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타카데이

시간대는 윈터컵 후라는 설정입니다. 아직 3학년즈가 졸업, 퇴부 전의 시간대 입니다.










탁탁

화면에 글자가 나타났다. 조금은 붉은 귀가 녹빛 머리카락 사이로 도드라졌다.

『내일은 챠리어카를 놓고 오라는 것이다.』

띠링

경쾌한 소리와 함께 메일이 전송되었다. 눈 사이를 손가락으로 꼭꼭 누른 미도리마가 안경을 벗었다. 감정이 울렁였다.

*

“신쨩! 신쨩, 신쨩! 무슨 일로 챠리어카를 안 가져와도 된다고 한거야? 응? 이요오오 무슨 날인거야? 응? 오늘은 신쨩 생일도 아니고 음 내 생일도 아닌데? 그렇다고 선배님들 생일도 아니고 감독님 생일도 아닌걸? 우리 신쨩이 무슨 일인걸까아?”

타카오의 눈이 얄상하게 휘어가며 서글서글 웃었다. 미도리마가 제 럭키아이템을 고쳐쥐며 타카오의 이마를 꾹 밀었다. 타카오의 몸이 휘청이더니 중심을 다시 잡고 입을 삐죽 내놓았다. 애써 미도리마가 고개를 돌렸다.

“가자는 것이다, 타카오.”

볼까지 부풀린 타카오가 시선을 돌렸다.

“예이, 예이. 우리 에이스님께서 하자고 하신다면 이 타카오는 따를 수 밖에요.”

힐끗

미도리마의 시선이 유독 타카오를 쫒았다. 호크아이가 살랑였다.

-

“타카오.”

미도리마의 손에서 수건이 던져졌다. 타카오의 손에 얌전히 안착한 수건에 타카오가 환하게 웃었다.

“뭐야뭐야 신쨩! 진짜 오늘 무슨 날이야? 왜 이렇게 나한테 잘해줘? 우와우와! 선배들! 선배들! 봤어요?! 신쨩이 저한테 수건 던졌..!”

미도리마가 눈썹을 찌푸리며 타카오의 머리를 꾹 눌렀다. 뜨끈뜨끈한 체온과 축축한 땀이 미도리마의 손에 묻어나왔다.

“아니 근데 진짜 저 놈 자식 왜 저러지.”

미야지의 눈이 얇게 떠졌다. 오오츠보가 미야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글쎄다. 알아서 잘 하겠지. 감정쪽 같은데.”

“하아?”

미야지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키무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떼었다.

“아무래도 츤도리마가 미도리마가 되려나보지.”

미야지가 멍하니 눈을 뜨다가 풉 실소를 터트렸다.

“푸핰하하!”

호쾌하게 터지는 웃음소리에 시선이 몰렸다. 그칠 줄 모르는 웃음소리에 오오츠보가 미야지의 등을 살살 두드렸다. 계속되다 못해 기침까지 나오려고하자 오오츠보가 키무라에게 눈짓을 했다.

“자자 미야지는 우리가 데려갈테니까 연습 다시 재개하자.”

시선이 뜸해지고 공 튕기는 소리가 시작되었다. 미야지가 오오츠보와 키무라에 의해 체육관 밖으로 나섰다. 미도리마의 슛이 깨끗하게 골대로 들어섰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거잖아? 거절의 가능성은 있.. 없..”

*

노을빛으로 가득 물들었다. 홍빛과 주황빛이 잔뜩 얽혀 섞이며 온화하게 빛을 뿌렸다.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안그래도 길쭉하던 그림자거 더욱 길게 늘어졌다. 나긋한 정적이 뒷짐걸음을 걸었다. 평소와는 다른 느지먹한 분위기에 타카오가 미도리마의 눈치를 보았다. 살금 볼까지 긁은 타카오가 미도리마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걸음은 금새 목적지를 향했다.

“어.. 신쨩? 왜 멈추는거야?”

“갈 곳이. 있다는 것이다. 타카오.”

미도리마의 속눈썹이 그림자가 졌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미도리마의 뒤를 타카오가 움칠 뒤따랐다.



나즈막한 바람이 불었다. 불빛이 반짝였다. 거의 사라진 노을빛이 마지막으로 불태웠다. 나무벤치에 건장한 여물어가는 몸이 앉았다. 나뭇잎이 바스락거렸다.

“타카오.”

“어, 응. 신쨩.”

벌레가 울었다.

“처음 너를 봤을 땐 별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 웃고있지만 다른 이들과 똑같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너는 아니였다. 너는 포기하지 않았고 굳건하게 디뎠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이였다는 것이다. 나를. 미도리마 신타로를 한발자국 나아가게 해준건 너라는 것이다. 자주 듣는다는 것이다. 슈토쿠에게도 빛과 그림자가 있다고. 빛은 나고 그림자는 너라고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내가 그림자고 네가 빛이라는 것이다. 아니. 너도 나도 슈토쿠 농구부원 모두가 빛이라는 것이다.”

“신, 신쨩?”

타카오의 얼굴 가득 당황이 어렸다. 미도리마가 말을 이었다.

“기적의 세대라는 건 허울 좋은 안대였다는 것이다. 아마 평생 나를 쫒아다닐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꼬투리가 어쩌면 지금의 내가 존재하게 만든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진인사대천명. 너를 만나고 선배들을 만난게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게야. 그 중에서도 가장 값지다고 생각하는 건 너를 만난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조금은 부정했다는 거야.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너에게 느껴야 하는거냐고 스스로 되새김질도 많이 했단 것이야. 하지만 인정했다는 게야. 이건 새들의 각인효과같은게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정의할 수 있다, 타카오. 나랑 연애하지 않겠나.”

바람이 살랑였다. 녹빛의 머리카락도 검은빛의 머리카락도 하늘하늘 낭창였다. 말끔한 초승달이 비싯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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