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이와 4/1 전력 60분
주제: 거짓말










“이와쨩”

오이카와 토오루는 알 수 없었다.

“이와쨩. 이와쨩. 이와이즈미. 하지메.”

길다란 속눈썹이 팔랑였다. 알록달록한 배구공이 오이카와의 손에서 움직였다.

“오이카와 토오루. 이와이즈미 하지메.”

긴 속눈썹이 내려까지며 그늘을 만들었다.

“오이카와 토오루와 이와이즈미 하지메. 두명.”

*

“이와이즈미. 오이카와랑 싸웠어?”

하나마키의 손이 이와이즈미의 어깨를 건드렸다. 이와이즈미의 얼굴이 하나마키와 마주쳤다.

“이, 이와이즈미?”

험상궂게 일그러진 이와이즈미의 얼굴이 하나마키의 두 눈 가득 채워졌다.

으득

“나도. 모른다. 저런. 멍청카와따위.”

이와이즈미의 얼굴이 다시 배구공으로 향했다. 오이카와의 시선이 이와이즈미를 향했다. 시선의 끝에는 이와이즈미가 존재했다.

“뭔 일이려나.”

“아아, 뭔 일이겠어. 사랑싸움이겠지.”

하나마키가 눈썹을 찌푸리며 얼굴을 돌렸다. 마츠카와의 옆모습이 하나마키의 눈에 들어왔다.

“쟤네 사귀는 사이 아니잖아?”

마츠카와 얼굴이 늘어졌다.

“아아 그러니까. 사귀는 사이가 아니니까 사랑싸움인거지.”

하나마키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배구공이 천장을 향해 튀어올랐다. 체육관 조명 하나가 가려졌다.

*

“이와쨩.”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이와쨩.”

걸음이 점점 겹쳐졌다.

“이와이즈미.”

일정한 거리가 유지됐다.

“이와이즈미 하지메.”

늘어진 그림자가 반절쯤 겹쳐졌다.

“하,지메.”

걸음이 멈췄다.

“하지메, 쨩.”

멈췄다.

“하, 지메.. 쨩.”

움직였다.

“쿠소카와!!!”

이와이즈미 하지메와 오이카와 토오루의 그림자가 겹쳐졌다. 이와이즈미의 그림자가 오이카와의 그림자를 억압했다.

“이 쿠소카와!! 대체 뭐때문에 이렇게 어리바리해!! 뭘 원하길래 이렇게 우물쭈물거리고 있어! 정신차려!! 대체 뭐하고 있는거야! 할 말 있으면 지껄이라고! 지금까지 잘도 그래왔잖아! 잘도! 옆에 붙어서 지껄이더니! 지난 며칠 간 무슨 짓거리인데?! 뭐 때문에 그렇게 초조하고! 거짓말하고! 숨어있던 건데!”

이와이즈미의 손이 오이카와의 멱살을 잡았다. 올곧게 빛나는 검은 눈동자가 오이카와를 응시했다. 무표정한 오이카와의 얼굴이 점점 풀리기 시작했다.

“오이카와 토오루. 말 안하냐.”

오이카와의 얼굴이 이그러졌다. 단단한 이와이즈미의 얼굴이 곧았다.

“토오루.”

“이, 와쨔앙..”

햇빛이 사라졌다.

“이와쨔앙..!”

감정이 울컥울컥 솟아났다.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를 껴안았다.

“하지메쨔앙.. 흐으 내가.. 진짜.. 어떻게.. 어떻게..!”

“민폐되니까 조용히 울어.”

오이카와 토오루는 이와이즈미 하지메에게 숨길 수 없었다.

*

침대에 길쭉한 장신 둘이 어거지로 붙어 있다. 은은한 스탠드 불빛이 음영을 만들어냈다.

“하지메쨩.”

“뭐냐.”

오이카와의 손이 이와이즈미의 손을 강하게 잡았다.

“있잖아. 어떻게 알았어?”

“뭘?”

오이카와가 제 입술을 깨물었다.

“이래뵈도 하지메쨩 피해다니면서 멀쩡히 다니려고 노력했다고? 근데 아까 그래잖아. 뭘 숨기고 거짓말하냐고. 이 오이카와씨는 잘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이와이즈미가 제 손에 악력을 더했다.

“아아아!! 하지메쨩?! 하지메쨩!! 아파!! 아파!!”

“그러니까다 바보토오루. 너하고 얼마나 오래 지냈는데 겨우 그런 걸로 못 알아 볼거라고 생각한거냐. 그래서 네가 애들한테 그런 취급을 받는거야.”

“에엑. 하지메쨩 이 오이카와씨한테 너무하구?!”

이와이즈미가 몸을 일으켰다.

“됐고. 말해봐.”

오이카와가 제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오이카와 토오루.”

“하. 하. 이 오이카와씨는 몰라요.”

이와이즈미의 손이 오이카와의 머리 위로 위치를 바꾸었다.

“하지메쨩?”

오이카와의 머리카락이 살살 흐드러졌다. 나른하고 부드러운 공기가 핑크색을 띄며 왈츠를 추었다.

“하지메쨩 좋아해.”

오이카와의 손이 제 입을 가렸다. 이와이즈미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아니아니 하지메쨩 이게 아니 하지메쨩 방금 한 말은!!”

이와이즈미의 눈이 오이카와를 응시했다. 오이카와의 얼굴에 진중함이 서렸다.

“하지메쨩. 내가. 숨기고, 거짓말하고, 모른척 한건. 오이카와 토오루가 이와이즈미 하지메를 친구가 아니라 연애적인 감정으로 좋아하기 때문이야.”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의 손을 잡아들며 제 볼을 감싸쥐게 만들었다. 야릿한 오이카와의 눈이 이와이즈미를 핥았다. 이와이즈미의 손가락이 오이카와의 입 안으로 들어갔다. 질척한 소리가 이와이즈미의 얼굴을 따스하게 만들었다.

“하지메쨩. 좋아해. 좋아하고 사랑해. 하지메쨩.”

오이카와의 발간 혀가 나타나 입술을 핥았다. 이와이즈미의 얼굴이 붉다 못해 터질 것처럼 달아올랐다. 남아있는 이와이즈미의 한 손이 오이카와의 멱살을 잡아 당겼다. 입술이 맞부딫쳤다. 이와이즈미의 위로 오이카와가 올라섰다. 달큰한 향내가 풍겨왔다. 감긴 이와이즈미의 얼굴을 오이카와의 살띈 눈이 쳐다보았다. 곱게 휘는 눈동자 가득 집착이 절절했다.
오이카와 토오루는 잡아챘다.
이와이즈미 하지메는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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