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스가 10/1 전력 60분 
주제: 범람 










 물이 범람했다. 뚝을 넘어 폭포가 되어 내려왔다. 무너진 뚝 사이로 밀려들었다. 물에 잠겨갔다. 





 어두운 방 안에서 핸드폰 화면만이 밝게 빛났다. 밝은 화면에 의해 사와무라의 얼굴이 나타났다. 단정한 얼굴이 부드러운 미소를 담았다. 설렘 가득하고 애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한마디씩 나타날 때마다 볼이 발그레 물들었다. 애정 가득한 얼굴은 곧 착찹함를 띄었다. 내려앉은 눈꺼풀에 속순썹 아래로 그림자가 졌다. 상반된 감정이 공존되어 머물렀다. 한가득 밀려들었다. 

“스가. 좋아해. 스가. 스가. 좋아해. 코우시.”

 핸드폰을 이마에 대고 중얼거렸다. 사와무라가 핸드폰을 꼬옥 잡았다. 과도한 힘에 핸드폰이 바르르 떨렸다. 물 속에서 숨을 쉬었다. 스가와라 코우시가 나타났다. 배시시 웃는 얼굴에 눈물점이 휘어진 눈꼬리와 겹쳐졌다. 처음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보았던 어린 모습도 시간이 흘러 밤이 깊기 전 보았던 모습도 흐드러지며 겹쳐졌다. 사와무라 다이치에게 스가와라 코우시로 가득가득 차올랐다. 푸른 물이 넘실거렸다. 무너진 뚝의 흔적이 도드라졌다.

 “물 밀 듯 들어와서 범람해버린 코우시. 사랑스러운 코우시. 악동같은 코우시. 귀여운 코우시. 코우시. 스가와라 코우시. 범람해버린 코우시.” 

부드러운 미소가 풀어졌다. 동그란 눈이 깜빡였다. 따끈한 핸드폰이 발딱 눈을 떴다. 배경이 나타났다. 배시시 웃는 얼굴이 하얬다. 연한 회색 머리카락이 흐드러져 화면이 잔뜩 밝았다.


얌굿 9/25 전력 60분

주제: 교복











봄의 하늘은 맑다. 벚꽃은 흐드러지고 상큼한 바람은 살랑이며 불었다. 팔락이는 플랜카드는 시간을 느끼게 만들었다. 항시 익숙하게 느끼는 옆사람으로 느끼는 것이 아닌 타의적으로 느끼게 되는 시간이였다. 바듯이 앞을 쫒아 갔을 때처럼 어느새 뒷목을 잡혀 봄을 맞이했다.


"으음.. 츳키는 어때?"


"뭐가."


벚꽃이 하느라니 내려왔다. 배시시 야마구치의 고양이 눈매가 휘어졌다. 츠키시마가 고개를 돌렸다. 붉은 귀가 머리카락 사이에서 기지개를 폈다.


"아니 우리 졸업인거 잖아, 츳키. 3년동안. 응?"


츠키시마가 걸음을 옮겼다.


"딱히 별 다를 건 없잖아."


말과는 다르게 손 안의 꽃다발을 꾸욱 쥐는 행동에 야마구치의 얼굴 가득 미소가 담겼다.


"응. 다를 건 없네."


걸음걸음이 맞춰졌다. 느긋하게 걸음이 옮겨졌다. 하늘은 맑았고 벚꽃은 흐드러졌다.


*


"아앗!! 츠키시마!! 너 오늘마저 그러기냐!!"


밝은 주황색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방방 뛸 떄마다 시야가 위로 솟았다. 방방 솟아오르는 모양새에 츠키시마가 입꼬리를 비죽 올렸다.


"여전하네, 그 키는."


히나타의 눈꼬리가 치켜떠졌다.


"캬악! 츠키시마!"


손을 위로 뻗어 달려드는 모양새에 츠키시마가 턱하니 히나타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풋 짧은 비웃음이 들렸다.


"으아아! 츠키시마! 이거 놓치 못해!"


츠키시마가 고개를 돌려 외면까지 하자 히나타가 바동거리던 걸 멈추고 야마구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가 돌려지는 느낌에 츠키시마가 시선을 흘렸다. 야마구치가 어색하게 눈치를 보았다.


"어... 음... 츠, 츳키. 오늘은 그래도 졸업식인데 그만 하자.. 응?"


츠키시마가 입을 비죽였다. 툭 털다싶이 손을 놓자 히나타가 볼을 잔뜩 부풀렸다. 코웃음 치며 뒤돌아 가는 츠키시마의 모습에 야마구치가 살며시 웃어주며 손을 모았다. 뒤돌아 가는 야마구치의 모습에 히나타가 쭈욱 기지개를 늘렸다. 슬렁슬렁 카게야마가 나타났다.


"어 카게야마."


"응. 여전하네. 쟤네."


키들키들 숨죽인 웃음소리가 튀어나왔다. 느른한 웃음이 지어졌다.


"알아서 잘 하겠지."


"뭐 그렇겠지."


*


"츳키."


걸음이 멈춰섰다. 왁자지껄한 이야기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머뭇거렸다.


"츳키. 우리 교복도 이제 못 입는데 헤어질까."


츠키시마가 단박에 눈을 찌푸렸다. 야마구치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니. 이제 우리는 20살 되는거잖아? 이제 마음만으로는 살 수 없는거잖아."


우물쭈물하는 말투에 츠키시마가 야마구치의 가까이에 다가섰다. 살벌한 얼굴이 다가섰다.


"정말 그렇게만 생각하는 거야? 마음으로 살면 뭐가 어때서. 교복을 벗는다고 야마구치 타다시가 아니게 되? 츠키시마 케이가 아니게 되? 아니잖아."


나지막한 목소리가 야마구치의 귀를 울렸다. 말간 얼굴이 가로등에 반짝였다.


"미안."


"아니, 됐어. 내가 확신을 못 줬다는 거니까."


손을 잡았다. 츠키시마가 야마구치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놓치 않을거니까. 너도 놓치마."

우카타케 9/24 전력 60분 
주제: 마지막 정거장 





 버스는 언제나 같았다. 바리바리 맨 가방이나 주머니를 그득 채운 지갑의 풍성함이 달랐지만 버스는 언제나 같았다. 손을 마주 잡은 것도 달랐지만 버스는 같았다. 덜컹이는 승차감이며 기름냄새, 열린 창문으로 얼핏 맡아지는 흙냄새나 매연냄새 같은 것도 같았다. 


진득하게 늘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감정이 팽배했다. 마주잡은 손에 땀이 배어나온지는 오래였으나 손을 놓치 않았다. 손을 놓았다간 영영 잃어버릴 것 같았다. 정거장이 지나갈수록 풍경이 달라졌다. 속도에 의해 뭉개지는 거리거리가 깜빡일수록 문드러졌다. 등받이에 등을 기대면 미적지근하고 옅게 닿은 어깨나 허벅지는 따스했다. 마주잡은 손은 따스하다 못해 뜨거웠다. 버스는 달렸다. 


툭툭 거리며 가방이 건들면 움찔거리는 어깨가 애처로웠다. 바닥과 앞을 보며 천천히 걸어왔던 길을 조심스레 옆을 걸었을 때의 긴장감이였다. 곧았으나 그만큼 바람에 휘청였다. 문득 정거장을 많이 지나쳤다는 걸 깨달았다. 시간은 흘렀다.

 - 

어두웠던 하늘은 어느새 검은 천을 깔아놓은 듯 짙고 별사탕이 박혀있었다. 버스는 달렸다. 정거장을 지나치고 계속 지나쳤다. 마주잡은 손은 깍지로 변해있었다. 

 “거기! 마지막 정거장인데 안내리십니까?” 

가로등이 깜빡였다. 꽁꽁 챙긴 가방이 덩그러이 내려졌다. 밤바람이 미지근했다. 맞닿은 손 사이로 바람이 통해 땀을 식혔다. 옅게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반듯한 이마와 동그란 이마가 머리카락에 의해 모습을 깜빡였다. 사람이 지나가지 않고 나지막한 곳에서 바람이 흔들렸다. 발걸음이 움직였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요.”

 말소리가 겹쳤다. 씁쓸하고 부드러운 미소가 엉켰다. 걸음이 멈췄다. 짐을 고쳐 챙기고는 손을 떼었다. 동시에 손을 마주잡았다. 부드럽게 깍지가 껴졌다. 힘 주어 잡았다. 

 “일단 머물 곳을 찾을까.”

 “쉬는게 좋을테니까요.” 

 정거장을 지나쳤다. 낮선 공기가 잔뜩 폐를 채웠다. 보폭을 맞춰 걸었다. 마지막 정거장을 지나쳤다. 멀리 떠나온 마지막 정거장이였다.


다이스가 9/24 전력 60분 
주제: 형용할 수 없는 공포 

판타지au입니다 :3 





 “다이치!” 

배시시 눈물점이 위로 솟았다. 환하게 반짝이는 웃음이 한가득 팔을 벌렸다. 

“스가.” 

다정한 웃음이 지어졌다. 어린아이 특유의 통통한 볼이 붉게 물들었다. 뽀얀 얼굴이 근접했다. 

“다이치! 다이치! 있지 저 쪽에 수도? 수도에는 마법사가 있대! 막 손짓만 해도 불이 솟는대! 신기하지!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막 뿔 달리고 엄청 거대한 나쁜 거를 물리쳐주는 거래!” 

상기된 어투가 재잘거렸다. 사와무라가 고개를 끄덕여주며 손을 잡아 내렸다. 풀밭에 풀썩 주저앉았다. 풀내음이 짙었다.

 “스가 진정해. 숨 넘어가겠다.” 

스가와라가 키득키득 소리내 웃었다. 사와무라의 손이 스가와라의 볼을 문질렀다. 부벼지는 손에 스가와라가 볼을 부볐다. 말랑하게 닿아오는 볼의 촉감에 사와무라가 키들키들 숨을 죽였다. 

 “스가 또 무슨 이야기를 들었어?” 

 “응? 아, 그런 뿔 달리고 엄청 거대하다고 그랬잖아 그런데 그게 엄청 거대하지 않을 수도 있대! 뭐라더라.. 그그그 아! 고위급? 그렇게 된다면 사람이랑 똑같다고 그랬어!” 

반짝이며 웃는 스가와라의 얼굴에 사와무라가 빙그레 웃었다. 재잘재잘 오물거리는 입에 사와무라가 부드럽게 웃었다. 풀썩 사와무라가 뒤로 넘어가 풀밭에 드러누웠다. 스가와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얇게 흘렸다. 

 “헤에 다이치 지금 누운거야? 으응? 내가 말하고 있었는데에?”

 “아. 듣고 있어 스가. 그리고 그러면 같이 누워서 이야기 하면 되지!” 

사와무라가 스가와라를 푸욱 뒤로 눕혔다. 개구진 얼굴에 스가와라가 볼을 부풀렸다. 

 “다이치 반칙! 이얍! 스가와라 공격 들어갑니다!” 

 “으악! 스가!” 

스가와라의 손이 사와무라의 옆구리를 간질였다. 간질간질 옆구리를 공격하는 손에 사와무라가 손을 뻗었다. 스가와라의 옆구리에 사와뮤라의 손이 나타났다. 간질간질 간지럼 공격이 풀 끄스러미와 섞였다. 하늘이 파랬다. 

 - 

어두운 방 안에 귀광이 나타났다. 펼쳐진 날개가 방을 가득 채우다 못해 벽을 뚫고 있었다. 관자놀이에 꼬아져 하늘을 향해 뻗은 뿔이 자연스레 존재했다. 탄탄한 근육이 꿈틀였다. 나지막하게 손바닥이 얼굴을 가렸다.

 “후우..” 

낮은 목소리가 오소소 소름을 불렀다. 검은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스가. 코우시.” 

 주먹이 쥐어지자 꽈드득 소리와 함께 탁자에 있던 책이 구겨졌다. 

 * 

 “다이치! 거기서 뭐해?” 

 “아 스가. 관찰 중이랄까?” 

사와무라의 앞에 토끼 한마리가 오물오물 풀을 뜯어먹었다. 스가와라가 개구지게 웃었다. 

“헤에 다이치 토끼 좋아해? 지금까지 그런 티도 안 냈으면서어?” 

은근슬쩍 옆구리를 찌르는 손길에 사와무라가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아니 그건 아니구. 토끼가 인기척에도 안 가고 있어서 아예 가까이 와봤어. 그래도 안 도망치고 있더라고.” 

 태평한 말에 스가와라가 비죽 입술을 내밀었다. 

 “에에.. 평범하네. 근데 정말 신기하다. 가만히 있네.” 

스가와라가 토끼의 머리에 손을 가져갔다. 콰드득 토끼의 머리가 갈라졌다. 동그래진 사와무라의 눈과 함께 거대한 검은 날개가 등 뒤에서 튀어나왔다. 암전했다.

 * 

눈을 감은 속눈썹 아래로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하얀 얼굴이 회색 머리카락과 어우러져 투명한 분위기를 내보였다.

 “코우시..” 

 검게 윤기나는 망토가 흐드러졌다. 양 옆으로 꼬아진 뿔이 하늘을 향해 눈을 치켜떴다. 옹골찬 손가락이 볼에 닿았다. 손가락에 닿는 부드러움에 사와무라가 쓰게 웃었다.

 ‘뿔.. 거대한 나쁜 것.. 고위.. 사람이랑 똑같대!’

 “코우시..” 

 사와무라의 손이 주먹 쥐어졌다. 고개 숙여졌다. 

 “네가.. 네가.. 나를 보는게.. 어떤 말을 할지가. 어떻게 생각하지가. 어떻게 쳐다볼지가. 네가 너무 소중해서. 네가 너무 내 삶에 가득 차 있어서..” 

사와무라가 스가와라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따스함이 입술을 타고 느껴졌다. 

“사랑해, 코우시.”

 검은 망토를 흘러내리듯 스가와라의 위에 덮은 사와무라가 뒤를 돌았다. 단단한 어깨며 굳건한 라인이 금세 문을 지나 사라졌다. 정적이 감돌았다. 

“다이치, 바보.”


오이와 9/23 전력 60분 
주제: 이름 






 이와이즈미 하지메. 입술을 부딪치고 숨을 내쉬는 이름. 턱을 움직이고 입술을 움직여 혀까지 움직여야 완성되는 너의 이름. 너는 복잡하다. 그만틈 단순하며 그만큼 사랑스럽다. 이와이즈미 하지메하는 이름은 얼마나 단조로우면서 복잡하고 투박하며 사랑스러운가. 너도 그렇다. 옹골찬 외향은 이름의 필기와 같고 성격은 성만큼 복잡하며 이름처럼 단순하고 가진 것은 투박하지만 사랑스럽지. 너는 나에게 이만큼이나 가득 차 있다. 
숨을 쉴 때면 네 생각이 났다.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오래 전 너와 만나서 다니고 너와 청춘을 다 바쳤다. 모든 기억의 처음이 너로 시작했기에 너는 나를 물들어 놓았다. 숨을 쉬다싶이 너는 내 숨이였고 숨일 터이고 숨이였어야 했다. 내 모든 걸 너는 쥐었음에도 쥐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어찌 이리도 사랑스러우면서도 원망스러울까. 
문득 정신을 차리면 네가 옆에서 머리카락을 넘겨줬다. 네가 내 얼굴에 약하다는 건 이미 알고있었기에 배시시 웃으며 잘 잤어? 라고 물으면 너는 까무잡잡한 피부에도 불구하고 티날만큼 귀와 볼을 붉혔다. 삐죽 튀어나온 입술이 그리도 귀엽게 보이고 사랑스러웠다. 오랜 기간 자각도 하지 못하다가 어느순간 자각한 감정은 멀리서 파도치고 들어와 돌을 깍는 바람처럼 오랜 마음을 느끼게 만들었다. 세월이 세월이였던지라 너는 금새 불편함을 느꼈으나 너는 쉬이 인정했다. 너는 이름처럼 일직선이였다. 
침대에 누워 눈꺼풀을 깜빡이면 네가 붉게 흥분한 얼굴로 내 위에 올라탔다. 입으로는 내 이름을 부르고 뼈가 도드라지게 내 어깨를 쥐었다. 내 어깨죽지에 가득한 손톱자욱은 마음에 든지 오래였고 네 몸 가득한 순흔은 더더욱 맘에 들어 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네가 나를 보고 웃으면 불 붙은 망아지가 날 뛰 듯 심장이 펄떡였다. 네 마음을 중히 여겼다. 눈을 꾸욱 감고 있으면 네가 조심스레 일어나 내 얼굴을 쳐다봤다. 속눈썹을 간질이고 눈두덩이와 코를 따라 볼을 매만지고는 입술을 꾹꾹 눌렀다. 흡사 고양이가 한다는 꾹꾹이처럼 간지러웠다. 아니 그저 사랑스러웠다. 실눈을 살짝 뜨면 너는 집중하면서도 연하게 웃었다. 그런 모습도 귀여웠다. 너를 어떻게 해도 나라는 개체에서 빼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 

 “후우..” 

검은 정장 위로 갈색 머리카락이 떨어졌다. 벽에 기댄 등에서 찬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잔뜩 몸을 휘감았다.

 “하지메.” 

수선화가 흐드러졌다. 유리창 사이사이로 환하게 웃는 얼굴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이와이즈미 하지메’ 

 생기도는 국화꽃이 놓여있었다. 

 “아.. 왔다간건가.” 

국화꽃을 옆으로 슬슬 치우고는 수선화를 올려놓았다. 씁쓸한 미소가 걸쳐졌다. 

 “안녕, 하지메. 나는 올해도 글렀어. 눈을 뜨면 하지메가 옆에 누워있는 거 있지.” 

조명등이 백색으로 빛났다. 이와이즈미 하지메, 얼굴 근육을 움직이고 턱과 혀를 움직여야 나오는 복잡하지만 단순한 이름. 사랑하는 하지메. 

 “이와이즈미. 입술을 움직이고 턱과 혀를 움직여야 나오는 이름. 하지메. 숨을 내뱉으며 마무리 짓는 이름. 하지메. 하지메. 마무리 짓지 못하는 이름.” 

커다란 손이 유리창을 살짝 쓸었다. 이와이즈미의 볼이 있는 곳이였다. 투명한 유리로 얼굴이 비춰졌다. 불이 밝았다.


오이이와 9/9 전력 60분 
주제: 신뢰 





 옅은 비누향 사이로 살내음이 코끝을 간질였다. 공통적인 향이라 한들 특유의 살내음이 섞여버릴 경우 독특한 향이 되어 머리를 팽팽 잡아당겼다. 누구라 한들 마음에 품은 이가 평범한 향 가운데 살내음을 숨기고 다가온다면 침을 꼴딱꼴딱 삼키는 법이였다. 

 오이카와 토오루는 신뢰를 저버릴 수 없었다. 
동시에 제 신뢰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한 손 가득 잡히는 배구공 탄력을 무심히 흘렸다.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상황이였지만 훌쩍 큰 키는 배구공을 통통 작게 튀길 수 있게 만들었다. 길쭉한 손이 배구공을 튕겼다. 속눈썹이 깜빡였다. 

 “흐응..” 

배구공 가득 손자욱이 들어갔다. 생그랗던 얼굴이 거멓게 죽기 시작했다. 한가득 집착이 어리기 시작했다. 음영이 어그러졌다. 

“이와쨩. 이와이즈미. 이와이즈미 하지메. 하지메.” 

무릎을 끌어안았다. 침침하게 어두워진 눈이 팔 아래로 사라졌다. 살랑이는 갈색 머리카락이 흩어졌다. 

“하지메. 이와이즈미 하지메. 단단하게 앞으로 뻗어나가 깔끔하게 떨어지는. 나의 하지메.” 

풀어버린 무릎을 제치고 손을 깍지꼈다. 파르라니 손가락이 하얗게 새었다. 맞잡은 손이 이마에 닿았다. 꾸욱 감은 눈이 파르르 떨렸다. 

 “어떻게 해야 잡을 수 있을까.” 

 번뜩 귀광이 나타났다. 오이카와의 눈이 진지하게 변했다. 

 “우정은 그만하고 싶어. 하지메..”

 입술을 깨물었다.

 “신뢰가 너무 깊잖아. 하지메..” 

푸욱 고개가 숙여졌다. 슬그머니 물기가 어렸다. 비죽 입술이 튀어나왔다. 10년은 거뜬한 신뢰가 너무나도 무거웠다.


얌굿 9/4 전력 60분 
주제: 잠결에 







 “으웅..” 

 오물오물 야마구치의 입술이 움직였다. 꼬옥 베게를 껴안고 고로롱 소리를 냈다. 야마구치가 눈썹을 찌푸렸다. 끙끙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어.. 야마구치 깨워야하는 거 아니야?” 

 히나타가 흘끗 쳐다보았다. 조로록 여러 시선이 야마구치를 향했다. 사와무라와 스가와라가 걱정스레 쳐다보았다. 

 “정말. 깨워야 되려나.” 

 “낑낑 앓는데..” 

살그마니 니시노야와 타나카가 다가갔다. 잔뜩 끙끙대는 얼굴에 땀까지 얼핏 맺혀있자 기겁을 하고 손을 뻗었다. 드르륵 문이 열였다. 츠키시마가 수건을 목에 걸치고 있었다.

 “모두 뭐하세요.”

 “츠키시마!” 

불쑥 츠키시마의 시야에 타나카의 빡빡머리가 나타났다. 츠키시마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뭐하세요.”

 “츠키시마! 야마구치가 끙끙 앓아!” 

 “네? 아. 야마구치 지금 자요?” 

츠키시마가 머리를 툴툴 수건으로 털며 야마구치에게 향했다. 여전히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렸다. 츠키시마가 제 몸을 수그렸다.

 “타다시.” 

츠키시마의 손이 야마구치의 머리카락을 건드렸다. 눈 밑을 건드리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야마구치의 얼굴이 펴지며 눈이 살그마니 떠졌다. 

“케이..?”

 야마구치가 팔을 뻗었다. 츠키시마가 능숙하게 야마구치의 팔을 제 목 뒤로 넘겼다. 품에 안겨드는 야마구치를 츠키시마가 끌어당겼다. 고로롱 야마구치가 제 얼굴을 부볐다. 야마구치의 얼굴이 편하게 펴졌다. 새액새액 고른 숨소리가 들렸다.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댕그란 눈들이 츠키시마를 응시했다. 동글동글 푹 죽어버린 눈에 츠키시마가 얼굴을 찌푸렸다.

 “으우오아아아!!!!” 

 “히나타!” 

히나타가 소리지르자 사와무라가 히나타의 입을 막아냈다. 잔뜩 찌푸려져 화를 표현하던 얼굴이 적당히 줄어들었다.

 “히나타. 야마구치가 자고있으니까 일단 조용히. 알았지?”

 히나타의 고개가 끄덕여지고 사와무라의 손이 떼어졌다. 반짝반짝 히나타의 눈망울이 츠키시마를 쳐다보더니 무릎걸음으로 가까이 다가섰다. 우물쭈물 카게야마도 가까이 다가섰다. 

 “츠키시마! 어떻게 된거야?” 

은근슬쩍 묻는 말에 방 안에 있던 얼굴들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얼굴로 꽂히는 시선들에 츠키시마가 불편한 듯 팔에 힘을 주었다. 

 “우웅..” 

 야마구치가 몸을 꿈틀이자 츠키시마가 등을 토닥였다. 

 “그거. 그거 말야!”

 과하게 반짝이는 니시노야의 눈에 츠키시마가 시선을 돌렸다. 시선을 돌린 곳에도 엔노시타가 호기심 섞인 얼굴로 난처하게 웃자 부루퉁하게 변했다. 

 “쳇. 별건 아닙니다.” 

 츠키시마가 야마구치를 쳐다보았다. 느슨하게 풀어진 얼굴이 나타났다. 길쭉한 손가락이 야마구치의 볼을 간질였다. 

 “어릴 때 서로의 집에서 자고간 적이 있었는데 야마구치가 밤 중에 끙끙대던걸 토닥이던게 계속 이어졌을 뿐이에요.” 

 부루퉁한 말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부드럽게 풀어져 있었다. 소중함 가득한 얼굴에 부드러운 얼굴들이 모두의 얼굴에 만연했다. 

“그거면 됐어. 츠키시마 혹시 어디에서 잠을 자던지 그렇게 되는거야?” 

“아. 지금까지 된 거로는 그렇네요. 잠결에 끙끙 앓고 딱히 다른 사람 품에 안신 적은 없네요.” 

 “앗 그래? 그러면 직접 해보면 되지!” 

타나카가 낼름 입을 열었다. 사와무라와 스가와라의 눈이 마주쳤다.

 “으음.. 그 것도 그렇네. 합숙 때마다 야마구치가 먼저 잠들어서 끙끙 앓으면 조금 달래줘서 재우면 될테니까.” 

 “그렇네. 계속 끙끙 앓는걸 볼 수는 없으니까.” 

이래저래 말을 엮다 사와무라가 스가와라에게 떠밀렸다. 

 “하아..” 

야마구치가 어설프게 사와무라의 품에 들어갔다. 불편한지 몸을 뒤척이고는 다시 끙끙 앓았다. 이리저리 조심스러운 손들이 야마구치를 품에 안았지만 끙끙 앓는 통에 다시 츠키시마의 품으로 돌아갔다. 불만이 쏙 들어간 츠키시마의 표정에 키들키들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어쩔 수 없네. 츠키시마 너도 피곤할텐데 눕고 이만 자자.”


 주섬주섬 모두 흩어졌다. 이불까지 푸욱 덮고 불이 꺼졌다. 츠키시마의 품에는 여전히 야마구치가 있었다

 “으우.. 츳키.. 케이.. 좋아해..” 

 살그마니 들린 잠꼬대에 츠키시마가 야마구치를 꽈악 껴안았다. 츠키시마의 입술이 야마구치의 이마에 닿았다. 

“잘 자 타다시. 나도 좋아해.” 

 작은 목소리가 야마구치의 귓가에서 흩어졌다. 밤이 깊었다.


우카타케 9/3 전력 60분 
주제: 열병 





 두근두근두근 심장이 뛰었다. 안쪽부터 솟구친 열이 온 몸을 강타했다. 열병이였다. 



 깜빡이는 두 눈은 순하게 휘어졌다. 동그란 눈매가 상냥함으로 가득차 휘어지고 말랑한 볼은 붉게 물들었다. 환하게 웃어주는 얼굴에 열이 올랐다. 우카이가 애써 고개를 돌렸다. 간질간질 가슴께가 울컥였다.

 “우카이군. 괜찮은가요? 체온이 높아보이는데요?”

 “아, 아. 괜찮아, 선생. 단순히 체온이 오른 것 뿐이니까. 물 한번 먹으면 괜찮아질거야.” 

 타케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동그란 머리가 아래위로 흔들리는 것을 계속 쳐다보았다. 설핏 보이는 목라인에 시뻘개진 얼굴을 돌렸다. 우카이 케이신은 지독한 열병에 걸렸다.




 “하아..” 

우카이가 담배를 뻐끔였다. 푹푹 위로 솟아 흩어지는 담배연기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연기는 금세 타케다의 웃는 얼굴로 변했다. 

 “으악!”

 쿠당탕 의자가 뒤로 넘어갔다. 우카이가 제 뒤통수를 슬슬 문지르며 책상을 잡아 상체를 올렸다. 타케다의 얼굴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의자를 마저 세운 우카이가 털푸덕 주저앉았다. 담배를 재떨이에 비볐다. 


“아아아.. 젠장.. 지독하네.” 

 우카이가 머리를 흐트렸다. 머리띠마저 벗고는 턱을 괴었다. 상점 문을 쭈욱 쳐다보았다. 

 “선생이 올까..” 

 꿈뻑꿈뻑 눈꺼풀이 움직였다. 

 “우카이군!” 

 우카이의 눈이 커짐과 동시에 타케다의 시선이 우카이를 향했다. 타케다가 우카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선생? 왜 그래?” 

우카이가 타케다의 근처에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타케다의 이마에 우카이의 손이 닿고 이마를 대었다. 

 “열은 없고.. 오늘 무리한 거야?” 


 타케다가 퍼엉 볼을 붉혔다. 팽글팽글 돌던 눈에 타케다가 손을 뒤로 돌렸다. 

“저저저저저 이만 가볼께요 우카이군!!!!”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우카이가 멍하니 쳐다보더니 제 손에 남은 온기를 쥐락펴락 움직였다. 주먹 쥔 손을 이마에 대었다. 귀가 붉었다. 우카이가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아.. 선생.” 

 열병이 피어올랐다. 



 “으으으.. 우, 카이구운..!!” 

 타케다가 벽에 등을 기댄채 주저앉아 있었다. 발간 얼굴이 도드라졌다. 손으로 제 붉은 볼을 잡았다. 머리띠를 하지 않아 자연스레 내려온 머리를 한 우카이의 모습이 타케다의 앞에 퐁 나타났다. 타케다의 눈이 팽글팽글 돌았다.

 “이이이이이..!! 이 무슨..!” 

 열병이 옮았다.


다이스가 9/3 전력 60분 
주제: 마법 
판타지au입니다 :3








 부드럽게 바람이 일었다. 푸른 이파리가 흔들렸다. 연한 잿빛 머리카락이 살랑였다. 길게 늘어진 속눈썹 아래로 그늘이 졌다. 나무그늘이 넓었다.

 “스으가아!!” 

우렁찬 소리가 바람을 타고 흘렀다. 속눈썹이 팔랑이며 몽롱한 눈이 나타났다. 얇은 손가락이 눈을 부볐다. 

 “으으.. 다이치..?”

 “스가!!” 

활짝 핀 웃음을 지으며 사와무라가 나타났다. 언덕을 올라오며 후드가 펄럭였다. 금세 스가와라의 앞에 나타난 사와무라가 숨을 골랐다. 

 “정말. 뭐 때문에 그렇게 뛰어온거야. 천천히 오지 그랬어, 다이치.” 

 “하아. 하. 스가. 후아. 나. 성공했어!” 

동그랗게 스가와라의 눈이 뜨여졌다. 입이 벙긋 벌어졌다. 

 “에?! 정말?! 진짜 성공한거야?!” 

 “어! 봐봐.” 

사와무라가 제 손을 바닥에 대고 눈을 감았다. 갈색 도는 빛이 찬란히 뿜어졌다. 밝게 뿜어지는 빛이 일직선으로 이어졌다. 

 콰가가강!! 

 멀리 떨어진 평지에 땅이 솟구쳤다. 뾰족하거나 뭉툭하게 솟구친 땅이 덜덜 떨었다. 바들바들 떨리던 땅이 콰앙 터져나갔다. 사와무라가 배시시 웃었다. 스가와라가 흐트러진 흙무더미와 사와무라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꿈뻑꿈뻑 눈꺼풀이 움직였다. 

 “와...” 

 “스가?” 

 “와아아!!! 다이치!!!!” 

스가와라가 사와무라를 푸욱 껴안았다. 목덜미를 간질이는 머리카락에 사와무라가 키들키들 웃으며 마주 껴안았다.

 “다이치!! 진짜 된거지! 나 잘못 본 거 아니지!” 

“푸핳 스가! 진짜! 나 계속 연습하다가 되자마자 바로 너한테 보여주려고 왔어!” 

 꼬옥 껴안고 온기를 나눴다. 붉은 눈동자가 풀숲에서 꿈뻑였다. 



 비린 피냄새가 가득 흘러넘쳤다. 가득한 시체들 사이사이로 살점이나 장기가 널부러져 있었다. 노릿한 탄내가 피냄새와 섞였다. 꿈틀꿈틀 시체더미가 들썩였다. 

 콰아앙!! 

 시체들이 위로 솟구쳤다. 콰드득 시체들 가득 흙에 꿰뚫려 올라왔다. 피 묻은 흙이 후두둑 떨어졌다. 

 “후...” 

듬직한 손이 얼굴을 가리고 부볐다. 피곤 가득한 얼굴 옆으로 손이 나타났다. 하얀 손이 꽈악 잡았다. 

 “스가..” 

사와무라의 손이 스가와라의 손을 마주 잡았다. 스가와라가 사와무라의 곁에 앉았다. 스가와라의 얼굴에 사와무라의 어깨에 기대졌다. 사와무라가 스가와라의 손을 꽈악 잡았다. 

 “다이치.” 

 “스가.” 

 비린 피냄새가 둘의 코를 간질였다. 꾸욱 눈을 감았다. 

 “도망칠까.” “다이치?”

 “우리 도망칠까 스가?”

 “그럴까.” 

 “마법을 버릴까.”

 “마법을 버릴까?” 

꾸욱 손을 강하게 맞잡았다. 얼핏 물기어린 목소리가 목구멍에서 흘렀다. 가픈 숨이 섞였다.

 ““도망치자.”” 

 “도망쳐서 마법을 버리고 평범하게 살자.”


 “그냥 평범하게.. 너하고 나하고 글선생하고..” 

눈물이 뭉클 솟았다. 붉은 눈동자가 꿈뻑였다. 



 “들어라! 군을 탈영하려는 자를 잡았다! 만일 군을 탈영하려는 시도조차 보인다면! 이들처럼 즉결처리할 것이다!” 

팔다리가 밧줄에 묶인 채 나무에 흔들렸다. 사와무라와 스가와라가 피범벅이 된 눈을 꿈뻑였다. 퉁퉁 부은 눈에서 피눈물이 솟았다. 움찔움찔 손가락이 꿈틀였다. 

 “다이치..” 

 “스가.. 미안..” 

 스가와라가 고개를 저었다. 휘어진 칼날에 불빛이 반사됐다. 사와무라와 스가와라가 마주보고 배싯 웃었다. 눈물 한줄기에 피가 씻겨졌다.

 “처형해라.”

 칼이 짧게 빛났다. 팔다리 묶인 둘의 몸에서 투욱 머리가 떨어졌다. 미소 띈 입술이 도드라졌다. 

“시체는 태워라! 군법을 어기게 된다면 여기 죽은 이들처럼 사형이다! 그럼 그만 막사로 돌아가라!” 

 파르륵 불꽃이 일었다.


얌굿 8/28 전력 60분 
주제: 주근깨 






 안절부절 몸을 움직였다. 부산스레 움직이는 모양새가 마치 웅덩이에서 몸을 단장하는 참새같았다. 

 “으아.. 시간 시간!!” 

 시간을 마저 확인하더니 끼야악 볼을 붙잡았다. 

“타다시이. 케이군이랑 놀러가니?” 

 “아 엄마아?” 

 부드러우면서도 개구지게 웃은 어머니가 살랑살랑 야마구치를 불렀다. 캐주얼하게 입은 옷을 한 번 훑어 보더니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어머. 이 옷 입고 데이트 가는 거야? 머리 손 봐줄까? 맞아. 얼굴에 뭐 좀 발라줄까, 타다시?” 

 “아.. 그.. 네, 네에..” 

묘하게 수줍은 얼굴에 입을 가리고 웃었다. 쫄래쫄래 뒤를 쫒았다. 





 “츳키!” 

 급히 뛰어온 야마구치가 츠키시마의 앞에 섰다. 배시시 웃는 얼굴에 츠키시마의 얼굴에서 불만이 쏙 들어갔다. 

“왜 이렇게 일찍 나왔어! 시간 맞춰서 나오지!” 

“아니. 뭐.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으니.. 야마구치.” 

살짝 고개가 들렸다. 

 “얼굴에 뭐 발랐어?” 

 살짝 시선을 피했다. 살살 목부근을 긁적였다. 

 “으응.. 엄마가 데이트 간다고 뭐 발라주셨어. 많이 티나?” 

은근슬쩍 불만 어린 표정에 야마구치의 더듬이가 삐죽 솟았다. 

 “어.. 저기 마음에 안 들면..” 

 “아냐. 가자. 데이트. 잖아.”

 배시시 꽃이 개화했다. 





 꿈뻑꿈뻑 가로등이 눈을 크게 떴다. 가득 어두움을 품은 하늘이 빛을 꾸역꾸역 먹어갔다. 우걱우걱 베어물자 하늘이 금새 어두워졌다. 흔들흔들 마주잡은 손이 흔들렸다. 발그레한 볼이 가로등 불빛을 따라 눈에 아른거렸다. 츠키시마의 눈이 야마구치의 얼굴을 쫒았다. 귀가 얼핏 붉었다. 

“츳키! 츳키! 오늘 재밌었어! 간단하게 돌아다니는 거였는데도 츳키랑 같이 돌아다녀서 좋았어! 츳키는?” 

 반짝반짝 야마구치의 얼굴이 빛났다. 츠키시마가 손에 힘을 주어 꽈악 잡았다. 손에 가득 차는 온기와 힘에 배시시 웃었다. 허물어진 웃음에 츠키시마가 시선을 돌렸다. 돌려진 옆얼굴에 귀가 붉게 도드라졌다.

 “츠읏키이!! 진짜 좋아해!” 

 “..알고있어.” 

 야마구치가 츠키시마를 결국 껴안았다. 품에 가득 차는 온기를 놓치 않았다. 팔을 둘러 껴안았다. 

 “...해. ..시...” 

 “히잇!” 

나지막한 목소리가 귀를 타고 곧장 머리로 들어왔다. 야마구치가 따끈따끈하기 물든 얼굴을 꾹 츠키시마의 어꺄에 묻었다. 홧홧하게 느껴지는 온기에 츠키시마가 비죽 입꼬리를 올렸다. 가득, 한가득 집착이 얽어있었다. 

 “타다시. 대답. 해줘야지. 응?” 

 살살 뒷목을 쓸어주며 묻자 야마구치가 빼꼼 눈을 어깨 위로 내보였다. 입술을 오물거렸다. 

 “나도 사, 사랑해. 케이..” 

 바들바들 떨리는 말이 나와도 껴안은 팔을 풀지 않았다. 츠키시마가 문득 부드럽게 웃었다. 

 “가자. 너 집에 들어가는 거 보고 돌아갈께.” 

“엣?! 안 그래도 되는데?!! 츳키! 츳키 집에 가야지!” 

불쑥 품에서 튀어나와 팔을 버둥거렸다. 츠키시마가 부루퉁한 얼굴을 지어보였다. 흠칫 어깨를 올리더니 시선을 피했다. 

“아아아니이이.. 그래도오..” 

 “내가 너 집에 들어가는 거 보고싶어서 그러니까 가자.” 

“으으.. 츳키 데레!!” 

제 얼굴을 가려버리는 야마구치의 행동에 츠키시마가 꾹꾹 야마구치의 머리를 눌렀다. 금새 쪼르르 다가와 배시시 웃어보였다. 

“헤헤.. 그러면 츳키가 원하는 대로!” 

 가로등 불빛에 그림자가 겹쳐지며 길어졌다. 

 “츳키츳키 이제 집에 가! 집에 다왔잖아!” 

팔을 바동거리며 재빨리 뛰어갈 준비를 하는 모양새에 츠키시마가 비죽 웃어버렸다. 

 “뭐. 이번은 져주지.” 

 키들키들 야마구치가 웃었다. 곱게 눈이 휘어졌다. 

 “츳키! 조심해서 가!” 

 “응. 잘 들어가. 그리고. ….” 

츠키시마가 뒤를 돌아가고 야마구치가 풀썩 쪼그려 앉았다. 

‘주근깨 안가려도 좋아. 나는 타다시의 모든게 좋으니까.’ 

 “으아아아... 츳키 완전 반칙이야... 데레 반칙.. 반칙..!!” 

 야마구치의 더듬이가 파닥파닥 움직였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