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와 5/5 전력 60분
주제: 연예인
적당히 그을린, 뽀얀 얼굴에 피가 튀었다. 축소된 동공에 초점이 없어 유리알처럼 반사했다. 동공 가득 너덜너덜한 이의 모습이 반사됐다. 피 투성이의 손이 바짓단을 잡아챘다. 얼핏 움직인 눈썹이 감정을 나타냈다.
“사, 살려.. 살려주.. 커헉!”
구둣발이 배를 후려쳤다. 입에서 튀어나온 피거품이 바짓단으로 스며들었다. 바짓단에 시선이 옮겨졌다.
“아 진짜.. 곱게 좀 가지.”
느릿한 말에 붉게 부푼 눈덩이가 치켜떠졌다. 흉흉한 눈빛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왜? 어떻게 하려고? 내가 짜증나? 근데? 어쩔건데?”
휘어지는 입꼬리에 피투성이인 손가락이 꾸욱 쥐어졌다.
“크윽!”
주먹 쥔 손이 구둣발에 짓밟혔다. 좌우로 비벼지는 고통에 절로 이갈리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헤에? 이갈리는 소리네? 이를 갈 정도로 아파? 어디가 아파? 나한테 살해당할 몸? 아니면 이렇게까지 너덜너덜해진 몸을 보는 네 정신? 어디가 아파? 그리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비죽 올라가는 입꼬리에 가지런한 치아가 드러났다. 입술이 움직였다.
“이제 재미없다. 그만하자.”
“너, 이. 씨발.. 벼락 맞아 뒤질 새끼..”
식칼이 순간적으로 들어가 내부를 헤집었다. 난도질 당한 발목에서 피가 움틀하고 얼핏 방울졌다.
“컷!”
미동없던 시체가 일어섰다.
“오이카와씨, 수고하셨어요.”
“앗, 네. 미츠와씨도 수고하셨어요. 손 많이 아프세요?”
“아하핫. 괜찮아요. 영상확인하러 가요.”
순한 미소가 피어오르며 훈훈한 대화가 오갔다. 발걸음이 카메라로 향했다.
“아, 오이카와씨. 캐릭터 해석에 조금 더 뭔가. 더 또라이? 같은, 그런게 드러났으면 좋겠어. 시로야마라는 캐릭터는 철저하게 양면을 구분하면서도 그 양면에서 극과 극을 가는. 어떤 의미인지 알 거 같아?”
“음.. 감독님 말씀은 시로야마라는 캐릭터를 표현할 때 극과 극을 좀 더 벼랑 끝에 몰린 것처럼 표현하라는 거죠?”
“거의 그렇게 볼 수 있는 거 같은데.. 오이카와씨가 시로야마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좀 더 고민을 해줬으면 좋겠어. 지금까지도 좋아. 그런데 좀 더 미친? 그런 느낌을 줬으면 해서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아 미츠와씨는 좀 더 절박하게 살려달라고 했으면 좋겠어. 절박함이 부족한 느낌이 들어.”
“네!”
카메라에 옹기종기 모인 이들이 영상을 확인하며 말을 나눠가졌다.
-
하얀 대학건물에서 학생들이 오갔다. 연갈색 머리카락이 훤칠한 키 끝자락에서 뭉텅이로 흔들렸다.
“어이! 시로야마!”
고개가 돌아갔다. 건장한 팔이 목을 지나 어깨로 올라 어깨동무를 시전했다.
“아아, 오랜만. 시라무.”
“뭐가 오랜만이냐! 어제 안보고 그제 봤으니 이틀이다 야. 헉 너 혹시 교양 과제 했냐?”
샐쭉한 눈이 만들어졌다.
“호오 안했나봐? 그런데 이걸 어쩌나. 도와줄 생각은 없는데에.”
“헉! 시, 시로야마아. 참고한 책이라도!!”
“나는 모르는 일이네, 시라무.”
어색한 웃음이 가득 시라무를 맴돌았다. 시로야마가 장난 가득하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실눈이 차가웠다.
“아, 요즘 알바는 잘 되어 가냐?”
“알바는 뭐 언제나 똑같지.”
“역시 그런건가..”
어꺄동무를 풀고 제 팔짱을 낀 시라무를 시로야마는 그저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알바를 옮겨야 할 거 같단 말이야. 너 알바하는데 괜찮냐?”
시로야마의 얼굴이 미소를 머금었다. 눈이 보이지 않았다.
“아아, 괜찮고 말고. 같이 할래?”
“그럼 나야 좋지! 언제부터 갈까?!”
“그건. 조금 후에 알려줄께.”
“좋아! 가자!”
활기찬 분의기가 시라무의 주변을 감돌았다. 비린 쇠냄새가 흘러지나쳤다.
“컷!”
오이카와가 하타오와 함께 카메라로 향했다. 하타오의 손이 바지춤을 연신 문질렀다.
*
철커덕
문이 열였다.
“이와쨔아앙.”
길쭉한 몸이 흐늘흐늘 움직였다. 부엌에서 이와이즈미가 나타났다.
“뭐냐, 오이카와. 와서 밥 먹어라.”
오이카와가 입술을 비죽였다.
“에에 이와쨩 사랑이 식었어어.”
이와이즈미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이와이즈미의 입이 삐죽 움직였다.
“이 시간에 밥 차려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여겨라, 멍청카와.”
오이카와가 입을 옆으로 돌리며 움직였다.
“체에에에”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를 껴안았다. 이와이즈미의 어깨에 오이카와의 턱이 올라앉았다.
“이와쨩. 이와쨩.”
오이카와가 얼굴을 이와이즈미와 마주보았다. 이와이즈미가 순간 눈썹을 찌푸렸다.
“이와쨩. 앞치마 입은 김에 그거 해주면 안돼? 그거.”
“그거?”
오이카와의 얼굴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이와이즈미의 얼굴 가득 의아함이 올라섰다. 오이카와가 해사하게 웃었다.
“응. 그거! 밥? 목욕? 아니면 나? 말이야! 이거!”
오이카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와이즈미의 얼굴이 굽어들어갔다. 오이카와가 생글생글 웃으며 입을 조잘거리다가 이와이즈미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목에 생생히 닿는 숨결에 이와이즈미의 얼굴이 점점 초연함으로 물들어갔다. 응? 응? 하며 물어보는 오이카와의 숨결이 목을 간질였다. 순간 숨이 깊게 들이마셔졌다. 이와이즈미의 귀에 오이카와의 입이 닿았다.
“물론 이와쨩이 그런 말 안해도 이와쨩은 내 애인이니까 허락만 해주면 되는데. 나는 이와쨩 허락 없인 아무것도 안하니까. 그렇지. 이와쨩.”
오이카와의 얼굴이 가라앉았다. 유리구슬같이 초점 없는 눈 가득 집착이 서려 귀화를 피워냈다. 오이카와의 시야에 살짝 소름이 돋아난 이와이즈미의 목이 들어왔다. 이와이즈미의 손이 천천히 오이카와의 등을 토닥였다. 잔잔한 토닥임이 이와이즈미의 심장소리와 겹치고 오이카와의 심장소리와 겹쳐졌다.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의 목을 깨물었다. 깨문 이빨 자국 위로 오이카와가 입을 맞췄다.
“이와쨩. 사랑해. 이와쨩. 하지메. 하지메. 내, 나만의 하지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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