잽소 11/15 전력 60분

주제: 교복



“우아.. 이게 얼마만에 돌아온 집이지?”

“음.. 좀 되지 않았나? 우리가 군대 갔다와서 나갔으니까... 한 3년 됬나?”

진해가 입을 재잘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 서로의 손에 들린 앨범들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달래 너네 집도 오랜만에 들어오는 것 같아.”

“음.. 그런가? 아무래도 우리 둘다 성인 되고나서 서로 집에서는 안봤던거 같으니까?”

편한 옷을 입은 진해와 달래가 앨범을 펼치고 몸을 주저앉았다. 어릴적 사진부터 점점 커가는 사진들이 앨범을 가득 채웠다. 중학교 교복이 끝나고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있는 사진이 앨범에 나타났다.

“아, 고등학교 교복 처음 입었을 때다.”

“응? 이거도 있네? 와 우리 완전 풋풋하다.”

어색하게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있는 사진에 진해와 달래의 입에서 웃음보가 터져나왔다.

“키킥 이게 뭐야 완전 어색해!”

“너는! 크큭 너는 여기 볼도 빨간데?”

서로의 모습을 찌르면서 장난을 쳤다. 순간 진해가 벌떡 일어섰다.

“교복 입어보자!”

“교복?”

달래의 동그란 얼굴이 갸우뚱거리고 진해가 눈을 반짝였다.

“고등학교 교복 아직 있잖아. 입어보자!”

“음.. 좋아!”

달래와 진해가 서로의 팔을 크로스하고는 각자 갈길을 챙겼다. 달래는 위층으로 올라가고 진해는 문을 나섰다.

-

간편한 티와 바지가 거실에 널부러졌다. 빳빳하게 다려진 교복이 진해와 달래의 몸을 감싸안았다. 약 7년만의 교복에 진해와 달래가 어색한 나머지 둘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딱딱하게 굳고 어색한 서로의 모습에 작게 웃음이 터졌다. 작은 웃음이 커다란 웃음보따리를 간지럽혔다.

“그게 뭐야 아하하하하 완전 어색해!!”

“푸하하하 완전 딱딱하게 굳었잖아!”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공기를 타고 돌아다녔다. 퍼지던 웃음소리가 헐떡이는 숨소리와 함께 사그라들었다.

“흐으.. 힘들어.. 으어 배아파.”

“으.. 나는 볼아프다. 너무 웃었나봐..”

서로 배와 볼을 문지르며 앨범 앞으로 움직였다. 쿠션과 얇은 이불이 둘의 몸을 가렸다.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거 같다.”

“그러게. 교복입고 앨범까지 보니까 더 그런거 같아.”

살랑살랑 앨범책자가 넘어갔다.

“앗! 토리다! 토리 요즘에 뭐한다고 그랬지?”

“아 도토리네? 음.. 얘가 뭐한다고 했더라.. 그 책 쪽으로 간 거 같던데.. 잘 기억은 안난다.”

“음.. 그런가? 아 얘네도 있네?”

앨범에 한명한명 익숙한 얼굴이 보일 때마다 달래의 입술이 오물거렸다. 똑같이 쿠션을 베고 누워 앨범 책자를 넘기는 둘의 모습이 닮아있었다. 사그라드는 햇빛이 노을지며 창을 타고 거실을 동당거렸다. 햇빛에 진해의 머리카락이 주홍빛으로 물들었다.

“아, 진해야. 너 머리 노을색이다.”

진해가 달래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환하게 웃어보이는 달래의 얼굴에 보조개가 피었다.



입술이 부딫치는 소리가 달게 울렸다.



얕게 부딫친 입술에서 달큰한 깨꿀냄새가 새어나왔다. 수줍은 듯 햇빛이 거실에서 살금살금 빠져나갔다. 여러번 부딫치는 버드키스가 진해와 달래의 입에서 계속 새어나왔다.

“그 때부터 계속, 지금까지.”

“사랑해.”

잔잔한 감정이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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