멮 10/24 60분 전력

주제: 운명


검은빛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금빛으로 빛나는 눈동자에 질투와 패배감이 짙게 서려있었다. 그리고 그 눈동자가 향하는 곳에는 휘광이 찬란히 빛나는 갑옷의 인물이 서있었다.

*

“후우... 프로미넌스!!”

빛이 터졌다. 하얗게 점멸되는 시야에서 살풋이 지어지는 미소가 더욱 매그너스의 시야에 들어왔다.

“뭐, 뭐야...”

얼떨떨한 매그너스가 몸을 급히 움직여 뒤를 돌았다. 빛이 터지고 난 뒤 폐허화 된 장소가 슬프게 울었다.

-

“젠장... 내가 여길 왜 온거지.. 배신한 주제에 여길 왜 온거야..! 거기에다가 이미 카이저 그 놈은 뒤지고 없는데!”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매그너스가 길을 헤쳐갔다.

“핫! 하압!”

바람이 흩어지는 소리와 단단한 기합소리가 매그너스의 귀에 잡혔다. 기척을 죽이고 살금살금 다가가자 작은 인영이 보였다. 본디 노바는 수명이 긴 종족으로 노바기준으로는 겨우 10세 초반의 육체가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움틀거리는 근육의 뒷모습에 매그너스가 실소를 흘렸다. 그리고 얕고 얄팍한 뒷모습에 성인의 모습이 겹쳐졌다.

‘오랜만이군, 매그너스.’

갑자기 들리는 카이저의 목소리에 놀란 매그너스가 그대로 뒷걸음질 쳤다. 선명한 카이저의 모습에 홉뜨여진 매그너스의 눈이 가라앉지 않았다. 매그너스가 사라졌다.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의 카이저가 사라졌다.

“후우...”

“카일!!!”

여린 목소리들이 가까워졌다.

-

“ㅁ, 뭐야.. 카이저 그 놈이 대체 왜... 카이저의 정수라는거 실체화 되는게 아닐텐데? 그거 힘만 전승되는 거잖아.. 그럴리가 없는데..!”

매그너스의 눈동자가 잔뜩 흔들렸다. 고개를 설레설레 돌리던 매그너스가 뒤로 누웠다.

“그럴리가 없...”

매그너스의 눈이 감겼다.

딸깍

*

“하.. 뭐야... 왜 또 노바의 땅이야.. 카이저 저 놈은 왜 살아있는건데... 나는 왜 어려져 있는거고... 하!”

삐뚤어진 웃음을 지은 매그너스가 몸을 돌렸다. 카이저의 눈이 매그너스의 등을 따라갔다.

-

“프로미넌스!”

카이저의 얼굴이 매그너스를 따랐다. 곱게 휘어지는 눈먀와 입꼬리에 매그너스의 눈이 흔들리다 눈을 감았다. 터지는 빛이 밝았다.

“나는... 틀리지 않아!”

이글거리는 매그너스의 눈이 침참되며 가라앉았다.

“나는 틀리지 않아. 내가 한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

침참된 눈이 흔들렸다.

-

“후우... 왜 여길 온거냐... 대체 뭐가 걸려서 이 곳에 온거냐.”

매그너스가 숲길을 헤치며 나아갔다. 연신 들리는 기합 소리에 매그너스의 귀가 움직였다. 땀으로 젖은 뒷모습이 움틀거리는 등근육을 내보였다. 그리고 성인의 카이저가 나타났다.

‘오랜만이군, 매그너스.’

곧은 눈동자가 매그너스를 향했다. 점점 떨리던 매그너스의 몸이 사라졌다. 씁쓸한 미소의 카이저가 곧 사라졌다. 여린 몸체가 검을 휘둘렀다.

-


“아냐.. 아냐.. 아냐... 그럴리가 없잖아.. 그 놈이 왜? 그 놈이 어째서? 배신을 한 나에게 그럴리가 없잖아!”

덜덜 떨리던 매그너스의 몸이 쓰러졌다.

딸깍

*

“아닐거야!!! 아닐거야!!! 아닐거라고!!!”

책상에 손모양 그대로 부서졌다. 손에 모인 나무조각들에 매그너스가 손을 털었다.

“후우... 다시, 다시 가보는거야...”

떨리는 손을 애써 매그너스가 강하게 쥐었다.

-

“오랜만이야, 매그너스.”

여린 몸체가 멍한 눈으로 매그너스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고작 6살정도로 보이는 어린 몸체가 매그너스의 몸에 얼음물을 들이부었다. 매그너스가 옅은 빛과 함께 사라지고 어린 몸체가 쓰러졌다.

어두운 방안과 동화된 매그너스의 몸이 구석에 앉아 입을 놀렸다.

“아냐아냐아냐아냐그럴리없어그럴리없어그럴리없어그놈이그놈이그럴리없어배신한녀석이뭐가좋다고계속봐주겠어그냥죽이고말지그럴리없어그럴리없어”

연신 중얼거리던 매그너스의 몸이 쓰러졌다.

딸깍

*

“오랜만이야, 매그너스”

어린 몸체가 환하게 웃었다.

딸깍

*

“오랜만이야.. 매그너스.”

어린 몸체가 웃었다.

딸깍

*

“오랜.. 만이야.. 매그너스.”

어린 몸체가 웃었다.

딸깍

*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
·
·
·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

“오...랜만이야.. 매..그너스...”

어린 몸체가 눈을 붉힌채 웃었다.

딸깍

*

“하... 그래...”

어두운 방 안에서 매그너스가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킥.. 크크크크크... 그래.. 네가 이겼어. 카이저. 매번 배신하는 나에게 웃으면서 말이야.. 크크크크크 그래.. 네가 이겼다. 이제 너를 배신하지 않아. 매번 배신하는 놈을, 회귀를 할 때마다 배신하는 놈을 그냥 냅두고 배신한 후에 찾아가도 오랜만이라면서 웃는 네놈에게.. 내가 졌다.”

비틀리면서도 시원한 웃음을 지은 매그너스가 쓰러지 듯 잠이 들었다.

-

번쩍

금빛 눈동자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하.. 뭐야? 왜.. 회귀하지 않아? 왜왜왜왜왜!!! 어째서! 어째서 회귀하지 않아?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이제야 겨우 인정했는데 이제야 겨우..!! 그 녀석을 쳐다보겠다고 인정했는데!!”

이글거리던 눈동자가 사라졌다.

-

비틀거리면서도 급한 발걸음 소리가 숲을 요란스레 만들었다. 여린 동체가 있는 곳에 매그너스가 나타났다. 숨을 내쉬는 매그너스와 어린 동체가 마주섰다. 어린동체가 웃었다. 성인의 모습이 흔들리면서도 선명해졌다.

“오랜만이야.. 매그너스... 보고싶었어.”

“카이저!”

조금은 비틀거리는 매그노스의 모습에 카이저가 다가섰다.

“많이 이야기는 못해주지만.. 아니 내 욕심이였나봐 너를 그리 보내는게 아니였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그게 무슨 소리냐고!! 당장 말해!!”

매그너스의 금안에 선명히 고이며 떨어지는 눈물에 카이저의 손이 다가갔다. 조심스레 눈물을 닦아주며 카이저가 입을 떼었다.

“나는 운명을 비틀고싶었다 네가 나의 곁에 없는 그 운명을 그리고 내기를 했지 네가 100번의 회귀 안에 배신하지 않고 곁에 있는다면 나의 승리.. 네가 곁에 없다면 너와 나의 운명의 승리.. 결국 우리의 운명이 이기고 만거다.”

씁쓸한 카이저의 얼굴에 매그너스가 연신 눈물을 흘렸다. 무표정한 채 눈물만 흘리는 매그너스의 모습에 카이저가 눈물을 닦아냈다.

“으.. 아... 하으..”

매그너스의 매끈한 이마를 드러낸 카이저가 입술을 맞췄다.

“연모한다. 매그너스.”

선명했던 카이저의 몸이 사라지고 어린 동체가 남았다. 어린 동체가 매그너스의 앞으로 쓰러지고 매그너스가 어린 동체를 잡았다. 바닥에 동체를 누인 매그너스가 사라졌다. 여린 목소리들이 어린 동체가 있는 곳으로 가까워졌다.

*

“너는...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매그너스가 벽에 등을 기댄채 눈물을 흘렸다. 손으로 카이저의 입술이 닿았던 이마를 더듬은 매그너스가 눈물을 그치지 못한채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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