잽소 1/31 전력 60분

주제: 눈물






옥황이 머무르는 천상궁이 환하게 반짝였다. 우아함과 깔끔함, 고풍스러움에 치우쳐진 천상궁은 존재만으로도 스스로를 부각시켰다. 하얗게 빛이 일었다.

“으우우웅 옥황 보러 가야지이. 우리 옥황. 옥황. 흐음음 옥황을 보러 갑시다아.”

염라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움직였다. 바쁜 걸음새로 걷고 걸으며 복도를 지나고 입구를 지키던 백호도 지나쳤다. 고풍스레 문양이 새겨진 창호지 문이 나타났다.

“호오 이거 어디서 만든거지? 옥황한테 물어봐야겠다.”

염라가 문을 열어재쳤다.

“오옥화앙!”

서류에 쌓여있는 옥황이 나타났다. 옥황이 힐끔 눈을 흘기고는 다시 서류로 눈을 돌렸다.

“왔나. 서류는 다 한 것인가.”

염라가 샐쭉 웃었다.

“다앙연하지! 아마 좀 있으면 살라 고 녀석이 염라궁에서 온 서류입니다 하면서 가져올껄?”

간드러지게 살라의 성대모사까지 하며 염라가 제 옷자락을 펄럭였다. 펄럭이며 드러난 늘씬한 다리에도 옥황이 미동도 하지 않자 염라가 입술을 비죽였다. 뾰족히 솟아난 입술을 뻐끔거리며 염라가 옆에 있던 소파에 몸을 눞혔다.

“오오! 이거 새로 들어온거야?”

잠시 시선을 돌리고는 다시 서류에 고정한 옥황이 입을 떼었다.

“아, 그거 저 쪽 서양에서 주었네. 그 쪽 신계에서 인계쪽 물품이 유행하는가 보더군. 그러더니 한개 챙겨주었네. 왜 그러나.”

염라가 고개를 돌렸다.

“체엣 우리는 이런 거도 안 주더니..!”

꿍얼거리는 염라의 모습에 옥황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그러면 자네가 가져가지 그러나.”

“으응? 괜찮아 괜찮아. 이거 별로 쓸모도 없어. 옥황 옆에 오니까 이러고 있는거지.”

절레절레 손을 내저으며 염라가 고개를 꺽었다. 뒤집어진 시야에도 수려한 옥황의 얼굴에 염라가 히죽 웃었다.

“옥황. 잘 생겼다. 얼굴이 수려하고 손도 섬섬옥수인걸? 옥황을 보면 아마 그 저 쪽 중국에 있다던 미인들은 모두 고개 숙였을 거야.”

웃음기 가득한 염라의 말에 옥황이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소파 팔걸이에 얼굴을 올려 엎어진 염라의 모습에 옥황이 염라를 훑었다. 옥황의 눈에 길게 흐트려진 머리카락과 새초롬한 눈매, 뽀얀 피부가 선선히 들어왔다. 매끈한 등 곡선부터 탐스런 엉덩이 라인이 들어오고 곧은 각선미의 다리가 들어왔다. 옥황의 시선을 느낀 염라가 짖궃게 미소 지으며 천장을 올려봤다. 염라의 다리가 하늘을 향해 올리섰다. 천자락이 아래로 흐르고 사타구니를 아슬하게 가렸다. 쭉 뻗은 다리선이 옥황의 눈에 담겼다.

“옥황. 내 눈에서 눈물 언제 뽑았는지 알아?”

“...”

염라가 다리를 꼬았다. 염라가 제 왼다리를 오른발로 천천히 훑었다. 옥황의 시선이 집요해졌다.

“옥화앙? 내 눈에서 눈물 언제 뽑았는지 기억해?”

“... 10일 전 술시부터 해시까지는 집무실에서 해시부터 축시까지는 침실에서 그리고 축시부터 묘시까지는 욕실에서 눈물을 흘렸네.”

염라가 몸을 돌렸다. 흐트러진 옷고름에 염라의 오른 어깨가 훤하게 드러났다. 염라가 상체를 일으키자 곧은 쇄골과 탄탄한 가슴이 나타났다. 옅게 남은 분홍빛 순흔이 염라의 가슴께를 채우고 있었다.

“옥황? 지금은 몇시일까?”

“하.. 정말이지. 이런건 당해낼 수가 없군.”

염라가 샐쭉하니 웃었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데, 그래.”

옥황이 제 옷고름을 풀러 겹옷을 벗었다.

“지금이 유시에서 절반정도 지났으니 이제부터 눈물 빼면 적어도 묘시까지는 계속 흘려야 하는 걸 기억하게나.”

색 가득한 옥황의 분위기에 염라가 환하게 웃었다.

“눈물 펑펑 흘리게 만들어봐, 옥황.”

“후회하지 말게.”

옥황이 염라의 입술을 열었다. 옥황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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