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스가 10/1 전력 60분 
주제: 범람 










 물이 범람했다. 뚝을 넘어 폭포가 되어 내려왔다. 무너진 뚝 사이로 밀려들었다. 물에 잠겨갔다. 





 어두운 방 안에서 핸드폰 화면만이 밝게 빛났다. 밝은 화면에 의해 사와무라의 얼굴이 나타났다. 단정한 얼굴이 부드러운 미소를 담았다. 설렘 가득하고 애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한마디씩 나타날 때마다 볼이 발그레 물들었다. 애정 가득한 얼굴은 곧 착찹함를 띄었다. 내려앉은 눈꺼풀에 속순썹 아래로 그림자가 졌다. 상반된 감정이 공존되어 머물렀다. 한가득 밀려들었다. 

“스가. 좋아해. 스가. 스가. 좋아해. 코우시.”

 핸드폰을 이마에 대고 중얼거렸다. 사와무라가 핸드폰을 꼬옥 잡았다. 과도한 힘에 핸드폰이 바르르 떨렸다. 물 속에서 숨을 쉬었다. 스가와라 코우시가 나타났다. 배시시 웃는 얼굴에 눈물점이 휘어진 눈꼬리와 겹쳐졌다. 처음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보았던 어린 모습도 시간이 흘러 밤이 깊기 전 보았던 모습도 흐드러지며 겹쳐졌다. 사와무라 다이치에게 스가와라 코우시로 가득가득 차올랐다. 푸른 물이 넘실거렸다. 무너진 뚝의 흔적이 도드라졌다.

 “물 밀 듯 들어와서 범람해버린 코우시. 사랑스러운 코우시. 악동같은 코우시. 귀여운 코우시. 코우시. 스가와라 코우시. 범람해버린 코우시.” 

부드러운 미소가 풀어졌다. 동그란 눈이 깜빡였다. 따끈한 핸드폰이 발딱 눈을 떴다. 배경이 나타났다. 배시시 웃는 얼굴이 하얬다. 연한 회색 머리카락이 흐드러져 화면이 잔뜩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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