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계 8/22 60분 전력

주제: 제복

 

 



윤기나는 벨벳 커튼이 창을 가렸다. 공간을 채우고 있던 물건들이 흐릿하게 보이고 곧 꺼지는 불에 사라졌다.

“레오군이 올 때가 되었지?”

“음.. 한 3분정도 있으면 올 것이라고 예상이 되네.”

소근거리는 목소리가 어둠을 타고 돌았다.

달칵

작은 체구가 방을 들어섰다.

“어, 모두 어디 계시는거지?”

볼을 긁적이며 주변을 훼훼 돌아보던 레오가 눈을 크게 떴다. 푸른눈이 흔들렸다. 환한 미소도 잔잔한 미소도 삐죽이는 입도 모두 눈에 들어왔다.

“생일 축하해!”

가지각색의 목소리가 외쳐졌다. 푸른 눈이 곱게 휘었다.

“고, 고마워요 여러분!”

환해지는 방 안에서 라이브라 인원들과 레오가 환허게 웃었다. kk가 레오의 손을 잡아 중앙 소파에 앉혔다. 길베르트가 가져온 꼬깔모자를 머리 위에 씌우고는 멋들어지게 입을 틀어올렸다. 우수수 들어오는 음식들이 탁자룰 가득 채웠다. 커다란 케잌이 레오의 앞에 놓였다.

“어이이 음모 머리이”

재프가 레오의 얼굴을 케잌 위로 내리꽂았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얼굴은 물론 옷까지 생크림 범벅이 되어버린 레오가 재프를 향해 쫑알거렸다. 귀를 손가락으로 후비던 재프가 레오의 몸을 잡아 클라우스의 앞으로 내던졌다.

“우왁!”

안전하게 레오를 잡은 클라우스가 레오를 내려주고 재프를 제외한 이들의 눈이 클라우스를 향했다.

“음.. 그게.. 레오군..”

“에, 네?”

머쓱거리며 레오를 쳐다보는 클라우스의 모습에 레오가 작은 머리통을 갸웃거렸다. 길베르트의 팔이 올라가 화이팅 포즈를 취했다.

“그.. 선물일세. 옷도 그렇게 된 김에 입고 오게나.”

쭈볏거리며 클라우스가 건넨 상자에는 제복이 들어있었다.

“라이브라에 들어오고 나서 처음으로 맞는 생일이니 좋은 걸 주고 싶었네. 그래서 초기 라이브라의 인원이 적었을 적 만들었던 제복을 다시 정립해 만들어 보았다네. 다른 단원들도 입을 것이니 걱정말고 다녀오게.”

부드럽게 이야기하는 클라우스의 말에 레오의 눈이 움찔거렸다. 푸른눈이 울먹이고 클라우스가 안절부절하지 못할 때 레오가 방긋 웃었다.

“고마워요 저때문에.. 갔다올께요!”

소매로 눈을 부빈 레오가 방을 나섰다. 힘차게 나아가는 레오의 발걸음 서리에 방 안의 이들의 입에 미소가 걸렸다. 길베르트가 한명 한명 제복을 나눠주었다.

“에.. 이걸 입으라고오?”

삐딱하게 제복을 들고 비죽이며 재프가 입을 열었다. 우거지상으로 제복을 쳐다보는 재프의 행동에 제드가 입을 떼었다.

“선배는 그런 옷은 입어보신 적이 없어서 그러신가 보군요. 하긴 선배라면 그러실 수도 있겠네요.”

“아앙?? 너 뭐라했냐? 내가 입어보지 못했을거라고오?”

한껏 얼굴을 구기며 제드에게 얼굴을 내미는 재프에 제드가 무뚝뚝하게 입을 열었다.

“네. 선배처럼 쓰레기같이 사시는 분께서 입으셨을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렇게 못마땅하게 보시는 것도 입는게 두려워서 아니십니까.”

“너말이야! 나를 뭐로 보는거냐! 입을 수 있거든!”

바득바득 이를 갈며 옷을 들고 가는 재프가 사라지고 길베르트가 입을 열었다.

“잘하셨습니다.”

모두의 고개가 끄덕여지고 제복을 챙겨 흩어졌다.

-

쭈볏쭈볏거리며 레오가 문손잡이에 손을 올렸다내렸다하며 망설였다. 레오의 머리 위에 자리잡은 소닉이 레오의 어깨로 내려와 볼에 얼굴을 부볐다. 한숨을 푸욱 내쉰 레오가 문손잡이를 돌려 열었다. 검은빛으로 정리되고 깔끔하게 맞아떨어지는 제복들이 방에서 웃었다. 저마다의 목소리가 레오의 제복차림에 미사여구를 붙였다. 파티는 시작했다. 갖가지 음식들은 다시 띠뜻하게 데워져 나왔고 음료에서 술까지 마실 것도 풍족하게 등장했다. 시끄벅적하면서도 따스한 분위기가 흘러넘쳤다.

“재프는 벌써 벗어던졌군.”

“별로 기대도 안했습니다.”

재프가 술병을 쥐고 꽐라가 되어 제복 자켓을 벗어던지고 와이셔츠까지 풀어버렸다. 한심하다는 듯 제드가 각이 잡힌 채 술잔을 기울이고 스티븐이 실소를 하며 술잔에 술을 담았다. 고운 술빛이 kk와 체인의 얼굴을 붉혔다. 얼굴도 얼굴이지만 몸에 맞게 떨어지는 제복은 라이브라에게 어울렸다. 푸른눈이 기쁨으로 가득 채워졌다. 살며시 보이는 도넛의 모양새에 레오의 고개가 돌려졌다.

“클라우스씨..?”

“레오군. 지금까지 버텨줘서 고맙네. 그리고 생일 축하하네.”

나지막히 들려오는 목소리가 레오의 귀를 파고들었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손에 쥐어진 따스한 도넛, 그리고 짧지만 확실하게 친해져버린 인연들의 모습까지 레오의 눈에 박혀들어갔다. 친분의 부드러움 속에서 건네진 생일선물은 값졌다.

*

달칵

문이 열렸다. 파티의 흥겨운 냄새가 박힌 제복이 방을 데웠다. 재킷을 벗으며 레오가 방 안으로 들어섰다. 침대 위에 낙낙한 상자 하나가 이질적이였다. 걸음걸음이 상자에 다가갔다. 열리는 상자에 레오의 푸른눈도 열였다. 푸른눈은 곱게 휘었다

『생일선물은 그게 다가 아니네.
생일 축하합니다 레오군.
레오구운 생일축하해
레오군 생일 축하하네.
헹 음모머리
다음 생일엔 좋아하는 것을 먼저 말해주세요 레오군.
생일 축하해』

작은 종이에는 멋들어진 글씨체도 삐뚤빼뚤한 글씨체도 단정한 글씨체도 모두 곱게 놓여있었다. 검은빛의 제복은 달빛과 레오의 푸른눈에 검푸르게 빛났다. 레오의 몸에 걸쳐진 제복도 상자 안에 놓인 제복들도 온기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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