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어린시절








꼼지락 손가락이 움직였다. 작고 오동통한 손가락이 다른 손가락을 잡았다.


“와아..”


탄성이 절로 터졌다. 작은 아이가 저들의 작은 손으로 마주잡은 손이 들어왔다. 통통한 볼을 타고 흘러내린 침을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두 어머니의 마음 가득 충만감이 차올랐다.


“뱌아.. 푸아..”


“마아.. 마..”


살랑이는 머리카락이 형광불빛을 받으며 반짝였다. 연한 갈색머리와 진한 금빛머리가 뽀얀 아기피부에서 흐드러졌다. 가벼운 이불자락이 아래로 흘러내렸다. 알록달록한 동물모양 잠옷이 나타났다.


찰칵


두 어머니의 눈이 마주쳤다. 숨죽여진 웃음이 키득키득 들렸다. 뽀얀 아이들의 볼이 옆으로 눌리며 튀어나왔다. 카메라가 연신 소리를 내며 사진을 찍었다.


“둘은 좋은 친구 되거에요. 그렇죠?”


“그럼요. 진해랑 달래는 좋은 친구로 평샹 갈거에요. 평생지기 되겠죠.”


곱게 휘는 눈이 아이들을 향했다. 말랑말랑한 아이들의 손이 꼬옥 붙어있었다.


*


“진해야아! 노올자!”


“달래야! 좀만 기다려! 나갈께!”


고사리 손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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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소년 4/17 전력 60분

주제: 약속








‘있잖아, 진해야. 우리 평생 함께지?’


‘응. 당연하잖아? 달래 너랑 나는 평생 함께할 거야. 그 외에는 생각한 적도 없는 걸?”


‘응. 나도. 우리 언제나 함께하자.’


‘그러자. 자, 약속!’


*


어두운 방에 쳐진 커튼 사이로 햇빛이 은은히 들어왔다. 어두워 시야가 보이지 않는 공간 속 그림자 진 공간들 사이 먼지가 부옇게 일어나 떠다녔다. 바글바글한 먼지들 사이로 탁하게 먼지 쌓인 금빛머리가 부시시 떨어졌다. 새액새액하는 숨소리가 거칠게 주변을 돌았다.


“크하.. 쿨럭”


꾸기적하는 소리가 들리듯 움직인 팔이 기침을 막아냈다. 밍기적 구겨진 몸덩이가 빡빡하게 움직였다.


“하아.. 하.. 크읏..”


헐렁한 옷 사이로 말라 비틀어진 몸이 드러났다.


쿠당!


큰소리가 나며 몸덩이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생기없는 썩은 동태눈 위로 먼지가 올라 앉았다.


“흐..하.. 달래야아.. 달래야아...”


새된 목소리가 약하게 튀어니왔다. 먼지 올라탄 눈에서 눈물이 퐁퐁 솟아났다. 먼지가 쓸려 바닥에 고였다.


“아.. 으.. 흐으..”


바르르 떨리는 손이 목을 향했다. 비틀거리는 손이 목걸이 형식의 반지를 꺼내들었다. 흐리멍텅한 눈이 반지를 보며 생기를 미약하게 뿜어냈다.


“달래야.. 약속을.. 약.. 속을..”


없는 힘을 쥐어짜낸 듯 반지를 잡은 손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숨소리가 그쳤다. 먼지 쌓인 방 안 가득 냉기가 들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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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소 3/6 전력 60분

주제: 낮잠
컾링: 해달






매끈한 창문을 타고 햇빛이 들어왔다. 얕은 먼지가 햇빛의 곁눈질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긋한 목재바닥 가운데 폭신한 이불이 자리잡았다. 편한 츄리닝을 입은 달래가 먼저 제 몸들을 이불 위로 던졌다.

“우아 편하다! 빨리빨리 꺼내봐봐 응?”

달래가 진해의 바지를 잡고 칭얼거렸다. 뽀얀 눈망울에 진해가 제 무릎을 굽혀 쪼그려 앉아 달래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응응 그래그래. 노트북 이번에 같이 보자. 뭐부터 볼까?”

진해마저 이불에 눕고 노트북을 꺼내 놓았다. 우웅 노트북이 시동됐다. 시동되는 노트북을 보며 달래의 눈이 더 반짝이기 시작했다. 눈에 가득 들어간 빛에 진해가 달래의 볼에 뽀뽀했다.

“에?”

벚꽃이 개화했다.

“예뻐서.”

달래가 얼굴을 살짝 붉혔다. 생글상글 웃고만 있는 진해의 얼굴에 달래가 제 입술을 내밀어 진해의 입에 눌렀다. 쪽소리가 둘의 귓를 간질였다. 대담하게 들어온 애정에 진해와 달래의 얼굴이 서서히 붉어졌다.

“으흠. 흠. 달래야.”

“응..”

발그레한 얼굴이 마주쳤다. 쪽쪽 얕은 버드키스가 이어졌다. 몽롱한 눈이 마주쳤다.

“낮, 잠 잘까..?”

낮게 가라앉은 진해의 목소리가 달래의 귀를 파고들었다. 색기 가득한 말에 달래의 피부 위로 닭살이 돋았다. 달래의 얼굴에 야살스런 미소가 걸쳐졌다.

“밤일은 밤에 하고.. 지금은 체력비축용 낮잠 잘까..?”

키들키들 장난끼 섞이고 색기 가득한 웃음이 진해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낮잠 자자.”

얕은 버드키스에 진한 감정을 담아 연달아 뽀뽀했다. 나른한 색기가 둘의 주변을 휘감았다. 노트북이 혼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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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소 2/14 전력 60분

주제: 발렌타인데이






초콜렛이 식탁 가득 채웠다. 살랑이는 금발과 갈색 머리카락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탁탁

초콜렛 뭉텅이가 칼질 한번마다 툭툭 잘렸다. 일정하게 잘리는 진해의 초콜렛에 비해 달래의 도마에서는 들쭉날쭉하게 초콜렛이 잘렸다.

“앗!”

달래가 손을 삐끗하자 초콜렛이 앞부분만 약하게 잘렸다. 진해가 놀라 고개를 빠르게 돌렸다. 분출하는 피가 보이지 않자 안도의 숨을 내쉰 진해가 손에서 칼을 놓았다. 살짝 다가가 달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자자, 달래야. 긴장 풀어.”

“으, 으응.”

초콜렛이 투박하게 잘려나갔다.

-

달달한 초콜렛 향이 부엌을 가득 채웠다. 중탕되는 초콜렛이 말갛게 이루어졌다. 달래가 미간을 조금 찌푸리며 초콜렛에 눈을 떼지 못했다. 입술까지 뾰족히 튀어나온 모습이 진해의 눈 가득 담겼다. 진해가 얼굴을 바보같이 풀며 미소지었다. 진해가 봉지를 부스럭거리며 초콜렛 틀을 찾았다.

“헉! 지, 진해야!!”

“응? 달래야?”

“이, 이거 어떻게 해!!”

진해가 가스레인지 가까이에 향했다. 초콜렛이 형체를 일으리며 울고 있았다.

“진해야아.. 이거 어쩌지..?”

“어.. 달래야..? 이거 어쩌다가 이렇게 된거야..?”

달래가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돌렸다. 달래의 귀가 발갛게 달아올랐다.

“으.. 그게, 사실은.. 좀 더 물처럼 하고 싶어서 초코우유를... 조금..”

진해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하... 응. 괜찮아 괜찮아. 다시 만들자. 도와줄께.”

진해가 해맑게 웃었다. 달래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초콜릿 향이 강하게 풍겼다.

-

흡사 뒤에서 후광이 피어오르듯 초콜렛이 반짝였다. 달래가 극과 극으로 나뉘듯 형태가 다른 초콜렛에 고개를 숙였다. 어깨가 아래로 내려가고 실망했다는 표시가 처연히 나타나는 달래의 모습에 진해가 눈을 힐끗거렸다.

“여기 쪽은 못 먹겠다..”

시무룩한 말에 진해가 애매하게 웃었다. 크게 내어지는 한숨에 진해가 배시시 웃으며 달래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제 손을 달래의 볼에 얹어 붕어입을 만들었다.



진해가 달래의 입술에 제 입을 내렸다. 얕은 뽀뽀에 달래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진해가 키들키들 웃으며 제 입으로 초콜렛을 집어넣었다. 살살 녹아가는 초콜렛에 진해가 눈웃음치며 달래의 입술을 열었다. 달큰한 초콜릿이 둘의 입을 오갔다. 혀천장을 간질이고 볼 안쪽을 건드리는 혀에 달래가 진해의 옷깃을 잡았다.

“흐읏, 우웅.. 진, 하읏.”

쵹!

진해가 제 혀로 달래의 입술에 남은 초콜렛을 핥았다. 말랑하니 잔여감 남은 입 안과 달큰한 향내에 달래가 결국 피싯 웃어버렸다.

“정말이지..”

“초콜렛 맛있다. 그치?”

달래가 배시시 웃으면서 제 입 속에 초콜렛을 넣었다.

“응 맛있다. 또 먹을까?”

달래가 쌜쭉하니 웃으며 진해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진해가 볼우물 잡히게 웃으며 제 얼굴을 순순히 가져갔다. 초콜렛 향이 진하게 풍기며 진해와 달래 사이를 간질이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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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소 1/31 전력 60분

주제: 눈물






옥황이 머무르는 천상궁이 환하게 반짝였다. 우아함과 깔끔함, 고풍스러움에 치우쳐진 천상궁은 존재만으로도 스스로를 부각시켰다. 하얗게 빛이 일었다.

“으우우웅 옥황 보러 가야지이. 우리 옥황. 옥황. 흐음음 옥황을 보러 갑시다아.”

염라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움직였다. 바쁜 걸음새로 걷고 걸으며 복도를 지나고 입구를 지키던 백호도 지나쳤다. 고풍스레 문양이 새겨진 창호지 문이 나타났다.

“호오 이거 어디서 만든거지? 옥황한테 물어봐야겠다.”

염라가 문을 열어재쳤다.

“오옥화앙!”

서류에 쌓여있는 옥황이 나타났다. 옥황이 힐끔 눈을 흘기고는 다시 서류로 눈을 돌렸다.

“왔나. 서류는 다 한 것인가.”

염라가 샐쭉 웃었다.

“다앙연하지! 아마 좀 있으면 살라 고 녀석이 염라궁에서 온 서류입니다 하면서 가져올껄?”

간드러지게 살라의 성대모사까지 하며 염라가 제 옷자락을 펄럭였다. 펄럭이며 드러난 늘씬한 다리에도 옥황이 미동도 하지 않자 염라가 입술을 비죽였다. 뾰족히 솟아난 입술을 뻐끔거리며 염라가 옆에 있던 소파에 몸을 눞혔다.

“오오! 이거 새로 들어온거야?”

잠시 시선을 돌리고는 다시 서류에 고정한 옥황이 입을 떼었다.

“아, 그거 저 쪽 서양에서 주었네. 그 쪽 신계에서 인계쪽 물품이 유행하는가 보더군. 그러더니 한개 챙겨주었네. 왜 그러나.”

염라가 고개를 돌렸다.

“체엣 우리는 이런 거도 안 주더니..!”

꿍얼거리는 염라의 모습에 옥황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그러면 자네가 가져가지 그러나.”

“으응? 괜찮아 괜찮아. 이거 별로 쓸모도 없어. 옥황 옆에 오니까 이러고 있는거지.”

절레절레 손을 내저으며 염라가 고개를 꺽었다. 뒤집어진 시야에도 수려한 옥황의 얼굴에 염라가 히죽 웃었다.

“옥황. 잘 생겼다. 얼굴이 수려하고 손도 섬섬옥수인걸? 옥황을 보면 아마 그 저 쪽 중국에 있다던 미인들은 모두 고개 숙였을 거야.”

웃음기 가득한 염라의 말에 옥황이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소파 팔걸이에 얼굴을 올려 엎어진 염라의 모습에 옥황이 염라를 훑었다. 옥황의 눈에 길게 흐트려진 머리카락과 새초롬한 눈매, 뽀얀 피부가 선선히 들어왔다. 매끈한 등 곡선부터 탐스런 엉덩이 라인이 들어오고 곧은 각선미의 다리가 들어왔다. 옥황의 시선을 느낀 염라가 짖궃게 미소 지으며 천장을 올려봤다. 염라의 다리가 하늘을 향해 올리섰다. 천자락이 아래로 흐르고 사타구니를 아슬하게 가렸다. 쭉 뻗은 다리선이 옥황의 눈에 담겼다.

“옥황. 내 눈에서 눈물 언제 뽑았는지 알아?”

“...”

염라가 다리를 꼬았다. 염라가 제 왼다리를 오른발로 천천히 훑었다. 옥황의 시선이 집요해졌다.

“옥화앙? 내 눈에서 눈물 언제 뽑았는지 기억해?”

“... 10일 전 술시부터 해시까지는 집무실에서 해시부터 축시까지는 침실에서 그리고 축시부터 묘시까지는 욕실에서 눈물을 흘렸네.”

염라가 몸을 돌렸다. 흐트러진 옷고름에 염라의 오른 어깨가 훤하게 드러났다. 염라가 상체를 일으키자 곧은 쇄골과 탄탄한 가슴이 나타났다. 옅게 남은 분홍빛 순흔이 염라의 가슴께를 채우고 있었다.

“옥황? 지금은 몇시일까?”

“하.. 정말이지. 이런건 당해낼 수가 없군.”

염라가 샐쭉하니 웃었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데, 그래.”

옥황이 제 옷고름을 풀러 겹옷을 벗었다.

“지금이 유시에서 절반정도 지났으니 이제부터 눈물 빼면 적어도 묘시까지는 계속 흘려야 하는 걸 기억하게나.”

색 가득한 옥황의 분위기에 염라가 환하게 웃었다.

“눈물 펑펑 흘리게 만들어봐, 옥황.”

“후회하지 말게.”

옥황이 염라의 입술을 열었다. 옥황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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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소 1/24 전력 60분

주제: 반지






밤하늘에 별이 촘촘이 박혀들어갔다. 초승달이 해맑게 웃었다. 깜빡이는 가로등 사이에 밝은 노란 머리가 제 머리를 헝클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제 품 속을 주섬거렸다. 문득 작은 상자 하나를 꺼내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열었다. 가로등 불빛에 반지가 반짝였다. 매끈한 금속광택이 진해의 눈을 간질였다.

“으, 으어.. 다, 달래야아.. 나랑 겨, 결혼..!”

진해가 상자를 닫고 강하게 쥐고 고개를 숙였다. 달달 덜리는 몸이 수그려졌다.

“으아.. 달래야아.. 나 어떻게 하지이..”

진해가 입을 꿍얼거렸다.

우웅

진해의 핸드폰이 울렸다. 진해가 퍼득 놀라 상자를 떨어트렸다. 기겁한 진해가 팔을 퍼덕이며 상자를 잡아챘다. 진하게 한숨을 쉰 진해가 발을 빠르게 놀리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얼굴이 밝아진 듯하면서도 어두운 진해의 얼굴 한쪽이 핸드폰 바탕화면으로 파랗게 변했다.

또리링

“어, 응. 달래야. 나 지금 가고 있어! 빨리 갈테니까 밥 지금 그릇에 푸면 안되! 알았지?”

진해가 퍼득거리며 몸을 움직였다. 바쁜 구둣소리에 달래 웃음소리가 핸드폰을 타고 흘러나왔다.

‘안 푸고 있을테니까, 얼른 와. 반찬 식으면 식은대로 먹으라고 할거야.’

“으앗! 그건 너무하잖아! 나 빨리 갈께!”

진해가 제 품 속을 꾸욱 누르며 달려나갔다.

-

드라마에서 결혼식 장면이 펼쳐졌다. 하얀 웨딩식장의 모습이 진해와 달래의 눈에 천천히 아로새겨졌다. 진해의 오른손이 꼼지락거렸다. 옅은 갈색 머리카락이 진해의 목을 간질였다. 달래의 머리가 진해의 어깨에, 진해의 머리는 달래의 머리를 괴었다. 따스히 느껴지는 서로의 체온에 진해가 달래의 손을 잡았다. 드라마 주인공이 서로를 보며 웃었다.

“달래야, 결혼하자.”

“응? 그게 ㅁ..”

진해가 반지케이스를 꺼냈다. 뚜껑까지 열어 보이는 진해의 모습에 달래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결혼하자. 원래는 더 전에 말하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말하기가 어렵더라고.. 이렇게 어정쩡하게 말하는 거 같지만 아니, 뭐라고 하는지도 못하게 횡설수설하는 거 같지만. 이거 하나만은 말할 수 있어. 나랑 결혼하자, 달래야.”

“푸후.. 그게.. 뭐야.. 이런 프로포즈가 어딨..어.”

빨갛게 변한 달래의 눈에서 눈물 한방울이 흘러내렸다. 손으로 눈물을 닦은 달래가 환하게 웃었다.

“결혼하자, 진해야.”

진해가 달래를 강하게 껴안았다. 빠르게 뛰는 심장소리가 고동을 맞춰갔다.

“빠르다.”

“응. 긴장했었으니까.”

진해가 달래의 귓가에 입을 맞췄다.

“고마워. 받아줘서.”

“나야말로, 고마워. 결혼하자고 해줘서. 먼저 말해보고 싶었는데, 내가 너에게 하는 것보다 네가 나에게 해주는 게 더 빠를 것 같았어. 그리고 지금 그랬지.”

달래가 진해의 팔을 풀더니 움직였다. 작업방으로 들어가더니 반지케이스를 꺼내 들고왔다. 서로의 손에 들린 반지케이스에 웃음이 터졌다. 애정어린 웃음이 둘을 간질였다. 서로의 반지케이스에서 반지를 꺼내며 목걸이 줄을 꺼내들었다. 서로의 손가락과 목에 맹세가 자리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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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소 12/27 전력 60분

주제: 포옹






하얀 구름이 거드름을 피며 걸어나왔다. 잔뜩 거만하게 뒷짐을 지고 걸어가던 중 큰소리에 몸을 움츠렸다. 동글동글한 말소리에 구름이 후다닥 도망쳤다.

“오오오오옥화아아아아아앙!!!”

염라가 천상에 나타났다. 선녀들이 익숙한듯 제 할일을 챙겨 종종 걸음으로 떠났다. 이연이 한숨을 쉬고 염라의 뒤를 따랐다. 고고한 궁에 발바닥이 마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발칵!

“옥황!”

서류에 파묻힌 옥황이 염라를 쳐다보았다. 이연이 짧게 목례를 하고 문에 머물렀다.

“옥황! 옥황! 허그데이래!! 나나나나 빨리 포옹해줘! 응? 옥화앙!”

염라가 눈을 반짝이며 팔을 벌렸다.

“하?”

옥황이 염라를 쳐다보다 서류로 눈을 돌렸다. 볼을 부풀리며 입을 비죽인 염라가 책상에 팔을 걸쳤다.

“아아아아 옥화앙. 나 포옹해줘어, 으응?”

염라가 연신 입을 재잘거렸다. 밝은 기운이 가득한 목소리가 옥황의 입가를 간질였다.

“염라, 서류처리 하는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겐가? 저리 좀 가있게.”

염라가 볼을 부풀리며 제 팔짱을 꼈다.

“그런게 어딨어어 빨리 나 포옹해주라, 으응?”

옥황이 제 머리를 한손으로 부여잡았다. 살짝 찌푸려진 미간에 염라가 살짝 뒷걸음질 쳤다. 살금살금 옥황의 눈치를 보던 염라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환해졌다.

“폐하, 서류를 가져왔사옵니다. 염라대왕님. 또 여기 계시는 겁니까.”

살라가 양손 가득한 서류를 옥황의 책상에 올려놓았다. 찔끔한 염라가 시선을 창 밖으로 보내며 딴청을 피웠다. 살라가 빙글 웃으며 방안을 나섰다. 살라의 미소를 염라는 보지 못하고 옥황이 입모양을 만들어냈다.

‘잘했네, 살라.’

문이 닫히고 염라의 어깨가 아래로 내려갔다. 염라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옥황의 눈치를 보았다. 제 손가락을 쳐다보며 꼼지락거리는 염라의 모습에 옥황이 미소지으며 숨을 내쉬었다. 염라의 어깨가 크게 움찔거렸다. 옥황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염라, 나중에 다시 오게. 서류처리..”

염라가 고개를 들었다. 이연이 문을 열어 들어오며 서류를 내려놓았다. 한덩이씩 서류를 내려놓은 이연이 목례한 후 방을 나섰다. 옥황이 염라와 서류들을 번갈아 가며 시선을 움직였다. 염라가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었다.

“여기서 처리할께! 그럼 됐지?!”

염라가 생글생글 웃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서류를 보며 집중하는 염라의 모습에 옥황이 턱을 괴었다. 집중하며 입술을 오물거리는 염라의 얼굴에 옥황이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옥황의 주변이 왠지 모르게 어두웠다.

-

가득하던 서류가 줄어들고 공간도 어두워졌다. 아직 남아있는 서류에 염라의 눈이 보이지 않자 옥황이 몸을 일으켰다. 완전히 숙여진 염라의 고개에 염라의 목선이 나타났다. 옥황이 염라의 뒤에 나타났다. 옥황의 입술이 염라의 목에 내려앉았다. 탄탄한 팔이 염라를 끌어 안았다.

“옥황?”

“그렇네, 염라. 허그데이라고? 우리 사이의 포옹은 조금 다를 것 같군.”

옥황이 염라를 들어올렸다. 뒤에서부터 끌어안겨진 염라가 팔을 바동거렸다.

“어, 어, 아? 오, 옥황?”

염라의 얼굴을 제 목덜미에 품으며 고쳐안은 옥황이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볼을 발갛게 붉히며 당황하는 염라에 옥황이 제 입술을 염라의 입술에 올려놓았다.

“침실로 가기 전까지는 손 안댈테니 걱정말게, 염라.”

염라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화끈화끈한 열이 옥황의 목덜미를 달구었다. 빨간 염라의 귀가 옥황의 눈에 선명히 들어갔다. 빨간 염라의 귀에 버드키스를 하며 옥황이 염라의 얼굴을 들어냈다. 붉기만 한 얼굴에 옥황이 작게 웃었다. 억울한 듯 볼을 부풀리고 눈을 치켜뜬 염라의 얼굴에 옥황이 얼굴을 내렸다. 말캉한 혀가 염라의 입술을 갈랐다. 숨이 겹치는 소리가 작은 발걸음 소리와 번갈아 가며 공간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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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소 12/6 전력 60분

주제: 가방
아마×일홍








샹들리에가 반짝이면서 은은한 빛을 뿌렸다. 티끌 하나 없는 하얀 벽이 빛을 받아 은빛으로 빛났다. 고즈넉한 공간을 들어가고 들어가자 조근조근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퇴마사가…… 흡혈귀… 함께… 네가……… 퇴마사……”

“하지만…! 흡혈귀…… 좋으...”

마찰소리가 들렸다. 하얀 피부가 발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퇴마사 아마 릴리스는 지금 이 시간후로 퇴마사가 아니다. 모든 것을 두고 가라. 퇴마복도, 무기도, 퇴마사로 가졌던 모든 것을 놓고 가거라. 사복은 챙기게 해주마. 그리고.. 지금까지 해왔던 공로를 인정해 약간의 보상은 있을게다. 가거라.”

싸늘한 말이 아마의 머리를 울렸다. 옆으로 치우쳐졌던 아마의 고개가 바르게 돌아왔다. 허리를 숙이고 곧게 몸을 굽혔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아마의 몸이 뒤를 돌았다. 작게 문이 닫혔다.

*

깔끔한 여행가방이 길을 지나쳤다. 얇지만 단단한 손가락이 손잡이를 쥐고 길쭉하고 탄탄한 팔이 가방을 이끌었다. 아마의 머리카락이 바람결에 살랑였다. 파리해 보이는 얼굴색과 붉은 눈동자로 인해 피로가 잔뜩 몰려 있는 듯 보였으나 아마의 입에서는 얕게 노래가 나왔다. 사뿐사뿐 가벼운 발걸음이 길을 내딛고 하얗게 반짝이는 햇살이 골목을 비추었다.



불룩 튀어나온 보도블럭에 가방이 위로 튀어올랐다. 가볍게 위로 올라가는 가방에 아마의 입이 벌어졌다.

“아, 이런.. 흔들리면 안돼는데..”

울쌍을 지은 아마가 가방을 제 몸통쪽으로 들어올렸다. 고개를 돌며 주위를 보면 아마가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길 잘 살펴야겠네. 흔들리면 안돼니까..!”

아마가 조심조심 발걸음을 떼었다. 가방에 달린 바퀴가 도록도록 굴러갔다.

-

철커덕

문이 열리고 아마의 뽀얀 얼굴이 집으로 들어섰다. 집 안이 어두웠다.

“일홍니임, 아마 릴리스 다녀왔습니다아.”

아마가 생글생글 웃으며 신발을 벗었다. 여행가방을 들어 집 안으로 옮기고 겉옷을 벗었다. 어두컴컴한 채 가구들이 보이지 않는 모습이 아마의 눈에 담겨졌다. 가장 어두운 곳 더욱 짙은 그림자 사이로 하얀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아마의 하얀 손이 여행가방을 향했다.

“쨔잔! 일홍님 외출은 어떠셨어요?”

여행가방이 열렸다. 눈이 감긴 일홍의 머리가 가방에 존재했다. 천과 쿠션으로 가득한 가방 안쪽 그 가운데 일홍의 머리가 놓여있었다. 수줍게 웃은 아마가 일홍의 머리를 들어 품에 껴안았다.

“일홍니임, 저는.. 일홍님만 있으면 다아아 괜찮아요오.”

아마가 몸을 일으켰다. 앞에 놓인 여행가방을 발로 밀어버린 아마가 몸을 움직였다. 침대가 출렁였다.

“일홍님이 주무셨던 침대라서 그런지 일홍님 냄새가 나요. 이 집도 일홍님 냄새로 가득해서 좋아요. 일홍님은요? 일홍님은 제 가방 좋으셨어요? 일부러 일홍님 좋으시라구 제가 일홍님 머리만 넣어드렸어요. 몸이 있으면 일홍님은 가방이 불편하실 거잖아요 그쵸?” 

황홀한 듯 볼까지 붉힌 아마가 일홍의 머리를 꼬옥 껴안았다. 품에 안긴 일홍의 머리에 부빗거리며 아마가 몸을 둥그렇게 말았다.

“일홍님일홍님일홍님일홍님일홍님... 일홍님은.. 제 곁에 있어주실 거죠? 퇴마사 아마 릴리스에게도 같이 있어주시던 일홍님이니까.. 일반인 이마 릴리스도 같이 있어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건 제 예상이 맞았어요! 일홍님, 일홍님. 사랑하는 일홍님. 부디 제게만 있어주세요. 밖에 잠시 나가더라도 일홍님과 같이 있고 싶어요. 일홍님.. 일홍님을 정말.. 사랑해요.”

몽롱한 아마의 눈이 흐릿해졌다. 점점 흐려지던 아마의 눈이 감겼다. 품에 있던 일홍의 머리가 헐렁해진 팔에 살짝 옆으로 굴렀다. 새근거리는 아마의 숨소리가 방을 채웠다.



구석에 있던 검은 그림자가 쓰러졌다. 어렴풋이 보이는 하얀 손가락이 꺾이고 바스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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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소 11/29 전력 60분

주제: 겨울






차가운 바람이 골목을 휘저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인영들에 바람이 눈을 빛냈다. 바람이 몸을 부풀리고 럭비공처럼 튀어갔다.

“우아.. 바람 많이 분다.”

“응, 그러게... 바람이 무슨 칼같이 옷 속으로 들어온다.”

진해와 달래가 강한 바람에 눈을 감았다. 색만 다르고 똑같이 생긴 목도리가 각자 진해와 달래의 목에 감겨져 있었다. 진해는 어두운 코트를 달래는 패딩식의 후드집업을 걸쳤다. 어두운 빛의 장갑이 달래의 손에서 빼꼼거렸다. 밤하늘이 짙게 깔려 해가 비춰지는 노을을 잡아먹어갔다. 점점 숨어가는 노을이 진해와 달래를 보고 눈을 빛냈다.

“으아.. 진짜 겨울인가봐..!”

“읏.. 그러게. 점점 더 추워진다. 어 이번년도 얼마 안남았네?”

“어, 진짜네? 언제 이렇게 됐지?”

진해와 달래가 얼마 남지 않은 날을 세어보고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똑같이 마주친 얼굴에 낮은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서로 입을 재잘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동당거리는 발걸음이 통통 튀었다.

“앗!”

신이 난 발걸음이 제 걸음에 걸려 꺽였다. 달래의 동체가 앞으로 쓰러졌다.

포옥

진해의 팔에 달래의 허리가 걸렸다.

“조심해. 넘어지면 아프잖아.”

“응. 잡아줘서 고마워, 진해야.”

달래가 땅에 두 발을 딛었다. 진해가 달래의 발등을 향했다.

“아, 정말.. 신발끈 풀렸잖아.”

“어, 진짜네? 묶어야 겠다.”

“잠시만. 묶어줄께.”

진해가 몸을 숚였다. 풀린 끈을 잡고 리본을 묶어갔다. 안그래도 발갛던 손가락이 점점 더 새빨개지자 달래의 볼이 부풀었다.

“됐다. 가자, 달래야.”

달래가 볼을 부풀리고 고개를 돌렸다. 심통난 발걸음 소리가 진해의 귓가를 간질였다.

“달래야아 왜 그렇게 골이 난거야아 응?”

진해가 생글생글 웃으며 달래의 얼굴에 얼굴을 가져갔다. 뾰족한 달래의 눈이 진해의 얼굴을 흘겼다. 달래가 진해의 손을 잡아채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손 차갑잖아, 바보야.”

달래가 걸음을 바삐 옮겼다. 주머니에 들어간 손에 의해 반쯤 끌려가던 진해가 얼굴에 미소를 한가득 담았다. 뽀르륵 달래의 곁으로 다가간 진해가 달래의 얼굴을 눈에 가득 담았다.

“걱정한거야? 내 손 차가워서?”

달래가 볼을 부풀리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진해가 달래의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몸을 뒤로 돌렸다. 진해의 왼손이 달래의 주머니에 들어갔다. 진해가 고개를 돌린 채 입을 열었다.

“달래야아 나 이 쪽 손도 차가워, 녹여주라.”

태연하고 뻔뻔한 진해의 얼굴에 달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까지 절레절레 저어버린 달래가 걸음을 옮겼다.

“달래야아 나 앞이 안보이니까 잘 안내해줘야돼.”

연신 키득거리는 진해의 모습에 달래가 결국 배시시 웃어버렸다. 뒤돌은 진해의 몸을 다시 되돌려 앞을 향하게 한 달래가 진해의 오른손을 쥐었다. 커진 진해의 눈에 달래가 제 왼주머니로 진해의 오른손을 넣었다. 잘게 웃은 달래가 진해의 왼손을 제 왼손으로 잡았다.

“이러면 앞도 보고 손도 따뜻하겠지?”

반짝이는 달래의 눈동자에 진해가 얼굴 가득 웃음을 지었다.

“응 그렇겠다 손 따뜻하다.”

서로에게 서로의 온기를 나눴다. 밤하늘에 잡아먹혀가던 노을이 간신히 힘을 내 진해와 달래를 비췄다. 사이좋은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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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소 11/22 전력 60분

주제: 안경







햇빛이 창문 사이로 거드름을 피며 들어왔다. 양반걸음으로 느긋하게 걸으며 뒷짐까지 쥔 채 느지막히 들어왔다. 금발머리와 갈색머리카락이 보이자 얄궂은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반짝

안경 알에 햇빛이 반사되자 놀라 움츠러들었다. 놀랐다는 거에 심통이 났는지 햇빛이 툴툴대며 가까이 갔다.

“음..”

진해가 살며시 눈을 떴다. 가늘게 뜨여진 보랏빛 눈에 곤히 잠든 달래의 얼굴이 비춰졌다.

“아, 달래다아..”

진해가 품에 안긴 달래를 꼬옥 껴안았다. 품에 들어오는 달래의 몸에 진해가 제 볼을 달래의 머리에 부볐다. 잔뜩 나오는 애정에 햇빛이 도리질을 하며 뒤를 돌았다.

“웅... 누ㄱ.. 진해야..?”

달래의 눈이 작게 뜨여졌다. 조심스레 나오는 목소리가 진해의 귀를 간질였다. 동그랗게 뜨여진 진해의 눈이 곱게 휘었다.

“응응, 미안. 깨웠어? 더 자. 괜찮아.”

달래의 이마에 버드키스를 한 진해가 달래의 등을 토닥였다. 잘게 도닥여지는 리듬감에 달래의 눈이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다. 몽롱히 잠에 취한 눈동자가 눈꺼풀 사이로 사라졌다. 고로롱 잠이 든 달래의 모습에 진해가 달래를 꽈악 껴안았다.

“달래 안경 안 쓰니까 어릴 때랑 똑같네?”

키득키득 웃은 진해가 달래의 볼에 뽀뽀했다. 위에 놓인 안경의 모습에 진해가 살짝 손을 뻗었다. 안경을 집은 진해가 제 얼굴 위로 씌웠다.

“읏, 도수가 좀 높네?”

아찔한 눈에 진해가 달래의 안경을 바로 벗었다. 눈을 꼭꼭 누르며 미간을 찌푸린 진해가 달래를 강하게 껴안았다.

“으우.. 달래야아 왜 이렇게 눈이 나쁜거야아..”

작게 중얼거린 진해가 달래의 눈에 뽀뽀했다. 연신 뽀뽀를 하던 진해가 꾸욱 입술을 눌렀다.

“나한테만 안경 벗은거 보여주니까아 뭐. 아무한테도 안 보여주니까아 그거면 된거지.”

진해가 집착 가득한 얼굴로 달래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작은 버드키스를 하고는 달래를 품 안으로 껴안았다. 햇빛이 뒤를 돌아 둘의 모습을 보고는 볼을 부풀렸다. 햇빛이 불퉁하게 발을 동동거리고는 진해와 달래의 얼굴을 곁눈질쳤다. 곤히 잠든 둘의 모습에 햇빛이 한숨을 쉬고는 엉덩이를 동실거리며 창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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