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이와 10/7 전력 60분 
주제: 구원

 FHQ기반입니다 :3

 #오이이와_전력_60분 






 문득 눈을 깜빡일 때면 새까맣고 질척한 것이 꿈틀거렸다. 그 것들은 그림으로 그린 것처럼 일차원적인 눈과 입을 가지고 있었다. 꿈틀거리면서 사람들을 통과했다. 눈을 몇 번 깜빡이면 그 것들은 사라지고 여느 때와 같은 풍경이 나타났다. 꿈틀거리는 것들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그 어떤 것을 눈에 담을때였든 가장 밝고 빛나고 반짝이는 것이 하나 있었고 아직까지 있다. 가장 밝고 빛나고 반짝이는 것.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 

 *

 깜댕이와 흙을 묻히고 너는 나타났다. 그 누구도 신경 쓰지않는 나라는 것과 너는 그렇게 만났다. 신경 쓰지 못한 나와는 다르게 신경 쓴 티가 나는 너는 그리도 밝았다. 

 “너는 왜 그러고 있어?” 

 조그만 손이 내밀어질 때 휘광이 찬란하게 펼쳐졌다. ‘나’라는 개체를 자각하고 나서부터 꾸준히 보였던 겹쳐보이던 세상에서. 새까맣고 질척이는 것들이 가득한 세상과 덩그러이 홀로 존재하는 지조차 자각하기 힘든 세계에서 밝게 빛났다. 까무잡잡한 피부도 발그레한 볼도 흙 묻은 몸이나 굳은살 박힌 손 그리고 생기와 활기 넘치는, 모든 것들이 한군데에 어우러져 너를 정립했다. 세계가 무너져내리고 새로운 세계가 조립됐다. 

“저어쪽 숲에 나랑 놀러가자. 가면 토끼도 있고 사슴도 있어. 뭐 운 나쁘면 몬스터랑 마주칠 수 있는데 요즘 아저씨들이 몬스터 토벌 했으니까 안나타날꺼야. 나랑 놀러가자. 넌 이름이 뭐야? 나는 이와이즈미 하지메. 너는?” 

세상이 찬란히 빛나는 걸 그 때 처음 알았다. 이와이즈미 하지메. 그 이름이 머리 속부터 마음 속부터 영혼의 바닥에서부터 가득 차오르고 낙인이 찍혀 가득 차올랐다. 네가 나를 가득 채웠다. 그 날 네가 나에게 손을 건넨 그 순간. 태어났다. 그 어느 것에도 얽히지 않고 부유하고 스스로 존재조차 잊어버리던 어떤 ‘것’이 껍질을 부수고 세계를 깨고 모든 걸 흡수해서 태어났다. 너무나 가득 차올라서 욕심이 샘솟아서 가지고 싶어서 영혼에 박혀있던 이름이 깨어났다. 너를 너무나도 가지고 싶고 지키고 싶고 욕심이 넘쳐흘러서. 네가 나에게 와 근간을 만들었다. 네가 나에게 피어올랐다. 시간을 빠르게 돌린 것처럼 한순간에 자라나 개화하여 뿌리를 박았다. 이와이즈미 하지메라는 이름이 세계가 되었다.

 “나, 나, 나. 는. ㅇ. 오이카와. 오이카와 토오루.”

 정처없이 흔들리던 몸으로 너에게 이름을 말해주자 너는 웃었다. 웃었다. 웃었다. 세상 모든 것을 가진 느낌이였다. 너는 내 모든 것을 만들고 조립하고 정렬했다. 내 모든 건 너와 연계되어 존재했다. 그 때의 날씨가 공기가 지나가던 곤충이 네가 눈을 얼마나 깜빡였는지 오물거리던 입술이 꼼지락거리던 손가락과 개구진 눈과 덜덜 떨리던 나를 걱정하던 눈과 그 시간 공간 존재하던 모든 것을 내가 알고 기억하고 아직도 남아 나를 간질였다.

 *

 “출생지도 모르는 고아새끼가..”

 “괴물새끼.. 나이 많은 촌장 할배가 기억한다잖아. 저 얼굴을.” 

 “무서운 새끼. 뭘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놈.” 

새까맣고 질척거리던 것은 여전히 존재했고 사람들과 같이 존재했다. 눈을 아무리 깜빡여도 사라지지 않았고 악의 가득한 말이 나올 때면 언제든지 붙어있었다. 마을 모두가 가지고 있을 때. 너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부모마저 가지고 있고 혼냈음에도. 너는 내 옆에 존재했다. 아직 어리다한들 그건 이유가 되지 못했다. 쫒겨나는 건 금방이였다. 부모는 버렸다. 소중하고 소중한데. 지켜주고 싶은 단 하나였는데 부모가 옆에 있어야 함은 알았다. 머리로 떠오르고 들어온 곳에 그런 것쯤은 당연히 있었다. 허나 따스한 온기가 가지고 싶어서, ‘오이카와 토오루’의 기반이여서 놓치고 싶지 않아서 떠나야 했지만 떠나지 않았고 이와이즈미 하지메는 하지메가 되었다. 후회는 하지 않았다. 강직했고 넓었고 굳건했다. 내 세상엔 이미 너와 나만이 있었지만 너는 이제야 너와 내가 존재했다. 그게 너무나도 기뻤다. 문득 네 뒤로 갑옷입은 너의 미래가 보였다. 여전히 빛으로 가득했다. 머리가 아팠다. 내부에서부터 쿡쿡 쑤셨다. 하지메의 나이 12세였다. 우리가 만난지 반년이였다.

 * 

 떠돌았다. 어린애 두명이였지만 약하지 않았다. 머리 속에는 유용한 곳들이 많았다. 어느 순간 너는 칼을 쥐었다. 네 뒤로 보이던 미래가 가까워졌고 빠르게 당도했다. 나는 이미 알았다. 너는 나의 모든 것이고 모든 것이였으며 모든 것이 될거라고. 내 머리통에 달린 뿔이나 질척이던 것들의 모습이 귀여운 생물체로 보이게 되었을 때 이미 나는 모든 걸 알아낸 후였다. 나는 마왕이였고 마왕이며 마왕이 될 거였다. 빙글빙글 수정구슬을 돌렸다. 너는 칼을 쥐고 갑옷을 입고 노력을 했다. 너는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 너는 모르는 척 했다. 

“하지메.”

 “뭐냐.” 

빙그레 웃었다. 너는 여전히 모르는 척 했다. 나의 모든 것. 소중하고 가지고 싶고 지켜주고 싶은 나의 하지메. 마왕은 자신의 모든 것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 하지메 나이 19살이였다.

 * 

 “하지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꽈악 잡았다. 피 묻은 네 얼굴에 손으로 닦아냈다. 양 손으로 네 두손을 잡고 입을 맞췄다. 따스한 열기가 사랑스러웠다. 파랗게 질린 네 얼굴마저도 사랑스러웠다. 배가 얼얼했다. 아니 화끈거렸다. 마왕도 피는 붉었다. 인간도 피가 붉었다. 

 “자, 잠깐. 토오루. 아니. 잠깐만. 이게.” 

손등에 입을 맞췄다. 일부러랄까 예상한 것처럼 이루어졌다. 가장 소중한 것에게 선물을. 

 “닥쳐. 이게. 뭐야. 선, 선물. 선물이라며!”

 네 손을 잡아 볼에 가져댔다. 네 손가락이 차가웠다. 나의 모든 것.

 “선물이야, 하지메. 나의 목숨을 줄께. 마왕의 목숨을.” 

네 눈에서 기어코 눈물이 떨어졌다. 입으로 핥아올리자 네가 바르르 떨었다. 

“이, 이. 이!!!” 

그렁그렁한 눈물이 나타나자 질척하게 그림자가 끓었다. 네 눈동자가 너무나도 예뻤다. 가지고 싶다.

 “하지메. 나랑 같이 죽을래?” 

놀라 동그래진 눈이 귀여웠다. 네 볼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차가운 온도에 살짝 떨렸다. 흔들리는 네 모습에 비죽 웃었다. 

“나의 모든 것. 소중하고 가지고 싶도 지키고 싶은 나의 하지메. 나의 세계와 근간. 나를 이루는 모든 것과 연계된 사랑스러운 나의 하지메.” 

네 이마에 입을 맞췄다. 점점 기력이 딸려가는 몸에 느긋하게 웃었다.

 “거짓말이야. 원래는 그러고 싶었는데 하지메는 나때문에 버린게 너무 많더라고.”

 점점 흐릿해지는 가운데에서도 네 얼굴은 선명했다. 나의 모든 것. 네가 갑옷을 벗었다. 기본적인 옷을 입은 네가 나를 껴안았다. 따스하게 퍼지는 온기와 함께 네 등이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네 칼은 장검이였고 내 명치를 꿰뚫고 있었으며 검병은 네 몸을 꿰뚫을만큼 나를 뚫고 있었다. 사랑스러운 하지메. 나의 구원. 시야가 점점 죽어가면서 네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네가 나의 모든 것이야. 나의 구원.” 

죽어가면서도 힘이 차올랐다. 입을 열었다.

 “사랑스러운 하지메. 나의 구원.” 

 마왕이 인간에게 구원이라니. 하지메라서 다행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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