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흐리다








구름이 잔뜩 꼈다. 흐릿한 하늘이 우중충했다. 넓게 펴진 들판으로 검은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매그너스”


잿빛머리카락이 나타났다.


“매그너스”


매그너스의 손목이 잡혀 돌려졌다. 담담한 눈빛이 매그너스를 응시했다.


“뭐야, 카이저. 왜 여기 왔어. 너같은 거 필요없다고.”


뾰족한 말이 튀어나왔다. 찌푸려진 아미에서부터 한기가 흘러나왔다. 담담한 카이저의 얼굴이 얼핏 하얗게 올라왔다.


“매그너스. 나는..”


“닥쳐”


날카로운 말이 잘라냈다. 이그러진 얼굴과 함께 주먹이 날아갔다.


퍼억


카이저의 볼이 빨갛게 올라왔다. 으드득 이가 갈렸다. 주먹이 일방적으로 카이저를 몰아쳤다. 조용한 가운데 타격음이 가득 찼다. 타격음이 점점 멈춰갔다.


“카, 이저. 네. 가. 카이저, 네가 먼, 저!”


매그너스의 눈이 발갛에 달아올랐다. 카이저의 손이 뻗어졌다.


“미안하다.”


매그너스의 얼굴 가득 분노가 차올랐다.


“닥쳐! 미안하단 말 하지마! 너는 언제나 그래! 네가 먼저 시작하고 무시해버려! 너는 카이저라고 불리고 카이저로 살고 있어! 그러면 나는! 나는! 매그너스는 대체 뭔데!”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에 물기가 어렸다. 카이저의 얼굴 위로 눈물이 한방울 떨어졌다. 입술을 깨문 매그너스가 팔로 눈을 북북 문질렀다.


“나는. 뭐야. 노바의 영웅 카이저에게 매그너스는 뭐야.”


카이저가 매그너스의 볼에 손을 부볐다.


“전부다. 카이저에게 매그너스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어. 카이저를 카이저가 아닌 하나의 노바로 만드는 건 매그너스밖에 없으니까.”


카이저의 입술이 매그너스의 이마에 닿았다. 아릿한 바람이 매그너스와 카이저의 가슴을 꿰뚫었다. 구름이 잔뜩 하늘을 채웠다.


“으윽.. 욱..”


“매그너스. 매그너스. 나의, 매그너스..”


카이저가 매그너의 이마, 코, 볼 마지막 입술까지 얕게 입을 맞췄다.


“나는 노바의 영웅이지만 매그너스, 너의 하나뿐인 이다. 나에게 있어 너는 한명뿐이다. 그 누가 나에게 다가온다 한들. 너밖에 없어.”


조곤조곤한 말이 매그너스의 귀를 간질였다. 매그너스의 손을 풀어 아래로 내린 카이저가 매그너스를 껴안았다. 풀냄새가 잔뜩 풍겼다.


“너에게 품은 감정이 변할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라. 나의 매그너스.”


“닭살돋아 카이저.. 작작해.. 크큭”


매그너스의 풀어진 어투에 카이저의 얼굴도 풀어졌다.


“너무한 걸, 매그너스.”


흐린 하늘이 점점 푸르게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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