잽소 1/24 전력 60분

주제: 반지






밤하늘에 별이 촘촘이 박혀들어갔다. 초승달이 해맑게 웃었다. 깜빡이는 가로등 사이에 밝은 노란 머리가 제 머리를 헝클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제 품 속을 주섬거렸다. 문득 작은 상자 하나를 꺼내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열었다. 가로등 불빛에 반지가 반짝였다. 매끈한 금속광택이 진해의 눈을 간질였다.

“으, 으어.. 다, 달래야아.. 나랑 겨, 결혼..!”

진해가 상자를 닫고 강하게 쥐고 고개를 숙였다. 달달 덜리는 몸이 수그려졌다.

“으아.. 달래야아.. 나 어떻게 하지이..”

진해가 입을 꿍얼거렸다.

우웅

진해의 핸드폰이 울렸다. 진해가 퍼득 놀라 상자를 떨어트렸다. 기겁한 진해가 팔을 퍼덕이며 상자를 잡아챘다. 진하게 한숨을 쉰 진해가 발을 빠르게 놀리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얼굴이 밝아진 듯하면서도 어두운 진해의 얼굴 한쪽이 핸드폰 바탕화면으로 파랗게 변했다.

또리링

“어, 응. 달래야. 나 지금 가고 있어! 빨리 갈테니까 밥 지금 그릇에 푸면 안되! 알았지?”

진해가 퍼득거리며 몸을 움직였다. 바쁜 구둣소리에 달래 웃음소리가 핸드폰을 타고 흘러나왔다.

‘안 푸고 있을테니까, 얼른 와. 반찬 식으면 식은대로 먹으라고 할거야.’

“으앗! 그건 너무하잖아! 나 빨리 갈께!”

진해가 제 품 속을 꾸욱 누르며 달려나갔다.

-

드라마에서 결혼식 장면이 펼쳐졌다. 하얀 웨딩식장의 모습이 진해와 달래의 눈에 천천히 아로새겨졌다. 진해의 오른손이 꼼지락거렸다. 옅은 갈색 머리카락이 진해의 목을 간질였다. 달래의 머리가 진해의 어깨에, 진해의 머리는 달래의 머리를 괴었다. 따스히 느껴지는 서로의 체온에 진해가 달래의 손을 잡았다. 드라마 주인공이 서로를 보며 웃었다.

“달래야, 결혼하자.”

“응? 그게 ㅁ..”

진해가 반지케이스를 꺼냈다. 뚜껑까지 열어 보이는 진해의 모습에 달래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결혼하자. 원래는 더 전에 말하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말하기가 어렵더라고.. 이렇게 어정쩡하게 말하는 거 같지만 아니, 뭐라고 하는지도 못하게 횡설수설하는 거 같지만. 이거 하나만은 말할 수 있어. 나랑 결혼하자, 달래야.”

“푸후.. 그게.. 뭐야.. 이런 프로포즈가 어딨..어.”

빨갛게 변한 달래의 눈에서 눈물 한방울이 흘러내렸다. 손으로 눈물을 닦은 달래가 환하게 웃었다.

“결혼하자, 진해야.”

진해가 달래를 강하게 껴안았다. 빠르게 뛰는 심장소리가 고동을 맞춰갔다.

“빠르다.”

“응. 긴장했었으니까.”

진해가 달래의 귓가에 입을 맞췄다.

“고마워. 받아줘서.”

“나야말로, 고마워. 결혼하자고 해줘서. 먼저 말해보고 싶었는데, 내가 너에게 하는 것보다 네가 나에게 해주는 게 더 빠를 것 같았어. 그리고 지금 그랬지.”

달래가 진해의 팔을 풀더니 움직였다. 작업방으로 들어가더니 반지케이스를 꺼내 들고왔다. 서로의 손에 들린 반지케이스에 웃음이 터졌다. 애정어린 웃음이 둘을 간질였다. 서로의 반지케이스에서 반지를 꺼내며 목걸이 줄을 꺼내들었다. 서로의 손가락과 목에 맹세가 자리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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