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월 8일 토요일 헤테로 판매전 샘플입니다.

1차 창작 헤테로 소설 회지입니다.

소드마스터 맹수 공작님과 곰 같은 토끼 순박한 평민의 로맨스 코미디입니다.

작년 8월 모두의 온리 발행한 회지로 남은 재고만 가지고 갑니다.

 

 

 

 

 

↓샘플 (각 장면은 이어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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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레티아 제국의 서쪽 흔히들 몬스터 산이라 불리는 거대한 산맥이 줄지어 굽이굽이 이루어진 곳으로 수많은 욕망이 모이는 곳이었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갑옷 부딪치는 소리가 산 주변을 천천히 울리기 시작했다. 위로 솟구친 깃발은 태양과 드래곤을 형상화한 인장이 박혀 바람에 펄럭였다.

 

“군영을 갖춘다!”

 

뿌우우우우

 

뿔피리가 길게 이어지고 부산스러운 움직임과 함께 천막이 세워지며 서서히 군영이 지어졌다. 유독 크고 위로 빨간 깃이 달린 천막이 사람을 불러 모았다.

 

“이번 출정 역시 작년과 같다. 많은 몬스터를 사살하고 다치지 않으면 된다. 항시 긴장하고 죽은 몬스터라 해도 확인사살 하라. 몬스터 산의 몬스터는 충분히 영악하고 충분히 간악하며 충분히 잔혹하다.”

 

로벨리시아 공작이 단언했다. 기사단장들이 말없이 고개 숙였다.

 

“그럼 됐다. 가서 처음 파병 나온 신병처럼 긴장하라고 전하도록.”

 

로벨리시아 공작이 자리에서 일어나 천막을 나섰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천천히 숨을 몰아 내쉬는 소리가 천막에 뭉쳤다.

 

“휴.. 역시 공작님이라니까.”

 

“어휴 갑갑해서 죽는 줄 알았네.”

 

“아주 적어도 중상자는 나오니 하시는 말씀이시지.”

 

“그야 알지만 하는 소리 아니요.”

 

“뭐 공작님께서 저리 든든하시니 이렇게 소수의 인원으로도 몬스터 산을 오르는 것 아닌가.”

 

“공작님께서 소드마스터이신데 뭘. 작년에도 보았지만 소드마스터라는 건 정말 대단하다니까.”

 

“모두 아시다싶이 공작님이시지 않습니까.”

 

저절로 끄덕여지는 고개에 모인 이들이 헛하게 웃음을 흘렸다.

 

“어서 돌아가게. 만일 공작님께서 아셨다간 실전같은 대련으로 우리를 또 몇 시간이고 흙바닥에 굴리실 테니.”

 

“그 것만 생각하면 나는 팔다리가 욱신거리고 예전에 찢어진 옆구리가 너무 아프더라.”

 

부르르 떨며 기사가 팔을 감싸자 옆에 있던 기사가 고개를 저었다.

 

“그거야 네가 단장님하고 이야기하던 걸 들켜서 그런 거 아닌가.”

 

“음.. 그건 그렇지만?”

 

낄낄 웃는 기사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눈가의 주름이 깊게 패인 이가 탁자를 툭툭 두드려 시선을 모았다.

 

“어서 돌아가 정비하는 것이 좋겠네. 어서 끝내고 돌아가실 생각이실 것이 뻔하네. 물론 나 역시 그러하니 어서 엉덩이 발로 차기 전에 의자에서 떼어내게나.”

 

대놓고 나온 본심에 기사들이 얼른 엉덩이를 의자에서 떼어 천막 밖으로 향했다. 후다닥 떠나는 꼴을 보며 껄껄 웃었다.

 

“하여간 공작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런지.”

 

“어떻게 생각하긴. 징글징글하다고 생각하지.”

 

툭 튀어나온 말과 함께 기사의 육중한 몸이 위로 솟았다.

 

“아이고 공작님! 이 늙은이 심장 떨어지겠습니다!”

 

“아침마다 단원들 흙바닥에 굴리는 게 누군데 그런 말을 하지.”

 

기사가 머쓱하게 뒷머리를 향해 손을 올리다가 화통하게 웃었다.

 

“허허! 저도 어서 녀석들에게 가보겠습니다, 공작님!”

 

뒤꽁무니가 보이지도 않게 사라지는 모습을 공작이 빤히 바라보았다.

 

“월급을 까야겠군.”

 

천막의 앉아있던 면면들을 생각하며 공작이 중얼거렸다.

 

 

(이어지지 않습니다.)

 

 

 

뻣뻣하게 굳은 세인이 눈만 깜빡이며 앞을 바라보았다. 좌우로 붙은 시종들이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커다란 전신거울로 뻣뻣한 세인의 몸이 화려한 정복을 입고 시중을 받았다.

 

“음.. 좋아. 역시 괜찮네.”

 

모코모코 가죽으로 만든 소파에 등을 기대며 앉은 루벨린이 박수쳤다. 빠르게 좌우로 물러나는 시종들이 세인을 루벨린과 마주보게 돌려 세웠다. 노릇노릇한 피부와 순박한 얼굴은 잔뜩 관리 받아 윤기가 흐르고 까만 머리카락은 빛을 받아 반짝이며 곱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번 옷도 구매하도록 하지. 다음 옷 준비하게.”

 

“예. 이번이 마지막 옷입니다, 공작님.”

 

루벨린의 옆에 서있던 이가 고개를 숙였다.

 

“모두 움직이도록. 마지막 옷을 입혀드려.”

 

순식간에 시종들의 손에 이끌려 세인이 옆방으로 사라졌다. 흔들리는 동공이 루벨린을 바라보다가 사라졌다.

 

“귀엽지.”

 

루벨린이 킥킥 웃었다.

 

“귀엽네. 어디서 주워온 거야.”

 

흘끗 제 옆의 의상 디자이너를 바라보았다. 두꺼운 안경을 쓰고 머리를 위로 높게 묶은 디자이너는 데굴데굴 눈을 굴렸다.

 

“나한테 좀 빌,”

 

“안 돼. 절대로.”

 

고개를 완전히 돌려 루벨린을 바라보았다. 태연한 얼굴로 들어갔던 문만 바라보는 루벨린이 입을 열었다.

 

“언제는 내가 뮤즈라고 하지 않았나. 하아.. 그 때는 정말 얼마나 귀찮았는데. 내 나이가 조금만 더 있었어도 절대로 허락 안 해줬을,”

 

“거짓말 하지 말지. 나랑 신나서 온갖 거리를 꼬리에 불 붙은 타타쿠처럼 날뛰고 다녔으면서.”

 

어이없다는 눈을 확인하고는 루벨린이 큭큭 웃었다.

 

“아, 이거 참. 그래도 안 돼는 건 안 돼. 절대로.”

 

속눈썹이 팔랑이고 두꺼운 안경알로 녹빛을 띄는 눈이 의문을 품었다. 굳게 닫혀있던 입이 입술을 핥았다.

 

“이유는? 처음 보는데.”

 

다시금 등을 소파 위로 깊게 기대며 성글게 묶어 삐져나온 머리카락을 크게 뒤로 넘겼다.

 

“하나, 아무도 쉽게 보여주고 싶지 않으니까. 둘, 내 안에서 좋은 것만 주고 싶으니까. 셋, 너한테 가면 고생할 테니까. 넷, 내가 좋아하고 있으니까. 다섯, 나온 의류가 팔려서 누가 입고 있다는 걸 생각만 해,”

 

“그만해.”

 

질색하는 얼굴을 보며 방긋방긋 웃었다.

 

“원하면 앞으로 말하지 말던가.”

 

잔뜩 찌그러진 얼굴과 태평한 얼굴이 교차되었다. 안경을 빼고 가슴주머니에서 뺀 손수건으로 벅벅 안경을 문질렀다.

 

“예전에 나랑 같이 혼인? 그걸 왜 하지? 하던 루벨린 어디 갔나 모르겠네. 뭐 알 바 아니지만. 아쉽지만 포기하고.. 근데 너 저번에도 나 부르고 이번에도 나 불렀잖아. 앞으로도 계속 나 부를 거 아,”

부드럽게 문이 열리고 엉거주춤 걸어 나오는 세인이 팔다리를 같이 내밀었다. 몇 번이고 세인은 나올 때면 팔다리를 같이 내밀었다. 그런 세인이 귀여워 루벨린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공작 신분의 루벨린이 말을 하지 않으니 다른 이들은 언급할 수 없었다.

 

“고, 공작니이이임...”

 

개미가 속삭이듯 튀어나온 말은 루벨린이 쉬이 포착했다.

 

 

 

(이어지지 않습니다.)

 

폐하! 어디 가세요! -외전입니다-

 

 

화려한 금적발이 풀숲 사이에서 튀어나왔다. 얼굴과 몸 곳곳에는 흙이 묻고 반짝이는 금적발 위에는 나뭇잎이 붙어있었다.

 

“흠. 아무래도 속은 느낌이 드는데.. 하여간에 아바마마는 어마마마가 없으면 여엉 여어어엉! 믿으면 안 된다니까.. 돌아가야 하,”

 

붉은 홍안에 보드라운 갈색이 들었다. 갈색 머리카락이 어깨에 닿을 듯 살랑이고 단정하고 고급스러운 의상이 눈을 빛냈다. 커다래진 눈이 뒤를 쫒고 단정한 몸이 뒤로 돌았다. 선명한 녹빛 눈과 마주쳤다.

 

“아.”

 

허리를 숙여 인사하려는 듯 행동을 보이기도 전에 후다닥 달려나갔다. 뽀얀 볼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이름이 뭐야?”

 

비슷한 키와 체격으로 눈을 마주보았다. 반짝이는 붉은 눈이 침착한 초록빛 눈을 아로새겼다.

 

“그,”

 

“아, 성은 말하지마. 오롯이 네 이름을 말해.”

 

단언한 문장은 불타오르듯 붉었다.

 

“네이실입니다. 전하.”

 

눈썹이 삐죽 올라갔다.

 

“전하가 아니다. 체스페시오다. 나는 너에게 이름을 물었고 답하였으니. 나 역시 이름을 말해야 한다. 지금 만난 것은 나라는 사람과 너라는 사람이 만난 것이기 때문이다.”

 

단호한 어조에 네이실이 다시금 허리를 숙였다. 제국을 이끄실 분의 앞날은 창창하기 그지 없었다. 바스락 풀잎이 헤치는 소리가 들렸다. 체스페시오가 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짧게 비명을 질렀다.

 

“악! 안 되는데! 아직 아니 된다!”

 

안도의 숨을 내쉰 기사가 빠르게 다가왔다.

 

“전하! 폐하께서 찾으십니다! 아이고! 시종들에게 물을 받아노라 일렀으니 어서 가셔서 준비하시고 가시지요! 절대! 도망 못 가십니다!”

 

“아바마마가 나보고 나가라 그랬는데! 아 진짜아아..”

 

흘끔 체스페시오가 네이실을 흘끗이고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땅을 몇 번 발로 쿵쿵 내려치고는 숨을 후 뱉었다.

 

“좋아. 가지. 앞장 서. 다른 기사들 부르고.”

 

빠르게 진정한 체스페시오가 고개를 돌려 네이실을 바라보았다.

 

“있다가 보지. 네이실.”

 

움찔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네이실의 어깨가 위로 튀었다. 짧은 문장 후 기사를 따라 가는 체스페시오의 뒤를 보았다. 허리를 숙였다.

 

“예. 조금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전하.”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시종이 나타나 허리를 숙였다.

 

“공자님. 공작님과 폐하께서 찾으십니다.”

 

“알겠네. 뒤를 쫒을 테니 앞서 가게나.”

 

풀이 밟히는 소리가 점점 사그라들고 정원은 잘은 바람만 불었다.

 

 

대운동회 N18 부스에 나오는 츠키야마 트윈지 입니다.

물결님과 탱님이 만들었습니다.

수량은 소량 뽑아 가져갑니다!

구두예약 선입금 없습니다.

대운동회 날에 뵈어요!












2018년 사와무라 다이치 생일 웹진 참여작 입니다.




※ 봄고 후 합숙이라는 미래 조작이 있습니다.

※ 미래에 대한 날조가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거리에 잔뜩 울려 퍼졌다. 크리스마스와 겹친 연말은 언제고 활기찼다. 휘황찬란한 작은 전구 불이 가게마다 빛을 발했다.


“어, 아니. 연말이니까 죽겠지. 뭐 그렇게 술을 들이붓는지 모르겠다니까.”


여러 감정 섞인 미소를 지으며 사와무라가 고개를 저었다. 뜨듯하게 열 내는 핸드폰을 고쳐 쥐며 말을 이었다.


“약속은 안 잊었으니까 걱정 마. 장소도 예약되어 있고 연락도 돌렸다.”


슬쩍 위를 올려본 사와무라가 잘게 웃었다.


“그래. 연말 회식날 보자.”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장갑 낀 양손을 비볐다. 겨울이었다.



*



텁텁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풀썩 침대 위로 쓰러지는 몸과 함께 베게에 얼굴을 부볐다. 베게에 턱을 괴고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날은 벌써 크리스마스를 지나 새해를 앞두고 있었다. 기지개를 피자 우두둑 소리가 나며 근육이 늘어졌다. 벌러덩 자세를 바꾸며 늘어지는 하품이 나왔다. 끔벅끔벅 눈꺼풀이 느려지고 서서히 잠이 들었다.


“아.. 씻어야, 하는데..”


시야가 어두워졌다.


-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앳되었다. 들리는 목소리는 익숙하기 그지없었다. 사와무라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려 노력했다.


“~~~! 다~~??”


“그~~!!! 설~~~!”


더욱 시끄러워지는 목소리에 눈이 기어이 떠졌다. 형광등이 산란되고 눈이 적응하기 위해 동공을 좁혔다. 눈을 깜빡일수록 빛이 익숙해지고 주변의 소란이 인식되기 시작했다.


“일어났다!!!”


“이, 이이이이 일어났어!!”


“어어어어 진짜 일어났어!!”


야단스런 목소리들이 익숙했다. 사와무라가 상체를 일으키고 목소리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앳되기 그지없는 얼굴들이 눈을 깜빡였다.


“하?”


사와무라가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보았다.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있는 미야기 현립 카라스노 고등학교 배구부 부원들이 여전히 존재했다. 얼굴이 시퍼렇게 뜬 아즈마네와 히나타를 필두로 호기심 만만한 니시노야와 타나카, 당황이 가득한 엔노시타와 나리타, 미간을 찌푸린 츠키시마와 그런 츠키시마를 보지 못하고 굳어버린 야마구치, 카게야마까지 고등학교 1,2,3학년의 앳된 얼굴이 있었다. 상황을 파악하며 머리를 굴리던 사와무라가 애석하게도 문이 강하게 열리며 키노시타와 스가와라가 나타났다. 그 뒤에는 우카이와 타케다가 숨을 몰아쉬었다. 야치와 시미즈마저 방 안을 보며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지, 금이. 몇 년도. 인가요.”


화들짝 놀란 듯 모두의 어깨가 위로 튀었다.


“목소리도 똑같아요..”


“진짜 다이치..?”


“뭔가 다른데.. 좀 더 농축?된..”


고개가 갸우뚱 휘어지는 면면을 보던 사와무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진짜인가..”


손을 내려보더니 스스로 뺨을 꼬집었다. 강한 통증에 어리벙벙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스가? 아사히? 시미즈?”


움찔 이름을 불린 스가와라와 아사히, 시미즈가 입을 다물었다.


“자, 잠깐만요! 혹시 자기소개 해줄 수 있나요, 사와무라군이라고 추정되는. 성인 분..?”


타케다가 한 발 앞서나왔다. 꿀꺽 침 삼키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여전하시네요, 타케다 선생님.”


사와무라가 헛헛하게 웃었다.


“사와무라 다이치입니다. 나이 29세, 10년 전이네요. 지금이면, 아니 건물이.. 봄고 후인가요. 그리고 음. 사와무라 다이치 맞습니다.”


알게모르게 조용해진 가운데 불쑥 니시노야의 얼굴이 튀어나왔다.


“다이치씨 맞습니까. 롤링!”


“썬더!”


개구지게 웃으며 니시노야의 말을 받아쳤다. 곧 니시노야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려 머리를 잔뜩 흐트렸다.


“이렇게 보니 진짜 너네 앳되네. 타케다 선생님도, 우카이 코치님도 앳되네요.”


뒷머리를 쓸어내리며 시선을 고정했다. 점차 분위기가 풀려갔다.


“10년 전의 나도 있는 건가요.”


“그, 게..”


시선이 분산되고 흐릿해졌다.


“혹시 방에만 있어야 할까요.”


담담하게 사와무라가 말을 이었다. 고민과 함께 말소리가 천천히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


체육관은 여전했다. 높은 천장은 체육관 특유의 길쭉한 전등이 빛났고, 땀냄새와 쿨링시트 냄새가 섞여있었다. 익숙한 면면들이 앳된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물음표가 잔뜩 주변으로 새어나갔다.


“어? 어? 어어어???”


“우악 뭐야!”


“사와무라가 늙었어!!!”


순식간에 시끄러워져 한 쪽으로 인원이 몰렸다. 시퍼런 얼굴 몇몇이 사람의 벽에서 얼굴이 튀어나왔다.


“하.. 하하... 사와무라 다이치 29세입니다. 잠깐동안 잘 부탁합니다.”


90도로 허리 숙이며 사와무라가 인사했다. 구석에 모여 관찰하던 이들이 인사를 보고는 주춤주춤 풀어져 가까워졌다.


“진짜 사와무라야?”


“오야오야 사와무라?”


“주장군이야?”


“어, 음.. 사와무라?”


입이 벌어져 뾰족하게 튀어나온 입술로 보쿠토가 기웃거렸다. 조금 창백한 얼굴의 오이카와가 사와무라의 주변을 살피고 능글맞은 척하며 쿠로오가 사와무라의 근처에 다가왔다. 한걸음씩 다가오던 모니와가 쿡 사와무라의 어깨를 찔렀다.


“헐 환상 아니야.”


사와무라가 모니와의 말을 듣고 쓰게 웃었다.


“모니와...”


순식간에 사람이 모여들었다. 허허롭게 웃던 사와무라가 눈을 개구지게 물들였다.


“그러고보니 내가 여기 이들하고 술자리를 하면서 들은 게 좀 많은데 말이야..?”


알게모르게 느껴지는 압박에 한걸음씩 뒷걸음질 쳤다.


“뭐야뭐야! 미래 이야기야?! 나나나! 나 역시 국가대표 선수지!”


보쿠토가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피고 가슴을 내밀었다. 아카아시가 아차 한 얼굴로 보쿠토를 바라보다가 걸음을 물렀다.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만.. 괜찮겠지요 뭐.”


곁에서 말을 듣고만 코미와 사루쿠이가 튀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 웃음이 비죽 튀어나왔다. 코즈메가 한걸음 더 물러서고 야쿠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카라스노는 당했나 본데.”


턱으로 가리킨 곳에는 니시노야와 타나카가 반열에 오른 표정으로 합장하고 있었다.


“술 취해서 말하는 것의 대부분은 흑역사라고 들은 적이 있는데.”


카이가 턱에 손가락을 대고 중얼거렸다.


“보쿠토 너 말이야? 들은 게 꽤 있긴 있지. 넥타이를 안 매고 학교 돌아다니다가 아카아시가 매어 줘서 간신히 선도부의 눈을 피했다던가? 대청소 하는 날 책상을 비워야 하는데 안 내용물이 안 나와서 힘을 줬더니 먹다 남은 빵은 상해 있고 여분 넥타이와 상한 음료ㅅ, ”


보쿠토가 눈이 댕그래져 사와무라에게 달려가 입을 막았다. 왁스로 인해 위로 솟구쳐 있던 머리카락이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사와무라! 나 또 무슨 이야기 했어..?”


추욱 쳐져 작게 소근거리는 말임에도 커다란 목소리가 체육관을 알게 모르게 채웠다. 웃는 얼굴이지만 묘하게 오싹한 느낌에 사와무라의 입을 막고 있던 보쿠토가 반걸음 물러섰다.


“상사가 짜증난다며 술을 먹고먹고먹고 또 먹더니 가다가 결국 구토해서 그 뒤처리를 내가 했다는 거? 술 취해서 가다가 보이는 판넬과 부딪쳐 무한한 사과를 하다가 갑자기 울면서 판넬을 껴안고 울다가 판넬을 부숴버린 거? 아니면 차였다며 위로주를 마신다고 했다가 술 먹으러 간 곳에서 그 당사자를 만나서 술에 쫄닥 젖어서 사람들 입소문감 만든 거? 아니면”


한명씩 눈을 마주쳐가며 말이 이어질수록 점점 더 시선을 피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아 그러고보니 햄스터를 너무 키우고 싶은데 핸들링을 하거나 방에 풀었을 때 자기가 실수로 죽이면 어떻게 하냐며 의기소침해서 술 먹다가 햄스터 5마리 입양한 것도 있네? 배구하자고 나가서 배구로 시간을 다 보냈더니 갑자기 온천에 가자고 해서 온천 하는 곳에 갔다가 사람들한테 치여서 온천은 하지도 못하고 돌아간 적도 있네?”


인물들이 잔뜩 쪼그라들었을 때 웃음소리가 튀어나왔다.


“진짜 나 10년 전이네.”


새롭다는 듯 웃다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 사와무라가 익숙하고 앳된 얼굴들을 바라보았다.


“10년을 미리 알 생각 말고 채워나갈 생각 해야지.”


곧 매끄러운 체육관 바닥을 밟으며 벤치를 향했다. 태연하고 자연스럽게 앉으며 입을 열었다.


“합숙하러 온 거면서 그러고 있으면 시간이 흐를 텐데? 배구 안 할 거야?”


1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 똑 닮은 웃음에 점차 왁자지껄해졌다.


“다이치!”


“다이치씨!”


“일어나서 같이 배구해요!”


“배구!”


배구길만 걸어온 10대 청소년들이 눈을 반짝였다. 배구공이 체육관 천장, 전등을 가리며 올랐다.


-


“타나카! 니시노야!”


“카게야마! 히나타! 넘어져!”


어느덧 기울어진 해는 모습을 감추고 별이 뜨고 있었다. 씻고나와 물기로 젖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우당탕탕 뜀박질 했다.


“다이치씨!”


수건을 목 뒤로 걸치고 물을 마시던 사와무라가 고개를 돌렸다. 처음 눈을 뜬 카라스노 배구부의 숙소였다.


“아마 잠에 들면 돌아가 있겠지.”


놀라 달려오던 그대로 멈춰선 타나카, 니시노야, 카게야마와 히나타가 한걸음 뒤로 물렀다. 그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은 사와무라가 깔려진 이불 위로 덮는 이불들을 하나씩 올렸다.


“애초에 내가 지금 이 곳에 있는 것부터가 이상한 일이니까. 원래라면 오후쯤에 돌아갈 줄 알았는데 예상 외의 결과라서.”


덤덤히 말을 이으며 이불을 깔던 사와무라가 시원스레 웃으며 조르륵 서있는 네 명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10년 후에 10년의 기억을 가지고 보자.”


올망졸망 모여 있는 10년 전의 부원들을 보며 말의 마무리를 지었다.


“다이치 혹시 영업직 하는 거야? 말이 엄청 능수능란한데..?”


스가와라가 투덜이 듯 하는 말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다이치씨 완전 멋져요! 처음 여기서 봤을 때 정장 입고 있었잖아요!”


“직장인 포스!!”


“인, 인탈라 느낌!”


“인텔리 느낌이겠지.”


꽤 오랜 느낌에 사와무라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걸렸다. 만담에 시간은 빠르게만 흘러갔고 그와 같이 하품하는 이들이 늘어갔다.


“슬슬 잘까.”


불 끄는 스위치가 내려갔다. 어두운 방 안에서 멀리 있는 가로등 빛에 먼지가 떠다니는 것이 눈에 선했다. 점차 느리고 고른 숨소리로 바뀌어 가는 것을 느끼며 사와무라가 눈을 깜빡였다. 배구공을 리시브할 때에도 체육관 바닥을 디딜 때에도 그 어떤 순간에도 사와무라 다이치는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후각, 통각, 촉감 이 세 가지가 사와무라에게 실제로 다가왔다. 과거가 있기에 미래가 있는 것이 통상적이라면 이번 경험은 미래가 있기에 과거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할 지도 몰랐다. 몸은 진득한 운동에 피로감을 뱉어냈고 눈꺼풀은 무거워졌다.

29살의 사와무라 다이치는 눈을 감았다.

19살의 사와무라 다이치가 그 곳에 존재했다.



-



번쩍 눈이 떠졌다. 무난한 흰 벽지로 도배된 천장이 눈에 들었다. 진동으로 바뀐 핸드폰이 머리맡에서 울었다. 쉬지 않고 울어대는 핸드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큼, 크흠.”


잠긴 목을 풀어내며 사와무라가 몇 번 숨을 토했다. 핸드폰을 열자 라인 메시지가 깜빡이며 계속 이어지고 진동이 겹쳤다. 몇 번의 터치가 행해지고 라인 창이 열렸다.


“아, 생일이네.”


라인 창마다 간헐적으로 나오는 생일 축하 메시지가 사와무라의 눈동자에 반사되었다. 까먹고 있던 생일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봄고가 끝나고 있던 합숙의 빈 하루가 채워졌다. 환한 미소가 사와무라의 얼굴을 채웠다.






올해 다이치의 웹진↓ (모바일 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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