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와 9/23 전력 60분 
주제: 이름 






 이와이즈미 하지메. 입술을 부딪치고 숨을 내쉬는 이름. 턱을 움직이고 입술을 움직여 혀까지 움직여야 완성되는 너의 이름. 너는 복잡하다. 그만틈 단순하며 그만큼 사랑스럽다. 이와이즈미 하지메하는 이름은 얼마나 단조로우면서 복잡하고 투박하며 사랑스러운가. 너도 그렇다. 옹골찬 외향은 이름의 필기와 같고 성격은 성만큼 복잡하며 이름처럼 단순하고 가진 것은 투박하지만 사랑스럽지. 너는 나에게 이만큼이나 가득 차 있다. 
숨을 쉴 때면 네 생각이 났다.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오래 전 너와 만나서 다니고 너와 청춘을 다 바쳤다. 모든 기억의 처음이 너로 시작했기에 너는 나를 물들어 놓았다. 숨을 쉬다싶이 너는 내 숨이였고 숨일 터이고 숨이였어야 했다. 내 모든 걸 너는 쥐었음에도 쥐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어찌 이리도 사랑스러우면서도 원망스러울까. 
문득 정신을 차리면 네가 옆에서 머리카락을 넘겨줬다. 네가 내 얼굴에 약하다는 건 이미 알고있었기에 배시시 웃으며 잘 잤어? 라고 물으면 너는 까무잡잡한 피부에도 불구하고 티날만큼 귀와 볼을 붉혔다. 삐죽 튀어나온 입술이 그리도 귀엽게 보이고 사랑스러웠다. 오랜 기간 자각도 하지 못하다가 어느순간 자각한 감정은 멀리서 파도치고 들어와 돌을 깍는 바람처럼 오랜 마음을 느끼게 만들었다. 세월이 세월이였던지라 너는 금새 불편함을 느꼈으나 너는 쉬이 인정했다. 너는 이름처럼 일직선이였다. 
침대에 누워 눈꺼풀을 깜빡이면 네가 붉게 흥분한 얼굴로 내 위에 올라탔다. 입으로는 내 이름을 부르고 뼈가 도드라지게 내 어깨를 쥐었다. 내 어깨죽지에 가득한 손톱자욱은 마음에 든지 오래였고 네 몸 가득한 순흔은 더더욱 맘에 들어 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네가 나를 보고 웃으면 불 붙은 망아지가 날 뛰 듯 심장이 펄떡였다. 네 마음을 중히 여겼다. 눈을 꾸욱 감고 있으면 네가 조심스레 일어나 내 얼굴을 쳐다봤다. 속눈썹을 간질이고 눈두덩이와 코를 따라 볼을 매만지고는 입술을 꾹꾹 눌렀다. 흡사 고양이가 한다는 꾹꾹이처럼 간지러웠다. 아니 그저 사랑스러웠다. 실눈을 살짝 뜨면 너는 집중하면서도 연하게 웃었다. 그런 모습도 귀여웠다. 너를 어떻게 해도 나라는 개체에서 빼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 

 “후우..” 

검은 정장 위로 갈색 머리카락이 떨어졌다. 벽에 기댄 등에서 찬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잔뜩 몸을 휘감았다.

 “하지메.” 

수선화가 흐드러졌다. 유리창 사이사이로 환하게 웃는 얼굴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이와이즈미 하지메’ 

 생기도는 국화꽃이 놓여있었다. 

 “아.. 왔다간건가.” 

국화꽃을 옆으로 슬슬 치우고는 수선화를 올려놓았다. 씁쓸한 미소가 걸쳐졌다. 

 “안녕, 하지메. 나는 올해도 글렀어. 눈을 뜨면 하지메가 옆에 누워있는 거 있지.” 

조명등이 백색으로 빛났다. 이와이즈미 하지메, 얼굴 근육을 움직이고 턱과 혀를 움직여야 나오는 복잡하지만 단순한 이름. 사랑하는 하지메. 

 “이와이즈미. 입술을 움직이고 턱과 혀를 움직여야 나오는 이름. 하지메. 숨을 내뱉으며 마무리 짓는 이름. 하지메. 하지메. 마무리 짓지 못하는 이름.” 

커다란 손이 유리창을 살짝 쓸었다. 이와이즈미의 볼이 있는 곳이였다. 투명한 유리로 얼굴이 비춰졌다. 불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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