멮 10/17 60분 전력

주제: 얼어붙다





차가운 공기가 뽀얀 볼을 감싸쥐었다. 점점 차가워지는 공기에 발갛게 볼이 터갔다. 살금살금 나오는 숨결이 하얗게 부서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매끈한 얼음벽에 내린 고드름이 두터운 옷으로 꽁꽁 싸맨 이를 비췄다.

“하아.. 얼마만이더라..?”

적당히 낮은 미성이 동굴을 울렸다. 파르르 떨리던 공기가 빌화하며 작은 불덩이를 생성해냈다.

“오랜만이야. 보고싶어서 와봤어. 나의.. 친우들.”

꽁꽁 얼어붙은 커다란 얼음기둥 안에 다섯의 인물이 눈을 감고 들어있었다.

“메르세데스. 아란. 팬텀. 루미너스. 은월. 너희를 위해 했던 행동을 나는 여전히 후회하지 않아.”

느슨한 웃음이 프리드의 얼굴에 걸쳐졌다.

“나는 너희를 버릴 수가 없었으니까. 내가 보고온 상황은 정말 지독했어.”

쌉쌀한 미소가 프리드의 얼굴에 지어지고 프리드의 손이 가까이에 있는 얼음기둥에 다가갔다.

“봉인을 당하고, 기억을 잃고, 소중한 이를 잃고.. 심지어 제 자신의 존재를 잊고... 이런 것이.. 우리의 상황이 될 것이라는게 나는 버틸 수가 없었어. 분명 검은마법사는 악인이야. 하지만 우리가 영웅을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내가 본 그 곳에서 우리는... 영웅이라는 감투 아래 우리 자신을 죽여가고 있었으니까. 나는 모두가 행복하길 위했지 우리를 밟고 찢으면서 행복을 바란 건 아니였어.”

프리드가 슬픔으로 얼룩져 얼음기둥에 이마를 기댔다.

“이.. 차가운 얼음기둥이 너희를 보호할 수만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이 곳을 유지할거야. 나는 너희를 생각하니까.”

황홀한 듯 미소를 지은 프리드가 몽롱한 눈으로 얼음기둥들을 쳐다보았다. 차가운 냉기에 머리카락이 굳어갔다. 흑갈빛이 돌던 머리카락에 서리가 설설 끼었다. 흙탕물이 범람하듯 프리드의 눈이 어지러워졌다.

“아직 바깥은 이상해. 검은마법사는 제 분을 갈피잡지 못하고 미친듯이 날뛰고 그 아래 군단장들 역시 날띄고 있어. 하지만 나는 방관할거야. 나는.. 내가 본 상황은.. 행복하지 않으니까. 조금은 이기적이게 행동할거야. 이타적이였던 나는 사라졌어. 그 상황을 보고 나는 이기적으로 변했거든. 정말 이기적이게도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다른이의 불행쯤음 무시할 수 있어.”

눈을 감고 선언을 하듯 말을 내뱉은 프리드가 정적을 즐겼다. 마법적인 얼음으로 물이 순환하지도 얼음이 생기지도 않는 정적 속에서 프리드가 미소 지었다.

“나는 틀리지 않았어.”

프리드가 몸을 돌리며 후드를 뒤집어 썼다. 작은 불덩이가 곧 사라졌다. 저벅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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