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계 9/5 전력 60분

주제: 바캉스



햇빛이 반짝였다. 파란 하늘을 반사하며 바다가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쌀알보다 더 작은 모래알이 바닷물과 왈츠를 추었다. 생기로 가득찬 해변은 얼마나 반짝이는가.

-

매끈한 몸이 나타났다. 조금은 살집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하게만 보이는 몸이 귀엽게만 보였다.

“미쉘라!!”

환하게 웃는 얼굴이 어린 동체와 함께 달려갔다. 고운 얼굴이 배시시 웃었다. 원피스식 수영복을 걸치고 배싯 웃는 미쉘라에 레오가 마주보고 웃었다. 보기좋은 남매의 모습에 부모의 얼굴은 흐뭇하기만 했다. 싱그러운 풀잎이 반짝였다. 바닷물은 몸을 적시고 모체로 돌아갔다. 해맑게 웃는 그 표정들이 바다와 함께 어우러졌다.

-

흐드러졌다. 맑은 하늘은 흐드러지고 바람이 불었다. 점점 강해지는 바람은 해변에 몸을 걸치던 물품들을 휩쓸었다.

덜컥!!

위아래로 숭덩이던 파라솔이 뽑혀나갔다. 어두워지던 하늘은 검검해지고 형광빛의 파란색이 형체를 갖춰갔다. 바캉스를 즐기던 이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레오와 미쉘라의 부모도 사라졌다. 해맑게 웃으며 바다에서 놀던 미쉘라도 휠체어에 앉아있었다. 트렁크수영복을 입고있던 레오도 평복을 입은 상태로 주저앉아있었다. 해변은 변했다. 반짝이던 고운 모래는 딱딱한 아스팔트로 푸른 바다는 멈춰버린 분수대로 즐거움과 생기를 가득 담았던 해변은 절망과 죄책감을 담은 장소로 변했다.

‘아.. 으.. 으... 그, 그만...’

미쉘라의 분홍색 입술이 열렸다. 곧게 뻗은 다리로 걷던 미쉘라가 휠체어를 탄 미쉘라의 옆에서 웃었다. 미쉘라의 눈이 감겼다. 레오의 눈이 형광파란색으로 변했다. 형광빛눈의 레오가 절규하며 바닥에 쓰러진 레오를 쳐다봤다.

‘미쉘라미쉘라미쉘라미쉘라!!!!!’

공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눈이 봐뀌던 순간도 해변에서 길가로 봐뀌던 순간도 거꾸로 역행했다. 미쉘라가 비치볼을 들고 웃었다.

*


번쩍

레오가 눈을 닦았다. 흘러넘친 눈물을 닦던 레오가 얼굴을 부볐다.

“으... 미쉘라...”

레오가 고개 숙였다.

*

“레오군. 무슨 일이 있었던 겐가.”

클라우스가 소파에 축 처진 레오에게 말을 건넸다. 레오가 놀란 표정으로 클라우스를 보고는 금새 씁쓸하게 웃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안쓰러움과 부드러움을 담은 클라우스의 얼굴이 미소 지었다. 클라우스의 큰 손이 레오의 머리를 덮었다.

“레오군. 너무 속으로만 앓지 말게. 가끔은 밖으로 표현을 해야 버틸 수 있네.”

레오가 쓰다듬어졌던 머리를 두 손으로 감쌌다.

“아... 그냥.. 꿈이. 꿈에서 미쉘라와 해변레서 바캉스를 지냈어요. 그러다가.. 그러다가.. 흐으.. 눈이 봐뀌는 곳으로 변하고.. 눈이 봐뀌는 걸 다시.. 봤어요..”

제 머리를 잡고 무릎으로 고개숙인 레오가 잘게 떨었다. 바들거리는 몸이 애처로웠다. 길베르트가 담요를 가져오고 클라우스가 레오의 위로 담요를 덮어주었다. 잘그럭 거리는 레오의 몸을 한 번 도닥여준 클라우스가 소파에 앉아 레오의 옆을 지켰다. 정적 속에서 레오의 얕은 울음소리가 클라우스의 숨소리와 얽혔다. 누군가가 옆에 있어준다는 건 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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