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어린시절








꼼지락 손가락이 움직였다. 작고 오동통한 손가락이 다른 손가락을 잡았다.


“와아..”


탄성이 절로 터졌다. 작은 아이가 저들의 작은 손으로 마주잡은 손이 들어왔다. 통통한 볼을 타고 흘러내린 침을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두 어머니의 마음 가득 충만감이 차올랐다.


“뱌아.. 푸아..”


“마아.. 마..”


살랑이는 머리카락이 형광불빛을 받으며 반짝였다. 연한 갈색머리와 진한 금빛머리가 뽀얀 아기피부에서 흐드러졌다. 가벼운 이불자락이 아래로 흘러내렸다. 알록달록한 동물모양 잠옷이 나타났다.


찰칵


두 어머니의 눈이 마주쳤다. 숨죽여진 웃음이 키득키득 들렸다. 뽀얀 아이들의 볼이 옆으로 눌리며 튀어나왔다. 카메라가 연신 소리를 내며 사진을 찍었다.


“둘은 좋은 친구 되거에요. 그렇죠?”


“그럼요. 진해랑 달래는 좋은 친구로 평샹 갈거에요. 평생지기 되겠죠.”


곱게 휘는 눈이 아이들을 향했다. 말랑말랑한 아이들의 손이 꼬옥 붙어있었다.


*


“진해야아! 노올자!”


“달래야! 좀만 기다려! 나갈께!”


고사리 손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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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소년 4/17 전력 60분

주제: 약속








‘있잖아, 진해야. 우리 평생 함께지?’


‘응. 당연하잖아? 달래 너랑 나는 평생 함께할 거야. 그 외에는 생각한 적도 없는 걸?”


‘응. 나도. 우리 언제나 함께하자.’


‘그러자. 자, 약속!’


*


어두운 방에 쳐진 커튼 사이로 햇빛이 은은히 들어왔다. 어두워 시야가 보이지 않는 공간 속 그림자 진 공간들 사이 먼지가 부옇게 일어나 떠다녔다. 바글바글한 먼지들 사이로 탁하게 먼지 쌓인 금빛머리가 부시시 떨어졌다. 새액새액하는 숨소리가 거칠게 주변을 돌았다.


“크하.. 쿨럭”


꾸기적하는 소리가 들리듯 움직인 팔이 기침을 막아냈다. 밍기적 구겨진 몸덩이가 빡빡하게 움직였다.


“하아.. 하.. 크읏..”


헐렁한 옷 사이로 말라 비틀어진 몸이 드러났다.


쿠당!


큰소리가 나며 몸덩이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생기없는 썩은 동태눈 위로 먼지가 올라 앉았다.


“흐..하.. 달래야아.. 달래야아...”


새된 목소리가 약하게 튀어니왔다. 먼지 올라탄 눈에서 눈물이 퐁퐁 솟아났다. 먼지가 쓸려 바닥에 고였다.


“아.. 으.. 흐으..”


바르르 떨리는 손이 목을 향했다. 비틀거리는 손이 목걸이 형식의 반지를 꺼내들었다. 흐리멍텅한 눈이 반지를 보며 생기를 미약하게 뿜어냈다.


“달래야.. 약속을.. 약.. 속을..”


없는 힘을 쥐어짜낸 듯 반지를 잡은 손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숨소리가 그쳤다. 먼지 쌓인 방 안 가득 냉기가 들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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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소 3/6 전력 60분

주제: 낮잠
컾링: 해달






매끈한 창문을 타고 햇빛이 들어왔다. 얕은 먼지가 햇빛의 곁눈질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긋한 목재바닥 가운데 폭신한 이불이 자리잡았다. 편한 츄리닝을 입은 달래가 먼저 제 몸들을 이불 위로 던졌다.

“우아 편하다! 빨리빨리 꺼내봐봐 응?”

달래가 진해의 바지를 잡고 칭얼거렸다. 뽀얀 눈망울에 진해가 제 무릎을 굽혀 쪼그려 앉아 달래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응응 그래그래. 노트북 이번에 같이 보자. 뭐부터 볼까?”

진해마저 이불에 눕고 노트북을 꺼내 놓았다. 우웅 노트북이 시동됐다. 시동되는 노트북을 보며 달래의 눈이 더 반짝이기 시작했다. 눈에 가득 들어간 빛에 진해가 달래의 볼에 뽀뽀했다.

“에?”

벚꽃이 개화했다.

“예뻐서.”

달래가 얼굴을 살짝 붉혔다. 생글상글 웃고만 있는 진해의 얼굴에 달래가 제 입술을 내밀어 진해의 입에 눌렀다. 쪽소리가 둘의 귓를 간질였다. 대담하게 들어온 애정에 진해와 달래의 얼굴이 서서히 붉어졌다.

“으흠. 흠. 달래야.”

“응..”

발그레한 얼굴이 마주쳤다. 쪽쪽 얕은 버드키스가 이어졌다. 몽롱한 눈이 마주쳤다.

“낮, 잠 잘까..?”

낮게 가라앉은 진해의 목소리가 달래의 귀를 파고들었다. 색기 가득한 말에 달래의 피부 위로 닭살이 돋았다. 달래의 얼굴에 야살스런 미소가 걸쳐졌다.

“밤일은 밤에 하고.. 지금은 체력비축용 낮잠 잘까..?”

키들키들 장난끼 섞이고 색기 가득한 웃음이 진해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낮잠 자자.”

얕은 버드키스에 진한 감정을 담아 연달아 뽀뽀했다. 나른한 색기가 둘의 주변을 휘감았다. 노트북이 혼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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짹님이랑 연성교환

크랜나르





밝은 색의 머리카락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매끈한 얼굴을 퉁퉁 부풀린 채 나르키가 제 발목을 쳐다보았다. 잔뜩 골이 난 모양새에 크랜이 한심함이 가득한 얼굴로 나르키를 응시했다. 발갛게 변한 발목은 보기만 해도 시큰거림을 자아냈다.


"정말, 이게 뭡니까. 발목을 아예 동강내지 그래요. 발모가지가 아주 그냥. 그 좋아하는 방송에 나가지도 못하고 말이죠. 아아아주 자알 하셨습니다. 예에?"


크랜이 한껏 인상을 찌푸리며 나르키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하얗게 김이 오르는 뜨듯한 수건이 나르키의 발목에 올라갔다. 발목에 느껴지는 시원함에 나르키가 눈썹을 풀어냈다. 풀어진 눈썹이며 볼의 형태에 크랜이 앙심을 담아 나르키의 발가락을 꼬집었다.


"으앗! 크래앤! 정말 나처럼 이 완벽한 미모와 능력을 가진 사람을 혼내는 건 크랜밖에 없을거야..!"


나르키의 볼을 부풀어지며 입술이 뾰족히 튀어나왔다. 물 밖에 건져진 붕어처럼 나르키의 입술이 연신 벙긋거리며 꿍얼거렸다. 자잘자잘하게 들려오는 투덜거림에 크랜의 얼굴에 음영이 졌다. 유도화가 개화했다.


"아, 아. 그. 러. 세. 요? 이거 어쩌나? 저는 나르키를 좋아하는데?"


나르키가 눈을 감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제 상체를 뒤로 기대며 손으로 지탱했다. 크랜이 조용히 다가갔다. 유도화가 꽃잎을 펼쳐냈다.


"에에 그치만 크랜은 매일 나 혼내기만 하고오. 나같이 완벽한 미모를 가진.. 헉! 설마 이 완벽한 나르키님이 방송에 나가는 게 부러웠ㄷ..?!"


나르키가 눈을 떴다. 크랜의 얼굴이 나르키의 얼굴과 5센티 정도로 가까웠다. 눈이 마주쳤다.


"에, 크랜?"


"네, 저인데요. 그 잘나빠진 얼굴 가까이서 보니까 별로네요."


심드렁한 얼굴로 크랜이 말을 끝냈다. 덤덤한 말에 나르키가 울컥 말을 높였다.


"뭐?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이 얼굴! 얼마나 미인인데! 내 방송 보러오는 이들이 얼마나 내 이름을 부르는 줄 알아? 나르키! 나르키! 하면서! 응?! 크랜이 너무하다구!"


나르케가 연신 제 볼을 부풀렸다. 7살 먹은 아이처럼 땡깡을 부리며 크랜에게 제 말을 쏟아냈다. 말랑한 나르키의 볼이 크랜의 손에 잡혔다. 크랜이 입꼬리를 비죽 올렸다. 나르키의 볼이 좌우로 양껏 늘어났다.


"이 얼굴짝. 요 놈의 얼굴! 이 넙치같은 얼굴이 그냥!"


"으후으아아아 흐헨! 흐헨! 아하! 아하! 으아해애"


나르키가 제 팔을 바동거렸다. 나르키가 크랜의 몸을 밀어보지만 볼에 들어가는 악력에 아픔을 느끼고는 강하게 밀쳐지지 않았다. 차마 발은 사용하지 못한 채 크랜의 손에 양 볼이 잡혀 나르키의 얼굴이 흔들렸다. 크랜의 뒤에 소악마가 나타나 코딱지를 파 튕겼다. 나르키의 눈에 서운함이 몰려들었다.


츠챱


나르키의 볼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얀 피부인지라 발갛게 물든 볼이 크랜의 눈에 더 들어왔다. 나르키가 제 볼을 감싸쥐었다. 고개를 왼쪽 아래로 살짝 숙인 나르키가 꿍얼거렸다.


"치, 어떻게 이 국보급 얼굴을 무자비하게 잡아당기는거야. 이 나르키님의 얼굴은 무척 소중한데. 체, 체, 쳇! 크랜 너무해. 너무하다구. 어떻게 이런 짓을..!"


"하아.."


크랜의 한숨에 나르키가 움찔하며 입을 닫았다. 적막한 공간에 나르키가 눈을 흘끼며 크랜의 눈치를 보았다. 크랜의 손이 나르키의 머리 위로 올라왔다.


"적당히 좀 해요, 나르키. 오늘 발목 다친 거처럼 손목 다치면 어떻게 하려구요."


크랜이 나르키의 머리를 결대로 쓰다듬었다. 눈가를 엄지손가락으로 문지르고는 손바닥으로 나르키의 볼을 감쌌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미열에 크랜이 손을 움직여 나르키의 볼을 살짝 부벼주었다. 볼에서 느껴지는 애정에 나르키가 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미안, 조심할께.."


말을 마친 나르키가 제 고개를 움직여 크랜의 손바닥에 제 볼을 부볐다. 나긋하게 느껴지는 온기에 크랜이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따스한 분위기가 잔뜩 퍼지고 크랜이 제 입술을 나르키의 입술 위로 꾹 눌렀다. 말캉하니 다가온 온기에 나르키가 환하게 웃었다. 마타리꽃이 개화했다.


"크랜도 내 미모에 넘어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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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소 2/14 전력 60분

주제: 발렌타인데이






초콜렛이 식탁 가득 채웠다. 살랑이는 금발과 갈색 머리카락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탁탁

초콜렛 뭉텅이가 칼질 한번마다 툭툭 잘렸다. 일정하게 잘리는 진해의 초콜렛에 비해 달래의 도마에서는 들쭉날쭉하게 초콜렛이 잘렸다.

“앗!”

달래가 손을 삐끗하자 초콜렛이 앞부분만 약하게 잘렸다. 진해가 놀라 고개를 빠르게 돌렸다. 분출하는 피가 보이지 않자 안도의 숨을 내쉰 진해가 손에서 칼을 놓았다. 살짝 다가가 달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자자, 달래야. 긴장 풀어.”

“으, 으응.”

초콜렛이 투박하게 잘려나갔다.

-

달달한 초콜렛 향이 부엌을 가득 채웠다. 중탕되는 초콜렛이 말갛게 이루어졌다. 달래가 미간을 조금 찌푸리며 초콜렛에 눈을 떼지 못했다. 입술까지 뾰족히 튀어나온 모습이 진해의 눈 가득 담겼다. 진해가 얼굴을 바보같이 풀며 미소지었다. 진해가 봉지를 부스럭거리며 초콜렛 틀을 찾았다.

“헉! 지, 진해야!!”

“응? 달래야?”

“이, 이거 어떻게 해!!”

진해가 가스레인지 가까이에 향했다. 초콜렛이 형체를 일으리며 울고 있았다.

“진해야아.. 이거 어쩌지..?”

“어.. 달래야..? 이거 어쩌다가 이렇게 된거야..?”

달래가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돌렸다. 달래의 귀가 발갛게 달아올랐다.

“으.. 그게, 사실은.. 좀 더 물처럼 하고 싶어서 초코우유를... 조금..”

진해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하... 응. 괜찮아 괜찮아. 다시 만들자. 도와줄께.”

진해가 해맑게 웃었다. 달래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초콜릿 향이 강하게 풍겼다.

-

흡사 뒤에서 후광이 피어오르듯 초콜렛이 반짝였다. 달래가 극과 극으로 나뉘듯 형태가 다른 초콜렛에 고개를 숙였다. 어깨가 아래로 내려가고 실망했다는 표시가 처연히 나타나는 달래의 모습에 진해가 눈을 힐끗거렸다.

“여기 쪽은 못 먹겠다..”

시무룩한 말에 진해가 애매하게 웃었다. 크게 내어지는 한숨에 진해가 배시시 웃으며 달래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제 손을 달래의 볼에 얹어 붕어입을 만들었다.



진해가 달래의 입술에 제 입을 내렸다. 얕은 뽀뽀에 달래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진해가 키들키들 웃으며 제 입으로 초콜렛을 집어넣었다. 살살 녹아가는 초콜렛에 진해가 눈웃음치며 달래의 입술을 열었다. 달큰한 초콜릿이 둘의 입을 오갔다. 혀천장을 간질이고 볼 안쪽을 건드리는 혀에 달래가 진해의 옷깃을 잡았다.

“흐읏, 우웅.. 진, 하읏.”

쵹!

진해가 제 혀로 달래의 입술에 남은 초콜렛을 핥았다. 말랑하니 잔여감 남은 입 안과 달큰한 향내에 달래가 결국 피싯 웃어버렸다.

“정말이지..”

“초콜렛 맛있다. 그치?”

달래가 배시시 웃으면서 제 입 속에 초콜렛을 넣었다.

“응 맛있다. 또 먹을까?”

달래가 쌜쭉하니 웃으며 진해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진해가 볼우물 잡히게 웃으며 제 얼굴을 순순히 가져갔다. 초콜렛 향이 진하게 풍기며 진해와 달래 사이를 간질이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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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소 1/31 전력 60분

주제: 눈물






옥황이 머무르는 천상궁이 환하게 반짝였다. 우아함과 깔끔함, 고풍스러움에 치우쳐진 천상궁은 존재만으로도 스스로를 부각시켰다. 하얗게 빛이 일었다.

“으우우웅 옥황 보러 가야지이. 우리 옥황. 옥황. 흐음음 옥황을 보러 갑시다아.”

염라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움직였다. 바쁜 걸음새로 걷고 걸으며 복도를 지나고 입구를 지키던 백호도 지나쳤다. 고풍스레 문양이 새겨진 창호지 문이 나타났다.

“호오 이거 어디서 만든거지? 옥황한테 물어봐야겠다.”

염라가 문을 열어재쳤다.

“오옥화앙!”

서류에 쌓여있는 옥황이 나타났다. 옥황이 힐끔 눈을 흘기고는 다시 서류로 눈을 돌렸다.

“왔나. 서류는 다 한 것인가.”

염라가 샐쭉 웃었다.

“다앙연하지! 아마 좀 있으면 살라 고 녀석이 염라궁에서 온 서류입니다 하면서 가져올껄?”

간드러지게 살라의 성대모사까지 하며 염라가 제 옷자락을 펄럭였다. 펄럭이며 드러난 늘씬한 다리에도 옥황이 미동도 하지 않자 염라가 입술을 비죽였다. 뾰족히 솟아난 입술을 뻐끔거리며 염라가 옆에 있던 소파에 몸을 눞혔다.

“오오! 이거 새로 들어온거야?”

잠시 시선을 돌리고는 다시 서류에 고정한 옥황이 입을 떼었다.

“아, 그거 저 쪽 서양에서 주었네. 그 쪽 신계에서 인계쪽 물품이 유행하는가 보더군. 그러더니 한개 챙겨주었네. 왜 그러나.”

염라가 고개를 돌렸다.

“체엣 우리는 이런 거도 안 주더니..!”

꿍얼거리는 염라의 모습에 옥황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그러면 자네가 가져가지 그러나.”

“으응? 괜찮아 괜찮아. 이거 별로 쓸모도 없어. 옥황 옆에 오니까 이러고 있는거지.”

절레절레 손을 내저으며 염라가 고개를 꺽었다. 뒤집어진 시야에도 수려한 옥황의 얼굴에 염라가 히죽 웃었다.

“옥황. 잘 생겼다. 얼굴이 수려하고 손도 섬섬옥수인걸? 옥황을 보면 아마 그 저 쪽 중국에 있다던 미인들은 모두 고개 숙였을 거야.”

웃음기 가득한 염라의 말에 옥황이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소파 팔걸이에 얼굴을 올려 엎어진 염라의 모습에 옥황이 염라를 훑었다. 옥황의 눈에 길게 흐트려진 머리카락과 새초롬한 눈매, 뽀얀 피부가 선선히 들어왔다. 매끈한 등 곡선부터 탐스런 엉덩이 라인이 들어오고 곧은 각선미의 다리가 들어왔다. 옥황의 시선을 느낀 염라가 짖궃게 미소 지으며 천장을 올려봤다. 염라의 다리가 하늘을 향해 올리섰다. 천자락이 아래로 흐르고 사타구니를 아슬하게 가렸다. 쭉 뻗은 다리선이 옥황의 눈에 담겼다.

“옥황. 내 눈에서 눈물 언제 뽑았는지 알아?”

“...”

염라가 다리를 꼬았다. 염라가 제 왼다리를 오른발로 천천히 훑었다. 옥황의 시선이 집요해졌다.

“옥화앙? 내 눈에서 눈물 언제 뽑았는지 기억해?”

“... 10일 전 술시부터 해시까지는 집무실에서 해시부터 축시까지는 침실에서 그리고 축시부터 묘시까지는 욕실에서 눈물을 흘렸네.”

염라가 몸을 돌렸다. 흐트러진 옷고름에 염라의 오른 어깨가 훤하게 드러났다. 염라가 상체를 일으키자 곧은 쇄골과 탄탄한 가슴이 나타났다. 옅게 남은 분홍빛 순흔이 염라의 가슴께를 채우고 있었다.

“옥황? 지금은 몇시일까?”

“하.. 정말이지. 이런건 당해낼 수가 없군.”

염라가 샐쭉하니 웃었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데, 그래.”

옥황이 제 옷고름을 풀러 겹옷을 벗었다.

“지금이 유시에서 절반정도 지났으니 이제부터 눈물 빼면 적어도 묘시까지는 계속 흘려야 하는 걸 기억하게나.”

색 가득한 옥황의 분위기에 염라가 환하게 웃었다.

“눈물 펑펑 흘리게 만들어봐, 옥황.”

“후회하지 말게.”

옥황이 염라의 입술을 열었다. 옥황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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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반지






밤하늘에 별이 촘촘이 박혀들어갔다. 초승달이 해맑게 웃었다. 깜빡이는 가로등 사이에 밝은 노란 머리가 제 머리를 헝클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제 품 속을 주섬거렸다. 문득 작은 상자 하나를 꺼내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열었다. 가로등 불빛에 반지가 반짝였다. 매끈한 금속광택이 진해의 눈을 간질였다.

“으, 으어.. 다, 달래야아.. 나랑 겨, 결혼..!”

진해가 상자를 닫고 강하게 쥐고 고개를 숙였다. 달달 덜리는 몸이 수그려졌다.

“으아.. 달래야아.. 나 어떻게 하지이..”

진해가 입을 꿍얼거렸다.

우웅

진해의 핸드폰이 울렸다. 진해가 퍼득 놀라 상자를 떨어트렸다. 기겁한 진해가 팔을 퍼덕이며 상자를 잡아챘다. 진하게 한숨을 쉰 진해가 발을 빠르게 놀리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얼굴이 밝아진 듯하면서도 어두운 진해의 얼굴 한쪽이 핸드폰 바탕화면으로 파랗게 변했다.

또리링

“어, 응. 달래야. 나 지금 가고 있어! 빨리 갈테니까 밥 지금 그릇에 푸면 안되! 알았지?”

진해가 퍼득거리며 몸을 움직였다. 바쁜 구둣소리에 달래 웃음소리가 핸드폰을 타고 흘러나왔다.

‘안 푸고 있을테니까, 얼른 와. 반찬 식으면 식은대로 먹으라고 할거야.’

“으앗! 그건 너무하잖아! 나 빨리 갈께!”

진해가 제 품 속을 꾸욱 누르며 달려나갔다.

-

드라마에서 결혼식 장면이 펼쳐졌다. 하얀 웨딩식장의 모습이 진해와 달래의 눈에 천천히 아로새겨졌다. 진해의 오른손이 꼼지락거렸다. 옅은 갈색 머리카락이 진해의 목을 간질였다. 달래의 머리가 진해의 어깨에, 진해의 머리는 달래의 머리를 괴었다. 따스히 느껴지는 서로의 체온에 진해가 달래의 손을 잡았다. 드라마 주인공이 서로를 보며 웃었다.

“달래야, 결혼하자.”

“응? 그게 ㅁ..”

진해가 반지케이스를 꺼냈다. 뚜껑까지 열어 보이는 진해의 모습에 달래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결혼하자. 원래는 더 전에 말하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말하기가 어렵더라고.. 이렇게 어정쩡하게 말하는 거 같지만 아니, 뭐라고 하는지도 못하게 횡설수설하는 거 같지만. 이거 하나만은 말할 수 있어. 나랑 결혼하자, 달래야.”

“푸후.. 그게.. 뭐야.. 이런 프로포즈가 어딨..어.”

빨갛게 변한 달래의 눈에서 눈물 한방울이 흘러내렸다. 손으로 눈물을 닦은 달래가 환하게 웃었다.

“결혼하자, 진해야.”

진해가 달래를 강하게 껴안았다. 빠르게 뛰는 심장소리가 고동을 맞춰갔다.

“빠르다.”

“응. 긴장했었으니까.”

진해가 달래의 귓가에 입을 맞췄다.

“고마워. 받아줘서.”

“나야말로, 고마워. 결혼하자고 해줘서. 먼저 말해보고 싶었는데, 내가 너에게 하는 것보다 네가 나에게 해주는 게 더 빠를 것 같았어. 그리고 지금 그랬지.”

달래가 진해의 팔을 풀더니 움직였다. 작업방으로 들어가더니 반지케이스를 꺼내 들고왔다. 서로의 손에 들린 반지케이스에 웃음이 터졌다. 애정어린 웃음이 둘을 간질였다. 서로의 반지케이스에서 반지를 꺼내며 목걸이 줄을 꺼내들었다. 서로의 손가락과 목에 맹세가 자리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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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님이랑 연성교환
주제: 밤바다





짐정리를 하다가 점점 노을지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바다 수평선으로 깔리는 홍빛에 얇은 가디건을 손에 쥐고 신발을 구겨 신었다. 짭쪼롬한 바다내음이 코로 가득 몰려왔다. 웃음소리가 귀를 스쳐갔다. 잠시 주변에 눈을 돌리다 바다를 향해 걸었다. 점점 짠내가 강해지고 파도소리가 가까워졌다. 바다가 나타났다. 붉은 해가 바다를 물들이고 있었다. 해가 저물어갔지만 아직 바다는 붉었다. 노랗고 붉은, 주홍빛을 띄는 바다가 너를 닮았다.

“하아..”

너를 꼭 닮은 색이 찬란하게 바다를 물들였다. 저처럼 너도 나를 물들였다. 느리게 저물어가는 해처럼 너도 저물었다면 좋았을 것을. 너는 어째서 그리 빨리 저버렸나. 왜그리 빨리 저버렸을까.

고등학교까지 엮였던 소꿉친구의 관계를 보다 달달하고 아릿하며 행복한 관계로 발전시킴으로서 너와 나는 행복을 만끽했었다. 앞선 시간을 보낸 것이 헛되지 않게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은 당연히 아는 것이였다. 그 뿐일까 부모님들 마저도 조금은 알고 계셨다며 인정해주셨다. 아쉬움 가득하셨지만 정말로 가족이 되었다고 하시며 웃으셨지. 나 역시 그리 느끼고 충만한 감정이 마음에 피어올랐었는데.. 네가 그리 저물지 않았다면... 너는 정말이지 그렇게 커다란 존재였고 존재이며 존재했을 거였다.

해가 사라졌다. 까만 밤하늘이 바다를 물들였다. 그래. 너 역시 저랬다. 환하게 웃던 그 얼굴이 거멓게 죽어버렸었지. 나를 보며 웃어보이던 그 얼굴도, 나에게만 보이던 색기어린 얼굴도. 아니, 네가 나에게 보이고 주었던 모든 감정, 행동들이 모두 붉게 물들며 철지난 동백꽃처럼 떨어졌었다. 그렇게 저버리는 것을 내가 모두 보았다. 그 와중에도 너는 아스라이 웃어보이며 내 걱정을 했었다. 짠내 짙은 바람이 볼을 스쳤다. 밤바다가 울렁였다. 손이 허전했다. 검고 검은 바다가 앞에 펼쳐져 있는 이 상황에서 너는 어떤 말을 했을까.

‘너랑 같이 보니까 운치있는 거 같아.’
‘다음에 또 보러오자! 그 때에는 밤바다 보면서 밤을 새는거야!’
‘진해야! 불꽃놀이 하면 예쁠 거 같아!’

너는 정말이지 내 빛이였고 내 꿈이였으며, 나의 하나뿐인 소중한 애인이였다. 아니, 애인이다. 너는 아직 나에게 있어서는 잊지 못하고 잊지 못할 내 하나뿐인 사랑이니까. 바닷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는지 볼이 차갑게 식었다. 챙겨온 가디건을 대충 꿰어입었다. 멍하니 서서 바다를 바라보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걸까. 저녁놀을 괜히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녁놀을 보지 않았다면 밤바다를 보며 울 일은 없었을텐데. 아니. 그저 저물어가는 해를 보며 방에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점점 볼에 감각이 사라졌다. 계속 눈물이 나는지 따뜻하고 차가워짐을 반복했다. 아마 내일 일어나면 눈이 부어있겠지. 네가 봤다면 깔깔 웃으면서도 얼음을 대주었을거야. 조금씩 대어주다가 눈이 정도껏 가라앉으면 뽀뽀를 해주면서 웃었겠지. 활짝 개화한 진달래꽃처럼 너는 그리 웃었을거다. 그러면 나는 네가 흔히 말하던 개화한 벚꽃처럼 웃었을테지.

푹! 큰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손잡고 지나가던 연인 중 남자가 엉덩방아를 찐 탓이였다. 멋쩍게 웃는 그 얼굴 위로 짖궃은 웃음소리가 퍼졌다. 시원스런 웃음소리에 부루퉁한 표정의 남자가 제 애인을 잡아 넘어트렸다. 행복해 보이는 모습에 갑자기 배알이 꼴려 고개를 돌렸다.

나도 저러던 시간이 있었는데. 너와 내가, 비록 동성커플은 환영받지 못한다한들. 네가 같이 있기에 행복하던 그 시간들이 있었는데. 울컥 솟구치는 짜증에 주머니를 뒤졌다. 값 올라간 담배 한곽이 잡혔다. 열어재껴 한개피를 물었다. 하얗게 연기가 피어올랐다. 검은 밤바다에 사별한 동성애인을 둔 남자가 알콩달콩한 커플을 보고 배알이 꼴려 담배를 문다라. 하찮고 하찮은 놈아. 5년. 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러냐. 내면이. 울부짖었다. 소꿉친구로 18년!! 애인으로 9년에 가까운 세월을!! 어떻게 5년으로 잊겠나!! 피부가 벗겨진 듯 쓰렸다. 숨을 들이마시자 벌겋게 담배가 달아올랐다. 폐 속으로 연기가 차올랐다.

손을 내려다보았다. 검은 밤바다와 뒤에서 빛을 발하는 가로등, 그 사이 애매한 밝기 속에 서있는 사람 하나. 나는 왜 이 곳에서 떠나지 못하는가. 앞이던 옆이던 가야하는데 머무르고 있을까. 물었다. 내가 잊을 수 있어? 내가 가슴에 묻을 수 있어? 과거를 지켜볼 수 있어? 내가 달래를 포기할 수 있어? 모든 질문의 답은 아니오. 나는 할 수 없다. 나는 불가능하다.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차가운 볼이 느껴졌다. 또한 눈물자욱이 선명히 느껴졌다. 나는 달래가 보고싶다. 이거 하나만은 인정할 수 있었다.

더듬거리며 목걸이를 찾았다. 얇게 이어진 줄에 달린 두개의 링을 잡았다. 깔끔하면서도 유려한 반지에 괜시리 눈이 시렸다. 이 걸 끼던 네 손가락이 생각났다. 네 손가락에 끼워줄 때 너는 발간 눈으로 웃었다. 고인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고 나는 그 볼을 감싸쥐며 달디 단 키스를 했었지. 반지에 입을 맞췄다. 앞으로 22년이 지나면 너를 잊을 수 있을까. 아니, 더이상 울지 않을 수 있을까. 27년의 인연 중 5년이 지났다. 여전히 나는 아프다. 나머지 22년이 지난다면 괜찮아질 수 있을까. 눈을 뜨고 바라본 앞은 검고 까맸다. 밤바다는 어둡고 질척였지만 그만큼 감성적이고 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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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소 12/27 전력 60분

주제: 포옹






하얀 구름이 거드름을 피며 걸어나왔다. 잔뜩 거만하게 뒷짐을 지고 걸어가던 중 큰소리에 몸을 움츠렸다. 동글동글한 말소리에 구름이 후다닥 도망쳤다.

“오오오오옥화아아아아아앙!!!”

염라가 천상에 나타났다. 선녀들이 익숙한듯 제 할일을 챙겨 종종 걸음으로 떠났다. 이연이 한숨을 쉬고 염라의 뒤를 따랐다. 고고한 궁에 발바닥이 마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발칵!

“옥황!”

서류에 파묻힌 옥황이 염라를 쳐다보았다. 이연이 짧게 목례를 하고 문에 머물렀다.

“옥황! 옥황! 허그데이래!! 나나나나 빨리 포옹해줘! 응? 옥화앙!”

염라가 눈을 반짝이며 팔을 벌렸다.

“하?”

옥황이 염라를 쳐다보다 서류로 눈을 돌렸다. 볼을 부풀리며 입을 비죽인 염라가 책상에 팔을 걸쳤다.

“아아아아 옥화앙. 나 포옹해줘어, 으응?”

염라가 연신 입을 재잘거렸다. 밝은 기운이 가득한 목소리가 옥황의 입가를 간질였다.

“염라, 서류처리 하는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겐가? 저리 좀 가있게.”

염라가 볼을 부풀리며 제 팔짱을 꼈다.

“그런게 어딨어어 빨리 나 포옹해주라, 으응?”

옥황이 제 머리를 한손으로 부여잡았다. 살짝 찌푸려진 미간에 염라가 살짝 뒷걸음질 쳤다. 살금살금 옥황의 눈치를 보던 염라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환해졌다.

“폐하, 서류를 가져왔사옵니다. 염라대왕님. 또 여기 계시는 겁니까.”

살라가 양손 가득한 서류를 옥황의 책상에 올려놓았다. 찔끔한 염라가 시선을 창 밖으로 보내며 딴청을 피웠다. 살라가 빙글 웃으며 방안을 나섰다. 살라의 미소를 염라는 보지 못하고 옥황이 입모양을 만들어냈다.

‘잘했네, 살라.’

문이 닫히고 염라의 어깨가 아래로 내려갔다. 염라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옥황의 눈치를 보았다. 제 손가락을 쳐다보며 꼼지락거리는 염라의 모습에 옥황이 미소지으며 숨을 내쉬었다. 염라의 어깨가 크게 움찔거렸다. 옥황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염라, 나중에 다시 오게. 서류처리..”

염라가 고개를 들었다. 이연이 문을 열어 들어오며 서류를 내려놓았다. 한덩이씩 서류를 내려놓은 이연이 목례한 후 방을 나섰다. 옥황이 염라와 서류들을 번갈아 가며 시선을 움직였다. 염라가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었다.

“여기서 처리할께! 그럼 됐지?!”

염라가 생글생글 웃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서류를 보며 집중하는 염라의 모습에 옥황이 턱을 괴었다. 집중하며 입술을 오물거리는 염라의 얼굴에 옥황이 입꼬리를 당겨 웃었다. 옥황의 주변이 왠지 모르게 어두웠다.

-

가득하던 서류가 줄어들고 공간도 어두워졌다. 아직 남아있는 서류에 염라의 눈이 보이지 않자 옥황이 몸을 일으켰다. 완전히 숙여진 염라의 고개에 염라의 목선이 나타났다. 옥황이 염라의 뒤에 나타났다. 옥황의 입술이 염라의 목에 내려앉았다. 탄탄한 팔이 염라를 끌어 안았다.

“옥황?”

“그렇네, 염라. 허그데이라고? 우리 사이의 포옹은 조금 다를 것 같군.”

옥황이 염라를 들어올렸다. 뒤에서부터 끌어안겨진 염라가 팔을 바동거렸다.

“어, 어, 아? 오, 옥황?”

염라의 얼굴을 제 목덜미에 품으며 고쳐안은 옥황이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볼을 발갛게 붉히며 당황하는 염라에 옥황이 제 입술을 염라의 입술에 올려놓았다.

“침실로 가기 전까지는 손 안댈테니 걱정말게, 염라.”

염라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화끈화끈한 열이 옥황의 목덜미를 달구었다. 빨간 염라의 귀가 옥황의 눈에 선명히 들어갔다. 빨간 염라의 귀에 버드키스를 하며 옥황이 염라의 얼굴을 들어냈다. 붉기만 한 얼굴에 옥황이 작게 웃었다. 억울한 듯 볼을 부풀리고 눈을 치켜뜬 염라의 얼굴에 옥황이 얼굴을 내렸다. 말캉한 혀가 염라의 입술을 갈랐다. 숨이 겹치는 소리가 작은 발걸음 소리와 번갈아 가며 공간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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