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월 8일 토요일 헤테로 판매전 샘플입니다.

1차 창작 헤테로 소설 회지입니다.

소드마스터 맹수 공작님과 곰 같은 토끼 순박한 평민의 로맨스 코미디입니다.

작년 8월 모두의 온리 발행한 회지로 남은 재고만 가지고 갑니다.

 

 

 

 

 

↓샘플 (각 장면은 이어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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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레티아 제국의 서쪽 흔히들 몬스터 산이라 불리는 거대한 산맥이 줄지어 굽이굽이 이루어진 곳으로 수많은 욕망이 모이는 곳이었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갑옷 부딪치는 소리가 산 주변을 천천히 울리기 시작했다. 위로 솟구친 깃발은 태양과 드래곤을 형상화한 인장이 박혀 바람에 펄럭였다.

 

“군영을 갖춘다!”

 

뿌우우우우

 

뿔피리가 길게 이어지고 부산스러운 움직임과 함께 천막이 세워지며 서서히 군영이 지어졌다. 유독 크고 위로 빨간 깃이 달린 천막이 사람을 불러 모았다.

 

“이번 출정 역시 작년과 같다. 많은 몬스터를 사살하고 다치지 않으면 된다. 항시 긴장하고 죽은 몬스터라 해도 확인사살 하라. 몬스터 산의 몬스터는 충분히 영악하고 충분히 간악하며 충분히 잔혹하다.”

 

로벨리시아 공작이 단언했다. 기사단장들이 말없이 고개 숙였다.

 

“그럼 됐다. 가서 처음 파병 나온 신병처럼 긴장하라고 전하도록.”

 

로벨리시아 공작이 자리에서 일어나 천막을 나섰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천천히 숨을 몰아 내쉬는 소리가 천막에 뭉쳤다.

 

“휴.. 역시 공작님이라니까.”

 

“어휴 갑갑해서 죽는 줄 알았네.”

 

“아주 적어도 중상자는 나오니 하시는 말씀이시지.”

 

“그야 알지만 하는 소리 아니요.”

 

“뭐 공작님께서 저리 든든하시니 이렇게 소수의 인원으로도 몬스터 산을 오르는 것 아닌가.”

 

“공작님께서 소드마스터이신데 뭘. 작년에도 보았지만 소드마스터라는 건 정말 대단하다니까.”

 

“모두 아시다싶이 공작님이시지 않습니까.”

 

저절로 끄덕여지는 고개에 모인 이들이 헛하게 웃음을 흘렸다.

 

“어서 돌아가게. 만일 공작님께서 아셨다간 실전같은 대련으로 우리를 또 몇 시간이고 흙바닥에 굴리실 테니.”

 

“그 것만 생각하면 나는 팔다리가 욱신거리고 예전에 찢어진 옆구리가 너무 아프더라.”

 

부르르 떨며 기사가 팔을 감싸자 옆에 있던 기사가 고개를 저었다.

 

“그거야 네가 단장님하고 이야기하던 걸 들켜서 그런 거 아닌가.”

 

“음.. 그건 그렇지만?”

 

낄낄 웃는 기사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눈가의 주름이 깊게 패인 이가 탁자를 툭툭 두드려 시선을 모았다.

 

“어서 돌아가 정비하는 것이 좋겠네. 어서 끝내고 돌아가실 생각이실 것이 뻔하네. 물론 나 역시 그러하니 어서 엉덩이 발로 차기 전에 의자에서 떼어내게나.”

 

대놓고 나온 본심에 기사들이 얼른 엉덩이를 의자에서 떼어 천막 밖으로 향했다. 후다닥 떠나는 꼴을 보며 껄껄 웃었다.

 

“하여간 공작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런지.”

 

“어떻게 생각하긴. 징글징글하다고 생각하지.”

 

툭 튀어나온 말과 함께 기사의 육중한 몸이 위로 솟았다.

 

“아이고 공작님! 이 늙은이 심장 떨어지겠습니다!”

 

“아침마다 단원들 흙바닥에 굴리는 게 누군데 그런 말을 하지.”

 

기사가 머쓱하게 뒷머리를 향해 손을 올리다가 화통하게 웃었다.

 

“허허! 저도 어서 녀석들에게 가보겠습니다, 공작님!”

 

뒤꽁무니가 보이지도 않게 사라지는 모습을 공작이 빤히 바라보았다.

 

“월급을 까야겠군.”

 

천막의 앉아있던 면면들을 생각하며 공작이 중얼거렸다.

 

 

(이어지지 않습니다.)

 

 

 

뻣뻣하게 굳은 세인이 눈만 깜빡이며 앞을 바라보았다. 좌우로 붙은 시종들이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커다란 전신거울로 뻣뻣한 세인의 몸이 화려한 정복을 입고 시중을 받았다.

 

“음.. 좋아. 역시 괜찮네.”

 

모코모코 가죽으로 만든 소파에 등을 기대며 앉은 루벨린이 박수쳤다. 빠르게 좌우로 물러나는 시종들이 세인을 루벨린과 마주보게 돌려 세웠다. 노릇노릇한 피부와 순박한 얼굴은 잔뜩 관리 받아 윤기가 흐르고 까만 머리카락은 빛을 받아 반짝이며 곱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번 옷도 구매하도록 하지. 다음 옷 준비하게.”

 

“예. 이번이 마지막 옷입니다, 공작님.”

 

루벨린의 옆에 서있던 이가 고개를 숙였다.

 

“모두 움직이도록. 마지막 옷을 입혀드려.”

 

순식간에 시종들의 손에 이끌려 세인이 옆방으로 사라졌다. 흔들리는 동공이 루벨린을 바라보다가 사라졌다.

 

“귀엽지.”

 

루벨린이 킥킥 웃었다.

 

“귀엽네. 어디서 주워온 거야.”

 

흘끗 제 옆의 의상 디자이너를 바라보았다. 두꺼운 안경을 쓰고 머리를 위로 높게 묶은 디자이너는 데굴데굴 눈을 굴렸다.

 

“나한테 좀 빌,”

 

“안 돼. 절대로.”

 

고개를 완전히 돌려 루벨린을 바라보았다. 태연한 얼굴로 들어갔던 문만 바라보는 루벨린이 입을 열었다.

 

“언제는 내가 뮤즈라고 하지 않았나. 하아.. 그 때는 정말 얼마나 귀찮았는데. 내 나이가 조금만 더 있었어도 절대로 허락 안 해줬을,”

 

“거짓말 하지 말지. 나랑 신나서 온갖 거리를 꼬리에 불 붙은 타타쿠처럼 날뛰고 다녔으면서.”

 

어이없다는 눈을 확인하고는 루벨린이 큭큭 웃었다.

 

“아, 이거 참. 그래도 안 돼는 건 안 돼. 절대로.”

 

속눈썹이 팔랑이고 두꺼운 안경알로 녹빛을 띄는 눈이 의문을 품었다. 굳게 닫혀있던 입이 입술을 핥았다.

 

“이유는? 처음 보는데.”

 

다시금 등을 소파 위로 깊게 기대며 성글게 묶어 삐져나온 머리카락을 크게 뒤로 넘겼다.

 

“하나, 아무도 쉽게 보여주고 싶지 않으니까. 둘, 내 안에서 좋은 것만 주고 싶으니까. 셋, 너한테 가면 고생할 테니까. 넷, 내가 좋아하고 있으니까. 다섯, 나온 의류가 팔려서 누가 입고 있다는 걸 생각만 해,”

 

“그만해.”

 

질색하는 얼굴을 보며 방긋방긋 웃었다.

 

“원하면 앞으로 말하지 말던가.”

 

잔뜩 찌그러진 얼굴과 태평한 얼굴이 교차되었다. 안경을 빼고 가슴주머니에서 뺀 손수건으로 벅벅 안경을 문질렀다.

 

“예전에 나랑 같이 혼인? 그걸 왜 하지? 하던 루벨린 어디 갔나 모르겠네. 뭐 알 바 아니지만. 아쉽지만 포기하고.. 근데 너 저번에도 나 부르고 이번에도 나 불렀잖아. 앞으로도 계속 나 부를 거 아,”

부드럽게 문이 열리고 엉거주춤 걸어 나오는 세인이 팔다리를 같이 내밀었다. 몇 번이고 세인은 나올 때면 팔다리를 같이 내밀었다. 그런 세인이 귀여워 루벨린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공작 신분의 루벨린이 말을 하지 않으니 다른 이들은 언급할 수 없었다.

 

“고, 공작니이이임...”

 

개미가 속삭이듯 튀어나온 말은 루벨린이 쉬이 포착했다.

 

 

 

(이어지지 않습니다.)

 

폐하! 어디 가세요! -외전입니다-

 

 

화려한 금적발이 풀숲 사이에서 튀어나왔다. 얼굴과 몸 곳곳에는 흙이 묻고 반짝이는 금적발 위에는 나뭇잎이 붙어있었다.

 

“흠. 아무래도 속은 느낌이 드는데.. 하여간에 아바마마는 어마마마가 없으면 여엉 여어어엉! 믿으면 안 된다니까.. 돌아가야 하,”

 

붉은 홍안에 보드라운 갈색이 들었다. 갈색 머리카락이 어깨에 닿을 듯 살랑이고 단정하고 고급스러운 의상이 눈을 빛냈다. 커다래진 눈이 뒤를 쫒고 단정한 몸이 뒤로 돌았다. 선명한 녹빛 눈과 마주쳤다.

 

“아.”

 

허리를 숙여 인사하려는 듯 행동을 보이기도 전에 후다닥 달려나갔다. 뽀얀 볼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이름이 뭐야?”

 

비슷한 키와 체격으로 눈을 마주보았다. 반짝이는 붉은 눈이 침착한 초록빛 눈을 아로새겼다.

 

“그,”

 

“아, 성은 말하지마. 오롯이 네 이름을 말해.”

 

단언한 문장은 불타오르듯 붉었다.

 

“네이실입니다. 전하.”

 

눈썹이 삐죽 올라갔다.

 

“전하가 아니다. 체스페시오다. 나는 너에게 이름을 물었고 답하였으니. 나 역시 이름을 말해야 한다. 지금 만난 것은 나라는 사람과 너라는 사람이 만난 것이기 때문이다.”

 

단호한 어조에 네이실이 다시금 허리를 숙였다. 제국을 이끄실 분의 앞날은 창창하기 그지 없었다. 바스락 풀잎이 헤치는 소리가 들렸다. 체스페시오가 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짧게 비명을 질렀다.

 

“악! 안 되는데! 아직 아니 된다!”

 

안도의 숨을 내쉰 기사가 빠르게 다가왔다.

 

“전하! 폐하께서 찾으십니다! 아이고! 시종들에게 물을 받아노라 일렀으니 어서 가셔서 준비하시고 가시지요! 절대! 도망 못 가십니다!”

 

“아바마마가 나보고 나가라 그랬는데! 아 진짜아아..”

 

흘끔 체스페시오가 네이실을 흘끗이고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땅을 몇 번 발로 쿵쿵 내려치고는 숨을 후 뱉었다.

 

“좋아. 가지. 앞장 서. 다른 기사들 부르고.”

 

빠르게 진정한 체스페시오가 고개를 돌려 네이실을 바라보았다.

 

“있다가 보지. 네이실.”

 

움찔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네이실의 어깨가 위로 튀었다. 짧은 문장 후 기사를 따라 가는 체스페시오의 뒤를 보았다. 허리를 숙였다.

 

“예. 조금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전하.”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시종이 나타나 허리를 숙였다.

 

“공자님. 공작님과 폐하께서 찾으십니다.”

 

“알겠네. 뒤를 쫒을 테니 앞서 가게나.”

 

풀이 밟히는 소리가 점점 사그라들고 정원은 잘은 바람만 불었다.

 

 

캐비어님 심해어들 을 제 문체로 바꿔 썼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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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두근 두근 두 근 이 것이 아니라면

혹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이 아닐까.

야마구치 타다시는 심장이 뛰는 것을 알 수가 없었다. 항상 머리로는 차분해야 한다고 되뇌면서도 이런 생각의 근본부터 차분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걱정하지 않도록 나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생각을 이었다. 현재 해야할 것. 처음 쉴 수 있는 곳을 찾는다. 두, ㅅ 죽지 않는다 죽지 않는다 죽지 않아 죽지 않아 숨. 을 쉬면 죽지 않아. 숨을 쉰다 숨을 쉰. 막혔다. 숨이 막혔다. 진공상태에 들은 것처럼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진공상태도 아니었고 숨을 쉬어야 했다. 숨을 들이마셨다. 들이켜선 안 되었음에도 들이켰다. 쉽게 숨을 헐떡였다. 주변에 숨겨야 한다는 것을 생각할 여를 없이 야마구치 타다시는 숨을 쉬어야 했다. 숨을 들이쉬고 들이쉬고 들이쉬고 들이쉬고 들이쉬고 들이쉬고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생리적으로 맺힌 눈물 속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 깊은 바다를 생각했다. 만약 깊은 바다에 잠긴다면, 아니. 깊은 바다에 사는 심해어가 뭍으로 나온다면 야마구치 타다시처럼 한껏 발버둥 치고 숨을 쉬려 발악했을 거라 생각했다. 흐린 눈으로 시야를 확인했다. 도드라지는 시각적으로 길고 노란 것. 그리고 것들. 사람. 사람들. 걱정하면, 들이켠 공기가 아프고 짜 폐를 찔렀다. 폐인가 기관지인가. 차라리 기절한다면 편할 것을 이라 생각하며 입으로는 걱정하지 마세요 라고 말하려 했다. 안정하도록 괜찮아 까지, 괜찮지 않다. 괜찮지 않다. 아파. 아파. 아파. 숨. 괜찮. 아파. 살려. 살려주세요. 아파. 아파. 아파. 살려, 살려줘.
무언가 감싸졌다. 야마구치 타다시는 이 것이 올바른 것이라 알고 있었다. 그렇다 한들 숨이 부족한 것은 틀림없었다. 숨을 쉬어야 했다. 가장 익숙한 목소리를 어눌하게 인지했다. 알고 있는 것. 알고 있어. 살려줘. 도와줘. 뭍에선 숨을 쉴 수가 없다.

열넷의 누군갈 구한 것처럼.



숨 쉴 수 없었다. 밤늦게까지 숙제를 하느라 잠이 부족해서 일 수도 있다. 혹은 중간고사 성적에 대한 부모의 유독 차가운 말 때문일지도 모른다. 학교에 늦으면 필히 부모의 꾸중을 들을 테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아니, 아직 괜찮을 거다. 빨리 정신을 차리면 된다. 늦지 않는다. 아직 츠키시마에게 답장하지 못했다. 미안해. 곧 괜찮아질거야.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천천히 숨을 내쉬면 된다.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ㄷ. 괜찮지 않다. 순식간에 억눌리고 압도당했다. 무섭다.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살려주세요. 그 단 한마디마저 나오지 못한 채 꺽꺽거렸다. 현관바닥의 차가운 냉기마저 느끼지 못하고 위에서 억눌리 듯 통증이 일었다. 물고기가 안온한 바다에서 공기 중으로 나온 듯 펄떡이며 숨을 갈망했다.
야마구치 타다시는 공기 중에서 익사하는 중이었다.
아주 작은 온기마저 없는 곳에서 뿌옇게 흐려졌다. 정신을 잃는 것과 달랐다. 차라리 그 것이 나았다. 육체에 휩쓸리는 중이었다. 숨을 쉬고 쉬고 쉬고 쉬었음에도 숨이 부족했다. 키가 자랐음에도 숨을 담기엔 부족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바닥을 애써 기었다. 괜찮아 라는 말 따위는 도움 되지 않는다. 사실을 인지했다. 아무도 없었고 없으며 없을 것인 이곳엔 오롯이 혼자였다. 야마구치 타다시라는 개체 혼자 받아내고 인내해야 할 일이었다. 후에 죽을 거라는 무서운 공포가 닥쳐와도 홀로 감내해야 할 것을 알기에, 앞으로 얼마나 이어지고 얼마나 수많을지를 알기에 더더욱 비참했다.

현관은 어두웠다. 시야라기보다 위치적으로 빛이 적은 곳이었다. 그랬기에 더더욱 환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현관문은 열렸고 아침 햇살이 들어왔다. 부모일 리는 없다. 시간도 시간이었고 그들이라기엔 조심스러웠다. 얼핏 소리를 들은 느낌이 있었지만 그럴 리 없다. 이토록 무섭고 아프고 외로운 상태이기에 환청과 환각을 보는 거라고 여길 수 있었다. 어쩌면 주마등일지도 모른다. 죽을 때 주마등을 본다고 들었으니 그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몰랐다. 금색으로 물들었다. 작은 온기가 따뜻했고 몸이 흔들리는 감촉을 느꼈다. 숨이 부족했다. 숨을 들이켜고 들이켜고 들이켜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금색이 내려왔다.


야마구치 타다시의 세계가 회전했다. 그제야 인식할 수 있었다.


츠키시마 케이가 정석의 인공호흡을 한 건 아니었다. 키스도 아니었다. 그저 단순히 숨과 숨을 교환해 호흡한 것. 종이봉투나 비닐을 이용한 것과 같은 그런 것이었다. 그럼에도 야마구치 타다시라는 개체는 인식했다. 붉은 아가미로 생그러운 물이 가득 올라 차고 바스러지던 세계 사이로 따스한 온기가 품을 가득 데우고 끌어안은 것을.

바다가 생겨났다.
받지 못했던 것을 받았다.
최초의 호흡이었다.





츠키시마 케이가 야마구치 타다시의 얼굴을 덮었다. 둥글게 만든 손으로 코와 입을 감싼 것이었다.

“누구든 종이봉투, 비닐도. 아니 뭐든 좋으니까, 부탁드립니다.”

츠키시마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을 본 이는 드물었다. 그것을 본 사람은 츠키시마의 품 안에서 숨을 쉬기 위해 꺽꺽였다. 사람이 익사하는 것을 보는 것 같았다. 공포인지 두려움인지 혐오인지 모를 감정이 섞였다. 걱정보다 크게 감도는 죽음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과 도망치고 싶은 감정 사이의 혼란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스가와라인가 히나타인가 그것조차 모를 만큼 츠키시마는 야마구치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야마구치. 괜찮아. 정신 차려. 야마구치. 야마구치. 야마구치. 진정해. 야마구치. 야마구치. 괜찮아. 야마구치.”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야마구치를 껴안고 등을 쓸었다. 계속 말을 걸었다.

“야마구치. 진정해. 괜찮아. 숨 쉬어. 천천히. 야마구치. 얕게 쉬어. 깊게 쉬지 마. 야마구치. 야마구치. 내 말 들려? 괜찮아. 괜찮아.”

야마구치 타다시를 진정시키기보다 츠키시마 케이를 진정시키는 것에 가까웠다. 침착하지 못한 채 야마구치의 손 위에 손을 다시금 겹쳤다.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린 손을 마찬가지로 하얗게 질린 손으로 쥐며 말을 걸었다. 야마구치의 의식을 어떻게든 잡으려 노력했다. 야마구치의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것을 천천히 피며 깍지꼈다.



우카이도 타케다도 오래 걸린다. 구급차는 소용이 없을 거다. 짧디짧은 시간이 길어 츠키시마는 불안했다. 알고 있는 모든 것 중에서 종이봉투가 한계였다. 현재 야마구치 타다시의 상태를 몰랐다. 츠키시마 케이는 무지하고 무력했다. 자신을 향해 차오르는 혐오감에 야마구치를 더욱 강하게 잡았다. 애써 숨을 절제하며 야마구치의 호흡기를 손으로 감쌌다. 숨이 손바닥에 닿았다. 와중에 철제난간을 만진 손에서 쇠 냄새가 날까 걱정했다. 숨을 쉬려는 간절함이 손목을 쥐는 데도 쓰잘데기 없는 걱정이 튀어나간 것에 혐오했다. 야마구치의 손은 차갑고 따스했다. 야마구치의 몸을 자신에게 기대게 했다. 야마구치는 숨을 쉬기 위해 노력했다. 츠키시마의 손 위로 손을 눌렀다. 몸을 웅크리는 야마구치를 따라 츠키시마가 움직였다. 맞닿은 몸으로 야마구치의 상황을 느낄 수 있었다. 심장은 느린 것도 빠른 것도 느껴졌다. 분명한 건 츠키시마 케이의 심장은 그보다 빨랐다.


츠키시마는 야마구치와 부실로 향했다. 조금 어두우며 조용한 곳이 필요했다. 침착하기 위해 노력했다. 츠키시마는 최대한 사와무라와 스가와라에게 설명하려 노력했다. 두 명은 어른이 오기 전까지 야마구치를 츠키시마에게 맡겼다. 기실 맡기기보다는 츠키시마를 살피고 수긍했을 뿐이었다. 처음부터 그 두 명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누구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압도당한 것뿐이었다.
야마구치의 등이 캐비닛에 기대어졌다. 야마구치의 손이 뻗어졌다. 츠키시마가 숨을 크게 마셨다. 몸을 낮추었다. 힘 하나 없이 기댄 야마구치의 눈에 초점이 있는지 없는지 츠키시마는 알 수 없었다. 단지 입술을 붙였다. 입술이 부드럽고 따스한 것에 대해 츠키시마는 생각을 이어도 안 되었고 생각해서도 안 되었다. 그저 이것으로 야마구치가 숨을 쉬게 해야 한다는 것만 생각해야 했다. 과호흡 상대에게 이것은 효과적이다. 정확히는 과호흡의 야마구치에게. 거리낌 같은 건 없다. 그래야 한다. 두근거리는 소리가 귀로 들리는 것은 그저 야마구치의 안위에 대한 것뿐이었다. 폐가 터질 만큼 길고 커다란 숨을 야마구치에게 불어넣었다.
안온한 바다가 차올랐다.


천천히 숨이 되돌아오는 야마구치가 숨을 내쉬었다.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처럼 헐떡이지 않았다. 츠키시마 케이로서는 야마구치 타다시가 바다로 돌아간 것인지 바다에서 꺼내진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야마구치의 초점이 조금씩 돌아오고 무언가 말할 것처럼 입을 열었다. 다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숨을 가득 들이마셨다.

가볍게 야마구치의 턱을 잡아 올렸다. 작게 벌어진 입에 입을 맞췄다. 고개를 살짝 틀고 입술을 제대로 맞물렸다. 야마구치 타다시는 이제 숨을 쉴 수 있었다.

그 때야 츠키시마 케이는 온전히 숨 쉬었다.

크게. 숨 쉬었다.




2월 4일에 열리는 쿠키런 온리전 내 거친 반죽과 불안한 아이싱에 나가게 된 탱입니다.

부스 위치는 티-7a 입니다.

구두예약 수량을 합한 소량을 가져갑니다


쿠키런 온리전 계정 cookie_only_













같은 문장 앞 or 뒤 레셔 
리에야쿠 뒤





 야쿠가 부드럽게 웃었다. 울쌍을 하며 코즈메를 졸졸 쫒는 하이바를 눈으로 쫒았다. 말랑한 볼이 붉었다. 쭈욱 드링크통을 눌러 드링크를 마셨다. 그냥저냥 똑같이 달릴 거 달린, 시큼한 땀냄새 나는 고교 1학년일 뿐인데 야쿠의 눈은 하이바를 쫒았다. 뜨끈한 열이 볼에 몰리자 손바닥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찰진 소리가 크게 울리자 동그란 눈들이 몰렸다. 

 “야쿠선배!” 

 “어이 야쿠. 괜찮냐?” 

 “야쿠씨!!” 

 “호들갑 떨지마. 그냥 정신이 산만해서 그런거니까.” 

 손자국이 날 듯 발갛게 올라오는 볼에 슬슬 손등으로 문질렀다. 체육관 등에 눈이 반짝였다. 



 킁킁 밤공기에 매연냄새가 섞였다. 와글와글 10대 청소년들의 방과 후 하교길은 시끄러웠다. 저마다 군것질거리를 하나씩 입에 물고 생글생글 웃었다. 

“야쿠씨이! 야쿠씨는 뭐 먹을 때도 귀엽네요!” 

한심함 가득한 시선들이 하이바를 찔렀다. 야쿠가 얼굴을 찌푸리며 다리를 들어올리자 하이바가 큰 몸을 구기며 뒤로 물러섰다. 

“야야야야야쿠씨이??!!” 

잔뜩 구겨진 얼굴로 하이바를 쳐다보던 야쿠가 다리를 내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 됐어. 내일 리시브 2배니까 리에프. 나 먼저 간다.” 

“에엑?! 야쿠씨!! 2배요?! 아아안돼요오!! 야ㅋ.. 퀣!” 

쿠로오와 이누오카가 각자 하이바의 입과 팔을 붙잡았다. 길쭉한 덩치가 구겨지듯 잡힌 모습에 야쿠가 푸핫 튀어나오는 웃음을 짓고는 길을 걸었다. 뒷모습을 하이바가 빤히 쳐다보았다. 눈동자가 세로로 길쭉해져 있었다. 



 “아아 정말. 어쩌다가 좋아하게 된 건지 모르겠네.” 

 야쿠가 제 머리카락을 슬슬 헝클였다. 북슬북슬 흔들리는 머리카락 속으로 퐁퐁 하이바가 나타났다. 해맑게 웃는 얼굴이 나타나자 야쿠가 신경질적으로 팔을 휘둘렀다. 붉은 얼굴을 한 채 입술을 삐죽였다. 

 “좋아해 리에프.” 

가만히 멈춰있더니 방방 뛰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빨간 제 귀를 손으로 덮었다. 푸욱 한숨이 터져나왔다. 

 “물론 이런 말은 절대로 입 밖에 내놓지 못하겠지만.” 

 씁쓸하게 웃은 야쿠가 제 발걸음을 재촉했다. 꿈뻑꿈뻑 가로등이 늘어졌다.




같은문장 문단 앞 or 뒤 레셔님
앞 마츠하나 
문장: 나라면 널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줄께. 넌 아무것도 변할 필요없어. 








 나라면 널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줄께. 넌 아무것도 변할 필요없어. 

 마츠카와 잇세이에게 있어서 벚꽃색은 특별했다. 특히 고등학교 3학년이 된 현재에 있어 벚꽃색은 뗄레야 뗄 수 없었다. 육체는 물론 정신까지도. 

 * 

죽 늘어진 그림자가 일렁였다. 길죽한 그림자가 길거리 가득한 그림자를 가지고 놀았다. 걸음소리가 이어졌다. 아래로 처진 눈꼬리며 눈썹이 나른한 분위기를 가득 풍겨냈다. 단단한 어깨와 하늘로 뻗은 늘씬한 키는 위험한 색기마저 뽑아냈다. 손에 들린 봉지가 바스락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아이스바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으.. 흐..” 

근육이 움직였다. 동이근이 움직이고 시선이 움직였다. 나른한 눈매가 매끄럽게 떨어졌다. 

 “하.. 으..”

 단단한 입매가 비죽 올라섰다. 흥미가 새겨졌다. 걸음이 동이근과 함께 움직였다. 바스럭바스럭 봉투가 요란하게 울었다. 

 - 

 가로등 불빛이 닿지않는 어두운 사각지대에 웅크려진 어깨가 떨렸다. 짙게 내뿜어지는 숨소리가 질척하게 가라앉았다. 발걸음 소리가 가로등을 향했다. 고개가 들렸다. 눈이. 마주쳤다.

 “하나.. 마키?” 

 “마츠.. 카와.”

 세로로 쭉 찢어진 눈동자가 마츠카와의 얼굴을 찍었다. 땀으로 젖고 피 가득한 손가락과 목줄기에 마츠카와가 다급히 하나마키에게 향했다. 

 “멈! 컥! 멈춰, 마츠카와!” 

하나마키의 입에서 핏방울이 튀어나왔다. 하나마키의 눈이 발갛게 충혈되기 시작했다. 바닥에 떨어진 핏방울이 절그럭거리며 마츠카와를 향했다. 마츠카와가 걸음을 옮겼다. 

 “마츠카와!”

 하나마키의 눈에서 피가 흘렀다. 달콤한 향이 떠올랐다. “하나마키.” 마츠카와의 몸이 하나마키를 향했다. 핏방울이 마츠카와를 향했다. 하나마키의 얼굴 가득 경악이 솟아올랐다. 

 “마츠카와!!”

 마츠카와의 몸을 향하던 핏방울이 멈췄다. 느릿하게 하나마키에게 향했다. 하나마키의 눈이 마츠카와를 응시했다. 

 “하나마키. 집에 가자.”

 “하..? 미안한데 마츠카와. 너 있으면 내가 무지 힘들거든? 내가 알아서 갈테니..”

 마츠카와가 하나마키의 근처에 도달했다. 수돗물냄새, 샤워코롱 냄새, 면도크림냄새, 약간의 땀냄새와 특유의 체향이 하나마키의 코를 간질였다. 핏방울이 꿀렁였다. 

 “이거 때문이야?”

 마츠카와의 얼굴 가득 나른한 웃음이 지어졌다. 마츠카와의 손가락이 하나마키의 눈가를 쓸었다. 

 “좋네. 너한테 묶이는 거지?” 

 “하..”

 묵직한 색기가 마츠카와를 감아올리고 하나마키를 옭아맸다. 

“진심이야, 그거?” 

 “당연히? 내가. 너한테 왜 잘해줬는데? 알고 있었잖아?” 

하나마키의 눈이 붉게 물들어갔다.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아, 정말. 알고 있었어?”

 “당연히? 학년 초부터 거진 반년을 그런 눈으로 쳐다보면 누가 모를까.” 

마츠카와가 하나마키의 턱을 쥐어 올렸다. 하나마키의 손이 마츠카와의 멱살을 잡아내렸다. 

 “좋아. 나는 뱀파이어야. 그 것도 발정난 뱀파이어. 지금까지 발정은 없었는데 네가 너무 맛있게 나서 안 그래도 다가가려고 했거든. 근데 네가 먼저 오더라고? 그 때 네 눈보고 알았지. 내 꺼구나.”

 매끈하게 올라가는 입꼬리에 눈에 고여있던 피가 주륵 흘러내렸다. 마츠카와의 입술이 하나마키의 이마에 닿았다. 

 “좋아. 서로 알면서 모른 척 했던거네. 이제부터 내 꺼네.” 

 마츠카와의 얼굴 가득 웃음이 지어졌다. 나른한 색기가 훅 풍기며 하나마키의 코를 거쳐 뇌를 파고들었다. 하나마키의 얼굴 가득 웃음이 새겨졌다. 

“좋아. 내꺼.”

 입술이 부딪쳤다. 입술이 열리고 혀가 맞닿았다. 부벼지고 빨아들이고 얽히던 혀가, 입술이 멈췄다. 하나마키의 입이 재차 열였다. 

 “후회는 없어?” 

 “당연히.” 

 “푸핫. 좋아.” 

 입술이 닿았다. 혈향이 달큰하게 일렁였다. 

 - 

 “마으아아. 어애?” 

슈크림을 가득 입에 넣은 하나마키가 마츠카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손가락이 하나마키의 입 주변에 묻은 크림을 닦아 입으로 직행했다. 하나마키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내 껀데..” 

 “으응? 하나마키가 내 꺼라고?”

 능글맞은 마츠카와의 목소리에 하나마키가 모르쇠를 일관하며 슈크림을 입에 넣었다. 마츠카와의 얼굴 가득 단내가 풍겼다. 

“오랜만에 침대에서 움직일까. 히로.” 

 속삭임이 귀를 뭉근히 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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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가 팬텀 & 인형 루미너스





고급진 문이 열렸다. 하얀 손이 보이고 화사한 금발이 보이며 팬텀이 모습을 온전히 가게로 들어섰다. 정렬된 진열장 위 가장 구석 먼지 쌓인 하얀 인형이 진한 보라색 눈에 겹쳐졌다. 먼지가 켜켜이 쌓였으나 곱게 마련된 인형은 푸른 눈을 빛냈다. 인형이 눈에 들은 팬텀이 가게주인을 불렀다.


"샤이닝 로드라고 하는 인형입니다. 정말 이 아이를 데려가시겠습니까?"


"그래. 집사."


자안이 옆에 서있던 집사를 향하고 집사의 허리가 굽혀졌다. 미련없는 발걸음이 가게를 벗어났다.


-


"동쪽에서 온 천입니다, 나리. 품질은 최상급으로 겨우겨우 데려온 아이입니다. 동쪽에서도 흔치 않아 황실로 향하는 것이라고 어렵게 데려왔습니다. 결이 무척 좋은 녀석입니다."


"아아, 이거하고 내 평소 주문하던 천들로 주게."


습관적으로 주문을 함과 동시에 새로운 천을 챙긴 팬텀이 집사를 불렀다. 집사의 허리가 얕게 숙여지고 천들이 곱게 말려 짐꾼들의 어깨 위로 올라섰다. 팬텀의 금발이 흐드러졌다.


*


나무결이 드러나는 탁자 위 하얀 인형이 반짝였다. 팬텀이 방으로 들어서고 얕은 발걸음이 인형을 향했다. 길쭉한 손가락이 인형을 집어들었다. 자안과 마주쳤던 푸른 눈은 그 옆 붉은 눈을 지녀 오드아이를 가지고 있었다. 흔치도 희소하지도 않은 색조합이였으나 애매함이 주는 기묘한 느낌의 기분에 팬텀이 탁자 위로 올려놓았다. 비죽한 웃음이 팬텀의 입에 걸쳐졌다.


딸랑


시종을 부르는 종이 울리고 곧 노크소리와 함께 시종이 들어섰다.


"오늘 가져온 천, 여기 인형 옷 만들어서 입혀놓도록 해."


"네. 더 필요하신 건 없으신가요."


"아아. 가봐."


시종이 방을 나서고 팬텀이 인형의 머리를 툭 건드렸다. 기우뚱하다가 바로서는 인형을 쳐다보고는 곧 책상으로 향해 펜을 들었다. 책상 한면 가득 서류가 누워있었다.


_


반복적인 서류처리가 계속 이어지고 펜이 멈춰섰다. 팬텀이 서랍을 열어 손을 넣었다. 얇은 끈이 팬텀의 손에 걸려 나타났다. 팬텀의 발걸음이 탁자를 향했다. 사용감이 묻은 천을 인형의 목에 걸어 리본으로 매듭지었다. 남은 끈을 잘라낸 팬텀이 제 턱을 괴었다.


"인형의 목에 달린 리본은 주인이 있음을 나타내지. 거기에 그 리본이 주인이 어릴적 사용하던 리본이라면 어떨까, 샤이닝 로드."


만족이 가득한 얼굴의 팬텀이 인형의 머리카락을 곱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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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랜나르





밝은 색의 머리카락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매끈한 얼굴을 퉁퉁 부풀린 채 나르키가 제 발목을 쳐다보았다. 잔뜩 골이 난 모양새에 크랜이 한심함이 가득한 얼굴로 나르키를 응시했다. 발갛게 변한 발목은 보기만 해도 시큰거림을 자아냈다.


"정말, 이게 뭡니까. 발목을 아예 동강내지 그래요. 발모가지가 아주 그냥. 그 좋아하는 방송에 나가지도 못하고 말이죠. 아아아주 자알 하셨습니다. 예에?"


크랜이 한껏 인상을 찌푸리며 나르키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하얗게 김이 오르는 뜨듯한 수건이 나르키의 발목에 올라갔다. 발목에 느껴지는 시원함에 나르키가 눈썹을 풀어냈다. 풀어진 눈썹이며 볼의 형태에 크랜이 앙심을 담아 나르키의 발가락을 꼬집었다.


"으앗! 크래앤! 정말 나처럼 이 완벽한 미모와 능력을 가진 사람을 혼내는 건 크랜밖에 없을거야..!"


나르키의 볼을 부풀어지며 입술이 뾰족히 튀어나왔다. 물 밖에 건져진 붕어처럼 나르키의 입술이 연신 벙긋거리며 꿍얼거렸다. 자잘자잘하게 들려오는 투덜거림에 크랜의 얼굴에 음영이 졌다. 유도화가 개화했다.


"아, 아. 그. 러. 세. 요? 이거 어쩌나? 저는 나르키를 좋아하는데?"


나르키가 눈을 감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제 상체를 뒤로 기대며 손으로 지탱했다. 크랜이 조용히 다가갔다. 유도화가 꽃잎을 펼쳐냈다.


"에에 그치만 크랜은 매일 나 혼내기만 하고오. 나같이 완벽한 미모를 가진.. 헉! 설마 이 완벽한 나르키님이 방송에 나가는 게 부러웠ㄷ..?!"


나르키가 눈을 떴다. 크랜의 얼굴이 나르키의 얼굴과 5센티 정도로 가까웠다. 눈이 마주쳤다.


"에, 크랜?"


"네, 저인데요. 그 잘나빠진 얼굴 가까이서 보니까 별로네요."


심드렁한 얼굴로 크랜이 말을 끝냈다. 덤덤한 말에 나르키가 울컥 말을 높였다.


"뭐?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이 얼굴! 얼마나 미인인데! 내 방송 보러오는 이들이 얼마나 내 이름을 부르는 줄 알아? 나르키! 나르키! 하면서! 응?! 크랜이 너무하다구!"


나르케가 연신 제 볼을 부풀렸다. 7살 먹은 아이처럼 땡깡을 부리며 크랜에게 제 말을 쏟아냈다. 말랑한 나르키의 볼이 크랜의 손에 잡혔다. 크랜이 입꼬리를 비죽 올렸다. 나르키의 볼이 좌우로 양껏 늘어났다.


"이 얼굴짝. 요 놈의 얼굴! 이 넙치같은 얼굴이 그냥!"


"으후으아아아 흐헨! 흐헨! 아하! 아하! 으아해애"


나르키가 제 팔을 바동거렸다. 나르키가 크랜의 몸을 밀어보지만 볼에 들어가는 악력에 아픔을 느끼고는 강하게 밀쳐지지 않았다. 차마 발은 사용하지 못한 채 크랜의 손에 양 볼이 잡혀 나르키의 얼굴이 흔들렸다. 크랜의 뒤에 소악마가 나타나 코딱지를 파 튕겼다. 나르키의 눈에 서운함이 몰려들었다.


츠챱


나르키의 볼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얀 피부인지라 발갛게 물든 볼이 크랜의 눈에 더 들어왔다. 나르키가 제 볼을 감싸쥐었다. 고개를 왼쪽 아래로 살짝 숙인 나르키가 꿍얼거렸다.


"치, 어떻게 이 국보급 얼굴을 무자비하게 잡아당기는거야. 이 나르키님의 얼굴은 무척 소중한데. 체, 체, 쳇! 크랜 너무해. 너무하다구. 어떻게 이런 짓을..!"


"하아.."


크랜의 한숨에 나르키가 움찔하며 입을 닫았다. 적막한 공간에 나르키가 눈을 흘끼며 크랜의 눈치를 보았다. 크랜의 손이 나르키의 머리 위로 올라왔다.


"적당히 좀 해요, 나르키. 오늘 발목 다친 거처럼 손목 다치면 어떻게 하려구요."


크랜이 나르키의 머리를 결대로 쓰다듬었다. 눈가를 엄지손가락으로 문지르고는 손바닥으로 나르키의 볼을 감쌌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미열에 크랜이 손을 움직여 나르키의 볼을 살짝 부벼주었다. 볼에서 느껴지는 애정에 나르키가 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미안, 조심할께.."


말을 마친 나르키가 제 고개를 움직여 크랜의 손바닥에 제 볼을 부볐다. 나긋하게 느껴지는 온기에 크랜이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따스한 분위기가 잔뜩 퍼지고 크랜이 제 입술을 나르키의 입술 위로 꾹 눌렀다. 말캉하니 다가온 온기에 나르키가 환하게 웃었다. 마타리꽃이 개화했다.


"크랜도 내 미모에 넘어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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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밤바다





짐정리를 하다가 점점 노을지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바다 수평선으로 깔리는 홍빛에 얇은 가디건을 손에 쥐고 신발을 구겨 신었다. 짭쪼롬한 바다내음이 코로 가득 몰려왔다. 웃음소리가 귀를 스쳐갔다. 잠시 주변에 눈을 돌리다 바다를 향해 걸었다. 점점 짠내가 강해지고 파도소리가 가까워졌다. 바다가 나타났다. 붉은 해가 바다를 물들이고 있었다. 해가 저물어갔지만 아직 바다는 붉었다. 노랗고 붉은, 주홍빛을 띄는 바다가 너를 닮았다.

“하아..”

너를 꼭 닮은 색이 찬란하게 바다를 물들였다. 저처럼 너도 나를 물들였다. 느리게 저물어가는 해처럼 너도 저물었다면 좋았을 것을. 너는 어째서 그리 빨리 저버렸나. 왜그리 빨리 저버렸을까.

고등학교까지 엮였던 소꿉친구의 관계를 보다 달달하고 아릿하며 행복한 관계로 발전시킴으로서 너와 나는 행복을 만끽했었다. 앞선 시간을 보낸 것이 헛되지 않게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은 당연히 아는 것이였다. 그 뿐일까 부모님들 마저도 조금은 알고 계셨다며 인정해주셨다. 아쉬움 가득하셨지만 정말로 가족이 되었다고 하시며 웃으셨지. 나 역시 그리 느끼고 충만한 감정이 마음에 피어올랐었는데.. 네가 그리 저물지 않았다면... 너는 정말이지 그렇게 커다란 존재였고 존재이며 존재했을 거였다.

해가 사라졌다. 까만 밤하늘이 바다를 물들였다. 그래. 너 역시 저랬다. 환하게 웃던 그 얼굴이 거멓게 죽어버렸었지. 나를 보며 웃어보이던 그 얼굴도, 나에게만 보이던 색기어린 얼굴도. 아니, 네가 나에게 보이고 주었던 모든 감정, 행동들이 모두 붉게 물들며 철지난 동백꽃처럼 떨어졌었다. 그렇게 저버리는 것을 내가 모두 보았다. 그 와중에도 너는 아스라이 웃어보이며 내 걱정을 했었다. 짠내 짙은 바람이 볼을 스쳤다. 밤바다가 울렁였다. 손이 허전했다. 검고 검은 바다가 앞에 펼쳐져 있는 이 상황에서 너는 어떤 말을 했을까.

‘너랑 같이 보니까 운치있는 거 같아.’
‘다음에 또 보러오자! 그 때에는 밤바다 보면서 밤을 새는거야!’
‘진해야! 불꽃놀이 하면 예쁠 거 같아!’

너는 정말이지 내 빛이였고 내 꿈이였으며, 나의 하나뿐인 소중한 애인이였다. 아니, 애인이다. 너는 아직 나에게 있어서는 잊지 못하고 잊지 못할 내 하나뿐인 사랑이니까. 바닷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는지 볼이 차갑게 식었다. 챙겨온 가디건을 대충 꿰어입었다. 멍하니 서서 바다를 바라보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걸까. 저녁놀을 괜히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녁놀을 보지 않았다면 밤바다를 보며 울 일은 없었을텐데. 아니. 그저 저물어가는 해를 보며 방에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점점 볼에 감각이 사라졌다. 계속 눈물이 나는지 따뜻하고 차가워짐을 반복했다. 아마 내일 일어나면 눈이 부어있겠지. 네가 봤다면 깔깔 웃으면서도 얼음을 대주었을거야. 조금씩 대어주다가 눈이 정도껏 가라앉으면 뽀뽀를 해주면서 웃었겠지. 활짝 개화한 진달래꽃처럼 너는 그리 웃었을거다. 그러면 나는 네가 흔히 말하던 개화한 벚꽃처럼 웃었을테지.

푹! 큰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손잡고 지나가던 연인 중 남자가 엉덩방아를 찐 탓이였다. 멋쩍게 웃는 그 얼굴 위로 짖궃은 웃음소리가 퍼졌다. 시원스런 웃음소리에 부루퉁한 표정의 남자가 제 애인을 잡아 넘어트렸다. 행복해 보이는 모습에 갑자기 배알이 꼴려 고개를 돌렸다.

나도 저러던 시간이 있었는데. 너와 내가, 비록 동성커플은 환영받지 못한다한들. 네가 같이 있기에 행복하던 그 시간들이 있었는데. 울컥 솟구치는 짜증에 주머니를 뒤졌다. 값 올라간 담배 한곽이 잡혔다. 열어재껴 한개피를 물었다. 하얗게 연기가 피어올랐다. 검은 밤바다에 사별한 동성애인을 둔 남자가 알콩달콩한 커플을 보고 배알이 꼴려 담배를 문다라. 하찮고 하찮은 놈아. 5년. 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러냐. 내면이. 울부짖었다. 소꿉친구로 18년!! 애인으로 9년에 가까운 세월을!! 어떻게 5년으로 잊겠나!! 피부가 벗겨진 듯 쓰렸다. 숨을 들이마시자 벌겋게 담배가 달아올랐다. 폐 속으로 연기가 차올랐다.

손을 내려다보았다. 검은 밤바다와 뒤에서 빛을 발하는 가로등, 그 사이 애매한 밝기 속에 서있는 사람 하나. 나는 왜 이 곳에서 떠나지 못하는가. 앞이던 옆이던 가야하는데 머무르고 있을까. 물었다. 내가 잊을 수 있어? 내가 가슴에 묻을 수 있어? 과거를 지켜볼 수 있어? 내가 달래를 포기할 수 있어? 모든 질문의 답은 아니오. 나는 할 수 없다. 나는 불가능하다.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차가운 볼이 느껴졌다. 또한 눈물자욱이 선명히 느껴졌다. 나는 달래가 보고싶다. 이거 하나만은 인정할 수 있었다.

더듬거리며 목걸이를 찾았다. 얇게 이어진 줄에 달린 두개의 링을 잡았다. 깔끔하면서도 유려한 반지에 괜시리 눈이 시렸다. 이 걸 끼던 네 손가락이 생각났다. 네 손가락에 끼워줄 때 너는 발간 눈으로 웃었다. 고인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고 나는 그 볼을 감싸쥐며 달디 단 키스를 했었지. 반지에 입을 맞췄다. 앞으로 22년이 지나면 너를 잊을 수 있을까. 아니, 더이상 울지 않을 수 있을까. 27년의 인연 중 5년이 지났다. 여전히 나는 아프다. 나머지 22년이 지난다면 괜찮아질 수 있을까. 눈을 뜨고 바라본 앞은 검고 까맸다. 밤바다는 어둡고 질척였지만 그만큼 감성적이고 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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