잽소 2/14 전력 60분

주제: 발렌타인데이






초콜렛이 식탁 가득 채웠다. 살랑이는 금발과 갈색 머리카락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탁탁

초콜렛 뭉텅이가 칼질 한번마다 툭툭 잘렸다. 일정하게 잘리는 진해의 초콜렛에 비해 달래의 도마에서는 들쭉날쭉하게 초콜렛이 잘렸다.

“앗!”

달래가 손을 삐끗하자 초콜렛이 앞부분만 약하게 잘렸다. 진해가 놀라 고개를 빠르게 돌렸다. 분출하는 피가 보이지 않자 안도의 숨을 내쉰 진해가 손에서 칼을 놓았다. 살짝 다가가 달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자자, 달래야. 긴장 풀어.”

“으, 으응.”

초콜렛이 투박하게 잘려나갔다.

-

달달한 초콜렛 향이 부엌을 가득 채웠다. 중탕되는 초콜렛이 말갛게 이루어졌다. 달래가 미간을 조금 찌푸리며 초콜렛에 눈을 떼지 못했다. 입술까지 뾰족히 튀어나온 모습이 진해의 눈 가득 담겼다. 진해가 얼굴을 바보같이 풀며 미소지었다. 진해가 봉지를 부스럭거리며 초콜렛 틀을 찾았다.

“헉! 지, 진해야!!”

“응? 달래야?”

“이, 이거 어떻게 해!!”

진해가 가스레인지 가까이에 향했다. 초콜렛이 형체를 일으리며 울고 있았다.

“진해야아.. 이거 어쩌지..?”

“어.. 달래야..? 이거 어쩌다가 이렇게 된거야..?”

달래가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돌렸다. 달래의 귀가 발갛게 달아올랐다.

“으.. 그게, 사실은.. 좀 더 물처럼 하고 싶어서 초코우유를... 조금..”

진해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하... 응. 괜찮아 괜찮아. 다시 만들자. 도와줄께.”

진해가 해맑게 웃었다. 달래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초콜릿 향이 강하게 풍겼다.

-

흡사 뒤에서 후광이 피어오르듯 초콜렛이 반짝였다. 달래가 극과 극으로 나뉘듯 형태가 다른 초콜렛에 고개를 숙였다. 어깨가 아래로 내려가고 실망했다는 표시가 처연히 나타나는 달래의 모습에 진해가 눈을 힐끗거렸다.

“여기 쪽은 못 먹겠다..”

시무룩한 말에 진해가 애매하게 웃었다. 크게 내어지는 한숨에 진해가 배시시 웃으며 달래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제 손을 달래의 볼에 얹어 붕어입을 만들었다.



진해가 달래의 입술에 제 입을 내렸다. 얕은 뽀뽀에 달래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진해가 키들키들 웃으며 제 입으로 초콜렛을 집어넣었다. 살살 녹아가는 초콜렛에 진해가 눈웃음치며 달래의 입술을 열었다. 달큰한 초콜릿이 둘의 입을 오갔다. 혀천장을 간질이고 볼 안쪽을 건드리는 혀에 달래가 진해의 옷깃을 잡았다.

“흐읏, 우웅.. 진, 하읏.”

쵹!

진해가 제 혀로 달래의 입술에 남은 초콜렛을 핥았다. 말랑하니 잔여감 남은 입 안과 달큰한 향내에 달래가 결국 피싯 웃어버렸다.

“정말이지..”

“초콜렛 맛있다. 그치?”

달래가 배시시 웃으면서 제 입 속에 초콜렛을 넣었다.

“응 맛있다. 또 먹을까?”

달래가 쌜쭉하니 웃으며 진해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진해가 볼우물 잡히게 웃으며 제 얼굴을 순순히 가져갔다. 초콜렛 향이 진하게 풍기며 진해와 달래 사이를 간질이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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