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카타케 8/27 전력 60분 
주제: 옆자리 






 문득 손을 옆으로 뻗으면 체온이 느껴졌다. 따스한 사람의 체온이 손에 닿았다. 



 “선생.”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이 흔들리며 귀가 나타나고 동그란 얼굴이 나타났다. 환하게 웃었다. 

 “네. 우카이군.” 

시선이 계속 머물렀다.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쳐다보았다. 시선이 이어지자 어색한 얼굴이 지어지며 시선을 돌렸다. 이곳저곳 향하는 시선마저 쳐다보면 돌리던 시선을 들어 마주보았다. 근거리에 존재한다. 손가락을 뻗었다. 말랑한 볼이 닿고 손가락이 안경을 살짝 들어 눈 밑을 문질렀다. 

 “우카이군?” 

 “좋아해, 선생.” 

금새 놀란 얼굴을 하다가도 부드럽게 흐드러지는 웃음을 지었다. 

“저도 좋아해요, 우카이군.” 

볼에 닿은 손을 마주잡았다. 얕은 버드키스가 이어졌다. 살짝살짝 닿는 입술이 따뜻했다. 꾸욱 몸을 껴안았다. 비누향이 닿고 옅은 땀냄새와 체향이 흘러들었다. 틈없이 맞닿은 몸으로 두근두근 심장이 엇갈리며 뛰었다. 조용한 가운데 쿵쿵 느껴지는 심장과 오감 가득 채워지는 충만감이 흐드러졌다. 어두운 하늘은 그새 달이 걸려 웃고 가로등이 점점이 눈을 떴다.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 시선을 돌리면 보이는 턱선이 도드라졌다. 츠웁 깨물어 빨아당겼다. 선히 느껴지는 고통에 맞서 깨물었다. 가로등 불빛 사이로 색스런 소리가 울렸다. 

 “내 옆에 선생이 있어서 다행이야.” 

 조금은 거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애정 가득히 낮은 목소리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팔에 힘을 주었다. 

 “저도. 제 옆에 우카이군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쿵 

 쿵 

 쿵 

 심장이 뛰었다. 옆자리에 닿았다.


다이스가 8/27 전력 60분 
주제: 여행 







 흐응흐음음 미약한 흥얼거림이 바람을 타고 일렁였다. 살랑살랑 맞잡은 손이 흔들렸다.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고 나붓한 바닷바람이 불어 헐렁하게 입은 옷이 살랑였다. 쏴아악 파도치는 소리가 들리며 발 옆으로 다가왔다. 반달이 반짝반짝 빛을 뿜었다. 

“이제 가을이 되려나 봐. 바람이 미지근해도 조금 차갑다.” 

“응. 이제 9월 거의 다 되어서 그런가봐.” 

부드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사브락사브락 모래를 밟고 맞닿은 손을 더욱 힘주어 잡았다. 속눈썹이 팔랑이면 희미한 가로등 불빛에 그림자가 생겼다. 지금까지 함께한 시간을 팔 벌려 안았다. 

“이렇게 조용하니까 갑자기 애들이 생각난다.” 

“푸핫. 그러네. 그 녀석들 있으면 바람 잘 날이 없었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조용한건 오랜만이야. 그렇지?” 

“당연하잖아. 무엇보다 우리 둘만 있는 거잖아?” 

 곱게 미소 지어졌다. 마주친 얼굴 가득한 미소에 괜한 쑥쓰러움이 섞였다. 발간 볼과는 다르게 맞닿은 손을 놓지 않고 더욱 단단히 잡았다. 

“녀석들이. 그냥 받아줬지.” 

 “응. 그럴거 같다고 하면서. 알려줘서 고맙다고 그랬지.” 

“우리가 더욱 고마운데.” 

“응. 나는 츠키시마도 그렇게 말해줄줄은 몰랐어.” 

 “에이. 거짓말하기는.” 

 꾸욱 옆구리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갈비뼈 사이를 들어간 통증에 수그리고 말았다. 개구진 얼굴에 키들키들 웃고말았다. 

“정말 그렇게 웃는거 완전 반칙이야. 어떻게 고등학교 때랑 바뀐게 하나도 없는 웃음인 거야.” 

 “에이 그렇게 따지면 나보다는 네가 더 사기지. 너도 바뀐거 하나도 없는걸?” 

키득키득 웃음이 겹쳐졌다. 다시 손을 마주 잡았다. 옹골지고 단단한 손가락과 두툼한 손바닥이 얽혔다. 성인의 손은 굳건하고 따스했으며 서로의 약함을 의지할 수 있었다. 뜨끈한 온기에 땀이 배어나왔으나 풀지 않았다. 째깍째깍 흐르는 시간이, 1분 1초가 소중했다. 

 “다이치.” 

 “응.” 

사박사박 모래가 흔들렸다. 건물들의 불빛이 야경을 만들어냈다. 

“앞으로도. 사랑하자.” 

 “코우시.” 

 “응?” 

걸음이 멈췄다. 얼굴을 마주보았다. 배시시 웃음이 지어졌다. 

 “사랑해. 평생 사랑하자.” 

환한 웃음이 지어졌다. 이마가 부딪쳤다. 흐릿한 가로등 불빛에 귀가 붉었다. 바람이 옷자락을 흔들었다.


얌굿 8/14 전력 60분 
주제: 장난 









 “사귑니다.” 

 통 토동 통통 

배구공이 떨어졌다. 댕그란 눈들이 츠키시마와 야마구치를 쳐다보았다. 꿈뻑꿈뻑 깜빡여지는 눈들에 츠키시마가 비죽 제 입술을 올렸다. 야마구치가 제 입을 오물거렸다. 붉은 볼에 눈이 모였다. 

 “츠키시마?!!” 

 “야마구치?!!” 

 우다다다 타나카와 니시노야가 달려들었다. 츠키시마의 손이 야마구치의 앞에 나타났다. 달려들던 둘의 몸이 멈춰섰다. 

 “너 누구냐!” 

 “츠키시마가 그럴리 없어!” 

사와무라와 스가와라가 당황 가득한 얼굴로 츠키시마를 향해 뛰어갔다. 

“츠키시마. 괜찮아? 어디 아픈거야?” 

“츠키시마! 부실에 가서 쉴래? 어디 아파?” 

아즈마네까지 다가와 입을 벙긋거렸다. 슬금슬금 다가온 엔노시타, 나리타, 키노시타마저 약간의 거리를 두고 걱정스런 얼굴로 쳐다보았다. 히나타와 카게야마가 세모난 입을 뽀끔거렸다. 

 “뭡니까. 대체.” 

“아니. 츠키시마 너 그렇게 티나게 다정한 놈은 아니였잖아?” 

“맞아. 소꿉친구인 야마구치에게도 딱히 티나지 안잖아?” 

 살그마니 찌푸려진 츠키시마의 아미에 사와무라와 스가와라가 눈을 마주쳤다. 장난끼가 솟아났다. 

 “우리 츳키는 키도 크고 블로킹도 잘하고.” 

“의외로 다정해서 잘 챙겨주는데.” 

 키득키득 조그만 악마 날개와 악마 꼬리가 나타났다. 

“티가 하나도 안나는지라.” 

 “야마구치에게도 무덤덤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보이지도 않고.” 

야마구치가 당황스런 얼굴로 츠키시마를 쳐다보았다. 츠키시마의 얼굴이 불편을 담았다.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티 안난다고는 했지만.” 

 “하루에 많이 보는 데다가.” 

 “다른 이랑은 행동도 다르고.” 

 “그럴 줄 알았지.” 

쭈욱 이어지며 사람마다 이어지는 말들이 야마구치의 얼굴을 딸기로 만들어버렸다. 팽글팽글 야마구치의 눈이 돌아갔다. 츠키시마가 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게 왜요.” 

 사와무라가 문득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뭐 예상은 했지만 말이야. 진한 애정행각만은 부활동 끝나고 해주라. 부활동 중에 하고싶으면 제발 숨어서 해줘.” 

 “풉. 선배도 부활동에서 보이시지 않았..” 

“아아아아아아!! 츠키시마!! 야마구치랑 예쁘게 사귀고!” 

 사와무라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비죽하게 올라간 입술에 스가와라가 사와무라를 보며 입을 가려 웃었다. 뱅글뱅글 여즉 도는 야마구치의 눈동자에 츠키시마가 옆구리를 잡아 제 몸에 기대었다. 타나카와 니시노야가 반짝였다. 

“오오오오!” 

와글와글 깨져버린 시간에 사와무라가 멋쩍게 뒷목을 쓸었다. 

“하아.. 어째 오늘 부활은 그른 것 같네. 리시브 연습 조금 하고 돌아가자.” 

“오오스!” 

 널부러진 배구공이 다시 주워졌다. 야마구치가 체육관 의자 여럿에 눕혀졌다. 발간 얼굴에 츠키시마가 제 입술을 이마에 꾹 누르고는 금세 떼었다.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 

 “저기 츳키. 괜찮을까?” 

 야마구치의 더듬이가 살랑였다. 뾰족 튀어나온 츠키시마의 입술에 야마구치가 계속 시선을 두었다. 입술이 열였다. 

 “뭐 괜찮찮아. 네가 먼저 하자고 한 장난이였고.” 

 “아니.. 그건 그렇지만.. 너무 다 믿어주니까. 후폭풍이 조금 무섭달까..” 

야마구치의 손가락이 꼼지락 움직였다. 부산스런 시선이며 구겨진 더듬이에 츠키시마가 야마구치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야마구치의 고개가 들어올려졌다. 

“그러면. 그 장난을 진짜로 만들면 되잖아.” 

 달이 반짝였다.


카라스노 from Jt







 

까악!”


끼이익 고개가 돌아갔다. 나무 무늬 가득한 체육관에 검은 뭉치 하나가 사와무라를 졸졸 쫒아왔다.


까악?”


까마귀가 제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사와무라를 향해 탁탁 걸었다. 부원들의 시선이 까마귀를 따랐다.


까악!”


까마귀가 날개를 퍼덕였다. 사와무라의 몸에 날아오르자 사와무라가 얼결에 팔로 까마귀를 받아 안았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던 까마귀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


?”


.”


으아아아아아??!!!”


까아아아아악!!!”


저음비명이 활기차게 울리자 까마귀마저 빼액 소리를 질렀다. 체육관이 비명소리로 광광 울었다.


뭐무머뭐야?!! 뭔 일이야?!!”


무슨 일이에요?! 웬 비명이..!”


우카이코치와 타케다고문이 다급하게 뛰어와 체육관 문을 열었다. 사와무라의 품에 안긴 까마귀에 둘의 눈이 댕그랗게 변했다. 1, 2학년들이 우르르 우카이코치와 타케다고문에게 향했다. 뻐끔뻐끔 움직이는 입모양에 우카이코치와 타케다고문이 애써 침착을 머리에 새겼다. 그 사이 사와무라의 품에 있는 까마귀에게로 스가와라가 다가갔다.


, 얌전한데? 스가. 가까이 좀 더 와도 될 거 같아.”


아 정말? 아예 옆으로 가볼게.”


스가와라가 느릿한 걸음으로 사와무라의 가까이로 다가섰다. 아즈마네가 초조한 듯 떨리는 눈으로 사와무라의 품에 안긴 까마귀를 쳐다보았다. 스가와라가 까마귀의 가까이에 다가섰다. 체육관의 시선이 몰렸다.


손 올려도 괜찮을까?”


.. 글쎄? 일단 내가 안고 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스가와라가 턱에 손을 대어 짧은 고민을 하더니 눈을 반짝이며 손을 가져갔다. 까마귀의 턱에 스가와라의 손가락이 닿았다. 그 상태로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얌전한 까마귀의 상태에 스가와라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턱을 간질이는 손가락에 까마귀가 제 고개를 사와무라의 품에 부볐다.


. 귀엽다.”


그러게. 귀엽다. 우리 학교 주변이나 근방에 까마귀가 사람 손을 탔을 리가 없는데 말야.”


그러네. 어쩌다가 온거지? 아 이거 그거 때문에 아냐?”


사와무라가 고개를 돌렸다. 얼굴 가득한 물음표에 스가와라가 배실배실 웃었다. 그 사이 체육관 문 앞에 몰려있던 이들이 조심조심 사와무라의 곁으로 다가갔다.


다이치는 흔하게 카라스노 아빠라고 불리잖아? 그래서 그걸 이 녀석도 알아서 다이치를 따라온거지! 봐봐 지금도 다이치 품에서 얌전히 있고 머리도 부비고 있잖아. 아사히. 뭐 그렇게 무서워 하는거야, 정말. 소심쟁이.”


. 그건 좀 넘겨짚는 거 아니야? 아사히. 그렇게 소심하게 손가락만 꿈질거리고 있으면 뭐해. 한 번 만져봐.”


노야나 타나카도 만져 봤던데. 안 만져 볼 거야?”


아사히선배! 깃털! 완전 부드러워요!!”


츳키! 츳키도 만져봐봐! 부드러워!”


어이어이 카게야마아. 혹시 너 또 까마귀가 거부할 까봐 못 만지고 있는거야아? 으응?”


히나타가 히죽히죽 웃으며 카게야마 근처를 맴돌았다. 아사히가 까마귀를 만지다가 카게야마에게 시선을 돌렸다. 문득 체육관 내 모든 이들의 시선이 카게야마를 향했다. 잔뜩 긴장한 모양새에 모두의 얼굴에 웃음기가 서렸다.


까악?”


까마귀가 사와무라의 품에서 날개짓을 했다. 여럿이 만지니 꽤나 불편했는지 다시 이리저리 자세를 잡더니 푸욱 눌러앉았다. 까마귀의 눈이 카게야마를 향했다. 카게야마가 반발자국 물러서고 말았다.


카게야마느은 고양이나 강아지도 도망가고 새도 도망가나요오.”


히죽 웃어버리는 히나타에 카게야마가 울컥 소리를 지르려다 까마귀를 보고 애써 눌렀다. 한반자국씩 다가가던 카게야마가 후욱 손을 뻗었다. 스가와라의 손이 카게야마의 손목을 잡고 타나카가 카게야마의 어깨를 짚었다. 카게야마가 얼떨떨한 얼굴로 둘을 번갈아 보았다.


선배?”


스가선배!”


스가와라가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사와무라가 둥기둥기 까마귀를 진정시켰다.


자아 카게야마 천천히 조심스럽게 손을 뻗는거야. 놀라지 않게 손바닥 보이고.”


카게야마가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까마귀에 닿자 카게야마의 얼굴이 기쁨으로 물들며 발갛게 볼까지 물들었다. 까마귀가 조심 쓴다는 듯 머리를 부벼주었다. 돌이 되어버린 카게야마의 모습에 사와무라가 비식비식 웃었다. 까마귀가 흔들리는 몸체에 발딱 일어섰다.


어라. 왠지 슬슬 갈 거 같은 느낌인걸.”


그러네. 아쉽다.”


까마귀가 폴짝 사와무라의 품에서 뛰어내렸다. 빵빵한 궁뎅이를 씰룩거리며 까마귀가 종종 걸어 체육관 문을 향했다. 졸졸 까마귀의 뒤를 쫒던 부원들이 날아가는 까마귀의 뒷모습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까마귀가 날았다.


, 까마귀 날아갔다.”

다이스가 from Jt

 







단단한 사와무라의 몸에는 이질적인 꽃 하나가 피어있다. 꽃은 다채로운 색으로 흐드러졌으나 그 것은 스가와라에게만 보였다. 스가와라 코우시는 사와무라 다이치가 내보이는 감정이 간지러웠다.


.. 다이치.. 다이치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아아아 정말 왜 나한테만 꽃이 보이는거야... 부끄러워..”


스가와라가 볼을 부풀렸지만 불그스름한 귀나 볼이 도드라졌다. 사와무라의 든든한 등이 스가와라의 눈에 들어왔다. 심장께에 보이는 꽃인지라 등을 보고있으면 보이지 않았으나 스가와라의 눈에는 붉은 꽃이 선연했다.


.. 진짜. 다이치 반칙이야. 반칙. 웃어주면 붉은색. 다른 이에게 웃어주면 녹색. 부원들에게 잘해주면 노랑색과 녹색. 그 뿐인가. 그냥 나랑 같이만 있어도 분홍색. 다이치 심술쟁이.”


스가와라가 결국 잔뜩 붉어진 얼굴을 숨기려 엎드리고 말았다. 잿빛 머리카락 사이로 붉은 귀가 도드라졌다.

하늘이 어두워졌다. 와글와글 배구부원들이 우르르 길을 걸어 내려왔다. 검은색 가득한 곳에서 노란 꽃이 피어났다. 스가와라가 사와무라의 눈치를 조금씩 보며 부원들을 챙겼다. 사와무라의 시선이 스가와라를 쫒았다. 말랑말랑한 만두가 저마다의 입으로 들어갔다. 씨익 웃어보이는 입들이 종종 사라져갔다. 분홍색 꽃이 사와무라의 몸에서 불거졌다. 스가와라가 힐끗 사와무라의 꽃을 훔쳐보았다. 흘끗거리는 시선에 사와무라가 개구지게 웃으며 스가와라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었다. 스가와라가 움틀 놀라 한발자국 멀어섰다. 꽃이 붉게 물들었다.


스가. 왜 그렇게 쳐다보는거야?”


, 그게. .. 저기 다이치.”


.”


사와무라가 생그라니 웃었다. 스가와라의 얼굴이 개구지게 변했다.


다이치. 나 좋아해? 나는 다이치 많이 좋아해.”


배시시 웃어보이자 사와무라가 웃어보였다. 매끄러운 웃음이 보이자 스가와라가 눈을 꽃으로 돌렸다. 한껏 붉게 물들던 꽃이 추욱 시들었다. 꽃이 애처로이 팔랑였다.


나도. 좋아해, 스가.”


배시시 웃는 얼굴이였으나 가득한 처연함이 도드라졌다. 불그스름하게 물든 볼이 기쁨을 나타내고 꽃이 빨갛게 흐드러졌다. 한껏 흐드러지는 꽃이 사와무라의 주변에서 달달한 향을 뿜어냈다. 스가와라의 볼이 붉어졌다.


-


밤이 찾아왔다. 연습은 길었고 감정은 깊었다. 일상에서 조금은 다름을 찾고 싶었다.


스가.”


사와무라가 스가와라를 불렀다. 꽃이 개화했다. 한 송이만이 피어있던 사와무라의 심장에서 여러 송이가 다발적으로 피어올랐다. 스가와라의 눈 앞이 붉은 꽃으로 흐드러졌다.


좋아해, 다이치.”


사와무라의 얼굴이 잔뜩 얼이 빠져있었다. 넋 나간 표정에 스가와라가 피식 웃고말았다. 살풋 튀어나온 웃음에 사와무라가 제 얼굴을 손으로 몇 번 부비더니 스가와라를 쳐다보았다. 사와무라의 얼굴이 잔뜩 긴장으로 가득했다. 사와무라의 손이 꾸욱 쥐어졌다가 바지춤에 문질렀다. 붉은 꽃이 피어올랐다.

좋아해. 스가.”


스가와라의 눈 앞에서 꽃이 흐드러졌다. 붉은 꽃, 분홍빛 꽃, 노란 꽃과 녹빛의 꽃까지 지금까지 사와무라가 느끼고 스가와라가 보았던 꽃들이 사와무라의 심장에서 튀어올라 피어났다. 그 사이에서 사와무라의 얼굴이 스가와라를 응시했다. 붉어진 얼굴은 설렘과 긴장, 기쁨을 담고 있었다. 온연히 느껴지는 감정과 흐드러지는 꽃들, 스가와라 자신이 자각해버린 감정이 섞여 얼굴로 피어올랐다. 붉어진 얼굴과 풀어진 미소가 띄워졌다. 조심스럽게 사와무라가 손을 내밀었다. 손을 마주 잡았다.


... , 잡았다. 스가.”


문득 사와무라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스가와라가 놀라 걸음을 옮겼다. 마주치려는 얼굴에 사와무라가 주저앉아 얼굴을 숨겨버렸다. 붉어진 귀가 잔뜩 나타났다.


저기, 다이치. 다이치 머리는 짧아서 귀랑 목덜미랑 다, 보여.”


스가와라의 얼굴마저 붉어지고 말았다. 애써 침착하게 누른 스가와라가 쪼그려 앉아 사와무라의 어깨를 건드렸다.


다이치?”


스가와라의 몸이 껴안아졌다. 사와무라와 스가와라의 몸이 길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같은 성별, 같은 학교, 같은 동아리. 평생 친구만 될 줄 알았으니까. 스가. 정말 좋아해. 정말.”


스가와라가 붉어진 얼굴을 사와무라의 어깨에 묻었다. 따스하게 느껴지는 목에 사와무라가 좀 더 강하게 껴안았다.


나도 좋아해, 다이치. 애인으로도 잘 부탁해.”


. 코우시.”


꽈악 팔에 힘이 들어갔. 귓가로 들려오는 이름은 자극이 강했다. 붉은 꽃이 어두운 밤에서 도드라지며 흩날렸다.

츠키야마 from Jt






츠키시마 케이에게는 특별한 꽃이 보인다. 초등학교 시절 야마구치를 구해주었던 시각 야마구치의 더듬이 주변에는 새싹이 파릇파릇하게 돋아나 있었다. 더듬이가 파닥거릴 때면 야마구치의 새싹도 같이 파닥였다. 새싹은 중학교 시절의 중반이 지나갈 때 쯤에는 줄기가 돋아나 더듬이만큼 자라있었다. 어느 순간에는 꽃봉오리가 망울지어져 있었다. 더듬이를 넘어서 망울진 꽃봉오리가 살랑거릴 때면 츠키시마는 제 자제심을 한껏 늘려야했다. 꽃봉오리는 무르익어갔고 중학교 3학년 여름. 개화했다.


야마구치의 더듬이가 삐죽 솟았다. 어깨까지 움틀 솟아올라 한껏 놀란 감정을 나타냈다. 츠키시마의 손이 야마구치의 옆구리를 훑고 있었다. 파르르 떠는 더듬이와 같이 한 송이의 꽃이 잔뜩 위를 향해 고개를 치켜들었다.


야마구치. 요즘 살 빠졌어? 옆구리가 매끈해.”


츠키시마가 흘끗 야마구치의 눈치를 살폈다. 불그스름한 귀며 파닥이는 더듬이와 꽃까지 츠키시마는 유쾌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이곳저곳으로 꽤나 불려갔다. 훤칠한 키나 미남형에 속하는 얼굴에 츠키시마는 여학우들의 흥미를 돋구었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여학우들에게 불려나갈 때 면 야마구치의 꽃은 며칠은 물을 얻지 못한 것처럼 흐물거리며 추욱 쳐져있었다. 의외로 잘 드러나지 않는 야마구치의 감정은 꽃을 통해서 도드라져 츠키시마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결국 나가지 못한 인터하이라 해도 그 여파는 츠키시마가 좀 더 불려나가게 만들었다. 츠키시마가 불려나가는 횟수가 많을수록 야마구치의 꽃은 시듬과 생기를 번갈아가며 파득거렸고 츠키시마는 그런 야마구치가 눈에 밟혔다. 츠키시마는 야마구치 타다시가 귀여워졌다.


야마구치 너 귀...”


, 츳키? 뭐라구 했, ?”


아니, 아무것도.”


츠키시마는 연신 야마구치의 옆구리나 배를 만지작거렸다. 야마구치의 귀와 볼이 붉어진 채 유지되었다. 배구부원들의 눈초리가 여간 곱지 않았다. 츠키시마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야마구치만이 눈치를 살살 보았다.


-


흐응..”


야마구치의 꽃이 파들파들 떨며 불안정했다. 츠키시마는 심기가 불편했다.


야마구치.”


, ! 츳키!”


화들짝 놀라는 야마구치의 모습에 츠키시마가 제 아미를 모았다. 야마구치가 지레 놀라 어깨를 움츠렸다.


고백 받아서 좋아?”


야마구치의 더듬이가 삐죽 솟구쳤다. 츠키시마의 한구석에서 심술이 나타났다. 꽃은 시무룩 쳐져있었다.


츠츠츳키?! , 봤어?”


하아.. 너하고 같은 반인데 네 책상에 놓여진 쪽지 하나 못 볼까봐?”


야마구치가 한껏 안절부절 못하자 츠키시마가 야마구치의 머리를 꾸욱 눌렀다. 고개가 돌려졌다.


부활 안가?”


부활동은 여전히 활기찼다. 배구를 좋아하는 이들은 언제나 활기찼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저녁을 마주쳤다. 익숙하게 만두를 손에 쥐고 뿔뿔히 흩어졌다. 츠키시마와 야마구치가 길을 천천히 걸어갔다. 야마구치가 눈치를 살폈다.


야마구치. 혹시 나 좋아해?”


야마구치의 꽃이 삐죽 솟았다. 꽃이 생기를 머금었다가 금세 시들었다.


, 저기, 츳키. 그게. , 미안!”


츠키시마가 걸음을 멈춰섰다. 야마구치가 고개를 들었다. 츠키시마의 얼굴이 찌푸려져 있었다.


그게 왜 미안한데.”


아니, 그게. 같은 성별이고, 나는 잘하는 것도 없고.. 츳키랑 안 맞으니까..”


그걸 왜 네가 정해.”


야마구치의 고개가 번뜩 올려졌다. 츠키시마의 눈에 야마구치의 꽃이 도드라졌다.


, ?”


내 감정은 생각 안 해? 너 안절부절하는 거 보면 신경 쓰이고 너 고백 받은 거 기분 나빠. 너 다른 애들한테 웃어주면 짜증나고 게속 너 생각나. 너 보면 만지고 싶고 그래. 그래서 내가 너랑 연애하자고 하면 싫어?”


야마구치가 고개를 숙였다. 츠키시마가 야마구치의 고개를 잡아 들어올렸다. 눈에 가득한 눈물에 츠키시마가 손가락으로 야마구치의 눈 아래를 문질렀다. 금세 손가락에 눈물이 묻어났다.


, . 츳키. 좋아해.”


야마구치가 훌쩍훌쩍 눈물을 쏟아냈다. 몽글몽글 쏟아지는 눈물에 츠키시마가 움칠 놀라 야마구치의 눈을 닦아냈다. 짧게 혀까지 찬 츠키시마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닦아냈다.


눈 붓는다.”


다정한 손길에 눈물을 슬슬 그쳐갔다. 꽃이 흐드러졌다.

우카타케 8/13 전력 60분 
주제: 음주 



 술병이 이리저리 흩어져 굴러다녔다. 불그스름한 취기며 공간 가득한 술내음이며 한바탕 술을 거하게 마셨다는 것을 나타냈다. 

 “에흐훼이 우카이쿠웅? 좀 더 들지아쿠 모하눈 거에여어. 어서 더 마셔여어. 쭉쭉.” 

“으어어 이브아 슨새.. 나는 이제 한게으억 슨생이 너므 강한그 아니야아? 딸꾹.” 

술잔이 부딪쳤다. 가득찬 술잔이 부딪치며 술을 흘렸다. 술은 계속 들어갔다. 말랑말랑하게 풀린 시선이 마주쳤다. 긴장감이 돌았다. 

 *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널부러진 술병이며 가득한 술냄새며 우카이가 앓는 소리를 내었다. 

 “으으.. 이게 무슨 일ㅇ... 잠.” 

우카이의 눈이 댕그랗게 커졌다. 복슬복슬한 곱슬머리가 우카이의 옆에서 잠자고 있었다. 이불 사이로 보이는 맨살에 우카이가 잔뜩 긴장한채 제 몸을 덮은 이불을 들췄다. 

 “......” 

따끔한 어깨죽지와 붉게 물든 쇄골, 벌거벗은 몸뚱이에 우카이가 제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옆으로 돌린 시선에는 붉은 키스마크가 타케다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 하. 하으. 우, 카이쿤.. 아.’ 

 ‘하아. 선, 생. 아. 흐읍.’ 

 어렴풋이 떠올라지는 기억에 우카이가 얼굴을 잔뜩 붉히면서 얼굴을 부볐다. 

‘좋, 아해. 선생. 좋아해.’ 

 ‘흣. 아. 아. 저도, 저도. 좋아해요. 읏.’ 

“아아아아아아... 술김에 고백하고 술김에 진도 나가고.. 이게 뭐야 대체. 진짜..” 

우카이가 슬쩍 타케다를 쳐다보았다. 피부색을 띄고있던 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우카이가 손가락으로 타케다의 귓가를 쓸어넘겼다. 움틀 놀란 타케다의 어깨가 우카이의 눈에 들어왔다. 

“이봐, 선생. 그냥 듣기만 해도 괜찮아. 원래는 계속 말하려고 했어. 선생이 눈에 밟히고 계속 선생만 생각나는 거야. 선생이 웃기만 해도 불 붙은 망아지새끼처럼 심장이 뛰고 미치겠는 거야. 부담주기 싫어서 최대한 숨겼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이렇게 해서 미안해. 분위기에 취해서 한거 같아서. 미안해.” 

“아니에요, 우카이군! 저 그래도 기뻤어요! 사실 술에 취했을 때는 흐릿하지만 그 당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우카이군이 절 좋아한다는 자체가 얼마나 좋았는데요! 우타이군! 좋아합니다! 교제해 주세요!” 

타케다가 발딱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단단하게 깃든 다짐에 우카이가 배시시 웃었다. 타케다의 얼굴이 붉어졌다. 

 “좋아해, 선생. 연애하자.” 

 활짝 둘의 얼굴에 미소가 피었다. 

 “아 잠시만 선생. 허리 괜찮아?” 

 “네? 괜차.. 으악?!” 

 “선생!!” 

 우카이와 타케다는 연애를 시작했다.


다이스가 8/13 전력 60분 

주제: 장미꽃 

 전력시간을 놓쳐서 짧아요..ㅎ... 



 장미꽃의 꽃말 

 빨간 장미꽃 봉우리 : 순수한 사랑, 사랑의 고백 
빨간 장미꽃 : 열렬한 사랑 
핑크 장미꽃 : 사랑의 맹세 
파란 장미꽃 : 기적 
·
· 
· 
들장미 : 행복한 사랑 컴퓨터 화면이 밝았다. 

 * 

 사와무라가 핸드폰을 꾸욱 쥐었다. 꽃말은 다채로웠고 사와무라가 원하는 꽃말은 낮부끄럽기도 했다. 꽃 사진이 문자에 들어갔다. 애써 고민하고 기도하며 시계만 초조하게 쳐다보았다. 사와무라가 제 핸드폰 가득한 장미꽃 사진을 보며 얼굴을 붉혔다. 

 “알아챌 수 있으려나..” 

사와무라의 손가락이 핸드폰을 톡톡 건드렸다. 일정한 위치를 건드리던 손가락이 툭 비스듬하게 들어가자 핸드폰이 아슬아슬하게 흔들렸다. 당황한 얼굴로 핸드폰을 쥐었고 핸드폰 화면은 메일 전송을 완료했다고 반짝였다. 

“아.. 아.. 자자자잠깐..!” 

망연자실한 사와무라의 얼굴이 쿠웅하고 책상에 부딪쳤다.
 
“나는 바보야...” 

 우중충하게 흔들렸다. 지잉 사와무라가 핸드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메일이 왔다고 핸드폰은 반짝였다. 

 “아아아아... 차였구나..” 

 사와무라의 이마가 콩콩 책상을 향해 부딪쳤다. 쿵쿵 부딪칠 때마다 이마가 살금살금 붉어졌다. 단단한 손이 핸드폰을 쥐었다. 

 “아.” 

 들장미가 흐드러졌다.






오이이와 8/12 전력 60분 

주제: FHQ









마왕성은 의외로 적막했다. 어두운 하늘은 구름마저도 검었다.


"안녕 이와쨩?"


높은 의자에서 오이카와의 말소리가 울렸다. 이와이즈미가 눈을 깜빡였다.


"안녕 못하다, 이 멍청카와."


이와이즈미의 비죽이는 말에 오이카와가 과장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커다란 동작이 움틀거렸다.


"에이이 이와쨩 너무해! 어떻게 오랜만에 보는 소꿉친구에게 그런 차가운 말을 할 수 있어! 이 오이카와씨 울거라구!"


이와이즈미가 귀를 긁적였다. 늘어지게 하품까지 하자 오이카와가 팔다리를 동당거렸다.


"아아아아 정마아아알!! 이와쨩 무드없어! 그냥 오랜만이야 하고 나한테 와주면 안됐던 거야? 응?"


"하? 당연하잖아. 이 바보 멍청이 오이카와."


오이카와의 몸이 단번에 이와이즈미의 앞으로 다가왔다. 오이카와의 눈이 이와이즈미와 마주쳤다.


"이와쨩. 혼자 내 앞에 왔으면서 뭐가 그렇게 당당한거야? 나를 놓고 떠났잖아."


꾸욱 다물어진 이와이즈미의 입으로 오이카와의 손이 닿았다. 엄지 손가락이 다물어진 입 안으로 들어갔다. 이와이즈미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손가락이 이와이즈미의 입 안을 가로질렀다. 이와이즈미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오이카와가 손을 떼자 이와이즈미의 입술은 금새 다물어졌다. 오이카와의 눈이 얄상하게 휘고 입술이 닿았다. 쪽 소리와 함께 떨어지자 이와이즈미의 입술이 툭 튀어나왔다. 오이카와의 입에서 푸슬푸슬 웃음이 튀어나왔다. 손을 마주잡았다.


"있지 이와쨩. 이와쨩이랑 같이 온 애들 있잖아. 지금쯤이면 아마 우리쪽이랑 잘 놀고 있을거야."


둘의 동체가 갑작스레 나타난 의자에 의지했다. 동그란 수정구슬이 둥실둥실 둘을 향해 다가왔다.


"짜짠! 일단 첫번째로 떨어진 금발 마법사를 봐볼까?"


"... 마음대로 해."


"헤에 이와쨩이 그렇다고 한다면야! 앗, 쿠로쨩이랑 이야기하고 있네?"


수정구슬 안은 검은 공간에서 작은 불빛이 반짝이고 있엇다.


'쿠로.'


이가 드러나도록 웃었다.


'켄마. 여기까지 와줄 줄은 몰랐는데 말야.'


"아아 뭐야. 재미없어.. 그러면 다음은 누구더라 주황꼬마랑 토비오쨩이였지, 아마."


수정구슬이 꾸물꾸물 검은색으로 덮여가며 장소를 나타내었다.


"어이 오이카와."


오이카와의 고개가 이와이즈미에게로 돌려졌다. 무감각한 눈동자에 이와이즈미가 들어차자 생기가 돌았다. 이와이즈미가 제 얼굴을 부볐다.


"어라. 이와쨩 왜 그래? 이거 보기 싫어? 그러면 다른거 볼까? 아니면 시미즈쨩이 데리고 다니는 귀여운 까마귀쨩들 데리고 와저 재롱이라도 부리라고 할까? 응? 이와쨩."


"그만하자. 오이카와."


오이카와의 얼굴에 정적이 돌았다. 생그러이 웃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이와이즈미를 쳐다보았다.


"무엇을?"


이와이즈미가 제 손에서 장갑을 벗겨냈다. 오이카와의 얼굴에 이와이즈미의 손이 닿았다.


"그만하자, 오이카와."


이와이즈미의 손이 오이카와의 볼을 잡고 눈 밑을 문질렀다.


"힘들잖아. 너."


오이카와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동공이 축소되었다.


"이 오이카와씨는 모르겠는걸 이와쨩. 내가 힘들다니? 마왕이라구 이와쨩. 나는. 나는 마왕이야, 이와쨩."


이와이즈미가 제 입술을 깨물었다. 양 손이 오이카와의 얼굴을 잡았다.


"그러니까 그만 두자고."


눈이 마주쳤다. 따스한 온기가 가득차고 믿음으로 선연한 눈에 오이카와가 잘게 몸을 떨었다.


"아니아니아니이와쨩오이카와씨는그런거모르겠고말야마왕이라구이와쨩지금까지모르고살던어린애새끼가갑자기마왕이되고자각해버렸단말야이걸누가해결해주지이와쨩은이와쨩은이와쨩은나는그런거몰라하지메마왕은마왕으로있어야해마왕이니까마왕이니까마왕으로있어야해마왕은어느것에도얽매여선안되마왕은집착하는게있어선안되집착하는걸숨겨야해숨겨야해숨겨야해하지메하지메하지메하지메하지메하지메하지..!"


이와이즈미의 박치기가 오이카와의 이마에 정통으로 박혔다. 오이카와의 눈에 초점이 잡혔다.


"이, 와쨩?"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를 끌어안았다.


"그만하자, 토오루. 더 이상 힘들어하지 말자. 그런거 무시해버리자."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를 마주 껴안았다.


"그래도 되? 나 하지메랑 같이 있고싶어. 어릴 때처럼 하지메랑 놀고 밥 먹고 하지메랑 이야기하고 평범한 녀석처럼 살고싶어."


정적이 감돌았다. 껴안은 팔에 힘이 들어갔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토오루. 검 뽑아."


"무슨 검?"


오이카와의 손이 이와이즈미의 뒷목을 쓸었다. 뒷목을 쓸던 손은 금새 얼굴로 넘어와 이곳저곳을 부볐다. 오이카와가 제 입술을 이와이즈미의 얼굴에 콩콩 찍었다.


"내가 가져온 검 있잖아."


"응."


버드키스가 이어졌다.


"가져왔어?"


"응. 둥둥 떠다니고 있어."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의 입술에 꾸욱 제 입을 눌렀다.


"찔러."


"찌른다."


검은 빨랐다. 날카롭게 벼려진 칼은 금새 육체를 꿰뚫었다. 피가 튀었다.


"또 보자, 하지메."


"잊어버리면 죽는다, 토오루자식아."


새빨간 피가 검은 피와 섞여 흘렀다. 성은 둘의 주변에서부터 밝아지기 시작했다.

얌굿 7/31 전력 60분 
주제: 바다 






 바다는 깊었다. 너는 바다와도 같아서 빠져나오고 싶어도 깊고 깊어 벗어날 수가 없었다. 




 “야마구치.” 
네가 나를 부를 때면 조곤조곤하게 울리며 파동이 되어 찾아왔다. 직선으로 뻗는 듯 하다가도 마무리 지어지며 네 입에서 나오면 그 자체로도 심장이 뛴다. 

“응, 츳키. 왜?” 

 은근히 찌푸려진 미간에 마음에 안드는게 있었나 싶었다.

 “츳키. 뭐 마음에 안 드는거야?” 

 슬쩍 올려다보자 그새 미간을 피고는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다. “아무것도.” 

“응!” 

발걸음 살그마니 맞춰 옆을 따라가고 헤드셋을 낀 모습에 보이지 않을거라 생각해 쳐다보는.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쿠웅 뛰니 이건 바다에 가라앉아 숨을 쉬는 물고기와도 같다. 아가미를 뻐끔이며 산소를 챙기는 숨을 쉬었다. 너라는 바다에 빠져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 

 야마구치 타다시. 앞으로 나아갔다가 마무리 지어지는 이름을 내뱉을 때면 네가 밀려왔다. 바다에 밀물과 썰물이 있듯이 네 이름은 바다다. 시선을 느끼면 네 얼굴은 온통 나로 가득해 그 모습이 만족스러웠다. 바다에 사는 물고기처럼 나를 물로 삼아 산소를 챙겨가는 모습은 내 속에 있는 집착을 일으켰다. 너는 인기가 많다. 너는 모르겠지만 여자아이들은 다정한 너를 좋아했다. 그런 모습이 보기 싫어 괜히 눈을 흘기고 너를 챙기기도 했다. 너는 그도 모르고 좋다고 쫄래쫄래 다가와 웃었다. 나를 보며 산소를 챙기는 건 얼마나 모순적인지. 나에게 너는 바다다. 나는 너를 보며 하루하루 바다로 가라앉는다.

 * 

가끔 바닷물이 푸르게 펼쳐진다. 옆에는 네가 있고 주변에는 똑같은 풍경들이지만 모든 곳은 바닷물로 가득해 푸르게 반짝이며 산소방울이 뽀글였다. 그럴 때 네가 배구를 하면 네 주변에서 심해화산이 부글거렸다. 너는 기껏 숨겼지만 열정적이다. 네가 다정하다고 말을 하면 히나타나 카게야마는 물론 선배들까지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카게야마나 히나타는 얼굴을 찌푸리지만. 너는 상냥하고 다정하지만 의외로 꼬인 부분이 있었다. 그 모습마저도 바다와 같아서 나는 너에게 꼬르륵 잠겨들었다. 심해로 심해로 가라앉았다. 바닷물이 범람했다. 푸른 바닷물은 위를 가득 채우고 내가 서있는 곳은 어둡게 가라앉았다. 심해에 서있었다. 돌아가는 길은 네 옆에서 산소를 챙겼다. 헤드셋은 여전히 너를 둘러쌌다.

 “좋아해.” 

 너는 조용했다.

 “좋아해, 츳키.”

 바닷물은 잔잔했다. 

 “좋아해. 츳, 케이.” 

바닷물이 일렁였다. 심해는 고요했다. 문득 화산이 부글거리는 게 보였다. 

“야마구치.” 

 “어, 응. 츳키.” 

 심해로 가라앉았다. 

 “이거 음악 안 켰어.” 

 헤드셋이 머리로 쑥 들어왔다. 조용한 헤드셋에 머리가 비어졌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입이 뻐끔거리는게 느껴졌다. 츳키의 손이 볼에 닿았다. 

 “다시 말해봐.” 

 눈이 마주쳤다. 심해가 밝아졌다. 수면이 가까워졌다.

 “아.. 좋아해..?”

 “물음표말고.” 

 손을 잡았다. 

 “저기, 츳키. 나는 츳키ㄱ,” 
“좋아해 야마구치. 네가 곁에 있으면 좋아. 없으면 허전하고 어색하고 네가 누군가에서 웃어주면 배알이 꼴려. 좋아해.” 

수면 위는 밝았다. 바다는 의외로 얕았다.

 야마구치는 바다다. 나는 바다를 잡아챘다. 내 안에 있는 집착이 초록색 안광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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