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스가 전력 6/2


주제: 녹음


과거날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매미소리가 시작됐다. 여름이 시작되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끄러운 녀석들이었다.

“그아아 카게야마!”

“보게! 히나타 보게!”

“키요코씨이이이이”

사와무라가 슬그머니 목 뒤를 짚었다. 꾹꾹 누르고는 숨을 내쉬었다. 여름 해가 쨍쨍한 가운데 눈 부시도록 옅은 색의 인물로 시선이 돌아갔다. 천천히 가라앉았다.

“모두 그만!!”

얌전히 정좌한 이들 앞으로 든든한 등이 바로섰다.


*


밤이 되었지만 여전히 뜨거웠다. 흘린 땀은 쿨시트로 닦았지만 땀냄새가 나는 건 어찌할 수 없었다. 물론 그렇다해도 이미 후각은 모르는 채였다. 흘끗 시선이 움직였다. 근육통으로 인해 늘어진 몸과 하얀 피부는 자극적이었다. 기실 자극적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다. 사와무라 다이치는 스가와라 코우시를 짝사랑 중이었다.

사와무라의 감정이 언제부터였는지에 대해서는 과거로 돌아가야 했다.


기대하던 카라스노 고등학교에 들어간 사와무라는 입을 꽉 다물며 체육관을 향했다. 작은거인이 있던 체육관에서 3년간 배구를 하고 전국대회에 나가는 것이 목표였다. 체육관은 새로웠다.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체육관으로 들어서자 얇은 머리카락과 함께 하얀 피부가 도드라졌다. 서둘러 시선을 돌렸지만 시선이 계속 향하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곧 카라스노 선배들과 마주쳤다.



시간은 빨랐다. 사와무라의 두근거리는 심장은 왜인지 스가와라의 옆일때면 더욱 거세게 뛰었다. 뒷목과 귀로 오르는 열의 원인을 알지 못 해 속으로 묵혔다. 사와무라와 스가와라, 아즈마네가 길을 걸었다. 입에는 저마다 가리가리군을 물고 아삭아삭 씹었다.

“아 진짜 벌써 이렇게 더워지다니 믿을 수가 없다구우!”

스가와라가 툴툴거리며 가리가리군을 크게 물었다. 아즈마네의 시선이 가리가리군을 향했다.

“그건 그래.. 이렇게 빨리 흐를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배시시 웃는 아즈마네에 스가와라와 사와무라가 입을 슬쩍 벌렸다.

“하여간.. 섬세해..”

절레절레 고개를 저은 스가와라가 다먹은 막대를 입에 물고 삐죽였다. 얌전히 가리가리군을 먹던 사와무라가 말을 뱉었다.

“아. 매미허물.”

쫑긋 스가와라가 몸을 기울였다.

“매미허물? 벌써? 진짜 여름이 오나 본데?”

“히이ㅣㅣ 스가ㅏㅏㅏ 어디 가는거야?!”

“스가?”

스가와라가 통통 걸어 사와무라의 시선이 닿았던 곳으로 향했다. 애매한 녹음이 펼쳐진 곳이었다. 적당히 커다란 나무들과 듬성듬성한 잡초에 의해 드러나는 흙 사이의 작은 매미허물이 있었다. 천천히 사와무라가 발걸음을 옮겼다. 달달달 아즈마네가 팔을 저었다.

“왜 가는거야아... 다이치이...”

그 사이 스가와라가 매미허물을 쥐고 살펴보는 중이었다. 마냥 반짝이는 눈이 매미허물을 요리조리 살펴보며 톡톡 건드렸다. 반짝 스가와라가 고개를 돌렸다.

“오랜만에 매미허물 보는 것 같아! 이거 봐!”

아래로 내려오는 나무그늘과 저 멀리의 약한 가로등빛, 그리고 환한 스가와라의 얼굴 그 모든 장면이 사와무라의 눈에 들고 뇌에 들었다. 심장이 쿵 떨어졌다.

‘아빠가 너네 엄마를 처음 만났을 때 어땠는 줄 아니, 다이치? 너네 엄마가 정말 예뻤거든. 첫눈에 반해버리고 말았지. 넓은 챙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그 그늘과 뽀얀 피부가 어우러졌고 해변이라 입은 원피스는 몸에 잘 맞아 바닷바람에 조금씩 흩날리고 있었지. 그 때의 얼굴을 나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 할거야.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는 내 심장이 아래로 쿵 떨어지는 느낌이었단다. 그러면서도 심장이 엄청나게 뛰었지. 뒷목과 귀, 얼굴로 열이 뜨끈하게 오르고 나는 그 날 그 시점부터 사랑을 했단다.’

사랑이 시작되는 건 사소했지만 강렬했다.

“어..? 다이치 괜찮아? 뒷목이 엄청 빨간데? 귀랑 얼굴도 그러잖아? 혹시 오늘 무리한 거야?”

아즈마네의 말에 의해 사와무라가 번뜩 정신을 차렸다.

“아니 괜찮아. 별 거 없어. 밤이 되어도 더우니까 그런 거지. 돌아가자. 스가! 매미허물 그만 놓고 집에 가자!”

“어? 알았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여름 특유의 눅눅하고 물내나는 바람이 흔들렸다. 흘끗 더위로 흐르는 땀방울이 스가와라의 목선을 타고 흘렀다.




*




시미즈와 아즈마네는 각자 볼 일이 있어 갈라지고 사와무라와 스가와라만이 돌아가는 길이었다. 비가 올 듯 눅눅한 공기가 후덥지근했다. 가방 한쪽에 있을 우산이 무거웠다.

“오늘도 카게야마랑 히나타는 기력 넘쳤지? 나중에 선배가 되어도 그럴 거 같아서 조금 걱정이야.”

키득키득 스가와라가 웃었다. 달랑달랑 손을 흔들면서 걸었다. 살짝씩 손등이 스치면 사와무라의 손가락이 움찔거렸다.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그저 귀여운 듯 사와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소나기가 올 것 같았다. 멈춰섰다. 과거 심장이 떨어지며 뛰던 그 장소였다. 콧망울에 빗방울이 하나 떨어졌다. 푸른 녹음 위로 비가 쏟아졌다. 다급하게 비를 피하려는 스가와라를 보며 사와무라가 우산을 꺼내 들었다. 스가와라의 손에 우산을 쥐어주었다.

“다이치?”

“좋아해 스가.”

비가 오고나면 녹음은 더 푸를 것이 분명했다. 빗방울에 감정이 흘러가는 것이 된다면 좋을텐데 라고 머리 한구석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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