잽소 12/27 전력 60분

주제: 포옹






하얀 구름이 거드름을 피며 걸어나왔다. 잔뜩 거만하게 뒷짐을 지고 걸어가던 중 큰소리에 몸을 움츠렸다. 동글동글한 말소리에 구름이 후다닥 도망쳤다.

“오오오오옥화아아아아아앙!!!”

염라가 천상에 나타났다. 선녀들이 익숙한듯 제 할일을 챙겨 종종 걸음으로 떠났다. 이연이 한숨을 쉬고 염라의 뒤를 따랐다. 고고한 궁에 발바닥이 마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발칵!

“옥황!”

서류에 파묻힌 옥황이 염라를 쳐다보았다. 이연이 짧게 목례를 하고 문에 머물렀다.

“옥황! 옥황! 허그데이래!! 나나나나 빨리 포옹해줘! 응? 옥화앙!”

염라가 눈을 반짝이며 팔을 벌렸다.

“하?”

옥황이 염라를 쳐다보다 서류로 눈을 돌렸다. 볼을 부풀리며 입을 비죽인 염라가 책상에 팔을 걸쳤다.

“아아아아 옥화앙. 나 포옹해줘어, 으응?”

염라가 연신 입을 재잘거렸다. 밝은 기운이 가득한 목소리가 옥황의 입가를 간질였다.

“염라, 서류처리 하는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겐가? 저리 좀 가있게.”

염라가 볼을 부풀리며 제 팔짱을 꼈다.

“그런게 어딨어어 빨리 나 포옹해주라, 으응?”

옥황이 제 머리를 한손으로 부여잡았다. 살짝 찌푸려진 미간에 염라가 살짝 뒷걸음질 쳤다. 살금살금 옥황의 눈치를 보던 염라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환해졌다.

“폐하, 서류를 가져왔사옵니다. 염라대왕님. 또 여기 계시는 겁니까.”

살라가 양손 가득한 서류를 옥황의 책상에 올려놓았다. 찔끔한 염라가 시선을 창 밖으로 보내며 딴청을 피웠다. 살라가 빙글 웃으며 방안을 나섰다. 살라의 미소를 염라는 보지 못하고 옥황이 입모양을 만들어냈다.

‘잘했네, 살라.’

문이 닫히고 염라의 어깨가 아래로 내려갔다. 염라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옥황의 눈치를 보았다. 제 손가락을 쳐다보며 꼼지락거리는 염라의 모습에 옥황이 미소지으며 숨을 내쉬었다. 염라의 어깨가 크게 움찔거렸다. 옥황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염라, 나중에 다시 오게. 서류처리..”

염라가 고개를 들었다. 이연이 문을 열어 들어오며 서류를 내려놓았다. 한덩이씩 서류를 내려놓은 이연이 목례한 후 방을 나섰다. 옥황이 염라와 서류들을 번갈아 가며 시선을 움직였다. 염라가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었다.

“여기서 처리할께! 그럼 됐지?!”

염라가 생글생글 웃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서류를 보며 집중하는 염라의 모습에 옥황이 턱을 괴었다. 집중하며 입술을 오물거리는 염라의 얼굴에 옥황이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옥황의 주변이 왠지 모르게 어두웠다.

-

가득하던 서류가 줄어들고 공간도 어두워졌다. 아직 남아있는 서류에 염라의 눈이 보이지 않자 옥황이 몸을 일으켰다. 완전히 숙여진 염라의 고개에 염라의 목선이 나타났다. 옥황이 염라의 뒤에 나타났다. 옥황의 입술이 염라의 목에 내려앉았다. 탄탄한 팔이 염라를 끌어 안았다.

“옥황?”

“그렇네, 염라. 허그데이라고? 우리 사이의 포옹은 조금 다를 것 같군.”

옥황이 염라를 들어올렸다. 뒤에서부터 끌어안겨진 염라가 팔을 바동거렸다.

“어, 어, 아? 오, 옥황?”

염라의 얼굴을 제 목덜미에 품으며 고쳐안은 옥황이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볼을 발갛게 붉히며 당황하는 염라에 옥황이 제 입술을 염라의 입술에 올려놓았다.

“침실로 가기 전까지는 손 안댈테니 걱정말게, 염라.”

염라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화끈화끈한 열이 옥황의 목덜미를 달구었다. 빨간 염라의 귀가 옥황의 눈에 선명히 들어갔다. 빨간 염라의 귀에 버드키스를 하며 옥황이 염라의 얼굴을 들어냈다. 붉기만 한 얼굴에 옥황이 작게 웃었다. 억울한 듯 볼을 부풀리고 눈을 치켜뜬 염라의 얼굴에 옥황이 얼굴을 내렸다. 말캉한 혀가 염라의 입술을 갈랐다. 숨이 겹치는 소리가 작은 발걸음 소리와 번갈아 가며 공간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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