물 야마구치의 입술이 움직였다. 꼬옥 베게를 껴안고 고로롱 소리를 냈다. 야마구치가 눈썹을 찌푸렸다. 끙끙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어.. 야마구치 깨워야하는 거 아니야?” 

 히나타가 흘끗 쳐다보았다. 조로록 여러 시선이 야마구치를 향했다. 사와무라와 스가와라가 걱정스레 쳐다보았다. 

 “정말. 깨워야 되려나.” 

 “낑낑 앓는데..” 

살그마니 니시노야와 타나카가 다가갔다. 잔뜩 끙끙대는 얼굴에 땀까지 얼핏 맺혀있자 기겁을 하고 손을 뻗었다. 드르륵 문이 열였다. 츠키시마가 수건을 목에 걸치고 있었다.

 “모두 뭐하세요.”

 “츠키시마!” 

불쑥 츠키시마의 시야에 타나카의 빡빡머리가 나타났다. 츠키시마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뭐하세요.”

 “츠키시마! 야마구치가 끙끙 앓아!” 

 “네? 아. 야마구치 지금 자요?” 

츠키시마가 머리를 툴툴 수건으로 털며 야마구치에게 향했다. 여전히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렸다. 츠키시마가 제 몸을 수그렸다.

 “타다시.” 

츠키시마의 손이 야마구치의 머리카락을 건드렸다. 눈 밑을 건드리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야마구치의 얼굴이 펴지며 눈이 살그마니 떠졌다. 

“케이..?”

 야마구치가 팔을 뻗었다. 츠키시마가 능숙하게 야마구치의 팔을 제 목 뒤로 넘겼다. 품에 안겨드는 야마구치를 츠키시마가 끌어당겼다. 고로롱 야마구치가 제 얼굴을 부볐다. 야마구치의 얼굴이 편하게 펴졌다. 새액새액 고른 숨소리가 들렸다.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댕그란 눈들이 츠키시마를 응시했다. 동글동글 푹 죽어버린 눈에 츠키시마가 얼굴을 찌푸렸다.

 “으우오아아아!!!!” 

 “히나타!” 

히나타가 소리지르자 사와무라가 히나타의 입을 막아냈다. 잔뜩 찌푸려져 화를 표현하던 얼굴이 적당히 줄어들었다.

 “히나타. 야마구치가 자고있으니까 일단 조용히. 알았지?”

 히나타의 고개가 끄덕여지고 사와무라의 손이 떼어졌다. 반짝반짝 히나타의 눈망울이 츠키시마를 쳐다보더니 무릎걸음으로 가까이 다가섰다. 우물쭈물 카게야마도 가까이 다가섰다. 

 “츠키시마! 어떻게 된거야?” 

은근슬쩍 묻는 말에 방 안에 있던 얼굴들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얼굴로 꽂히는 시선들에 츠키시마가 불편한 듯 팔에 힘을 주었다. 

 “우웅..” 

 야마구치가 몸을 꿈틀이자 츠키시마가 등을 토닥였다. 

 “그거. 그거 말야!”

 과하게 반짝이는 니시노야의 눈에 츠키시마가 시선을 돌렸다. 시선을 돌린 곳에도 엔노시타가 호기심 섞인 얼굴로 난처하게 웃자 부루퉁하게 변했다. 

 “쳇. 별건 아닙니다.” 

 츠키시마가 야마구치를 쳐다보았다. 느슨하게 풀어진 얼굴이 나타났다. 길쭉한 손가락이 야마구치의 볼을 간질였다. 

 “어릴 때 서로의 집에서 자고간 적이 있었는데 야마구치가 밤 중에 끙끙대던걸 토닥이던게 계속 이어졌을 뿐이에요.” 

 부루퉁한 말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부드럽게 풀어져 있었다. 소중함 가득한 얼굴에 부드러운 얼굴들이 모두의 얼굴에 만연했다. 

“그거면 됐어. 츠키시마 혹시 어디에서 잠을 자던지 그렇게 되는거야?” 

“아. 지금까지 된 거로는 그렇네요. 잠결에 끙끙 앓고 딱히 다른 사람 품에 안신 적은 없네요.” 

 “앗 그래? 그러면 직접 해보면 되지!” 

타나카가 낼름 입을 열었다. 사와무라와 스가와라의 눈이 마주쳤다.

 “으음.. 그 것도 그렇네. 합숙 때마다 야마구치가 먼저 잠들어서 끙끙 앓으면 조금 달래줘서 재우면 될테니까.” 

 “그렇네. 계속 끙끙 앓는걸 볼 수는 없으니까.” 

이래저래 말을 엮다 사와무라가 스가와라에게 떠밀렸다. 

 “하아..” 

야마구치가 어설프게 사와무라의 품에 들어갔다. 불편한지 몸을 뒤척이고는 다시 끙끙 앓았다. 이리저리 조심스러운 손들이 야마구치를 품에 안았지만 끙끙 앓는 통에 다시 츠키시마의 품으로 돌아갔다. 불만이 쏙 들어간 츠키시마의 표정에 키들키들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어쩔 수 없네. 츠키시마 너도 피곤할텐데 눕고 이만 자자.”


 주섬주섬 모두 흩어졌다. 이불까지 푸욱 덮고 불이 꺼졌다. 츠키시마의 품에는 여전히 야마구치가 있었다

 “으우.. 츳키.. 케이.. 좋아해..” 

 살그마니 들린 잠꼬대에 츠키시마가 야마구치를 꽈악 껴안았다. 츠키시마의 입술이 야마구치의 이마에 닿았다. 

“잘 자 타다시. 나도 좋아해.” 

 작은 목소리가 야마구치의 귓가에서 흩어졌다. 밤이 깊었다.


얌굿 8/28 전력 60분 
주제: 주근깨 






 안절부절 몸을 움직였다. 부산스레 움직이는 모양새가 마치 웅덩이에서 몸을 단장하는 참새같았다. 

 “으아.. 시간 시간!!” 

 시간을 마저 확인하더니 끼야악 볼을 붙잡았다. 

“타다시이. 케이군이랑 놀러가니?” 

 “아 엄마아?” 

 부드러우면서도 개구지게 웃은 어머니가 살랑살랑 야마구치를 불렀다. 캐주얼하게 입은 옷을 한 번 훑어 보더니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어머. 이 옷 입고 데이트 가는 거야? 머리 손 봐줄까? 맞아. 얼굴에 뭐 좀 발라줄까, 타다시?” 

 “아.. 그.. 네, 네에..” 

묘하게 수줍은 얼굴에 입을 가리고 웃었다. 쫄래쫄래 뒤를 쫒았다. 





 “츳키!” 

 급히 뛰어온 야마구치가 츠키시마의 앞에 섰다. 배시시 웃는 얼굴에 츠키시마의 얼굴에서 불만이 쏙 들어갔다. 

“왜 이렇게 일찍 나왔어! 시간 맞춰서 나오지!” 

“아니. 뭐.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으니.. 야마구치.” 

살짝 고개가 들렸다. 

 “얼굴에 뭐 발랐어?” 

 살짝 시선을 피했다. 살살 목부근을 긁적였다. 

 “으응.. 엄마가 데이트 간다고 뭐 발라주셨어. 많이 티나?” 

은근슬쩍 불만 어린 표정에 야마구치의 더듬이가 삐죽 솟았다. 

 “어.. 저기 마음에 안 들면..” 

 “아냐. 가자. 데이트. 잖아.”

 배시시 꽃이 개화했다. 





 꿈뻑꿈뻑 가로등이 눈을 크게 떴다. 가득 어두움을 품은 하늘이 빛을 꾸역꾸역 먹어갔다. 우걱우걱 베어물자 하늘이 금새 어두워졌다. 흔들흔들 마주잡은 손이 흔들렸다. 발그레한 볼이 가로등 불빛을 따라 눈에 아른거렸다. 츠키시마의 눈이 야마구치의 얼굴을 쫒았다. 귀가 얼핏 붉었다. 

“츳키! 츳키! 오늘 재밌었어! 간단하게 돌아다니는 거였는데도 츳키랑 같이 돌아다녀서 좋았어! 츳키는?” 

 반짝반짝 야마구치의 얼굴이 빛났다. 츠키시마가 손에 힘을 주어 꽈악 잡았다. 손에 가득 차는 온기와 힘에 배시시 웃었다. 허물어진 웃음에 츠키시마가 시선을 돌렸다. 돌려진 옆얼굴에 귀가 붉게 도드라졌다.

 “츠읏키이!! 진짜 좋아해!” 

 “..알고있어.” 

 야마구치가 츠키시마를 결국 껴안았다. 품에 가득 차는 온기를 놓치 않았다. 팔을 둘러 껴안았다. 

 “...해. ..시...” 

 “히잇!” 

나지막한 목소리가 귀를 타고 곧장 머리로 들어왔다. 야마구치가 따끈따끈하기 물든 얼굴을 꾹 츠키시마의 어꺄에 묻었다. 홧홧하게 느껴지는 온기에 츠키시마가 비죽 입꼬리를 올렸다. 가득, 한가득 집착이 얽어있었다. 

 “타다시. 대답. 해줘야지. 응?” 

 살살 뒷목을 쓸어주며 묻자 야마구치가 빼꼼 눈을 어깨 위로 내보였다. 입술을 오물거렸다. 

 “나도 사, 사랑해. 케이..” 

 바들바들 떨리는 말이 나와도 껴안은 팔을 풀지 않았다. 츠키시마가 문득 부드럽게 웃었다. 

 “가자. 너 집에 들어가는 거 보고 돌아갈께.” 

“엣?! 안 그래도 되는데?!! 츳키! 츳키 집에 가야지!” 

불쑥 품에서 튀어나와 팔을 버둥거렸다. 츠키시마가 부루퉁한 얼굴을 지어보였다. 흠칫 어깨를 올리더니 시선을 피했다. 

“아아아니이이.. 그래도오..” 

 “내가 너 집에 들어가는 거 보고싶어서 그러니까 가자.” 

“으으.. 츳키 데레!!” 

제 얼굴을 가려버리는 야마구치의 행동에 츠키시마가 꾹꾹 야마구치의 머리를 눌렀다. 금새 쪼르르 다가와 배시시 웃어보였다. 

“헤헤.. 그러면 츳키가 원하는 대로!” 

 가로등 불빛에 그림자가 겹쳐지며 길어졌다. 

 “츳키츳키 이제 집에 가! 집에 다왔잖아!” 

팔을 바동거리며 재빨리 뛰어갈 준비를 하는 모양새에 츠키시마가 비죽 웃어버렸다. 

 “뭐. 이번은 져주지.” 

 키들키들 야마구치가 웃었다. 곱게 눈이 휘어졌다. 

 “츳키! 조심해서 가!” 

 “응. 잘 들어가. 그리고. ….” 

츠키시마가 뒤를 돌아가고 야마구치가 풀썩 쪼그려 앉았다. 

‘주근깨 안가려도 좋아. 나는 타다시의 모든게 좋으니까.’ 

 “으아아아... 츳키 완전 반칙이야... 데레 반칙.. 반칙..!!” 

 야마구치의 더듬이가 파닥파닥 움직였다.


얌굿 8/14 전력 60분 
주제: 장난 









 “사귑니다.” 

 통 토동 통통 

배구공이 떨어졌다. 댕그란 눈들이 츠키시마와 야마구치를 쳐다보았다. 꿈뻑꿈뻑 깜빡여지는 눈들에 츠키시마가 비죽 제 입술을 올렸다. 야마구치가 제 입을 오물거렸다. 붉은 볼에 눈이 모였다. 

 “츠키시마?!!” 

 “야마구치?!!” 

 우다다다 타나카와 니시노야가 달려들었다. 츠키시마의 손이 야마구치의 앞에 나타났다. 달려들던 둘의 몸이 멈춰섰다. 

 “너 누구냐!” 

 “츠키시마가 그럴리 없어!” 

사와무라와 스가와라가 당황 가득한 얼굴로 츠키시마를 향해 뛰어갔다. 

“츠키시마. 괜찮아? 어디 아픈거야?” 

“츠키시마! 부실에 가서 쉴래? 어디 아파?” 

아즈마네까지 다가와 입을 벙긋거렸다. 슬금슬금 다가온 엔노시타, 나리타, 키노시타마저 약간의 거리를 두고 걱정스런 얼굴로 쳐다보았다. 히나타와 카게야마가 세모난 입을 뽀끔거렸다. 

 “뭡니까. 대체.” 

“아니. 츠키시마 너 그렇게 티나게 다정한 놈은 아니였잖아?” 

“맞아. 소꿉친구인 야마구치에게도 딱히 티나지 안잖아?” 

 살그마니 찌푸려진 츠키시마의 아미에 사와무라와 스가와라가 눈을 마주쳤다. 장난끼가 솟아났다. 

 “우리 츳키는 키도 크고 블로킹도 잘하고.” 

“의외로 다정해서 잘 챙겨주는데.” 

 키득키득 조그만 악마 날개와 악마 꼬리가 나타났다. 

“티가 하나도 안나는지라.” 

 “야마구치에게도 무덤덤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보이지도 않고.” 

야마구치가 당황스런 얼굴로 츠키시마를 쳐다보았다. 츠키시마의 얼굴이 불편을 담았다.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티 안난다고는 했지만.” 

 “하루에 많이 보는 데다가.” 

 “다른 이랑은 행동도 다르고.” 

 “그럴 줄 알았지.” 

쭈욱 이어지며 사람마다 이어지는 말들이 야마구치의 얼굴을 딸기로 만들어버렸다. 팽글팽글 야마구치의 눈이 돌아갔다. 츠키시마가 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게 왜요.” 

 사와무라가 문득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뭐 예상은 했지만 말이야. 진한 애정행각만은 부활동 끝나고 해주라. 부활동 중에 하고싶으면 제발 숨어서 해줘.” 

 “풉. 선배도 부활동에서 보이시지 않았..” 

“아아아아아아!! 츠키시마!! 야마구치랑 예쁘게 사귀고!” 

 사와무라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비죽하게 올라간 입술에 스가와라가 사와무라를 보며 입을 가려 웃었다. 뱅글뱅글 여즉 도는 야마구치의 눈동자에 츠키시마가 옆구리를 잡아 제 몸에 기대었다. 타나카와 니시노야가 반짝였다. 

“오오오오!” 

와글와글 깨져버린 시간에 사와무라가 멋쩍게 뒷목을 쓸었다. 

“하아.. 어째 오늘 부활은 그른 것 같네. 리시브 연습 조금 하고 돌아가자.” 

“오오스!” 

 널부러진 배구공이 다시 주워졌다. 야마구치가 체육관 의자 여럿에 눕혀졌다. 발간 얼굴에 츠키시마가 제 입술을 이마에 꾹 누르고는 금세 떼었다.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 

 “저기 츳키. 괜찮을까?” 

 야마구치의 더듬이가 살랑였다. 뾰족 튀어나온 츠키시마의 입술에 야마구치가 계속 시선을 두었다. 입술이 열였다. 

 “뭐 괜찮찮아. 네가 먼저 하자고 한 장난이였고.” 

 “아니.. 그건 그렇지만.. 너무 다 믿어주니까. 후폭풍이 조금 무섭달까..” 

야마구치의 손가락이 꼼지락 움직였다. 부산스런 시선이며 구겨진 더듬이에 츠키시마가 야마구치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야마구치의 고개가 들어올려졌다. 

“그러면. 그 장난을 진짜로 만들면 되잖아.” 

 달이 반짝였다.


츠키야마 from Jt






츠키시마 케이에게는 특별한 꽃이 보인다. 초등학교 시절 야마구치를 구해주었던 시각 야마구치의 더듬이 주변에는 새싹이 파릇파릇하게 돋아나 있었다. 더듬이가 파닥거릴 때면 야마구치의 새싹도 같이 파닥였다. 새싹은 중학교 시절의 중반이 지나갈 때 쯤에는 줄기가 돋아나 더듬이만큼 자라있었다. 어느 순간에는 꽃봉오리가 망울지어져 있었다. 더듬이를 넘어서 망울진 꽃봉오리가 살랑거릴 때면 츠키시마는 제 자제심을 한껏 늘려야했다. 꽃봉오리는 무르익어갔고 중학교 3학년 여름. 개화했다.


야마구치의 더듬이가 삐죽 솟았다. 어깨까지 움틀 솟아올라 한껏 놀란 감정을 나타냈다. 츠키시마의 손이 야마구치의 옆구리를 훑고 있었다. 파르르 떠는 더듬이와 같이 한 송이의 꽃이 잔뜩 위를 향해 고개를 치켜들었다.


야마구치. 요즘 살 빠졌어? 옆구리가 매끈해.”


츠키시마가 흘끗 야마구치의 눈치를 살폈다. 불그스름한 귀며 파닥이는 더듬이와 꽃까지 츠키시마는 유쾌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이곳저곳으로 꽤나 불려갔다. 훤칠한 키나 미남형에 속하는 얼굴에 츠키시마는 여학우들의 흥미를 돋구었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여학우들에게 불려나갈 때 면 야마구치의 꽃은 며칠은 물을 얻지 못한 것처럼 흐물거리며 추욱 쳐져있었다. 의외로 잘 드러나지 않는 야마구치의 감정은 꽃을 통해서 도드라져 츠키시마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결국 나가지 못한 인터하이라 해도 그 여파는 츠키시마가 좀 더 불려나가게 만들었다. 츠키시마가 불려나가는 횟수가 많을수록 야마구치의 꽃은 시듬과 생기를 번갈아가며 파득거렸고 츠키시마는 그런 야마구치가 눈에 밟혔다. 츠키시마는 야마구치 타다시가 귀여워졌다.


야마구치 너 귀...”


, 츳키? 뭐라구 했, ?”


아니, 아무것도.”


츠키시마는 연신 야마구치의 옆구리나 배를 만지작거렸다. 야마구치의 귀와 볼이 붉어진 채 유지되었다. 배구부원들의 눈초리가 여간 곱지 않았다. 츠키시마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야마구치만이 눈치를 살살 보았다.


-


흐응..”


야마구치의 꽃이 파들파들 떨며 불안정했다. 츠키시마는 심기가 불편했다.


야마구치.”


, ! 츳키!”


화들짝 놀라는 야마구치의 모습에 츠키시마가 제 아미를 모았다. 야마구치가 지레 놀라 어깨를 움츠렸다.


고백 받아서 좋아?”


야마구치의 더듬이가 삐죽 솟구쳤다. 츠키시마의 한구석에서 심술이 나타났다. 꽃은 시무룩 쳐져있었다.


츠츠츳키?! , 봤어?”


하아.. 너하고 같은 반인데 네 책상에 놓여진 쪽지 하나 못 볼까봐?”


야마구치가 한껏 안절부절 못하자 츠키시마가 야마구치의 머리를 꾸욱 눌렀다. 고개가 돌려졌다.


부활 안가?”


부활동은 여전히 활기찼다. 배구를 좋아하는 이들은 언제나 활기찼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저녁을 마주쳤다. 익숙하게 만두를 손에 쥐고 뿔뿔히 흩어졌다. 츠키시마와 야마구치가 길을 천천히 걸어갔다. 야마구치가 눈치를 살폈다.


야마구치. 혹시 나 좋아해?”


야마구치의 꽃이 삐죽 솟았다. 꽃이 생기를 머금었다가 금세 시들었다.


, 저기, 츳키. 그게. , 미안!”


츠키시마가 걸음을 멈춰섰다. 야마구치가 고개를 들었다. 츠키시마의 얼굴이 찌푸려져 있었다.


그게 왜 미안한데.”


아니, 그게. 같은 성별이고, 나는 잘하는 것도 없고.. 츳키랑 안 맞으니까..”


그걸 왜 네가 정해.”


야마구치의 고개가 번뜩 올려졌다. 츠키시마의 눈에 야마구치의 꽃이 도드라졌다.


, ?”


내 감정은 생각 안 해? 너 안절부절하는 거 보면 신경 쓰이고 너 고백 받은 거 기분 나빠. 너 다른 애들한테 웃어주면 짜증나고 게속 너 생각나. 너 보면 만지고 싶고 그래. 그래서 내가 너랑 연애하자고 하면 싫어?”


야마구치가 고개를 숙였다. 츠키시마가 야마구치의 고개를 잡아 들어올렸다. 눈에 가득한 눈물에 츠키시마가 손가락으로 야마구치의 눈 아래를 문질렀다. 금세 손가락에 눈물이 묻어났다.


, . 츳키. 좋아해.”


야마구치가 훌쩍훌쩍 눈물을 쏟아냈다. 몽글몽글 쏟아지는 눈물에 츠키시마가 움칠 놀라 야마구치의 눈을 닦아냈다. 짧게 혀까지 찬 츠키시마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닦아냈다.


눈 붓는다.”


다정한 손길에 눈물을 슬슬 그쳐갔다. 꽃이 흐드러졌다.

얌굿 7/31 전력 60분 
주제: 바다 






 바다는 깊었다. 너는 바다와도 같아서 빠져나오고 싶어도 깊고 깊어 벗어날 수가 없었다. 




 “야마구치.” 
네가 나를 부를 때면 조곤조곤하게 울리며 파동이 되어 찾아왔다. 직선으로 뻗는 듯 하다가도 마무리 지어지며 네 입에서 나오면 그 자체로도 심장이 뛴다. 

“응, 츳키. 왜?” 

 은근히 찌푸려진 미간에 마음에 안드는게 있었나 싶었다.

 “츳키. 뭐 마음에 안 드는거야?” 

 슬쩍 올려다보자 그새 미간을 피고는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다. “아무것도.” 

“응!” 

발걸음 살그마니 맞춰 옆을 따라가고 헤드셋을 낀 모습에 보이지 않을거라 생각해 쳐다보는.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쿠웅 뛰니 이건 바다에 가라앉아 숨을 쉬는 물고기와도 같다. 아가미를 뻐끔이며 산소를 챙기는 숨을 쉬었다. 너라는 바다에 빠져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 

 야마구치 타다시. 앞으로 나아갔다가 마무리 지어지는 이름을 내뱉을 때면 네가 밀려왔다. 바다에 밀물과 썰물이 있듯이 네 이름은 바다다. 시선을 느끼면 네 얼굴은 온통 나로 가득해 그 모습이 만족스러웠다. 바다에 사는 물고기처럼 나를 물로 삼아 산소를 챙겨가는 모습은 내 속에 있는 집착을 일으켰다. 너는 인기가 많다. 너는 모르겠지만 여자아이들은 다정한 너를 좋아했다. 그런 모습이 보기 싫어 괜히 눈을 흘기고 너를 챙기기도 했다. 너는 그도 모르고 좋다고 쫄래쫄래 다가와 웃었다. 나를 보며 산소를 챙기는 건 얼마나 모순적인지. 나에게 너는 바다다. 나는 너를 보며 하루하루 바다로 가라앉는다.

 * 

가끔 바닷물이 푸르게 펼쳐진다. 옆에는 네가 있고 주변에는 똑같은 풍경들이지만 모든 곳은 바닷물로 가득해 푸르게 반짝이며 산소방울이 뽀글였다. 그럴 때 네가 배구를 하면 네 주변에서 심해화산이 부글거렸다. 너는 기껏 숨겼지만 열정적이다. 네가 다정하다고 말을 하면 히나타나 카게야마는 물론 선배들까지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카게야마나 히나타는 얼굴을 찌푸리지만. 너는 상냥하고 다정하지만 의외로 꼬인 부분이 있었다. 그 모습마저도 바다와 같아서 나는 너에게 꼬르륵 잠겨들었다. 심해로 심해로 가라앉았다. 바닷물이 범람했다. 푸른 바닷물은 위를 가득 채우고 내가 서있는 곳은 어둡게 가라앉았다. 심해에 서있었다. 돌아가는 길은 네 옆에서 산소를 챙겼다. 헤드셋은 여전히 너를 둘러쌌다.

 “좋아해.” 

 너는 조용했다.

 “좋아해, 츳키.”

 바닷물은 잔잔했다. 

 “좋아해. 츳, 케이.” 

바닷물이 일렁였다. 심해는 고요했다. 문득 화산이 부글거리는 게 보였다. 

“야마구치.” 

 “어, 응. 츳키.” 

 심해로 가라앉았다. 

 “이거 음악 안 켰어.” 

 헤드셋이 머리로 쑥 들어왔다. 조용한 헤드셋에 머리가 비어졌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입이 뻐끔거리는게 느껴졌다. 츳키의 손이 볼에 닿았다. 

 “다시 말해봐.” 

 눈이 마주쳤다. 심해가 밝아졌다. 수면이 가까워졌다.

 “아.. 좋아해..?”

 “물음표말고.” 

 손을 잡았다. 

 “저기, 츳키. 나는 츳키ㄱ,” 
“좋아해 야마구치. 네가 곁에 있으면 좋아. 없으면 허전하고 어색하고 네가 누군가에서 웃어주면 배알이 꼴려. 좋아해.” 

수면 위는 밝았다. 바다는 의외로 얕았다.

 야마구치는 바다다. 나는 바다를 잡아챘다. 내 안에 있는 집착이 초록색 안광을 발했다.


얌굿 7/24 전력 60분 
주제: 고민 








 츠키시마 케이는 고민이 생겼다. 

 “야마구치.” 

화들짝 놀라 어깨가 튀어올랐다. 야마구치가 후다닥 고개를 돌렸다.

 “어, 어! 츳키! 왜 그래?” 

츠키시마를 쳐다보면서도 안절부절 못하는 눈이며 손에 츠키시마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츠, 츳키?” 

상자에 담긴 토끼가 떨 듯 바르르 떠는 야마구치의 모습에 츠키시마가 고개를 돌렸다. 
 “됐어.”

 “아, 응!”

 곧바로 뛰어가 배구공을 잡는 모습에 츠키시마가 입술을 깨물었다. 츠키시마 케이는 고민이 있다. 야마구치 타다시가 도망친다. 

 * 

 “츠키시마.” 

 “주장.” 

 사와무라가 슬슬 제 뒷목을 쓸었다. 입이 열렸다.

 “잠깐 얘기 좀 하자.”

 “네.” 

느지막한 노을에 바람이 살랑였다. 체육관은 공 튕기는 소리가 흐드러졌다. 

“딱히 사족 붙이는 건 안 좋아할테니까 바로 물어볼께. 혹시 야마구치랑 싸운거야?” 

제 손을 꼼지락하던 츠키시마가 멈췄다. 문득 깨물린 입술이 눈에 띄었다. 사와무라가 츠키시마의 등을 툭툭 쳤다.

 “아니면 됐다. 알아서 잘 하겠지만 힘들면 말해라. 뭐라 말은 못해준다 해도 들어줄 수는 있으니까.” 

 사와무라의 손이 츠키시마의 머리를 휘저었다. 뒤를 돌아 한 걸음 올라서 바지를 툭툭 털었다.

 “조금만 있다가 들어와. 땀 식으면 추우니까 오래 있지 말고.” 

철문이 열렸다가 닫혔다. 곱슬머리가 엉켜 설설 빗어내렸다. 문득 츠키시마의 눈이 먼 곳을 쳐다봤다. 야마구치 타다시의 머리는 생머리인지라 두상이 잘 보였다. 야마구치의 머리는 작고 올려다보는 눈은 새초롬했다. 츠키시마를 쳐다보는 얼굴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있다. 츠키시마의 귀가 빨갰다. 자각은 갈라진 틈새로 샘솟는 물과 같았다. 츠키시마가 제 얼굴을 무릎에 박았다. 

 “하.. 꼴사나워. 여태껏 잘도 몰랐네. 잘도, 모른척 해준다고 지껄였네.” 
 츠키시마가 몸을 일으켰다. 체육관은 시끄러웠다. 

 * 

붉은 야마구치의 얼굴은 귀엽다. 입술이 세모꼴로 변해 뻐끔거렸다. 츠키시마는 만족감 가득한 얼굴로 웃었다. 츠키시마의 얼굴이 가까워지자 야마구치가 얼굴을 더욱 붉혔다. 야마구치의 더듬이가 뾰족하게 솟아올랐다. 

 “야마구치? 대답은?” 

 츠키시마가 근거리에서 매끈하게 웃어보이자 야마구치의 눈이 핑핑 돌았다. 

“아, 그게, 그러니까. 츳키. 그게.”

 뱅글뱅글 도는 야마구치의 눈에 츠키시마가 손을 올렸다. 챱하는 소리와 함께 츠키시마의 손 안에 야마구치의 얼굴이 잡혔다.

 “이런거 좋아? 손 잡는건? 껴안는건? 키스하는건? 섹스하는 건?” 

부끄러움에 고개가 숙여지려는 야마구치에 츠키시마가 들어올렸다. 눈이 마주쳤다.

 “야마구치. 너는 어때. 나는 다 하고싶어. 좋아해.”

 야마구치의 속눈썹이 팔랑였다. 그림자가 길이를 자유자재로 변했다. 

 “나도, 좋아해.. 근데.. 나같은 걸.. 츳키ㄴ..” 

 쪽 

 츠키시마의 입술이 부딪쳤다. 쪽소리가 청명하게 울렸다. 야마구치가 넋을 놓다가 점차 붉어졌다. 

 “내 마음이니까 상관없어. 좋아해.”

 “으.. 응. 나도, 츳키. 좋아해.” 

 결국 숙여진 얼굴에 붉어진 귀가 도드라졌다. 츠키시마가 야마구치를 꾸욱 껴안았다. 팔이 둘러졌다. 츠키시마가 눈을 반쯤 떴다. 제 품에 안긴 야마구치의 목덜미가 붉었다. 생각은 짧았다. 

 “히잇! 츠츠츠츳키?”

 츠키시마가 야마구치의 목덜미를 깨물고 있었다. 살짝 핥아올리는 혀에 야마구치가 바르르 떨었다.

 “도망치지마, 타다시. 도망치는 거 얼마나 불편했는지 알아?”

 “으, 으응.. 츳키.” 

 츠키시마가 이마를 콩 찍었다. 

 “케이.” 

 야마구치가 슬쩍 눈동자를 올렸다.

 “케이.” 

 눈동자가 갈 길을 잃었다. 

 “타다시.” 

 입술이 오물거렸다. 

 “케이..” 

고민은 해결되었다. 틈새로 솟구치는 물이 넘쳐 흐르듯이 꽉 찬 마음을 말하면 해결되는 것이였다. 츠키시마 케이는 고민이 없다. 야마구치 타다시는 고민이 생겼다.

 “타다시, 뭐 붙었잖아.” 

츠키시마의 손가락이 머리에 붙은 먼지를 떼며 눈 밑을 문지르고 손을 떼었다. 귀가 붉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소꿉친구였던 애인이 너무 다정하게 변했다. 
얼굴이 평생 붉어진 채 제 피부색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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