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가 팬텀 & 인형 루미너스





고급진 문이 열렸다. 하얀 손이 보이고 화사한 금발이 보이며 팬텀이 모습을 온전히 가게로 들어섰다. 정렬된 진열장 위 가장 구석 먼지 쌓인 하얀 인형이 진한 보라색 눈에 겹쳐졌다. 먼지가 켜켜이 쌓였으나 곱게 마련된 인형은 푸른 눈을 빛냈다. 인형이 눈에 들은 팬텀이 가게주인을 불렀다.


"샤이닝 로드라고 하는 인형입니다. 정말 이 아이를 데려가시겠습니까?"


"그래. 집사."


자안이 옆에 서있던 집사를 향하고 집사의 허리가 굽혀졌다. 미련없는 발걸음이 가게를 벗어났다.


-


"동쪽에서 온 천입니다, 나리. 품질은 최상급으로 겨우겨우 데려온 아이입니다. 동쪽에서도 흔치 않아 황실로 향하는 것이라고 어렵게 데려왔습니다. 결이 무척 좋은 녀석입니다."


"아아, 이거하고 내 평소 주문하던 천들로 주게."


습관적으로 주문을 함과 동시에 새로운 천을 챙긴 팬텀이 집사를 불렀다. 집사의 허리가 얕게 숙여지고 천들이 곱게 말려 짐꾼들의 어깨 위로 올라섰다. 팬텀의 금발이 흐드러졌다.


*


나무결이 드러나는 탁자 위 하얀 인형이 반짝였다. 팬텀이 방으로 들어서고 얕은 발걸음이 인형을 향했다. 길쭉한 손가락이 인형을 집어들었다. 자안과 마주쳤던 푸른 눈은 그 옆 붉은 눈을 지녀 오드아이를 가지고 있었다. 흔치도 희소하지도 않은 색조합이였으나 애매함이 주는 기묘한 느낌의 기분에 팬텀이 탁자 위로 올려놓았다. 비죽한 웃음이 팬텀의 입에 걸쳐졌다.


딸랑


시종을 부르는 종이 울리고 곧 노크소리와 함께 시종이 들어섰다.


"오늘 가져온 천, 여기 인형 옷 만들어서 입혀놓도록 해."


"네. 더 필요하신 건 없으신가요."


"아아. 가봐."


시종이 방을 나서고 팬텀이 인형의 머리를 툭 건드렸다. 기우뚱하다가 바로서는 인형을 쳐다보고는 곧 책상으로 향해 펜을 들었다. 책상 한면 가득 서류가 누워있었다.


_


반복적인 서류처리가 계속 이어지고 펜이 멈춰섰다. 팬텀이 서랍을 열어 손을 넣었다. 얇은 끈이 팬텀의 손에 걸려 나타났다. 팬텀의 발걸음이 탁자를 향했다. 사용감이 묻은 천을 인형의 목에 걸어 리본으로 매듭지었다. 남은 끈을 잘라낸 팬텀이 제 턱을 괴었다.


"인형의 목에 달린 리본은 주인이 있음을 나타내지. 거기에 그 리본이 주인이 어릴적 사용하던 리본이라면 어떨까, 샤이닝 로드."


만족이 가득한 얼굴의 팬텀이 인형의 머리카락을 곱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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