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본 60분 전력


주제 환각


피웅덩이가 발 밑을 채웠다. 환한 금갈빛 머리카락이 어두운 곳에서 빛났다.

촤악!

금갈빛 머리 위로 피가 쏟아져 내렸다. 따스한 갈빛 눈동자가 위를 향했다. 장기파편이 떨어져 내렸다. 손이 강하게 쥐어졌다. 달달 떨리는 손을 들어 얼굴을 쓸고는 몸을 움직였다.

피가 흐드러졌다.
장기가 흐드러졌다.
원망어린 눈이 흐드러졌다.

그런 공간을 묵묵히 걸었다. 점점 다가갈수록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었다.

“ㅊ...츠..나..”

“사..와다..”

“컭! 사와다...”

츠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중학교 시절의 익숙한 얼굴들, 고등학교 시절의 익숙한 얼굴들 그리고 마피아 대부가 되면서 친분을 쌓은 조직원들까지 바닥에 쓰러져 피를 내뿜고 내부를 드러냈다.

“설마.. 아..냐.. 아닐..거야..!”

하얗게 탈색이 되어버린 츠나가 몸을 뛰었다.

철퍽

피가 신발에, 바지에 튀었다.

“아..”

피로 범벅이 되어버린 소중한 이들이 서있었다. 장시간 피를 흘렸는지 얼굴은 새하얗게 변해있었고 곳곳에 있는 상처가 속살을 벌렸다.

“으.. 아... 아...”

작아진 동공이 불안을 드러냈다. 말끔하던 이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시원한 웃음의 타케시가 칭찬에 수줍어 하던 하야토가 이름을 처음 불렀을 때의 새침한 쿄야가 선물에 기뻐하던 크롬과 툴툴대면서도 기뻐하던 무쿠로가 결혼식 선물에 당황하면서도 웃던 료헤이가 울멍이던 눈으로 웃어주던 람보가 그리고 항시 옆에 있어주던 리본이 피투성이의 그들 옆에 나타났다.

“흐.. 아.. 아냐.. 안돼.. 그렇게 안둘거야.. 안돼...”

불안정한 눈에서 눈물이 새어나왔다. 말끔하고 저마다의 개성이 드러난 얼굴들이 처참한 모습으로 작대기에 매달려 있는 모습에 츠나가 무릎을 꿇었다. 괴리감이 느껴지는 모습에 상처입은 짐승의 울부짖음이 터져나왔다.

“흐으... 그..만..! 절대로..! 절대로! 저렇게 되도록 하지 않을거야!!”

상냥함으로 가득차있던 눈이 원망과 의지로 가득 찼다.

‘...ㄴ!... ㅊ...ㄴ!!’

“아...?”

‘일...나! ㅊ....! ㅊ...나!’

두리번거리던 츠나의 눈에 빛이 보였다. 작대기에 매달려있던 이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빛으로 점멸됬다.

*

반짝

츠나가 눈을 뜨고 수호자들과 리본이 츠나를 내려봤다. 바닥에 누워있다고 느끼자 츠나가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이.. 게 무슨?”

“이 다메가!!”

리본이 레온을 변형시켜 츠나의 머리를 내려쳤다. 크롬의 얼굴이 울쌍으로 무쿠로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져있었다.

“초직감을 익힌다고 환각을 부탁했으면서 못 빠져나오고 거기서 머물러 있어?!!”

츠나의 머리를 연신 내려치며 잔소리를 하는 리본의 행동에 츠나가 멍하니 크롬과 무쿠로에게 시선을 돌렸다.

‘무서워 하는 것’

“아.. 그렇구나..”

“뭐가 그렇구나냐!!! 이 다메가!!!”

결국 레온을 총으로 변화시켜 발포하려는 행동에 츠나가 환하게 웃으며 뒤로 돌아 도망을 쳤다. 고함을 지르던 리본이 츠나가 사라지자 바로 입을 다물었다.

“가장 무서워 하는 것이라고 했었던가...?”

타케시의 입에서 짧게 나왔다.

“어.”

하야토의 입에 담배가 물렸다. 모두의 얼굴에 쌉쌀한 미소가 걸쳐졌다.

“다메츠나같으니..”

리본이 페도라로 얼굴을 가렸다.


다정한 이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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