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팬텀 생일








어두운 공간에 금발이 살랑였다. 초점없이 걷고 있는 사내가 걸을수록 공간은 점점 더 탁하고 어두워졌다. 사내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아, 나 왜 여기서 걷고있는거지?”

팬텀이 멈춰섰다. 하얗게 빛이 나며 여인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리아!”

아리아가 눈을 떴다. 초점이 사라지고 생기 없는 눈으로 아리아가 걸어갔다. 팬텀을 지나쳐 다소곳이 걸어갔다.

“아리아!!”

팬텀이 아리아의 뒤를 쫒았다.

“아리아!!”

아리아가 어두운 공간을 계속 걸었다.

“아리아!”

아리아가 멈춰섰다. 두 손을 꼬옥 맞잡은 채 눈을 감았다. 하얗고 부드러운 아리아의 옷에 붉은 기운이 돌았다. 피가 흐르고 흘러 옷을 적시고 바닥에 고였다. 아리아가 쓰러졌다.

“아리아! 아리아!! 제발! 아리아!!”

아리아가 쓰러지고 팬텀이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 아리아 가까이로 향하지 못했다. 팔을 버둥거리고 발로 차기도 하며 연신 비명을 질렀다.

“아리아!! 제기랄! 아리아!! 아리아아!!!”

아리아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금발이 피로 물들어갔다. 아리아의 고개가 팬텀을 향해 꺽였다. 팬텀의 눈과 아리아의 눈이 마주쳤다

“팬.. 터엄..”

아리아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서려졌다. 아리아가 눈을 감자 몸이 사라지고 바닥에 고였던 피도 사라졌다. 팬텀이 아리아가 있던 곳으로 향했지만 어느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무, 뭐야.. 아리아가, 아리아가..!”

팬텀의 몸이 떨렸다. 연신 손을 움켜잡으며 자리를 빙빙 돌았다. 초조한 듯 제 입술을 물어뜯으며 중얼거렸다.

“아리아가, 아리아가, 또. 또, 또 다시.. 다시? 다시? 아리아가 다시?”

팬텀의 앞에 빛이 생겼다. 프리드, 에반, 메르세데스, 아란, 루미너스, 그리고 검은 머리카락에 자안의 인물까지 팬텀의 앞에 나타났다.

“하.. 어라? 하, 너네가 왜, 왜 여기.. 저기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어?”

녹았다. 다리에서부터 천천히, 곰팡이가 습한 구역을 좀먹어 가듯 느릿하지만 꾸준하게 녹았다.

“하, 아? 그게 뭐ㅇ..”

“와, 내 다리 녹는거봐!”

“아란, 그런 말은 대놓고 하는게 아니야.”

“메르세데스.. 너도 그런 말 하면 어떻게 해.”

“모두 똑같이 녹고있군.”

“으음.. 이런 건 처음인데?”

질척한 액체상태로 변해 녹아내린 것들이 한갈래로 모이기 시작했다. 저마다의 색으로 흐르던 것들은 서로 섞여가며 어둡고 탁해지기 시작했다. 느릿한 액체가 한길 생겼다. 고개가 꺽인 아리아의 피가 흘러 같이 석였다. 팬텀이 몸을 움직였다. 막에 걸려 뒤로 나동그라졌다.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차기도 하며 막을 공격했다. 그 사이 하반신이 다 사라져 있었다.

“아하하 팬텀 잘 지내! 너무 걱정하지마!”

“이런 거 처음이지만 괜찮은데?”

“통증도 팔이 떨어지거나 다리가 날아간 것보단 적군.”

“나는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걸?”

팬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다 못해 파랗게 변했다. 입이 사라졌다. 곧은 시선의 눈이 팬텀을 응시하고 곧 녹아 흘러내렸다. 덜덜 떨던 팬텀이 고개를 돌리자 아리아가 눈을 뜨고 쳐다보고 있었다.

‘패..ㄴ.. 터...엄..’

아리아가 사라졌다. 이어진 피의 길이 흘러 모였다. 질척하고 어두운 웅덩이가 꿀렁였다. 크게 울렁이더니 솟아 올랐다.

‘그워어어어어!!!’

14개의 팔과 14개의 다리가 솟았다. 6개의 손에는 무기가 들려있었다. 각자 애용하던 무기가 날카롭게 벼려있었다. 꿈틀거리던 표면에 얼굴이 솟았다.

“어라, 나타났다.”

“와아.. 이거 신기해..”

“이거 이동은 어떻게 하는거지.”

“이거 신기하군.”

아리아의 얼굴이 나타났다.

“팬텀.”

팬텀이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하얗게 질린 입술에 피가 흘러내렸다.

“팬텀?”

“팬텀?”

“팬텀?”

“팬텀!”

“팬텀!”

“팬텀!”

“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팬텀?”

메아리쳤다. 팬텀의 이름이 불려지고 공간을 돌아 뇌를 좀먹고 활기찬 목소리가 반복되며 음습한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아.. 나는.. 으.. 아..”

팬텀의 아래가 울렁였다. 위로 움틀거리던 바닥이 위로 솟았다. 허벅지를 휘여감아 아래로 끌어당겼다. 발목, 종아리, 허벅제를 감고 더 튀어나온 검덩이들이 팔을 붙잡았다. 팬텀의 이름이 메아리쳤다. 팬텀이 아래로 내려갔다. 검덩이들은 상체를 부여잡고 끌어 내렸다. 목을 휘감아 졸랐다. 입을 막았다. 팬텀의 몸이 아래로 꺼져갔다. 뭉텅이에 달린 얼굴들이 입을 닫았다. 메아리가 이어졌다. 팬텀의 입이 아래로 가라앉았다. 얼굴들이 눈꼬리가 처질만큼 웃었다.

“팬텀.”

-

“..텀!..”

“ㅍ..! 팬..!”

“팬...! ㅌ..!”

“팬..! 텀..!!”

“팬텀!!”

팬텀의 눈이 크게 뜨였다. 루미너스의 얼굴 가득 걱정이 서려있었다. 식은땀이 팬텀의 턱을 타고 떨어졌다. 파란 팬텀의 입술이 떨렸다.

“팬텀? 너 괜찮은가?”

팬텀의 눈이 초점을 잃고 먼 곳을 바라보았다. 팬텀의 몸이 떨렸다. 루미너스가 침대에 앉아 팬텀을 껴안았다. 토닥이는 루미너스의 손에 팬텀의 손이 루미너스를 껴안았다. 덜덜 떠는 몸이 루미너스를 흔들리게 만들자 루미너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더욱 강하게 팬텀을 껴안은 루미너스가 손은 천천히 움직였다. 점점 잦아가는 떨림에 루미너스가 팬텀의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금발이 흐드러졌다. 루미노스의 입술이 팬텀의 이마에 내려앉았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다 괜찮다. 팬텀, 나는 여기에 있다. 사라지지 않아.”

팬텀의 자색눈에 눈빛이 차올랐다. 자수정이 빛을 받아 반짝이듯 울렁이는 눈에 루미너스가 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팬텀의 눈 위에 루미너스가 입맞췄다.

“쉬이.. 괜찮다.”

루미노스가 팬텀을 껴안고 등을 도닥였다. 팬텀이 루미노스의 목에 제 이마를 부볐다.

“아아.. 너라서 다행이야. 정말이지, 개같은 꿈이였거든.”

팬텀이 조금 쉰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잠시 혀를 찬 루미너스가 곧 탁자에서 물을 따라 팬텀에게 건넸다. 단숨에 들이키고는 루미너스의 품에 팬텀이 안겼다. 따스하게 느껴지는 온기에 팬텀이 안정하자 루미너스가 등을 토닥였다. 팬텀의 볼을 잡고 입술에 뽀뽀한 루미너스가 입을 떼었다.

“씻고 다시 누워서 쉬어라, 팬텀.”

팬텀의 눈이 크게 뜨여지다 얇게 휘었다.

“같이 씻을까, 루미너스?”

루미너스가 제 이마를 붙잡았다. 앓는 소리를 낸 루미너스가 제 얼굴을 팬텀 가까이에 붙였다.

“악몽 꿔서 시퍼런 네 녀석 덮칠 생각 없으니까, 쉬기나 해라.”

팬텀이 환하게 웃으며 루미너스의 목을 감싸안았다.



순식간에 팬텀의 입술이 루미너스와 맞닿고 떨어졌다.


“이래도 안 할거야? 응? 이 몸이 유혹도 해주는데?”

루미너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호오?”

루미노스의 혀가 팬텀의 입을 열어재쳤다. 도톰한 혀가 팬텀의 입천장을 간질였다. 말캉한 옆을 간질이다 혀를 잡아채 비볐다. 목 깊숙히까지 파고들기도 하며 따뜻한 입 속을 휘젓고 다녔다. 펜텀의 목에서 앓는 소리와 비음이 흘러나왔다.



크게 소리가 나며 둘의 입술이 떨어졌다. 조금은 헐떡이는 팬텀의 모습에 루미너스가 잘게 키스했다. 팬텀을 들어올린 루미너스가 화장실로 향했다. 

“일단, 씻을까?”

팬텀이 키들키들 웃고는 샐쭉하게 웃었다.

“좋아.”




*

생일 축하한다네 팬텀★ 내 비록 멘탈을 갈기갈기 찢었으나 끝은 루미너스와 연애물을 찍었으니 그로도 좋지 아니한가★
클클클 늦어서 미안하진 않지만 빈말로 미안하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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