잽소 11/29 전력 60분

주제: 겨울






차가운 바람이 골목을 휘저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인영들에 바람이 눈을 빛냈다. 바람이 몸을 부풀리고 럭비공처럼 튀어갔다.

“우아.. 바람 많이 분다.”

“응, 그러게... 바람이 무슨 칼같이 옷 속으로 들어온다.”

진해와 달래가 강한 바람에 눈을 감았다. 색만 다르고 똑같이 생긴 목도리가 각자 진해와 달래의 목에 감겨져 있었다. 진해는 어두운 코트를 달래는 패딩식의 후드집업을 걸쳤다. 어두운 빛의 장갑이 달래의 손에서 빼꼼거렸다. 밤하늘이 짙게 깔려 해가 비춰지는 노을을 잡아먹어갔다. 점점 숨어가는 노을이 진해와 달래를 보고 눈을 빛냈다.

“으아.. 진짜 겨울인가봐..!”

“읏.. 그러게. 점점 더 추워진다. 어 이번년도 얼마 안남았네?”

“어, 진짜네? 언제 이렇게 됐지?”

진해와 달래가 얼마 남지 않은 날을 세어보고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똑같이 마주친 얼굴에 낮은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서로 입을 재잘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동당거리는 발걸음이 통통 튀었다.

“앗!”

신이 난 발걸음이 제 걸음에 걸려 꺽였다. 달래의 동체가 앞으로 쓰러졌다.

포옥

진해의 팔에 달래의 허리가 걸렸다.

“조심해. 넘어지면 아프잖아.”

“응. 잡아줘서 고마워, 진해야.”

달래가 땅에 두 발을 딛었다. 진해가 달래의 발등을 향했다.

“아, 정말.. 신발끈 풀렸잖아.”

“어, 진짜네? 묶어야 겠다.”

“잠시만. 묶어줄께.”

진해가 몸을 숚였다. 풀린 끈을 잡고 리본을 묶어갔다. 안그래도 발갛던 손가락이 점점 더 새빨개지자 달래의 볼이 부풀었다.

“됐다. 가자, 달래야.”

달래가 볼을 부풀리고 고개를 돌렸다. 심통난 발걸음 소리가 진해의 귓가를 간질였다.

“달래야아 왜 그렇게 골이 난거야아 응?”

진해가 생글생글 웃으며 달래의 얼굴에 얼굴을 가져갔다. 뾰족한 달래의 눈이 진해의 얼굴을 흘겼다. 달래가 진해의 손을 잡아채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손 차갑잖아, 바보야.”

달래가 걸음을 바삐 옮겼다. 주머니에 들어간 손에 의해 반쯤 끌려가던 진해가 얼굴에 미소를 한가득 담았다. 뽀르륵 달래의 곁으로 다가간 진해가 달래의 얼굴을 눈에 가득 담았다.

“걱정한거야? 내 손 차가워서?”

달래가 볼을 부풀리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진해가 달래의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몸을 뒤로 돌렸다. 진해의 왼손이 달래의 주머니에 들어갔다. 진해가 고개를 돌린 채 입을 열었다.

“달래야아 나 이 쪽 손도 차가워, 녹여주라.”

태연하고 뻔뻔한 진해의 얼굴에 달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까지 절레절레 저어버린 달래가 걸음을 옮겼다.

“달래야아 나 앞이 안보이니까 잘 안내해줘야돼.”

연신 키득거리는 진해의 모습에 달래가 결국 배시시 웃어버렸다. 뒤돌은 진해의 몸을 다시 되돌려 앞을 향하게 한 달래가 진해의 오른손을 쥐었다. 커진 진해의 눈에 달래가 제 왼주머니로 진해의 오른손을 넣었다. 잘게 웃은 달래가 진해의 왼손을 제 왼손으로 잡았다.

“이러면 앞도 보고 손도 따뜻하겠지?”

반짝이는 달래의 눈동자에 진해가 얼굴 가득 웃음을 지었다.

“응 그렇겠다 손 따뜻하다.”

서로에게 서로의 온기를 나눴다. 밤하늘에 잡아먹혀가던 노을이 간신히 힘을 내 진해와 달래를 비췄다. 사이좋은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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