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본 1/30 전력 60분

주제: 얼음





얼음기둥이 햇빛에 산란했다. 반들반들 빛나는 얼음기둥 안에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푸른빛으로 산란하며 반짝이는 공간에 이질적인 금갈색이 흐드러졌다. 하늘은 푸르게 빛나고 바닥은 얼음으로 빛났다. 셀 수 없이 높게 솟은 얼음기둥이 눈물을 흘렸다. 고개 숙인 금갈색이 고개를 들었다. 흐리멍텅한 갈색눈이 하늘을 올려봤다.

“하아...”

한숨이 입술을 갈랐다. 볼에 맻힌 살얼음과 몸 곳곳에 내린 서리, 잘게 부서지는 얼음조각이 츠나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츠나의 눈에서 눈물 한방울이 볼을 타고 미끄러졌다. 츠나가 입술을 깨물고 피가 터져나왔다.

“왜.. 왜..! 모두, 그러고 있어..?”

억눌린 짐승이 으르렁거렸다. 한없이 다정하고 다정한 맹수가 제 스스로에게 이를 들어냈다.

빠드득

이 갈리는 소리가 섬찟했다. 츠나가 제 스스로 목을 움켜쥐었다. 힘줄이 솟고 얼굴이 발갛게 변했다.

‘뭐하는 거냐! 이 다메츠 시, 시시십대째!! 츠나? 왜 그러고 있 츠나?! 뭐하는 초식. 육식이 되더니 미친 쿠후후 미친건가요 츠 보스.. 츠나형! 그러 쓰레기. 우오이이!! YOU는 미 무우 돈도 되지 않 엄머 그게 뭐하는 보스께 폐가 된 츠츠나?!! 이 아비는! 뭐하는 거냐 네 머릿 코라!! 뭐하는 에에엑?! 대체 뭐하는……’

격한 숨이 터져나왔다.

“으, 아.. 하.. 으, 아.. 나, 는..! 내가, 나를! 어째서!”

츠나가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흐릿하게 하얀 그림자가 생겨나자 츠나가 입꼬리를 비죽 올렸다.

“좋아.. 내가 졌어. 내가 당신들을 이길 수 있을리가 없잖아.”

츠나의 몸이 기울어졌다. 허탈한 미소가 츠나의 입가를 간질였다. 불꽃이 일며 츠나의 손이 얼어붙었다. 순식간에 몸을 덮은 얼음이 꼿꼿하게 솟아났다. 그 어느 기둥보다 크고 높게 솟은 얼음기둥이 중심을 지탱했다. 차가운 바람이 얼음기둥 사이를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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멮 1/30 전력 60분

주제: 차가움






갈색으로 말라붙은 피가 바스라졌다. 초점없던 눈동자가 생기를 찾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인영이 퍼득 놀라 아래를 쳐다봤다.

“이, 게 무슨..!”

프리드가 제 친우들을 내려봤다. 하얗게 뜬 얼굴과 말라붙은 피, 그리고 체온이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몸들이 프리드의 시야에 박혔다. 하나같이 마법에 의한 상해로 피를 쏟으며 죽은 모습에 프리드가 뒷걸음질 쳤다.

찰싹

제 볼을 내려친 프리드가 이물감에 손을 쳐다봤다. 검붉은 핏자국이 나타났다. 허둥지둥 제 손을 털고 로브에 닦으며 자욱을 지우려 안간힘 썼다. 제 마력을 체크한 프리드의 눈이 당황과 초조로 가득 찼다.

“거, 짓말이지? 그렇지?”

프리드가 제 몸을 애써 이끌고 시체 가까이로 향했다. 설레설레 시체를 흔들었다.

턱.

턱.

탁.

타악.

바닥에 부딫치며 둔탁한 소리를 내고 손에 느껴지는 차가운 냉기에 프리드가 제 손목을 부여잡았다. 손으로 바닥을 짚고 슬슬 뒤로 물러났다.

“흐으.. 이게.. 무, 무슨.. 이럴, 리가..!”

바닥에 흩어졌던 피가 꿀렁였다. 어미를 쫒는 새끼새처럼 제 근원을 찾았다. 절걱이며 시체가 일어섰다. 하얗게 뜬 얼굴에 동태눈을 한 이들이 움직였다.

“프리드. 몸이 차가워.”

“프리드, 몸이 딱딱해.”

“프리드. 몸이 이상해.”

“프리드, 마력이 안 움직여.”

“프리드. 손가락이 굳었어.”


"프리드. 눈이 뻑뻑해."

“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프리드”

프리드 가까이에 얼굴을 모은 이들이 입을 멈췄다. 프리드의 눈이 발갛게 충혈됐다.

“프리드. 넌 왜 따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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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팬텀 생일








어두운 공간에 금발이 살랑였다. 초점없이 걷고 있는 사내가 걸을수록 공간은 점점 더 탁하고 어두워졌다. 사내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아, 나 왜 여기서 걷고있는거지?”

팬텀이 멈춰섰다. 하얗게 빛이 나며 여인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리아!”

아리아가 눈을 떴다. 초점이 사라지고 생기 없는 눈으로 아리아가 걸어갔다. 팬텀을 지나쳐 다소곳이 걸어갔다.

“아리아!!”

팬텀이 아리아의 뒤를 쫒았다.

“아리아!!”

아리아가 어두운 공간을 계속 걸었다.

“아리아!”

아리아가 멈춰섰다. 두 손을 꼬옥 맞잡은 채 눈을 감았다. 하얗고 부드러운 아리아의 옷에 붉은 기운이 돌았다. 피가 흐르고 흘러 옷을 적시고 바닥에 고였다. 아리아가 쓰러졌다.

“아리아! 아리아!! 제발! 아리아!!”

아리아가 쓰러지고 팬텀이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 아리아 가까이로 향하지 못했다. 팔을 버둥거리고 발로 차기도 하며 연신 비명을 질렀다.

“아리아!! 제기랄! 아리아!! 아리아아!!!”

아리아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금발이 피로 물들어갔다. 아리아의 고개가 팬텀을 향해 꺽였다. 팬텀의 눈과 아리아의 눈이 마주쳤다

“팬.. 터엄..”

아리아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서려졌다. 아리아가 눈을 감자 몸이 사라지고 바닥에 고였던 피도 사라졌다. 팬텀이 아리아가 있던 곳으로 향했지만 어느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무, 뭐야.. 아리아가, 아리아가..!”

팬텀의 몸이 떨렸다. 연신 손을 움켜잡으며 자리를 빙빙 돌았다. 초조한 듯 제 입술을 물어뜯으며 중얼거렸다.

“아리아가, 아리아가, 또. 또, 또 다시.. 다시? 다시? 아리아가 다시?”

팬텀의 앞에 빛이 생겼다. 프리드, 에반, 메르세데스, 아란, 루미너스, 그리고 검은 머리카락에 자안의 인물까지 팬텀의 앞에 나타났다.

“하.. 어라? 하, 너네가 왜, 왜 여기.. 저기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어?”

녹았다. 다리에서부터 천천히, 곰팡이가 습한 구역을 좀먹어 가듯 느릿하지만 꾸준하게 녹았다.

“하, 아? 그게 뭐ㅇ..”

“와, 내 다리 녹는거봐!”

“아란, 그런 말은 대놓고 하는게 아니야.”

“메르세데스.. 너도 그런 말 하면 어떻게 해.”

“모두 똑같이 녹고있군.”

“으음.. 이런 건 처음인데?”

질척한 액체상태로 변해 녹아내린 것들이 한갈래로 모이기 시작했다. 저마다의 색으로 흐르던 것들은 서로 섞여가며 어둡고 탁해지기 시작했다. 느릿한 액체가 한길 생겼다. 고개가 꺽인 아리아의 피가 흘러 같이 석였다. 팬텀이 몸을 움직였다. 막에 걸려 뒤로 나동그라졌다.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차기도 하며 막을 공격했다. 그 사이 하반신이 다 사라져 있었다.

“아하하 팬텀 잘 지내! 너무 걱정하지마!”

“이런 거 처음이지만 괜찮은데?”

“통증도 팔이 떨어지거나 다리가 날아간 것보단 적군.”

“나는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걸?”

팬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다 못해 파랗게 변했다. 입이 사라졌다. 곧은 시선의 눈이 팬텀을 응시하고 곧 녹아 흘러내렸다. 덜덜 떨던 팬텀이 고개를 돌리자 아리아가 눈을 뜨고 쳐다보고 있었다.

‘패..ㄴ.. 터...엄..’

아리아가 사라졌다. 이어진 피의 길이 흘러 모였다. 질척하고 어두운 웅덩이가 꿀렁였다. 크게 울렁이더니 솟아 올랐다.

‘그워어어어어!!!’

14개의 팔과 14개의 다리가 솟았다. 6개의 손에는 무기가 들려있었다. 각자 애용하던 무기가 날카롭게 벼려있었다. 꿈틀거리던 표면에 얼굴이 솟았다.

“어라, 나타났다.”

“와아.. 이거 신기해..”

“이거 이동은 어떻게 하는거지.”

“이거 신기하군.”

아리아의 얼굴이 나타났다.

“팬텀.”

팬텀이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하얗게 질린 입술에 피가 흘러내렸다.

“팬텀?”

“팬텀?”

“팬텀?”

“팬텀!”

“팬텀!”

“팬텀!”

“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

메아리쳤다. 팬텀의 이름이 불려지고 공간을 돌아 뇌를 좀먹고 활기찬 목소리가 반복되며 음습한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아.. 나는.. 으.. 아..”

팬텀의 아래가 울렁였다. 위로 움틀거리던 바닥이 위로 솟았다. 허벅지를 휘여감아 아래로 끌어당겼다. 발목, 종아리, 허벅제를 감고 더 튀어나온 검덩이들이 팔을 붙잡았다. 팬텀의 이름이 메아리쳤다. 팬텀이 아래로 내려갔다. 검덩이들은 상체를 부여잡고 끌어 내렸다. 목을 휘감아 졸랐다. 입을 막았다. 팬텀의 몸이 아래로 꺼져갔다. 뭉텅이에 달린 얼굴들이 입을 닫았다. 메아리가 이어졌다. 팬텀의 입이 아래로 가라앉았다. 얼굴들이 눈꼬리가 처질만큼 웃었다.

“팬텀.”

-

“..텀!..”

“ㅍ..! 팬..!”

“팬...! ㅌ..!”

“팬..! 텀..!!”

“팬텀!!”

팬텀의 눈이 크게 뜨였다. 루미너스의 얼굴 가득 걱정이 서려있었다. 식은땀이 팬텀의 턱을 타고 떨어졌다. 파란 팬텀의 입술이 떨렸다.

“팬텀? 너 괜찮은가?”

팬텀의 눈이 초점을 잃고 먼 곳을 바라보았다. 팬텀의 몸이 떨렸다. 루미너스가 침대에 앉아 팬텀을 껴안았다. 토닥이는 루미너스의 손에 팬텀의 손이 루미너스를 껴안았다. 덜덜 떠는 몸이 루미너스를 흔들리게 만들자 루미너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더욱 강하게 팬텀을 껴안은 루미너스가 손은 천천히 움직였다. 점점 잦아가는 떨림에 루미너스가 팬텀의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금발이 흐드러졌다. 루미노스의 입술이 팬텀의 이마에 내려앉았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다 괜찮다. 팬텀, 나는 여기에 있다. 사라지지 않아.”

팬텀의 자색눈에 눈빛이 차올랐다. 자수정이 빛을 받아 반짝이듯 울렁이는 눈에 루미너스가 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팬텀의 눈 위에 루미너스가 입맞췄다.

“쉬이.. 괜찮다.”

루미노스가 팬텀을 껴안고 등을 도닥였다. 팬텀이 루미노스의 목에 제 이마를 부볐다.

“아아.. 너라서 다행이야. 정말이지, 개같은 꿈이였거든.”

팬텀이 조금 쉰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잠시 혀를 찬 루미너스가 곧 탁자에서 물을 따라 팬텀에게 건넸다. 단숨에 들이키고는 루미너스의 품에 팬텀이 안겼다. 따스하게 느껴지는 온기에 팬텀이 안정하자 루미너스가 등을 토닥였다. 팬텀의 볼을 잡고 입술에 뽀뽀한 루미너스가 입을 떼었다.

“씻고 다시 누워서 쉬어라, 팬텀.”

팬텀의 눈이 크게 뜨여지다 얇게 휘었다.

“같이 씻을까, 루미너스?”

루미너스가 제 이마를 붙잡았다. 앓는 소리를 낸 루미너스가 제 얼굴을 팬텀 가까이에 붙였다.

“악몽 꿔서 시퍼런 네 녀석 덮칠 생각 없으니까, 쉬기나 해라.”

팬텀이 환하게 웃으며 루미너스의 목을 감싸안았다.



순식간에 팬텀의 입술이 루미너스와 맞닿고 떨어졌다.


“이래도 안 할거야? 응? 이 몸이 유혹도 해주는데?”

루미너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호오?”

루미노스의 혀가 팬텀의 입을 열어재쳤다. 도톰한 혀가 팬텀의 입천장을 간질였다. 말캉한 옆을 간질이다 혀를 잡아채 비볐다. 목 깊숙히까지 파고들기도 하며 따뜻한 입 속을 휘젓고 다녔다. 펜텀의 목에서 앓는 소리와 비음이 흘러나왔다.



크게 소리가 나며 둘의 입술이 떨어졌다. 조금은 헐떡이는 팬텀의 모습에 루미너스가 잘게 키스했다. 팬텀을 들어올린 루미너스가 화장실로 향했다. 

“일단, 씻을까?”

팬텀이 키들키들 웃고는 샐쭉하게 웃었다.

“좋아.”




*

생일 축하한다네 팬텀★ 내 비록 멘탈을 갈기갈기 찢었으나 끝은 루미너스와 연애물을 찍었으니 그로도 좋지 아니한가★
클클클 늦어서 미안하진 않지만 빈말로 미안하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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멮 10/24 60분 전력

주제: 운명


검은빛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금빛으로 빛나는 눈동자에 질투와 패배감이 짙게 서려있었다. 그리고 그 눈동자가 향하는 곳에는 휘광이 찬란히 빛나는 갑옷의 인물이 서있었다.

*

“후우... 프로미넌스!!”

빛이 터졌다. 하얗게 점멸되는 시야에서 살풋이 지어지는 미소가 더욱 매그너스의 시야에 들어왔다.

“뭐, 뭐야...”

얼떨떨한 매그너스가 몸을 급히 움직여 뒤를 돌았다. 빛이 터지고 난 뒤 폐허화 된 장소가 슬프게 울었다.

-

“젠장... 내가 여길 왜 온거지.. 배신한 주제에 여길 왜 온거야..! 거기에다가 이미 카이저 그 놈은 뒤지고 없는데!”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매그너스가 길을 헤쳐갔다.

“핫! 하압!”

바람이 흩어지는 소리와 단단한 기합소리가 매그너스의 귀에 잡혔다. 기척을 죽이고 살금살금 다가가자 작은 인영이 보였다. 본디 노바는 수명이 긴 종족으로 노바기준으로는 겨우 10세 초반의 육체가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움틀거리는 근육의 뒷모습에 매그너스가 실소를 흘렸다. 그리고 얕고 얄팍한 뒷모습에 성인의 모습이 겹쳐졌다.

‘오랜만이군, 매그너스.’

갑자기 들리는 카이저의 목소리에 놀란 매그너스가 그대로 뒷걸음질 쳤다. 선명한 카이저의 모습에 홉뜨여진 매그너스의 눈이 가라앉지 않았다. 매그너스가 사라졌다.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의 카이저가 사라졌다.

“후우...”

“카일!!!”

여린 목소리들이 가까워졌다.

-

“ㅁ, 뭐야.. 카이저 그 놈이 대체 왜... 카이저의 정수라는거 실체화 되는게 아닐텐데? 그거 힘만 전승되는 거잖아.. 그럴리가 없는데..!”

매그너스의 눈동자가 잔뜩 흔들렸다. 고개를 설레설레 돌리던 매그너스가 뒤로 누웠다.

“그럴리가 없...”

매그너스의 눈이 감겼다.

딸깍

*

“하.. 뭐야... 왜 또 노바의 땅이야.. 카이저 저 놈은 왜 살아있는건데... 나는 왜 어려져 있는거고... 하!”

삐뚤어진 웃음을 지은 매그너스가 몸을 돌렸다. 카이저의 눈이 매그너스의 등을 따라갔다.

-

“프로미넌스!”

카이저의 얼굴이 매그너스를 따랐다. 곱게 휘어지는 눈먀와 입꼬리에 매그너스의 눈이 흔들리다 눈을 감았다. 터지는 빛이 밝았다.

“나는... 틀리지 않아!”

이글거리는 매그너스의 눈이 침참되며 가라앉았다.

“나는 틀리지 않아. 내가 한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

침참된 눈이 흔들렸다.

-

“후우... 왜 여길 온거냐... 대체 뭐가 걸려서 이 곳에 온거냐.”

매그너스가 숲길을 헤치며 나아갔다. 연신 들리는 기합 소리에 매그너스의 귀가 움직였다. 땀으로 젖은 뒷모습이 움틀거리는 등근육을 내보였다. 그리고 성인의 카이저가 나타났다.

‘오랜만이군, 매그너스.’

곧은 눈동자가 매그너스를 향했다. 점점 떨리던 매그너스의 몸이 사라졌다. 씁쓸한 미소의 카이저가 곧 사라졌다. 여린 몸체가 검을 휘둘렀다.

-


“아냐.. 아냐.. 아냐... 그럴리가 없잖아.. 그 놈이 왜? 그 놈이 어째서? 배신을 한 나에게 그럴리가 없잖아!”

덜덜 떨리던 매그너스의 몸이 쓰러졌다.

딸깍

*

“아닐거야!!! 아닐거야!!! 아닐거라고!!!”

책상에 손모양 그대로 부서졌다. 손에 모인 나무조각들에 매그너스가 손을 털었다.

“후우... 다시, 다시 가보는거야...”

떨리는 손을 애써 매그너스가 강하게 쥐었다.

-

“오랜만이야, 매그너스.”

여린 몸체가 멍한 눈으로 매그너스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고작 6살정도로 보이는 어린 몸체가 매그너스의 몸에 얼음물을 들이부었다. 매그너스가 옅은 빛과 함께 사라지고 어린 몸체가 쓰러졌다.

어두운 방안과 동화된 매그너스의 몸이 구석에 앉아 입을 놀렸다.

“아냐아냐아냐아냐그럴리없어그럴리없어그럴리없어그놈이그놈이그럴리없어배신한녀석이뭐가좋다고계속봐주겠어그냥죽이고말지그럴리없어그럴리없어”

연신 중얼거리던 매그너스의 몸이 쓰러졌다.

딸깍

*

“오랜만이야, 매그너스”

어린 몸체가 환하게 웃었다.

딸깍

*

“오랜만이야.. 매그너스.”

어린 몸체가 웃었다.

딸깍

*

“오랜.. 만이야.. 매그너스.”

어린 몸체가 웃었다.

딸깍

*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
·
·
·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

“오...랜만이야.. 매..그너스...”

어린 몸체가 눈을 붉힌채 웃었다.

딸깍

*

“하... 그래...”

어두운 방 안에서 매그너스가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킥.. 크크크크크... 그래.. 네가 이겼어. 카이저. 매번 배신하는 나에게 웃으면서 말이야.. 크크크크크 그래.. 네가 이겼다. 이제 너를 배신하지 않아. 매번 배신하는 놈을, 회귀를 할 때마다 배신하는 놈을 그냥 냅두고 배신한 후에 찾아가도 오랜만이라면서 웃는 네놈에게.. 내가 졌다.”

비틀리면서도 시원한 웃음을 지은 매그너스가 쓰러지 듯 잠이 들었다.

-

번쩍

금빛 눈동자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하.. 뭐야? 왜.. 회귀하지 않아? 왜왜왜왜왜!!! 어째서! 어째서 회귀하지 않아?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이제야 겨우 인정했는데 이제야 겨우..!! 그 녀석을 쳐다보겠다고 인정했는데!!”

이글거리던 눈동자가 사라졌다.

-

비틀거리면서도 급한 발걸음 소리가 숲을 요란스레 만들었다. 여린 동체가 있는 곳에 매그너스가 나타났다. 숨을 내쉬는 매그너스와 어린 동체가 마주섰다. 어린동체가 웃었다. 성인의 모습이 흔들리면서도 선명해졌다.

“오랜만이야.. 매그너스... 보고싶었어.”

“카이저!”

조금은 비틀거리는 매그노스의 모습에 카이저가 다가섰다.

“많이 이야기는 못해주지만.. 아니 내 욕심이였나봐 너를 그리 보내는게 아니였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그게 무슨 소리냐고!! 당장 말해!!”

매그너스의 금안에 선명히 고이며 떨어지는 눈물에 카이저의 손이 다가갔다. 조심스레 눈물을 닦아주며 카이저가 입을 떼었다.

“나는 운명을 비틀고싶었다 네가 나의 곁에 없는 그 운명을 그리고 내기를 했지 네가 100번의 회귀 안에 배신하지 않고 곁에 있는다면 나의 승리.. 네가 곁에 없다면 너와 나의 운명의 승리.. 결국 우리의 운명이 이기고 만거다.”

씁쓸한 카이저의 얼굴에 매그너스가 연신 눈물을 흘렸다. 무표정한 채 눈물만 흘리는 매그너스의 모습에 카이저가 눈물을 닦아냈다.

“으.. 아... 하으..”

매그너스의 매끈한 이마를 드러낸 카이저가 입술을 맞췄다.

“연모한다. 매그너스.”

선명했던 카이저의 몸이 사라지고 어린 동체가 남았다. 어린 동체가 매그너스의 앞으로 쓰러지고 매그너스가 어린 동체를 잡았다. 바닥에 동체를 누인 매그너스가 사라졌다. 여린 목소리들이 어린 동체가 있는 곳으로 가까워졌다.

*

“너는...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매그너스가 벽에 등을 기댄채 눈물을 흘렸다. 손으로 카이저의 입술이 닿았던 이마를 더듬은 매그너스가 눈물을 그치지 못한채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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멮 10/17 60분 전력

주제: 얼어붙다





차가운 공기가 뽀얀 볼을 감싸쥐었다. 점점 차가워지는 공기에 발갛게 볼이 터갔다. 살금살금 나오는 숨결이 하얗게 부서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매끈한 얼음벽에 내린 고드름이 두터운 옷으로 꽁꽁 싸맨 이를 비췄다.

“하아.. 얼마만이더라..?”

적당히 낮은 미성이 동굴을 울렸다. 파르르 떨리던 공기가 빌화하며 작은 불덩이를 생성해냈다.

“오랜만이야. 보고싶어서 와봤어. 나의.. 친우들.”

꽁꽁 얼어붙은 커다란 얼음기둥 안에 다섯의 인물이 눈을 감고 들어있었다.

“메르세데스. 아란. 팬텀. 루미너스. 은월. 너희를 위해 했던 행동을 나는 여전히 후회하지 않아.”

느슨한 웃음이 프리드의 얼굴에 걸쳐졌다.

“나는 너희를 버릴 수가 없었으니까. 내가 보고온 상황은 정말 지독했어.”

쌉쌀한 미소가 프리드의 얼굴에 지어지고 프리드의 손이 가까이에 있는 얼음기둥에 다가갔다.

“봉인을 당하고, 기억을 잃고, 소중한 이를 잃고.. 심지어 제 자신의 존재를 잊고... 이런 것이.. 우리의 상황이 될 것이라는게 나는 버틸 수가 없었어. 분명 검은마법사는 악인이야. 하지만 우리가 영웅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내가 본 그 곳에서 우리는... 영웅이라는 감투 아래 우리 자신을 죽여가고 있었으니까. 나는 모두가 행복하길 위했지 우리를 밟고 찢으면서 행복을 바란 건 아니였어.”

프리드가 슬픔으로 얼룩져 얼음기둥에 이마를 기댔다.

“이.. 차가운 얼음기둥이 너희를 보호할 수만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이 곳을 유지할거야. 나는 너희를 생각하니까.”

황홀한 듯 미소를 지은 프리드가 몽롱한 눈으로 얼음기둥들을 쳐다보았다. 차가운 냉기에 머리카락이 굳어갔다. 흑갈빛이 돌던 머리카락에 서리가 설설 끼었다. 흙탕물이 범람하듯 프리드의 눈이 어지러워졌다.

“아직 바깥은 이상해. 검은마법사는 제 분을 갈피잡지 못하고 미친듯이 날뛰고 그 아래 군단장들 역시 날띄고 있어. 하지만 나는 방관할거야. 나는.. 내가 본 상황은.. 행복하지 않으니까. 조금은 이기적이게 행동할거야. 이타적이였던 나는 사라졌어. 그 상황을 보고 나는 이기적으로 변했거든. 정말 이기적이게도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다른이의 불행쯤음 무시할 수 있어.”

눈을 감고 선언을 하듯 말을 내뱉은 프리드가 정적을 즐겼다. 마법적인 얼음으로 물이 순환하지도 얼음이 생기지도 않는 정적 속에서 프리드가 미소 지었다.

“나는 틀리지 않았어.”

프리드가 몸을 돌리며 후드를 뒤집어 썼다. 작은 불덩이가 곧 사라졌다. 저벅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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