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계 8/8 60분전력

주제: 밤하늘




시꺼먼 밤하늘이 탁했다. 푸르고 반짝이는 눈이 밤하늘을 보며 안개를 보았다. 희끄무리한 안개에 푸른 눈이 흐려졌다.

“별이 보인다면 좋을텐데...”

레오의 입에서 한마디가 사그라 들었다. 밤하늘에서 반짝이며 저마다 빛나며 별을 보던 레오에게 탁하고 안개만 보이는 밤하늘은 언제 보아도 어색한 부분 중 하나였다. 그리고 고향을 떠나 그 스스로 현존하는 카오스에 왔다는 곳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였다. 쌉쌀하게 만들어지는 미소에 레오가 자신의 뺨을 내리쳤다.

“이래서는 안돼. 미셸라에게 눈을 돌려줄 방법을 찾아야하잖아!”

발갛게 물든 볼을 무시한 채 레오가 파이팅 포즈를 취했다. 곧 얼얼하게 올라오는 통증에 주저앉으며 볼을 감싸안았다.

“너무 세게 내려쳤나..”

볼을 문지르던 레오가 하나둘씩 꺼지는 도시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어두운 하늘 아래 높은 빌딩들과 불을 반짝이는 빌딩까지 다른 도시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다. 고개를 돌리면 고층빌딩이 하늘을 욕심내고 또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불빛이 반짝이며 돈을 욕심냈다. 도시의 똑같은 모습은 다 같았다. 레오의 자그마한 얼굴이 위를 향했다.

“하늘은.. 달라.”

다른 도시라 할지라도 밤에 하늘에 안개가 껴있지는 않다.
다른 도시라 할지라도 도시에 인간이 아닌 이가 돌아다니지는 않다.
다른 도시라 할지라도 인간도 괴물도 아닌 것이 돌아다니지는 않다.

결국 뒤로 누워 하늘을 보던 레오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푸른빛이 반짝였다. 레오의 손가락이 눈을 뽑을 듯이 눌렀다. 강하게 들어가던 손가락이 멈추고 레오가 팔로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눈은.. 안돼.. 아무리 그래도 눈은 미셸라에게, 미셸라에게 빛을 되돌려줘야해..”

울멍거리는 레오의 목소리가 아스라이 공기를 탔다.

끼이

소닉이 레오의 품에서 나와 레오의 얼굴 옆에 자리잡았다. 축축하게 젖어가는 레오의 소매와 숨이 막히는 소리까지 귀와 눈에 선명히 잡히는 레오의 감정에 소닉이 레오의 얼굴을 감싸안았다. 작은 온기가 레오의 얼굴을 물들였다. 소닉을 잡아 안고 둥글게 웅크려지는 레오의 행동에 소닉이 얌전히 안겨있었다. 레오의 몸에서 울음소리가 끊겨나왔다. 옹송그려진 몸이 쳐지며 아래로 점점 꺼져갔다. 끊기던 울음소리가 끊기고 젖던 얼굴이 말라갔다. 품에 안긴 작은 온기를 강하게 껴안으며 레오가 점점 더 웅크려졌다.

살풋이 열린 문틈으로 가지각색의 눈들이 사라져갔다. 안쓰러움도 짖궃음도 동정도 그 어떠한 감정도 레오에게 닿지 않고 사라졌다. 소닉의 눈이 문틈에서 레오에게로 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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