멮 60분 전력

주제: 만약에




꽃잎이 살랑였다. 들쑥날쑥하면서도 가지런한 풀잎 역시 살랑였다. 바람이 간드러지는 웃음을 지으며 지나갔다. 선명하게 내려보는 하늘빛에 검은빛 머리카락과 하얀 머리카락이 반짝였다. 입술이 뾰로통하고 볼을 부풀린 검은 남성의 모습에 하얀 남성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매그너스.”

매끄럽게 뱉어지는 이름에 매그너스의 귀가 빨개졌다.

“매그너스.”

옆으로 돌아가는 몸에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발갛게 물든 귀와 목덜미가 눈에 박혀 들어갔다.

“매그너스.”

뒷모습을 껴안고 귓가에 한번에 들어가는 이름에 매그너스가 결국 소리를 질렀다.

“그만 좀 불러!! 닳아!”

“그렇게 발간 얼굴로 소리쳐 봤자 귀여울 뿐이다.”

“이익!!”

매그너스가 몸에 감겨진 팔을 강하게 풀고 쿵쿵거리며 걸어갔다. 심술맞게 걸어가는 듯 하지만 느려져 가는 속도에 실소를 터트렸다. 천천히 뒷모습을 향해 다가가고 뒤를 껴안으며 풀잎에 내려앉았다.

“삐지지 마라. 나에게 뒷모습을 보이지 마.”

“으.. 카이저... 네 놈..!”

귓바퀴를 뭉근하게 핥고는 속삭이는 말에 매그너스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장미꽃같은 외형이 장미꽃처럼 물들었다. 카이저가 매그너스의 목덜미에 연신 입을 맞췄다. 검은 머리카락과 하얀 머리카락이 녹빛의 풀잎 위로 엉켜들었다.

“연모하고 있다. 매그너스, 너를 연모한다. 나를 떠나지 마라.”

꽉 붙들고 매그너스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은 카이저가 중얼거렸다. 아릿하게 다가오는 감정선에 매그너스가 카이저의 팔을 풀었다. 몸을 틀어 마주보고는 팔을 뻗었다. 마주보는 상태로 껴안은 포즈가 되고 매그너스가 카이저의 입술에 제 입술을 대었다.

“떠나지 않는다. 너를 떠날 생각은 하지 않아.”

곧은 금빛의 눈동자가 거목같은 파란 눈동자와 마주쳤다. 살그마니 다가가는 입술이 맞물렸다. 나긋나긋하고 다정하던 입맞춤은 점점 격해지고 질척해졌다. 그럼에도 그 속에 숨은 애정은 오롯이 남아 마음을 전했다. 격한 입맞춤에 카이저가 매그너스의 위로 올라타고 매그너스의 팔이 카이저의 목을 끌어당겼다. 탄탄한 몸이 서로 얽히고 대비를 이루는 머리카락도 얽혔다. 숨소리가 그쳤다.

“너를 연모한다. 너를 연모하고 또 연모한다. 너는 나에게 소중한 이다.”

길다란 속눈썹이 내려앉고 그림자가 금빛눈을 가렸다. 깃털처럼 카이저의 입술이 매그너스의 눈에 내려앉았다. 속눈썹을 핥고 눈꺼풀을 열어 눈에 혀를 대었다. 까슬한 혀가 부드러운 안구를 핥고 선명한 금빛을 매만졌다.

“읏.. 카이저.. 그만...”

눈에서 떨어진 입이 이마에 내려앉았다.

“괜찮다.”

단정한 한마디가 매그너스의 귀를 타고 매그너스가 욱한 얼굴로 카이저의 위를 점했다.

“너말이야..! 눈은 하지 말라고!”

매그너스가 입을 카이저의 눈으로 돌진했다. 긴 편에 속하는 속눈썹을 핥고 강하게 눈꺼풀을 열었다. 격정적으로 눈을 핥고 눈꺼풀을 깨물며 매그너스가 열중했다. 눈을 살짝 핥고는 의기양양하게 매그너스가 고개를 들었다.

“흥 눈은 하지 말라고. 느낌 좀 이상하잖아!”

반들거리고 당당하게 어깨를 핀 매그너스의 모습에 카이저의 얼굴이 부드럽게 풀렸다. 매그너스의 허리를 잡아 아래로 눌렀다. 매그너스의 상체가 아래로 내려가고 카이저가 매그너스의 뒤통수를 잡아 입을 맞댔다.

“나의 매그너스. 매그너스.”

붉은 얼굴은 붉은 입술을 열었다.

“나, 나도 좋아한다...”

카이저의 쇄골에 매그너스의 얼굴이 내려앉았다. 따끈따끈하게 느껴지는 얼굴이 카이저의 팔이 매그너스의 등을 토닥였다.

평행하던 검은빛과 하얀빛은 하나의 점으로 연결되었다. 연결은 얽히고 얽혀 하나의 면이 되었다.

*

“허얽!”

식은땀이 떨어졌다. 강대한 힘은 육체를 괴롭혔다. 영글지 못한 육체는 강대한 힘에 파들거리며 강제로 버텼다.

투두둑

눈물이 눈에서 떨어져 내렸다. 하늘거리는 머리카락이 애달피 울었다.

“뭐지.. 왜 눈물이...”

욀칵왈칵 솓구치는 눈물에 파란눈은 당황으로 가득찼다. 눈을 가득 채우는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카이일!!”

멀리서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물은 사라졌다.

기억은 사라진다. 당사자가 잊는다면 그건 기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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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계 8/29→8/30 전력 60분


주제: 게임



위로 봉긋 솟아오른 머리카락이 작은 손에 흐트러졌다.

“으아아아아아아 재프씨이이이!!! 그거 반칙!!!”

레오가 머리를 쥐어 뜯었다.

“아앙? 반칙이라니 뭐가?”

“이이이이익!”

레오가 볼을 부풀리고 재프를 노려보았다. 빵빵한 볼에 길베르트가 허허로이 웃으며 동영상을 돌렸다.

“재프씨랑 한 제 잘못이죠... 푸우”

어깨가 추욱 늘어진 레오의 모습에 클라우스가 안절부절하게 움직였다.

*

비닐포장이 반짝이고 새것이라는 문구가 박힌 듯 반들거리는 게임기의 모습에 레오가 눈을 크기 뜨고 반짝였다.

“레오군..? 해보겠나.”

활짝 펴지던 레오의 얼굴이 줄어들었다. 살곰살곰 고개를 돌렸다.

“어, 음. 저기, 제가.. 해봐도... 되나요...?”

부끄러운 듯 볼을 살짝 붉히고 클라우스를 향해 고개를 올린 레오의 모습에 클라우스가 살풋 볼을 붉혔다.

`당연히 되네, 레오군. 레오군도 엄연히 라이브라의 일원이네.”

배시시 올라가는 입꼬리와 휘어지는 눈이 고왔다. 쪼물딱하며 게임기가 연결되었다. 듀토리얼을 몇 번하던 레오가 고개를 돌렸다. 조금은 울쌍인 얼굴에 허둥지둥 클라우스가 다가왔다.

“왜 그러나 레오군.”

“클라우스씨이... 이거.. 2인용이에요...”

추욱 처지는 레오의 행동에 라이브라의 인원들이 쓰러졌다. 살며시 나오는 붉은기에 길베르트를 쳐다보았다. 캠코더가 돌아갔다. 엄지손가락이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 같이 해주겠네..”

커다란 몸을 구겨앉아 레오 옆에 자리 잡고는 게임기를 쥐었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레오의 캐릭터가 죽어가고 결국 중간에 게임오버를 당했다. 클라우스의 캐릭터만이 살아남고 레오가 클라우스를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게임이 진행되고 클리오 문구가 화면을 밝혔다.

“다음스테이지요!”

게임이 진행되고 라이브라의 인원들이 한번은 꼭 게임기를 거쳤다. 레오가 게임기를 꼬옥 쥐었다.

“으우... 계속 죽고오...! 재프씨!!!”

재프가 거들먹거리며 게임기를 잡았다.

“겨우 이거로 중간에 죽냐”

재프와 레오가 게임을 시작하고 게임은 진행됬다. 레오의 아이템을 스틸해가며 재프가 게임을 진행하고 결국 레오의 캐릭터가 죽고 재프의 캐릭터가 남았다. 볼을 부풀리고 뾰로통하던 레오가 한숨을 푹 쉬었다.

“재프씨랑 한 제 잘못이죠.”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레오의 행동에 재프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앙? 이 음모머리가!”

레오의 작은 머리를 꽉 잡고 힘을 주는 재프의 행동에 라이브라의 인원들의 눈이 빛났다. 살그마니 터져나오는 살기와 위협에 재프가 손을 풀었다.

“쳇!”

껄렁이며 담배를 하나 쥐어 물고는 문을 박차고 나섰다. 주눅들어 소파에 앉아있는 레오의 모습에 클라우스가 조심스레 옆에 앉았다.

“레오군.”

달달한 도넛내가 레오의 코를 간지럽혔다.

“게임을 하는 도중 즐겁게 여겼다면 그 걸로 괜찮은 걸세.”

클라우스가 도넛을 크게 물은 레오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커다란 손의 온기에 레오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다.

“네!”

곱게 휘는 눈꼬리가 개화했다. 부드러운 미소가 방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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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계 8/15 60분전력

주제: 위로


폭신폭신한 레오의 머리가 소닉의 무게에 내려앉았다. 소닉이 레오의 머리에 얼굴을 부볐다. 새파란 레오의 두 눈이 아롱졌다.

“소닉..”

잠긴 목소리에 물기가 가득했다. 흐르는 눈물이 어찌나 쏟아지는지 레오의 위에서 비가 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어두컴컴한 방에 아른거리며 들어오는 달빛이 레오를 비췄다. 간소한 가구와 펑퍼짐한 옷, 앳 띈 얼굴까지 레오는 아직 미숙했다. 더군다나 동생이 자신 때문에 눈까지 잃었다는 사실은 레오를 괴롭혔고 레오는 미숙한 채 커버렸다.

“미셸라... 미셸라... 아.. 으...”

레오가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끌어안았다. 푸른 눈이 무릎 사이로 감춰졌다. 깜깜한 방에서 홀로 우는 레오의 모습은 소닉만이 바라봤다.

“끼이”

레오의 머리에서 내려온 소닉이 레오의 품으로 들어갔다. 부드럽게 느껴지는 온도가 레오의 몸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악몽으로 차가워졌던 레오의 손이 소닉을 붙잡았다. 차가운 온도에 소닉이 몸을 떨다 머리를 손가락에 기댔다. 부비적거리는 소닉의 머리에 손부분이 따뜻해지자 레오의 눈이 곱게 휘었다.

“고마워. 소닉..”

작은 온기가 우울할 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레오는 잘알고있었다. 따뜻하고 작지만 힘차게 고동치는 심장이 느껴졌다. 레오의 손에 전적으로 느껴지는 힘찬 고동에 레오가 소닉을 껴안았다. 작은 온기는 차갑던 곁을 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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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계 8/8 60분전력

주제: 밤하늘




시꺼먼 밤하늘이 탁했다. 푸르고 반짝이는 눈이 밤하늘을 보며 안개를 보았다. 희끄무리한 안개에 푸른 눈이 흐려졌다.

“별이 보인다면 좋을텐데...”

레오의 입에서 한마디가 사그라 들었다. 밤하늘에서 반짝이며 저마다 빛나며 별을 보던 레오에게 탁하고 안개만 보이는 밤하늘은 언제 보아도 어색한 부분 중 하나였다. 그리고 고향을 떠나 그 스스로 현존하는 카오스에 왔다는 곳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였다. 쌉쌀하게 만들어지는 미소에 레오가 자신의 뺨을 내리쳤다.

“이래서는 안돼. 미셸라에게 눈을 돌려줄 방법을 찾아야하잖아!”

발갛게 물든 볼을 무시한 채 레오가 파이팅 포즈를 취했다. 곧 얼얼하게 올라오는 통증에 주저앉으며 볼을 감싸안았다.

“너무 세게 내려쳤나..”

볼을 문지르던 레오가 하나둘씩 꺼지는 도시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어두운 하늘 아래 높은 빌딩들과 불을 반짝이는 빌딩까지 다른 도시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다. 고개를 돌리면 고층빌딩이 하늘을 욕심내고 또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불빛이 반짝이며 돈을 욕심냈다. 도시의 똑같은 모습은 다 같았다. 레오의 자그마한 얼굴이 위를 향했다.

“하늘은.. 달라.”

다른 도시라 할지라도 밤에 하늘에 안개가 껴있지는 않다.
다른 도시라 할지라도 도시에 인간이 아닌 이가 돌아다니지는 않다.
다른 도시라 할지라도 인간도 괴물도 아닌 것이 돌아다니지는 않다.

결국 뒤로 누워 하늘을 보던 레오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푸른빛이 반짝였다. 레오의 손가락이 눈을 뽑을 듯이 눌렀다. 강하게 들어가던 손가락이 멈추고 레오가 팔로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눈은.. 안돼.. 아무리 그래도 눈은 미셸라에게, 미셸라에게 빛을 되돌려줘야해..”

울멍거리는 레오의 목소리가 아스라이 공기를 탔다.

끼이

소닉이 레오의 품에서 나와 레오의 얼굴 옆에 자리잡았다. 축축하게 젖어가는 레오의 소매와 숨이 막히는 소리까지 귀와 눈에 선명히 잡히는 레오의 감정에 소닉이 레오의 얼굴을 감싸안았다. 작은 온기가 레오의 얼굴을 물들였다. 소닉을 잡아 안고 둥글게 웅크려지는 레오의 행동에 소닉이 얌전히 안겨있었다. 레오의 몸에서 울음소리가 끊겨나왔다. 옹송그려진 몸이 쳐지며 아래로 점점 꺼져갔다. 끊기던 울음소리가 끊기고 젖던 얼굴이 말라갔다. 품에 안긴 작은 온기를 강하게 껴안으며 레오가 점점 더 웅크려졌다.

살풋이 열린 문틈으로 가지각색의 눈들이 사라져갔다. 안쓰러움도 짖궃음도 동정도 그 어떠한 감정도 레오에게 닿지 않고 사라졌다. 소닉의 눈이 문틈에서 레오에게로 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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