잽소 11/22 전력 60분

주제: 안경







햇빛이 창문 사이로 거드름을 피며 들어왔다. 양반걸음으로 느긋하게 걸으며 뒷짐까지 쥔 채 느지막히 들어왔다. 금발머리와 갈색머리카락이 보이자 얄궂은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반짝

안경 알에 햇빛이 반사되자 놀라 움츠러들었다. 놀랐다는 거에 심통이 났는지 햇빛이 툴툴대며 가까이 갔다.

“음..”

진해가 살며시 눈을 떴다. 가늘게 뜨여진 보랏빛 눈에 곤히 잠든 달래의 얼굴이 비춰졌다.

“아, 달래다아..”

진해가 품에 안긴 달래를 꼬옥 껴안았다. 품에 들어오는 달래의 몸에 진해가 제 볼을 달래의 머리에 부볐다. 잔뜩 나오는 애정에 햇빛이 도리질을 하며 뒤를 돌았다.

“웅... 누ㄱ.. 진해야..?”

달래의 눈이 작게 뜨여졌다. 조심스레 나오는 목소리가 진해의 귀를 간질였다. 동그랗게 뜨여진 진해의 눈이 곱게 휘었다.

“응응, 미안. 깨웠어? 더 자. 괜찮아.”

달래의 이마에 버드키스를 한 진해가 달래의 등을 토닥였다. 잘게 도닥여지는 리듬감에 달래의 눈이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다. 몽롱히 잠에 취한 눈동자가 눈꺼풀 사이로 사라졌다. 고로롱 잠이 든 달래의 모습에 진해가 달래를 꽈악 껴안았다.

“달래 안경 안 쓰니까 어릴 때랑 똑같네?”

키득키득 웃은 진해가 달래의 볼에 뽀뽀했다. 위에 놓인 안경의 모습에 진해가 살짝 손을 뻗었다. 안경을 집은 진해가 제 얼굴 위로 씌웠다.

“읏, 도수가 좀 높네?”

아찔한 눈에 진해가 달래의 안경을 바로 벗었다. 눈을 꼭꼭 누르며 미간을 찌푸린 진해가 달래를 강하게 껴안았다.

“으우.. 달래야아 왜 이렇게 눈이 나쁜거야아..”

작게 중얼거린 진해가 달래의 눈에 뽀뽀했다. 연신 뽀뽀를 하던 진해가 꾸욱 입술을 눌렀다.

“나한테만 안경 벗은거 보여주니까아 뭐. 아무한테도 안 보여주니까아 그거면 된거지.”

진해가 집착 가득한 얼굴로 달래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작은 버드키스를 하고는 달래를 품 안으로 껴안았다. 햇빛이 뒤를 돌아 둘의 모습을 보고는 볼을 부풀렸다. 햇빛이 불퉁하게 발을 동동거리고는 진해와 달래의 얼굴을 곁눈질쳤다. 곤히 잠든 둘의 모습에 햇빛이 한숨을 쉬고는 엉덩이를 동실거리며 창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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