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이와 10/7 전력 60분 
주제: 구원

 FHQ기반입니다 :3

 #오이이와_전력_60분 






 문득 눈을 깜빡일 때면 새까맣고 질척한 것이 꿈틀거렸다. 그 것들은 그림으로 그린 것처럼 일차원적인 눈과 입을 가지고 있었다. 꿈틀거리면서 사람들을 통과했다. 눈을 몇 번 깜빡이면 그 것들은 사라지고 여느 때와 같은 풍경이 나타났다. 꿈틀거리는 것들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그 어떤 것을 눈에 담을때였든 가장 밝고 빛나고 반짝이는 것이 하나 있었고 아직까지 있다. 가장 밝고 빛나고 반짝이는 것.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 

 *

 깜댕이와 흙을 묻히고 너는 나타났다. 그 누구도 신경 쓰지않는 나라는 것과 너는 그렇게 만났다. 신경 쓰지 못한 나와는 다르게 신경 쓴 티가 나는 너는 그리도 밝았다. 

 “너는 왜 그러고 있어?” 

 조그만 손이 내밀어질 때 휘광이 찬란하게 펼쳐졌다. ‘나’라는 개체를 자각하고 나서부터 꾸준히 보였던 겹쳐보이던 세상에서. 새까맣고 질척이는 것들이 가득한 세상과 덩그러이 홀로 존재하는 지조차 자각하기 힘든 세계에서 밝게 빛났다. 까무잡잡한 피부도 발그레한 볼도 흙 묻은 몸이나 굳은살 박힌 손 그리고 생기와 활기 넘치는, 모든 것들이 한군데에 어우러져 너를 정립했다. 세계가 무너져내리고 새로운 세계가 조립됐다. 

“저어쪽 숲에 나랑 놀러가자. 가면 토끼도 있고 사슴도 있어. 뭐 운 나쁘면 몬스터랑 마주칠 수 있는데 요즘 아저씨들이 몬스터 토벌 했으니까 안나타날꺼야. 나랑 놀러가자. 넌 이름이 뭐야? 나는 이와이즈미 하지메. 너는?” 

세상이 찬란히 빛나는 걸 그 때 처음 알았다. 이와이즈미 하지메. 그 이름이 머리 속부터 마음 속부터 영혼의 바닥에서부터 가득 차오르고 낙인이 찍혀 가득 차올랐다. 네가 나를 가득 채웠다. 그 날 네가 나에게 손을 건넨 그 순간. 태어났다. 그 어느 것에도 얽히지 않고 부유하고 스스로 존재조차 잊어버리던 어떤 ‘것’이 껍질을 부수고 세계를 깨고 모든 걸 흡수해서 태어났다. 너무나 가득 차올라서 욕심이 샘솟아서 가지고 싶어서 영혼에 박혀있던 이름이 깨어났다. 너를 너무나도 가지고 싶고 지키고 싶고 욕심이 넘쳐흘러서. 네가 나에게 와 근간을 만들었다. 네가 나에게 피어올랐다. 시간을 빠르게 돌린 것처럼 한순간에 자라나 개화하여 뿌리를 박았다. 이와이즈미 하지메라는 이름이 세계가 되었다.

 “나, 나, 나. 는. ㅇ. 오이카와. 오이카와 토오루.”

 정처없이 흔들리던 몸으로 너에게 이름을 말해주자 너는 웃었다. 웃었다. 웃었다. 세상 모든 것을 가진 느낌이였다. 너는 내 모든 것을 만들고 조립하고 정렬했다. 내 모든 건 너와 연계되어 존재했다. 그 때의 날씨가 공기가 지나가던 곤충이 네가 눈을 얼마나 깜빡였는지 오물거리던 입술이 꼼지락거리던 손가락과 개구진 눈과 덜덜 떨리던 나를 걱정하던 눈과 그 시간 공간 존재하던 모든 것을 내가 알고 기억하고 아직도 남아 나를 간질였다.

 *

 “출생지도 모르는 고아새끼가..”

 “괴물새끼.. 나이 많은 촌장 할배가 기억한다잖아. 저 얼굴을.” 

 “무서운 새끼. 뭘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놈.” 

새까맣고 질척거리던 것은 여전히 존재했고 사람들과 같이 존재했다. 눈을 아무리 깜빡여도 사라지지 않았고 악의 가득한 말이 나올 때면 언제든지 붙어있었다. 마을 모두가 가지고 있을 때. 너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부모마저 가지고 있고 혼냈음에도. 너는 내 옆에 존재했다. 아직 어리다한들 그건 이유가 되지 못했다. 쫒겨나는 건 금방이였다. 부모는 버렸다. 소중하고 소중한데. 지켜주고 싶은 단 하나였는데 부모가 옆에 있어야 함은 알았다. 머리로 떠오르고 들어온 곳에 그런 것쯤은 당연히 있었다. 허나 따스한 온기가 가지고 싶어서, ‘오이카와 토오루’의 기반이여서 놓치고 싶지 않아서 떠나야 했지만 떠나지 않았고 이와이즈미 하지메는 하지메가 되었다. 후회는 하지 않았다. 강직했고 넓었고 굳건했다. 내 세상엔 이미 너와 나만이 있었지만 너는 이제야 너와 내가 존재했다. 그게 너무나도 기뻤다. 문득 네 뒤로 갑옷입은 너의 미래가 보였다. 여전히 빛으로 가득했다. 머리가 아팠다. 내부에서부터 쿡쿡 쑤셨다. 하지메의 나이 12세였다. 우리가 만난지 반년이였다.

 * 

 떠돌았다. 어린애 두명이였지만 약하지 않았다. 머리 속에는 유용한 곳들이 많았다. 어느 순간 너는 칼을 쥐었다. 네 뒤로 보이던 미래가 가까워졌고 빠르게 당도했다. 나는 이미 알았다. 너는 나의 모든 것이고 모든 것이였으며 모든 것이 될거라고. 내 머리통에 달린 뿔이나 질척이던 것들의 모습이 귀여운 생물체로 보이게 되었을 때 이미 나는 모든 걸 알아낸 후였다. 나는 마왕이였고 마왕이며 마왕이 될 거였다. 빙글빙글 수정구슬을 돌렸다. 너는 칼을 쥐고 갑옷을 입고 노력을 했다. 너는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 너는 모르는 척 했다. 

“하지메.”

 “뭐냐.” 

빙그레 웃었다. 너는 여전히 모르는 척 했다. 나의 모든 것. 소중하고 가지고 싶고 지켜주고 싶은 나의 하지메. 마왕은 자신의 모든 것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 하지메 나이 19살이였다.

 * 

 “하지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꽈악 잡았다. 피 묻은 네 얼굴에 손으로 닦아냈다. 양 손으로 네 두손을 잡고 입을 맞췄다. 따스한 열기가 사랑스러웠다. 파랗게 질린 네 얼굴마저도 사랑스러웠다. 배가 얼얼했다. 아니 화끈거렸다. 마왕도 피는 붉었다. 인간도 피가 붉었다. 

 “자, 잠깐. 토오루. 아니. 잠깐만. 이게.” 

손등에 입을 맞췄다. 일부러랄까 예상한 것처럼 이루어졌다. 가장 소중한 것에게 선물을. 

 “닥쳐. 이게. 뭐야. 선, 선물. 선물이라며!”

 네 손을 잡아 볼에 가져댔다. 네 손가락이 차가웠다. 나의 모든 것.

 “선물이야, 하지메. 나의 목숨을 줄께. 마왕의 목숨을.” 

네 눈에서 기어코 눈물이 떨어졌다. 입으로 핥아올리자 네가 바르르 떨었다. 

“이, 이. 이!!!” 

그렁그렁한 눈물이 나타나자 질척하게 그림자가 끓었다. 네 눈동자가 너무나도 예뻤다. 가지고 싶다.

 “하지메. 나랑 같이 죽을래?” 

놀라 동그래진 눈이 귀여웠다. 네 볼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차가운 온도에 살짝 떨렸다. 흔들리는 네 모습에 비죽 웃었다. 

“나의 모든 것. 소중하고 가지고 싶도 지키고 싶은 나의 하지메. 나의 세계와 근간. 나를 이루는 모든 것과 연계된 사랑스러운 나의 하지메.” 

네 이마에 입을 맞췄다. 점점 기력이 딸려가는 몸에 느긋하게 웃었다.

 “거짓말이야. 원래는 그러고 싶었는데 하지메는 나때문에 버린게 너무 많더라고.”

 점점 흐릿해지는 가운데에서도 네 얼굴은 선명했다. 나의 모든 것. 네가 갑옷을 벗었다. 기본적인 옷을 입은 네가 나를 껴안았다. 따스하게 퍼지는 온기와 함께 네 등이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네 칼은 장검이였고 내 명치를 꿰뚫고 있었으며 검병은 네 몸을 꿰뚫을만큼 나를 뚫고 있었다. 사랑스러운 하지메. 나의 구원. 시야가 점점 죽어가면서 네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네가 나의 모든 것이야. 나의 구원.” 

죽어가면서도 힘이 차올랐다. 입을 열었다.

 “사랑스러운 하지메. 나의 구원.” 

 마왕이 인간에게 구원이라니. 하지메라서 다행ㅇ.


오이와 9/23 전력 60분 
주제: 이름 






 이와이즈미 하지메. 입술을 부딪치고 숨을 내쉬는 이름. 턱을 움직이고 입술을 움직여 혀까지 움직여야 완성되는 너의 이름. 너는 복잡하다. 그만틈 단순하며 그만큼 사랑스럽다. 이와이즈미 하지메하는 이름은 얼마나 단조로우면서 복잡하고 투박하며 사랑스러운가. 너도 그렇다. 옹골찬 외향은 이름의 필기와 같고 성격은 성만큼 복잡하며 이름처럼 단순하고 가진 것은 투박하지만 사랑스럽지. 너는 나에게 이만큼이나 가득 차 있다. 
숨을 쉴 때면 네 생각이 났다.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오래 전 너와 만나서 다니고 너와 청춘을 다 바쳤다. 모든 기억의 처음이 너로 시작했기에 너는 나를 물들어 놓았다. 숨을 쉬다싶이 너는 내 숨이였고 숨일 터이고 숨이였어야 했다. 내 모든 걸 너는 쥐었음에도 쥐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어찌 이리도 사랑스러우면서도 원망스러울까. 
문득 정신을 차리면 네가 옆에서 머리카락을 넘겨줬다. 네가 내 얼굴에 약하다는 건 이미 알고있었기에 배시시 웃으며 잘 잤어? 라고 물으면 너는 까무잡잡한 피부에도 불구하고 티날만큼 귀와 볼을 붉혔다. 삐죽 튀어나온 입술이 그리도 귀엽게 보이고 사랑스러웠다. 오랜 기간 자각도 하지 못하다가 어느순간 자각한 감정은 멀리서 파도치고 들어와 돌을 깍는 바람처럼 오랜 마음을 느끼게 만들었다. 세월이 세월이였던지라 너는 금새 불편함을 느꼈으나 너는 쉬이 인정했다. 너는 이름처럼 일직선이였다. 
침대에 누워 눈꺼풀을 깜빡이면 네가 붉게 흥분한 얼굴로 내 위에 올라탔다. 입으로는 내 이름을 부르고 뼈가 도드라지게 내 어깨를 쥐었다. 내 어깨죽지에 가득한 손톱자욱은 마음에 든지 오래였고 네 몸 가득한 순흔은 더더욱 맘에 들어 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네가 나를 보고 웃으면 불 붙은 망아지가 날 뛰 듯 심장이 펄떡였다. 네 마음을 중히 여겼다. 눈을 꾸욱 감고 있으면 네가 조심스레 일어나 내 얼굴을 쳐다봤다. 속눈썹을 간질이고 눈두덩이와 코를 따라 볼을 매만지고는 입술을 꾹꾹 눌렀다. 흡사 고양이가 한다는 꾹꾹이처럼 간지러웠다. 아니 그저 사랑스러웠다. 실눈을 살짝 뜨면 너는 집중하면서도 연하게 웃었다. 그런 모습도 귀여웠다. 너를 어떻게 해도 나라는 개체에서 빼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 

 “후우..” 

검은 정장 위로 갈색 머리카락이 떨어졌다. 벽에 기댄 등에서 찬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잔뜩 몸을 휘감았다.

 “하지메.” 

수선화가 흐드러졌다. 유리창 사이사이로 환하게 웃는 얼굴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이와이즈미 하지메’ 

 생기도는 국화꽃이 놓여있었다. 

 “아.. 왔다간건가.” 

국화꽃을 옆으로 슬슬 치우고는 수선화를 올려놓았다. 씁쓸한 미소가 걸쳐졌다. 

 “안녕, 하지메. 나는 올해도 글렀어. 눈을 뜨면 하지메가 옆에 누워있는 거 있지.” 

조명등이 백색으로 빛났다. 이와이즈미 하지메, 얼굴 근육을 움직이고 턱과 혀를 움직여야 나오는 복잡하지만 단순한 이름. 사랑하는 하지메. 

 “이와이즈미. 입술을 움직이고 턱과 혀를 움직여야 나오는 이름. 하지메. 숨을 내뱉으며 마무리 짓는 이름. 하지메. 하지메. 마무리 짓지 못하는 이름.” 

커다란 손이 유리창을 살짝 쓸었다. 이와이즈미의 볼이 있는 곳이였다. 투명한 유리로 얼굴이 비춰졌다. 불이 밝았다.


오이이와 9/9 전력 60분 
주제: 신뢰 





 옅은 비누향 사이로 살내음이 코끝을 간질였다. 공통적인 향이라 한들 특유의 살내음이 섞여버릴 경우 독특한 향이 되어 머리를 팽팽 잡아당겼다. 누구라 한들 마음에 품은 이가 평범한 향 가운데 살내음을 숨기고 다가온다면 침을 꼴딱꼴딱 삼키는 법이였다. 

 오이카와 토오루는 신뢰를 저버릴 수 없었다. 
동시에 제 신뢰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한 손 가득 잡히는 배구공 탄력을 무심히 흘렸다.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상황이였지만 훌쩍 큰 키는 배구공을 통통 작게 튀길 수 있게 만들었다. 길쭉한 손이 배구공을 튕겼다. 속눈썹이 깜빡였다. 

 “흐응..” 

배구공 가득 손자욱이 들어갔다. 생그랗던 얼굴이 거멓게 죽기 시작했다. 한가득 집착이 어리기 시작했다. 음영이 어그러졌다. 

“이와쨩. 이와이즈미. 이와이즈미 하지메. 하지메.” 

무릎을 끌어안았다. 침침하게 어두워진 눈이 팔 아래로 사라졌다. 살랑이는 갈색 머리카락이 흩어졌다. 

“하지메. 이와이즈미 하지메. 단단하게 앞으로 뻗어나가 깔끔하게 떨어지는. 나의 하지메.” 

풀어버린 무릎을 제치고 손을 깍지꼈다. 파르라니 손가락이 하얗게 새었다. 맞잡은 손이 이마에 닿았다. 꾸욱 감은 눈이 파르르 떨렸다. 

 “어떻게 해야 잡을 수 있을까.” 

 번뜩 귀광이 나타났다. 오이카와의 눈이 진지하게 변했다. 

 “우정은 그만하고 싶어. 하지메..”

 입술을 깨물었다.

 “신뢰가 너무 깊잖아. 하지메..” 

푸욱 고개가 숙여졌다. 슬그머니 물기가 어렸다. 비죽 입술이 튀어나왔다. 10년은 거뜬한 신뢰가 너무나도 무거웠다.


오이이와 8/12 전력 60분 

주제: FHQ









마왕성은 의외로 적막했다. 어두운 하늘은 구름마저도 검었다.


"안녕 이와쨩?"


높은 의자에서 오이카와의 말소리가 울렸다. 이와이즈미가 눈을 깜빡였다.


"안녕 못하다, 이 멍청카와."


이와이즈미의 비죽이는 말에 오이카와가 과장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커다란 동작이 움틀거렸다.


"에이이 이와쨩 너무해! 어떻게 오랜만에 보는 소꿉친구에게 그런 차가운 말을 할 수 있어! 이 오이카와씨 울거라구!"


이와이즈미가 귀를 긁적였다. 늘어지게 하품까지 하자 오이카와가 팔다리를 동당거렸다.


"아아아아 정마아아알!! 이와쨩 무드없어! 그냥 오랜만이야 하고 나한테 와주면 안됐던 거야? 응?"


"하? 당연하잖아. 이 바보 멍청이 오이카와."


오이카와의 몸이 단번에 이와이즈미의 앞으로 다가왔다. 오이카와의 눈이 이와이즈미와 마주쳤다.


"이와쨩. 혼자 내 앞에 왔으면서 뭐가 그렇게 당당한거야? 나를 놓고 떠났잖아."


꾸욱 다물어진 이와이즈미의 입으로 오이카와의 손이 닿았다. 엄지 손가락이 다물어진 입 안으로 들어갔다. 이와이즈미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손가락이 이와이즈미의 입 안을 가로질렀다. 이와이즈미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오이카와가 손을 떼자 이와이즈미의 입술은 금새 다물어졌다. 오이카와의 눈이 얄상하게 휘고 입술이 닿았다. 쪽 소리와 함께 떨어지자 이와이즈미의 입술이 툭 튀어나왔다. 오이카와의 입에서 푸슬푸슬 웃음이 튀어나왔다. 손을 마주잡았다.


"있지 이와쨩. 이와쨩이랑 같이 온 애들 있잖아. 지금쯤이면 아마 우리쪽이랑 잘 놀고 있을거야."


둘의 동체가 갑작스레 나타난 의자에 의지했다. 동그란 수정구슬이 둥실둥실 둘을 향해 다가왔다.


"짜짠! 일단 첫번째로 떨어진 금발 마법사를 봐볼까?"


"... 마음대로 해."


"헤에 이와쨩이 그렇다고 한다면야! 앗, 쿠로쨩이랑 이야기하고 있네?"


수정구슬 안은 검은 공간에서 작은 불빛이 반짝이고 있엇다.


'쿠로.'


이가 드러나도록 웃었다.


'켄마. 여기까지 와줄 줄은 몰랐는데 말야.'


"아아 뭐야. 재미없어.. 그러면 다음은 누구더라 주황꼬마랑 토비오쨩이였지, 아마."


수정구슬이 꾸물꾸물 검은색으로 덮여가며 장소를 나타내었다.


"어이 오이카와."


오이카와의 고개가 이와이즈미에게로 돌려졌다. 무감각한 눈동자에 이와이즈미가 들어차자 생기가 돌았다. 이와이즈미가 제 얼굴을 부볐다.


"어라. 이와쨩 왜 그래? 이거 보기 싫어? 그러면 다른거 볼까? 아니면 시미즈쨩이 데리고 다니는 귀여운 까마귀쨩들 데리고 와저 재롱이라도 부리라고 할까? 응? 이와쨩."


"그만하자. 오이카와."


오이카와의 얼굴에 정적이 돌았다. 생그러이 웃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이와이즈미를 쳐다보았다.


"무엇을?"


이와이즈미가 제 손에서 장갑을 벗겨냈다. 오이카와의 얼굴에 이와이즈미의 손이 닿았다.


"그만하자, 오이카와."


이와이즈미의 손이 오이카와의 볼을 잡고 눈 밑을 문질렀다.


"힘들잖아. 너."


오이카와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동공이 축소되었다.


"이 오이카와씨는 모르겠는걸 이와쨩. 내가 힘들다니? 마왕이라구 이와쨩. 나는. 나는 마왕이야, 이와쨩."


이와이즈미가 제 입술을 깨물었다. 양 손이 오이카와의 얼굴을 잡았다.


"그러니까 그만 두자고."


눈이 마주쳤다. 따스한 온기가 가득차고 믿음으로 선연한 눈에 오이카와가 잘게 몸을 떨었다.


"아니아니아니이와쨩오이카와씨는그런거모르겠고말야마왕이라구이와쨩지금까지모르고살던어린애새끼가갑자기마왕이되고자각해버렸단말야이걸누가해결해주지이와쨩은이와쨩은이와쨩은나는그런거몰라하지메마왕은마왕으로있어야해마왕이니까마왕이니까마왕으로있어야해마왕은어느것에도얽매여선안되마왕은집착하는게있어선안되집착하는걸숨겨야해숨겨야해숨겨야해하지메하지메하지메하지메하지메하지메하지..!"


이와이즈미의 박치기가 오이카와의 이마에 정통으로 박혔다. 오이카와의 눈에 초점이 잡혔다.


"이, 와쨩?"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를 끌어안았다.


"그만하자, 토오루. 더 이상 힘들어하지 말자. 그런거 무시해버리자."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를 마주 껴안았다.


"그래도 되? 나 하지메랑 같이 있고싶어. 어릴 때처럼 하지메랑 놀고 밥 먹고 하지메랑 이야기하고 평범한 녀석처럼 살고싶어."


정적이 감돌았다. 껴안은 팔에 힘이 들어갔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토오루. 검 뽑아."


"무슨 검?"


오이카와의 손이 이와이즈미의 뒷목을 쓸었다. 뒷목을 쓸던 손은 금새 얼굴로 넘어와 이곳저곳을 부볐다. 오이카와가 제 입술을 이와이즈미의 얼굴에 콩콩 찍었다.


"내가 가져온 검 있잖아."


"응."


버드키스가 이어졌다.


"가져왔어?"


"응. 둥둥 떠다니고 있어."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의 입술에 꾸욱 제 입을 눌렀다.


"찔러."


"찌른다."


검은 빨랐다. 날카롭게 벼려진 칼은 금새 육체를 꿰뚫었다. 피가 튀었다.


"또 보자, 하지메."


"잊어버리면 죽는다, 토오루자식아."


새빨간 피가 검은 피와 섞여 흘렀다. 성은 둘의 주변에서부터 밝아지기 시작했다.

오이와 7/22 전력 60분 
주제: 버릇 






 “어이 오이카와.” 

“아하, 이와쨩이네? 무슨 일이야? 설마 이 오이카와상이 보고싶어서 온거야? 응?” 

 잔뜩 어질러진 방은 시디가 너덜너덜하게 흩어져 있었다. 이와이즈미의 얼굴에 불편이 가득 담겨졌다. 

 “어라라 우리 이와쨩 왜 그런 표정이야? 오이카와씨 아무것도 안 했는걸?”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의 멱살을 잡아챘다. 집아당겨진 얼굴이 마주쳤다. 

“아무것도 안 했다는 놈이 방 꼬라지가 이러냐?” 

오이카와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아니 뭐. 그럴수도 있잖아, 하지메. 하지만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안 했는걸.” 

“네 놈 정말..” 

으드득 살벌하게 이빨 갈리는 소리가 울렸다. 오이카와가 나른하게 얼굴을 풀었다. 겹쳐 널부러진 시디들과 흩어진 테이핑 붕대들이 바닥을 차지하고 그 주변으로도 찢겨진 종이가 가득했다.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의 멱살을 던졌다. 목이 자유로워진 오이카와가 제 목을 정리했다. 

 “빨리 치워, 오이카와.” 

 “에이 하지메가 치워주면 안되려나아?” 

입꼬리만 비죽 올려 웃는 모양새에 이와이즈미가 입을 비틀었다. 

“하아? 뭐라고?” 

 “여전하네, 하지메쨩.” 

오이카와가 허리를 숙여 시디를 들었다. 시디로 하관을 가린채 이와이즈미를 쳐다보았다. 

 “이와쨩은 내 버릇을 잘 못 들인게 아닐까?” 

“아앙?” 

이와이즈미가 종이 쪼가리를 집다가 고개를 돌렸다. 오이카와가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 그렇잖아. 이와쨩은 나한테 무척 관대하고 애정하고 헌신적이니까. 내가 이렇게 어리광 피우고 땡깡을 부려도 그냥 쥐어박다가도 받아주잖아.” 

오이카와의 시선이 이와이즈미를 올려봤다. 시선이 꿰뚫렸다. 매끈한 오이카와의 얼굴에 웃음이 지어졌다. 

 “사랑하는 나의 하지메.” 

이와이즈미가 뒷 목을 주물렀다. 시선은 여전했다. 

“있잖아. 하지메. 어차피 하지메는 나한테 도망치지도 못할거고 도망 가지도 않을테니까 말하지만 나는 하지메가 나에게만 있었으면 좋겠어. 하지메는 내꺼잖아. 내 하지메니까.” 

맨들맨들 유리알같은 오이카와의 눈이 이와이즈미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꾸욱 퍼지는 정적이 쾅쾅 울렸다. 이와이즈미가 걸음울 떼었다.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오이카와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시선은 여전했다. 


“멍청카와. 버릇을 잘못 들여도 제대로 잘못 들였지. 이게 뭐가 이쁘다고.” 

이와이즈미가 말을 우다다 뱉고는 입술을 부딪쳤다. 도장을 찍 듯 꾸욱 누르는 입술에 오이카와가 눈꼬리를 휘었다. 입술을 핥았다. 입술을 열고 혀를 부딪치고 깨물었다. 질척하게 혀를 섞고 빨아들이며 점막을 건드려 숨소리를 만들어냈다.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빨아당기는 소리와 함께 입술이 떨어졌다. 맨들맨들한 눈이 마주 닿았다. 코를 비볐다. 벌려진 입이 목을 깨물었다. 이와이즈미의 목에도 오이카와의 목에도 꽃이 피었다. 

오이카와 토오루의 버릇은 배구영상을 본 후 제 재능을 실감하고 좌절하고 방을 어지럽히고는 찾아온 이와이즈미 하지메에게 자신의 집착을 말하는 것이다. 

이와이즈미 하지메의 버릇은 오이카와를 파악해 버릇이 나타날 시기에 맞춰 찾아가 오이카와의 버릇을 받아주며 제 집착을 표현하는 것이다.


오이와 7/15 전력 60분
주제: 오이카와 생일 축하해!

오이와 사귀는 사이, 성인 au 설정입니다.
오이카와: 배구선수 이와이즈미: 물리치료사









햇빛이 창문을 타고 커튼을 퐁퐁 비집고 방으로 들어섰다. 어두운 방이 어슴프레 나타났다. 조금은 너저분한 책상과 흐트러진 옷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진동이 시작됐다. 조금씩 울리던 진동이 점점 커지며 알람 울렸다. 방을 가득 채우는 알람소리와 진동소리에 이불에 말려있던 인영이 꿈틀꿈틀 움직였다. 쟁쟁 귀를 울리는 알람에 까무잡잡한 피부가 알람을 쥐었다.

“시, 끄러워..”

반쯤 뜨인 눈이 게슴츠레하게 알람을 쳐다봤다. 뾰족하게 튀어나온 입술이 입맛을 다셨다. 느릿하게 상체가 올라섰다. 슬슬 얼굴을 문대고는 침대를 벗어났다.

“하움.. 출근 하기 싫다..”

느릿한 움직임이 점점 빨라졌다. 하얀 와이셔츠가 도드라졌다.

*

“오늘 오이카와 선수 생일이잖아!”

“응! 오이카와 선수 오늘 시합있잖아!”

“시합할 때 완전 멋있지 않아? 그 잘생긴 얼굴에 진지함이 어리는데..!”

환자복을 입은 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입을 재잘거렸다. 하나같이 같은 사람을 이야기하며 한껏 입을 돋구었다. 티비소리가 왕왕 울렸다.


"망할카와 녀석 벌써 생일이던가.. 쯧."


이와이즈미가 볼펜 끝을 입에 물고 손가락을 톡톡 두드렸다. 한숨이 튀어나왔다. 이와이즈미가 발을 까딱거렸다. 흔들리는 슬리퍼가 시계초점과 엇갈렸다.


"생일선물을 뭘 줘야되려나."


다정한 웃음이 지어졌다. 활짝 펴지는 입꼬리가 반짝였다.


*


웅웅 핸드폰 진동이 요란하게 울렸다. 이와이즈미가 묘하게 얼굴을 찌푸렸다.


"이.. 멍청카와가.."


핸드폰을 꽈악 잡은 이와이즈미의 귀가 슬쩍 붉었다. 핸드폰 화면이 밝게 빛났다. 화면에는 애인♥ 이라는 글자가 요란한 형광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와이즈미의 손이 제 얼굴을 슬슥 부볐다.


"아.. 정말... 이 멍청카와같으니.."


짧은 머리카락이 손동작으로 흐드러졌다. 이와이즈미의 손 안에서 작은 상자가 달칵거렸다. 묘하게 붉은 얼굴이 만족감을 담고 상자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토오루.."


띠잉도오오옹! 띠띧띠띠디디딛띵도옹!


현관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급 짜증스러움을 담은 이와이즈미가 이마를 찌푸리고 한숨과 함께 제 아미를 문질렀다.


"정말이지 호랑이같은 놈."


삣삣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였다. 이와이즈미가 쿠션을 던졌다.


"이 멍청카와아아아!!!!"


"으악! 이와쨩!!"


쿠션이 우렁차게 오이카와에게 향했다. 오이카와가 이마를 슬슬 문지르며 울쌍을 지었다.


"이와쨩! 오랜만에 본 애인한테 뭐하는 거야! 이렇게 쿠션을 던져버려도 되는거야?! 응?"


오이카와의 커다란 몸이 이와이즈미를 덮쳤다. 잔뜩 옹송그려 이와이즈미를 껴안은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의 볼에 제 볼을 부볐다.이와이즈미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이. 와. 쨩."


기대감 가득한 오이카와의 얼굴이 이와이즈미를 응시했다. 이와이즈미의 볼을 잡아 입술을 튀어나오게 당긴 오이카와가 제 입술을 꾹 눌렀다. 살살 부비며 버드키스를 행했다. 꾹꾹 눌러지는 볼과 함께 입술이 쪽쪽 부딪쳤다. 부벼지는 입술이, 감정이 잔뜩 피어올랐다. 몸이 닿았다. 툭


"어라."


"아."


이와이즈미의 손에서 상자가 떨어졌다. 오이카와가 댕그란 눈으로 상자와 이와이즈미를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이와이즈미가 급하게 상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현직 배구선수의 운동신경은 운동이 뜸한 물리치료사보다 빨랐다.


"어라어라 우리 이와쨩? 이게 뭐야? 왠 작은 상ㅈ.."


반지가 나타났다. 깔끔한 백금 링에 작은 에메랄드가 박힌 반지였다. 이와이즈미의 귀와 볼이 붉었다.


"이와쨩. 이거. 이거. 이와쨩.."


"하.. 아니.. 아 진짜.."


이와이즈미가 주저앉아 고개를 묻었다.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오이카와의 손이 이와이즈미의 어깨를 잡았다. 오이카와의 얼굴이 이와이즈미의 가까이로 향했다.


"이와쨩. 고개 들어주라. 응? 이와쨩. 고개 들어줘. 하지메쨩. 하지메."


이와이즈미의 얼굴이 오이카와의 눈을 쳐다보았다.


".. 너 생일이잖냐. 너랑 나랑 애인사이인 시간도 오래고.. 딱히 우리 둘 사이에서 알맞은 선물은 이거밖에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그, 커플링도 우리는 없었고.. 그래서 그냥 아예 예물처럼.."


"하지메 진짜 사랑해."


입술이 부딪쳤다. 쪽쪽 소리가 나며 입술이 부딪치고 쵹쵹 소리와 함께 혀가 부벼졌다.


"있지 하지메. 오늘 내가 생일이잖아. 그래서 내가 준비한게 있었는데. 말이야."


오이카와의 주머니에서 상자가 나타났다. 상자에서 반지가 나타났다. 이와이즈미의 얼굴이 댕그랗게 변했다. 뻐끔뻐끔 입술이 뻐끔거렸다. 오이카와가 배싯 웃었다.


"하지메. 나랑 결혼해줄래?"


이와이즈미가 푸핫 소리를 내며 웃었다.


"나 아니면 널 누가 데려가냐. 생일 축하한다, 토오루."


"역시 하지메쨩."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의 멱살을 잡아챘다. 입술이 부딪쳤다.



오이이와 from Jt

 



손가락이 피부를 스쳤다. 가슴에 굵은 글씨가 도드라졌다. 하얀 피부에 새겨진 검은 이름은 문신과도 같았다. 발그레한, 만족감 가득한 얼굴이 거울을 통해 나타났다. 길쭉한 손가락이 연신 글씨를 매만졌다.


-


물기 있는 갈빛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갈빛 도는 탄탄한 등이 눈에서 훑어졌다. 조금은 위험한 눈빛과 함께 동체가 돌아섰다. 손가락이 입술을 톡톡 건드렸다. 매끈한 미소가 감돌았다.


이와쨩.”


.”


이와이즈미가 태연히 제 옷을 챙겨입었다. 제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는 이와이즈미의 행동에 오이카와가 입술을 비죽였다. 오이카와의 손이 락커를 향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이와이즈미의 앞에 오이카와가 바로섰다. 얼굴이 가까웠다.


이와쨩. 이 오이카와씨가 말이야. 네임이 선명해졌거든.”


입술이 얄상하게 올라갔다. 이와이즈미의 얼굴에 긴장이 돌았다.


그 네임이 이와쨩. 이라는 거야. 이와이즈미 하지메. 이 이름이 내 몸에 새겨졌다고 하지메쨩.”


이와이즈미의 눈과 마주치다가 끝내는 이와이즈미의 귀에서 낮게 그릉거렸다. 이와이즈미의 피부에 약하게 소름이 솟았다. 까무잡잡한 피부 위로 불그스름한 기운이 돌았다.


하지메쨩. 나는 하지메인데. 하지메는 누구야? ?”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를 응시했다. 잔뜩 소유욕 가득한 얼굴에 이와이즈미는 제 입술을 깨물었다. 오이카와의 손가락이 이와이즈미의 입술에 닿았다.


하지메. 입술 물어뜯으면 어떻게 해.”


오이카와의 얼굴이 이와이즈미에게 점점 다가왔다.



이와이즈미의 손이 오이카와의 명치에 들어갔다. 오이카와의 몸이 수그려지고 이와이즈미가 몸을 돌려 뛰어갔다. 문이 닫혔다. 오이카와의 눈이 댕그랗게 변했다.


, 이와쨩. 이 오이카와씨를 도발한 거야?”


오이카와의 혀가 입술을 핥았다.


-


오이카와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멀리 이와이즈미의 뾰족한 뒤통수가 뛰어가고 있었다. 오이카와의 얼굴에 오기가 점점 차올랐다. 뛰어다니는 발걸음 소리가 복도를 가득 채우고 시선을 모았다. 시간은 무상히 흐르고 종소리에게 예외는 없었다.


이와쨔앙... 그렇게 계속 도망을 간다 이거지..?”


이와이즈미의 뒤통수를 보던 오이카와가 걸음을 옮겼다. 교실은 조용해져 갔다. 달력은 주의 중반을 달렸다. 오이카와의 손가락이 샤프를 돌렸다선생의 말소리가 윙윙 울렸다. 이와쨩. 주말. 기간. 잡는다. 짧은 단어가 핵심을 잡아챘다. 종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오이카와가 보드라이 웃으며 다리를 쭈욱 폈다. 능글맞은 미소에는 여유가 돌아와 있었다. 길다란 속눈썹 아래로 그림자가 졌다. 말아 올라가는 입꼬리에 주변 학생들의 입에서 감탄이 터졌다. 오이카와 토오루는 사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햇빛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몽그라운 검은색이 사그라들고 화려한 붉은빛이 고개를 들었다. 주택가가 반짝였다. 솟아오르는 해와 퍼지는 햇빛이 낭낙하게 퍼지고 해는 늦은 오전을 나타냈다. 갈색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아 적갈색으로 빛났다. 흥얼이는 콧노래가 상냥하게 울렸다. 걸음걸이는 가볍게, 얼굴은 상냥하게, 행동은 자연스럽게 마지막으로 눈빛은 진심을 담은. 오이카와는 그렇게 움직였다. 걸음은 걷고 걷고 걸어서 문으로 향했다. 단아한 주택의 앞에 선 오이카와는 기지개를 피었다.


하지메쨩. 토오루가 가요. 만약이란건 없지만. 아니라면? 흐음. 그럴 리가 없지.”


초인종이 울렸다. 상냥한 웃음에 눈이 가려졌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이와쨩 있어요?”


걸음은 가벼웠다. 열리는 문도 가벼웠다. 이와이즈미의 눈이 오이카와의 눈과 마주쳤다.


이와쨩? 내 이와쨩의 네임이 누구인지 무척 궁금해서 말이야. 안도하고 있었던 건 아니지?”


오이카와의 그림자가 이와이즈미의 위로 올라섰다. 팔이 겹쳐졌다.


이와쨔앙! 대체 네임이 누군데 이 오이카와씨에게 보여주지 않는거야! 설마 이 오이카와가 아닌건 아니겠지?! ?!”


, 멍청카와가! 뭐하는, 거야! 빨리. 비키지 못..!”


옷이 늘어났다. 이와이즈미의 쇄골에 검은 글씨가 나타났다. 오이카와 토오루 라는 글씨가 이와이즈미의 쇄골에서 도드라졌다. 오이카와가 얌전히 이와이즈미의 옷을 정리해주었다. 짜증과 귀찮음, 수치스러움 등 감정이 섞여 눈시울이 붉어졌다. 오이카와의 얼굴이 이와이즈미에게 다가갔다. 입술이 닿았다. 입술을 열고 치아를 훑고는 점막을 건드렸다.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의 목을 잡아당겼다. 오이카와의 손이 이와이즈미의 볼을 잡아 벌렸다. 진한 키스가 이어졌다. 혀가 섞이고 타액이 교차되며 민감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츱 입술이 떨어졌다. 몽롱한 눈빛이 마주쳤다. 오이카와가 제 입술을 이와이즈미의 이마에 대었다.


하지메. 사랑해. 나의 소꿉친구. 나의 기둥. 나의 사랑. 나의 네임.”


말을 맺음과 동시에 오이카와의 눈이 이와이즈미의 눈을 응시했다. 이와이즈미의 손이 오이카와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조금은 발간 얼굴과 부루퉁한 입술이 오이카와의 눈을 간질였다.


나도. 멍청카와.”


오이카와가 제 이마를 이와이즈미에게 콩 박았다. 이와이즈미의 얼굴이 험악해지자 오이카와가 뾰로통하게 입을 삐죽였다.


하지메쨩. 아무리 그래도 멍청카와라니 너무한거 아니야? 토오루. 라고 불러줘도 되잖아.”


순식간에 붉어지는 이와이즈미의 얼굴에 오이카와가 꼭 끌어안았다. 목덜미에 닿는 오이카와의 머리카락에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를 마주 껴안았다. 온기가 매듭지어졌다.

오이카와의 눈동자가 집착을 가득 담고 휘어졌다.

이와이즈미의 눈동자가 만족감을 가득 담고 눈꺼풀 사이로 사라졌다.


오이이와 5/27 전력 60분

주제: 우정사진





깔끔한 하얀 벽지와 부드러운 갈색 가구들이 다정한 분위기를 나타냈다. 중간중간 민트색이 돋보이며 상큼함을 내보였다. 가무잡잡한 액자 여러개가 옹기종기 모여 거실을 쳐다보았다. 액자마다 껴있는 사진은 세월의 흐름을 나타내었다. 가장 왼쪽 아직 어린 얼굴이 나타나있고 환하게 웃는 두 얼굴이 액자를 채웠다. 초등학교 졸업이라 붙어있는 메모가 액자 한켠을 이질적으로 채웠다. 옆으로 가자 중학교 졸업이라는 글씨가 비뚤게 적힌 메모가 액자를 가렸다. 뚱한 얼굴과 대비된 환한 얼굴이 사진을 채웠다. 아주 작은 글씨가 솟아 보였다.

『우정사진은 여기까지..♥ >pㅇ) 바보카와』

서툰 글씨가 올록볼록 튀어나왔다. 옆으로 가자 눈물이 그렁그렁한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의 사진이 액자에 껴있었다. 붉게 퉁퉁 부어오른 눈들과는 다르게 환하게 미소지은 얼굴이 몽그랬다. 메모지가 커다랗게 붙어있었다.

『이와쨩이랑 애인사이로 첫번째 찍은 사진. 이와쨩 진짜 좋아해. 사랑ㅎ.. 멍청카와!』

직직 뒤에만 그어진 메모지가 메롱 혀를 내밀었다. 메모지를 거치자 마지막 액자가 나타났다. 환한 얼굴에 슬핏 어린 눈물이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의 얼굴을 밝혔다. 대학교 졸업 사진인 듯 걸쳐진 학사모와 검은 가운이 둘의 상황을 나타냈다. 잔뜩 행복감 가득한 사진들 아래로 아기자기한 소품이 흐트러져 있었다.

“~~! ♥♥!”

“!!!! ?!!”

현관문 밖으로 소음이 점점 다가왔다. 소리가 점점 커졌다.

“이와쨔앙. 드디어 왔다! 이와쨩 이와쨩. 우리 집에 왔는데에 으응?”

“꺼져 짜증카와!”

말은 하면서도 몸으로는 둥기둥기 받아주는 이와이즈미에 오이카와가 쌜죽하니 웃으며 이외이즈에게 몸를 치댔다.

“이와쨩 이와쨩. 우리 진짜 다녀왔다. 그치.”

낮게 그릉 울리는 목소리에 이와이즈미가 입을 뾰족히 내밀었다.

“오오냐. 잘 갔다왔는데 왜 허리가 아프냐, 망할카와.”

이와이즈미의 투덜 가득한 말에 오이카와가 색기를 담으며 웃었다.

“이와쨩, 아팠어? 그치만 이와쨩 진짜 진짜 예뻤는걸?”

이와이즈미의 허리골을 연신 매만지며 말하는 통에 이와이즈미가 귀를 붉히며 오이카와의 얼굴을 밀어냈다. 이와이즈미의 손이 제 허리를 잡은 오이커와의 손을 내려쳤다.

“닥쳐 멍청카와!!”

“아야!”

이와이즈미가 쿵쿵 발을 굴리며 가방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섰다. 오이카와가 붉은 이와이즈미의 귀를 보면서 키들키들 웃었다. 선선히 고개를 돌리던 중 오이카와의 시선이 액자무리에 꽂혔다. 오이카와가 제 손바닥을 주먹으로 내렸다.

“아!”

돌돌돌 오던 가방이 눕혀지고 오이카와가 가방을 뒤져 액자를 꺼내들었다. 발그레한 얼굴로 액자에 얼굴을 비비고는 옷으로 쓱쓱 매끈하게 닦아냈다.

“이와쨩, 아니 하지메쨩.”

액자가 액자무리의 오른쪽에 놓여졌다. 오이카와가 동동 발을 구르며 이와이즈미가 들어간 방으로 들어갔다.

“하. 지. 메. 쨩♥”

달칵

문이 닫혔다. 올라선 액자 가득 하얀 웨딩폼이 가득했다. 하얀 정장을 서로 걸친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가 손을 잡고 있었다. 주변으로 익숙한 면면들이 저마다 정장을 입고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를 보고있었다. 웨딩사진이였다.

우정사진에서 웨딩사진까지.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흐름으로 얽히는 인생이 얼마나 부드러운가.

오이이와 5/13 전력 60분
주제: 시험










고요한 가운데 샤프심 딸깍이는 소리가 간간히 들렸다. 환하게 빛나는 형광등 아래로 뾰족뾰족한 머리 두개가 마주보았다. 문제집과 연습장이 펴있는 검은 밤송이 머리와 교과서와 참고서, 문제집이 펴있는 갈색 밤송이 머리가 공간을 채웠다. 고민하는 듯 샤프를 움직이는 손가락이 까무잡잡했다.

“흐음..”

이와이즈미가 문제집을 뒤적여 답지를 찾아 빨간펜을 들었다. 오이카와가 시선을 올렸다. 이와이즈미에게로 시선이 꽂혔다. 문제를 보느라 굳혀진 얼굴에 온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이와쨩 귀여워. 라는 속마음이 오이카와의 얼굴을 간질였다. 뾰족히 튀어나오는 이와이즈미의 입에 오이카와가 시선이 머무르고 웃음이 숨을 죽였다. 오이카와가 한 손으로 턱까지 괴고 이와이즈미를 쳐다보았다. 샤프를 쥔 손에 힘이 느슨해졌다. 시선이 올곧게 이와이즈미를 응시했다.
딸깍딸깍 샤프소리가 요란했다. 샤프심이 볼록 튀어나왔다. 이와이즈미가 연습장에 다시 식을 풀어냈다. 집요한 시선에 시선을 자각했다. 문제를 보는 눈에 얼핏 짜증과 귀찮음이 섞였다. 문제가 풀렸다. 집중이 시작됐다. 오이카와의 시선이 진해졌다. 문제가 얼마나 풀렸을까 여전히 느껴지는 시선에 이와이즈미가 고개를 들었다. 오이카와의 얼굴에 배시시 미소가 퍼졌다. 이와이즈미의 몸이 튀어오르며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너, 너너너너너!”

“이와쨩. 얼굴 빨개졌네? 그렇게 오이카와씨가 쳐다본게 좋았던거야?”

이와이즈미의 목까지 붉게 달아올랐다.

“누가!”

오이카와가 키들키들 눈까지 접어가며 웃었다. 이와이즈미가 부끄러움으로 인한 짜증으로 얼굴이 붉게 물들어 책을 강하게 덮었다.

“망할카와, 너 공부 안할거면 나 집에 간다.”

순식간에 가방으로 짐이 들어가고 이와이즈미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여전히 얼굴은 빨갰다.

“에엑? 이와쨩 너무해! 이 오이카와씨를 두고 가려는거야? 정말?”

오이카와가 능글맞게 웃으며 지나치는 이와이즈미를 허리를 껴안았다. 허리에 제 볼을 부비며 종알종알 떠드는 오이카와의 모습에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를 밀어냈다. 한손은 허리를 잡은 손을 떼어내려 잡아당기고 한손은 오이카와의 머리를 밀어냈다.

“저리 꺼져!, 멍청카와!”

죽죽 밀어내던 중 오이카와의 몸이 일어섬과 동시에 힘이 길을 잃었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얼굴에 이와이즈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이와쨩 요즘에 내 얼굴이 갑자기 다가가면 놀라더라.”



오이카와가 기습뽀뽀를 날렸다. 입술에 직격한 뽀뽀에 경직된 이와이즈미에 오이카와가 제 얼굴을 이와이즈미의 목에 부볐다.

“우리가 사귄지 얼마나 됐더라..”



이와이즈미의 귀 아래에 오이카와의 입술이 내려앉았다. 살금살금 얼굴을 부비며 긴장을 풀어주는 오이카와의 노력에 이와이즈미의 몸이 서서히 풀려갔다. 품 안에서 따스하게 풀어지는 몸을 느낀 오이카와가 눈을 빛냈다.

“야 오이카와.”

이와이즈미의 입술이 튀어나오며 뚱한 표정이 지어졌다. 오이카와의 눈이 빛나며 기대로 가득 찼다.

“너말이야. 시험이 약 2주 후인거 알고있냐?”

오이카와의 얼굴이 식었다. 댕글랗게 죽은 눈과 일자로 다물어진 입에 이와이즈미가 비웃음을 지었다. 힘이 빠진 팔을 유유히 풀어낸 이와이즈미가 방문을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이카와가 문을 열어재쳤다.

“이와쨩 무드 없어!!”

유유히 손만 들어 흔드는 이와이즈미의 모습이 계단 아래에 나타났다. 오이카와의 눈에 계단 아래 이와이즈미의 붉음 가득한 귀와 아래로 보이는 붉은 목덜미가 들어왔다. 오이카와가 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이와쨩 너무 귀여워어.. 반칙이야..”

오이카와가 무릎을 모아 껴안고 얼굴을 삐죽 내놓고 투덜거렸다.

“먼저 반한 사람이 지는 거면. 이 오이카와씨는 평생 지고 살거야..”

오이와 5/5 전력 60분
주제: 연예인








적당히 그을린, 뽀얀 얼굴에 피가 튀었다. 축소된 동공에 초점이 없어 유리알처럼 반사했다. 동공 가득 너덜너덜한 이의 모습이 반사됐다. 피 투성이의 손이 바짓단을 잡아챘다. 얼핏 움직인 눈썹이 감정을 나타냈다.

“사, 살려.. 살려주.. 커헉!”

구둣발이 배를 후려쳤다. 입에서 튀어나온 피거품이 바짓단으로 스며들었다. 바짓단에 시선이 옮겨졌다.

“아 진짜.. 곱게 좀 가지.”

느릿한 말에 붉게 부푼 눈덩이가 치켜떠졌다. 흉흉한 눈빛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왜? 어떻게 하려고? 내가 짜증나? 근데? 어쩔건데?”

휘어지는 입꼬리에 피투성이인 손가락이 꾸욱 쥐어졌다.

“크윽!”

주먹 쥔 손이 구둣발에 짓밟혔다. 좌우로 비벼지는 고통에 절로 이갈리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헤에? 이갈리는 소리네? 이를 갈 정도로 아파? 어디가 아파? 나한테 살해당할 몸? 아니면 이렇게까지 너덜너덜해진 몸을 보는 네 정신? 어디가 아파? 그리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비죽 올라가는 입꼬리에 가지런한 치아가 드러났다. 입술이 움직였다.

“이제 재미없다. 그만하자.”

“너, 이. 씨발.. 벼락 맞아 뒤질 새끼..”

식칼이 순간적으로 들어가 내부를 헤집었다. 난도질 당한 발목에서 피가 움틀하고 얼핏 방울졌다.

“컷!”

미동없던 시체가 일어섰다.

“오이카와씨, 수고하셨어요.”

“앗, 네. 미츠와씨도 수고하셨어요. 손 많이 아프세요?”

“아하핫. 괜찮아요. 영상확인하러 가요.”

순한 미소가 피어오르며 훈훈한 대화가 오갔다. 발걸음이 카메라로 향했다.

“아, 오이카와씨. 캐릭터 해석에 조금 더 뭔가. 더 또라이? 같은, 그런게 드러났으면 좋겠어. 시로야마라는 캐릭터는 철저하게 양면을 구분하면서도 그 양면에서 극과 극을 가는. 어떤 의미인지 알 거 같아?”

“음.. 감독님 말씀은 시로야마라는 캐릭터를 표현할 때 극과 극을 좀 더 벼랑 끝에 몰린 것처럼 표현하라는 거죠?”

“거의 그렇게 볼 수 있는 거 같은데.. 오이카와씨가 시로야마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좀 더 고민을 해줬으면 좋겠어. 지금까지도 좋아. 그런데 좀 더 미친? 그런 느낌을 줬으면 해서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아 미츠와씨는 좀 더 절박하게 살려달라고 했으면 좋겠어. 절박함이 부족한 느낌이 들어.”

“네!”

카메라에 옹기종기 모인 이들이 영상을 확인하며 말을 나눠가졌다.

-

하얀 대학건물에서 학생들이 오갔다. 연갈색 머리카락이 훤칠한 키 끝자락에서 뭉텅이로 흔들렸다.

“어이! 시로야마!”

고개가 돌아갔다. 건장한 팔이 목을 지나 어깨로 올라 어깨동무를 시전했다.

“아아, 오랜만. 시라무.”

“뭐가 오랜만이냐! 어제 안보고 그제 봤으니 이틀이다 야. 헉 너 혹시 교양 과제 했냐?”

샐쭉한 눈이 만들어졌다.

“호오 안했나봐? 그런데 이걸 어쩌나. 도와줄 생각은 없는데에.”

“헉! 시, 시로야마아. 참고한 책이라도!!”

“나는 모르는 일이네, 시라무.”

어색한 웃음이 가득 시라무를 맴돌았다. 시로야마가 장난 가득하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실눈이 차가웠다.

“아, 요즘 알바는 잘 되어 가냐?”

“알바는 뭐 언제나 똑같지.”

“역시 그런건가..”

어꺄동무를 풀고 제 팔짱을 낀 시라무를 시로야마는 그저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알바를 옮겨야 할 거 같단 말이야. 너 알바하는데 괜찮냐?”

시로야마의 얼굴이 미소를 머금었다. 눈이 보이지 않았다.

“아아, 괜찮고 말고. 같이 할래?”

“그럼 나야 좋지! 언제부터 갈까?!”

“그건. 조금 후에 알려줄께.”

“좋아! 가자!”

활기찬 분의기가 시라무의 주변을 감돌았다. 비린 쇠냄새가 흘러지나쳤다.

“컷!”

오이카와가 하타오와 함께 카메라로 향했다. 하타오의 손이 바지춤을 연신 문질렀다.

*

철커덕

문이 열였다.

“이와쨔아앙.”

길쭉한 몸이 흐늘흐늘 움직였다. 부엌에서 이와이즈미가 나타났다.

“뭐냐, 오이카와. 와서 밥 먹어라.”

오이카와가 입술을 비죽였다.

“에에 이와쨩 사랑이 식었어어.”

이와이즈미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이와이즈미의 입이 삐죽 움직였다.

“이 시간에 밥 차려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여겨라, 멍청카와.”

오이카와가 입을 옆으로 돌리며 움직였다.

“체에에에”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를 껴안았다. 이와이즈미의 어깨에 오이카와의 턱이 올라앉았다.

“이와쨩. 이와쨩.”

오이카와가 얼굴을 이와이즈미와 마주보았다. 이와이즈미가 순간 눈썹을 찌푸렸다.

“이와쨩. 앞치마 입은 김에 그거 해주면 안돼? 그거.”

“그거?”

오이카와의 얼굴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이와이즈미의 얼굴 가득 의아함이 올라섰다. 오이카와가 해사하게 웃었다.

“응. 그거! 밥? 목욕? 아니면 나? 말이야! 이거!”

오이카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와이즈미의 얼굴이 굽어들어갔다. 오이카와가 생글생글 웃으며 입을 조잘거리다가 이와이즈미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목에 생생히 닿는 숨결에 이와이즈미의 얼굴이 점점 초연함으로 물들어갔다. 응? 응? 하며 물어보는 오이카와의 숨결이 목을 간질였다. 순간 숨이 깊게 들이마셔졌다. 이와이즈미의 귀에 오이카와의 입이 닿았다.

“물론 이와쨩이 그런 말 안해도 이와쨩은 내 애인이니까 허락만 해주면 되는데. 나는 이와쨩 허락 없인 아무것도 안하니까. 그렇지. 이와쨩.”

오이카와의 얼굴이 가라앉았다. 유리구슬같이 초점 없는 눈 가득 집착이 서려 귀화를 피워냈다. 오이카와의 시야에 살짝 소름이 돋아난 이와이즈미의 목이 들어왔다. 이와이즈미의 손이 천천히 오이카와의 등을 토닥였다. 잔잔한 토닥임이 이와이즈미의 심장소리와 겹치고 오이카와의 심장소리와 겹쳐졌다.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의 목을 깨물었다. 깨문 이빨 자국 위로 오이카와가 입을 맞췄다.

“이와쨩. 사랑해. 이와쨩. 하지메. 하지메. 내, 나만의 하지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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