멮 11/28 전력 60분

주제: 함께







파릇파릇한 나뭇잎이 바람에 흩날렸다. 온통 녹빛과 연두빛으로 가득한 산 속에서 이질적인 얼음벽이 한기를 내뿜었다. 커다란 얼음벽 앞에 작은 집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반질반질한 광택이 지붕부터 문까지 집을 반짝였다. 얕게 열린 창문 사이로 머리카락이 살랑였다. 얼음벽을 유지한 채 지어진 집은 얼음벽이 뒤를 지지하고 앞으로 방들이 지어졌다. 커다란 얼음벽에는 눈을 감은 이들이 들어있었다.


호록

찻잔에 들린 홍차가 입 속으로 들어가 속을 데웠다. 프리드의 눈이 곱게 휘었다.

“나는 너희를 버릴 수가 없어. 너희를 어떻게 버릴 수 있을까. 내가 꿈 꾼 미래에서 너희가 없는 건 생각해본 적도 없는 걸. 그렇기에 닥쳐올 미래를 틀었어, 내 소중한 친우들.”

얇게 읊조린 프리드가 입꼬리를 올리고는 제 앞 종이에 손을 가져갔다. 펜대가 움직이며 술식을 풀어나갔다.

“나 역시 너희처럼 되어야겠지. 그럴려면.. 필요한 절차야. 나는 너희와 같은 미래에서 살아갈 거거든.”

프리드가 생글생글 얼굴에 미소를 한가득 담았다. 

“아.”

연신 술식을 풀어나가던 프리드가 고개를 들었다. 공기가 요동쳤다. 파르르 떨리던 공기 사이에서 하얀 불덩이가 튀어나왔다. 불똥이 튀지도 않고 오롯이 타오르던 불꽃이 얼음벽을 향해 돌진했다.

콰앙!

얇은 수증기가 공기로 되돌아갔다.

콰앙! 쾅! 쾅!

연신 불덩이가 얼음벽과 충돌했다.

“흐응.. 강도는 역시 강하구나. 그 정도면 괜찮겠지.”

프리드의 손이 움직였다. 서걱이는 펜소리가 공간을 타고 고막을 거쳐 뇌를 목표로 잡았다. 햇빛이 눈을 감기 시작했다.

꼬르륵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된건가... 너희들이 깨어있었다면 벌써 밥 먹으라고 왔을텐데 말이야. 만약 메르세데스와 아란이 요리를 했다면 소화제를 얻으러 왔었겠지만.” 

프리드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곧 얼음벽을 향해 몸을 돌렸다. 하나같이 빼어난 미모의 이들이 얼음벽에서 수면을 취했다. 광대한 얼음이 그들을 가두고 어두운 탐욕이 그들을 삼켰다. 살풋이 미소가 떠오르는 프리드의 얼굴과는 다르게 무표정한 얼굴의 이들이 얼음 속에서 눈물을 흘렸다. 프리드가 몸을 일으켜 얼음벽으로 향했다. 두어걸음 떨어진 곳에서 프리드가 손을 뻗어 벽을 짚어 미소를 띄우고는 뒤로 돌아섰다. 짤랑이는 발걸음이 문을 열었다. 닫혀지는 문 사이로 광기어린 미소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영원히 함께야. 그렇지, 내 소중한 친우들?”

딸깍

문이 닫혔다. 더욱 하얗게 배어나오는 한기가 방을 어지럽혔다. 얼음벽이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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