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사와무라 다이치 생일 웹진 참여작 입니다.




※ 봄고 후 합숙이라는 미래 조작이 있습니다.

※ 미래에 대한 날조가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거리에 잔뜩 울려 퍼졌다. 크리스마스와 겹친 연말은 언제고 활기찼다. 휘황찬란한 작은 전구 불이 가게마다 빛을 발했다.


“어, 아니. 연말이니까 죽겠지. 뭐 그렇게 술을 들이붓는지 모르겠다니까.”


여러 감정 섞인 미소를 지으며 사와무라가 고개를 저었다. 뜨듯하게 열 내는 핸드폰을 고쳐 쥐며 말을 이었다.


“약속은 안 잊었으니까 걱정 마. 장소도 예약되어 있고 연락도 돌렸다.”


슬쩍 위를 올려본 사와무라가 잘게 웃었다.


“그래. 연말 회식날 보자.”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장갑 낀 양손을 비볐다. 겨울이었다.



*



텁텁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풀썩 침대 위로 쓰러지는 몸과 함께 베게에 얼굴을 부볐다. 베게에 턱을 괴고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날은 벌써 크리스마스를 지나 새해를 앞두고 있었다. 기지개를 피자 우두둑 소리가 나며 근육이 늘어졌다. 벌러덩 자세를 바꾸며 늘어지는 하품이 나왔다. 끔벅끔벅 눈꺼풀이 느려지고 서서히 잠이 들었다.


“아.. 씻어야, 하는데..”


시야가 어두워졌다.


-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앳되었다. 들리는 목소리는 익숙하기 그지없었다. 사와무라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려 노력했다.


“~~~! 다~~??”


“그~~!!! 설~~~!”


더욱 시끄러워지는 목소리에 눈이 기어이 떠졌다. 형광등이 산란되고 눈이 적응하기 위해 동공을 좁혔다. 눈을 깜빡일수록 빛이 익숙해지고 주변의 소란이 인식되기 시작했다.


“일어났다!!!”


“이, 이이이이 일어났어!!”


“어어어어 진짜 일어났어!!”


야단스런 목소리들이 익숙했다. 사와무라가 상체를 일으키고 목소리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앳되기 그지없는 얼굴들이 눈을 깜빡였다.


“하?”


사와무라가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보았다.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있는 미야기 현립 카라스노 고등학교 배구부 부원들이 여전히 존재했다. 얼굴이 시퍼렇게 뜬 아즈마네와 히나타를 필두로 호기심 만만한 니시노야와 타나카, 당황이 가득한 엔노시타와 나리타, 미간을 찌푸린 츠키시마와 그런 츠키시마를 보지 못하고 굳어버린 야마구치, 카게야마까지 고등학교 1,2,3학년의 앳된 얼굴이 있었다. 상황을 파악하며 머리를 굴리던 사와무라가 애석하게도 문이 강하게 열리며 키노시타와 스가와라가 나타났다. 그 뒤에는 우카이와 타케다가 숨을 몰아쉬었다. 야치와 시미즈마저 방 안을 보며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지, 금이. 몇 년도. 인가요.”


화들짝 놀란 듯 모두의 어깨가 위로 튀었다.


“목소리도 똑같아요..”


“진짜 다이치..?”


“뭔가 다른데.. 좀 더 농축?된..”


고개가 갸우뚱 휘어지는 면면을 보던 사와무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진짜인가..”


손을 내려보더니 스스로 뺨을 꼬집었다. 강한 통증에 어리벙벙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스가? 아사히? 시미즈?”


움찔 이름을 불린 스가와라와 아사히, 시미즈가 입을 다물었다.


“자, 잠깐만요! 혹시 자기소개 해줄 수 있나요, 사와무라군이라고 추정되는. 성인 분..?”


타케다가 한 발 앞서나왔다. 꿀꺽 침 삼키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여전하시네요, 타케다 선생님.”


사와무라가 헛헛하게 웃었다.


“사와무라 다이치입니다. 나이 29세, 10년 전이네요. 지금이면, 아니 건물이.. 봄고 후인가요. 그리고 음. 사와무라 다이치 맞습니다.”


알게모르게 조용해진 가운데 불쑥 니시노야의 얼굴이 튀어나왔다.


“다이치씨 맞습니까. 롤링!”


“썬더!”


개구지게 웃으며 니시노야의 말을 받아쳤다. 곧 니시노야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려 머리를 잔뜩 흐트렸다.


“이렇게 보니 진짜 너네 앳되네. 타케다 선생님도, 우카이 코치님도 앳되네요.”


뒷머리를 쓸어내리며 시선을 고정했다. 점차 분위기가 풀려갔다.


“10년 전의 나도 있는 건가요.”


“그, 게..”


시선이 분산되고 흐릿해졌다.


“혹시 방에만 있어야 할까요.”


담담하게 사와무라가 말을 이었다. 고민과 함께 말소리가 천천히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


체육관은 여전했다. 높은 천장은 체육관 특유의 길쭉한 전등이 빛났고, 땀냄새와 쿨링시트 냄새가 섞여있었다. 익숙한 면면들이 앳된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물음표가 잔뜩 주변으로 새어나갔다.


“어? 어? 어어어???”


“우악 뭐야!”


“사와무라가 늙었어!!!”


순식간에 시끄러워져 한 쪽으로 인원이 몰렸다. 시퍼런 얼굴 몇몇이 사람의 벽에서 얼굴이 튀어나왔다.


“하.. 하하... 사와무라 다이치 29세입니다. 잠깐동안 잘 부탁합니다.”


90도로 허리 숙이며 사와무라가 인사했다. 구석에 모여 관찰하던 이들이 인사를 보고는 주춤주춤 풀어져 가까워졌다.


“진짜 사와무라야?”


“오야오야 사와무라?”


“주장군이야?”


“어, 음.. 사와무라?”


입이 벌어져 뾰족하게 튀어나온 입술로 보쿠토가 기웃거렸다. 조금 창백한 얼굴의 오이카와가 사와무라의 주변을 살피고 능글맞은 척하며 쿠로오가 사와무라의 근처에 다가왔다. 한걸음씩 다가오던 모니와가 쿡 사와무라의 어깨를 찔렀다.


“헐 환상 아니야.”


사와무라가 모니와의 말을 듣고 쓰게 웃었다.


“모니와...”


순식간에 사람이 모여들었다. 허허롭게 웃던 사와무라가 눈을 개구지게 물들였다.


“그러고보니 내가 여기 이들하고 술자리를 하면서 들은 게 좀 많은데 말이야..?”


알게모르게 느껴지는 압박에 한걸음씩 뒷걸음질 쳤다.


“뭐야뭐야! 미래 이야기야?! 나나나! 나 역시 국가대표 선수지!”


보쿠토가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피고 가슴을 내밀었다. 아카아시가 아차 한 얼굴로 보쿠토를 바라보다가 걸음을 물렀다.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만.. 괜찮겠지요 뭐.”


곁에서 말을 듣고만 코미와 사루쿠이가 튀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 웃음이 비죽 튀어나왔다. 코즈메가 한걸음 더 물러서고 야쿠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카라스노는 당했나 본데.”


턱으로 가리킨 곳에는 니시노야와 타나카가 반열에 오른 표정으로 합장하고 있었다.


“술 취해서 말하는 것의 대부분은 흑역사라고 들은 적이 있는데.”


카이가 턱에 손가락을 대고 중얼거렸다.


“보쿠토 너 말이야? 들은 게 꽤 있긴 있지. 넥타이를 안 매고 학교 돌아다니다가 아카아시가 매어 줘서 간신히 선도부의 눈을 피했다던가? 대청소 하는 날 책상을 비워야 하는데 안 내용물이 안 나와서 힘을 줬더니 먹다 남은 빵은 상해 있고 여분 넥타이와 상한 음료ㅅ, ”


보쿠토가 눈이 댕그래져 사와무라에게 달려가 입을 막았다. 왁스로 인해 위로 솟구쳐 있던 머리카락이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사와무라! 나 또 무슨 이야기 했어..?”


추욱 쳐져 작게 소근거리는 말임에도 커다란 목소리가 체육관을 알게 모르게 채웠다. 웃는 얼굴이지만 묘하게 오싹한 느낌에 사와무라의 입을 막고 있던 보쿠토가 반걸음 물러섰다.


“상사가 짜증난다며 술을 먹고먹고먹고 또 먹더니 가다가 결국 구토해서 그 뒤처리를 내가 했다는 거? 술 취해서 가다가 보이는 판넬과 부딪쳐 무한한 사과를 하다가 갑자기 울면서 판넬을 껴안고 울다가 판넬을 부숴버린 거? 아니면 차였다며 위로주를 마신다고 했다가 술 먹으러 간 곳에서 그 당사자를 만나서 술에 쫄닥 젖어서 사람들 입소문감 만든 거? 아니면”


한명씩 눈을 마주쳐가며 말이 이어질수록 점점 더 시선을 피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아 그러고보니 햄스터를 너무 키우고 싶은데 핸들링을 하거나 방에 풀었을 때 자기가 실수로 죽이면 어떻게 하냐며 의기소침해서 술 먹다가 햄스터 5마리 입양한 것도 있네? 배구하자고 나가서 배구로 시간을 다 보냈더니 갑자기 온천에 가자고 해서 온천 하는 곳에 갔다가 사람들한테 치여서 온천은 하지도 못하고 돌아간 적도 있네?”


인물들이 잔뜩 쪼그라들었을 때 웃음소리가 튀어나왔다.


“진짜 나 10년 전이네.”


새롭다는 듯 웃다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 사와무라가 익숙하고 앳된 얼굴들을 바라보았다.


“10년을 미리 알 생각 말고 채워나갈 생각 해야지.”


곧 매끄러운 체육관 바닥을 밟으며 벤치를 향했다. 태연하고 자연스럽게 앉으며 입을 열었다.


“합숙하러 온 거면서 그러고 있으면 시간이 흐를 텐데? 배구 안 할 거야?”


1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게 똑 닮은 웃음에 점차 왁자지껄해졌다.


“다이치!”


“다이치씨!”


“일어나서 같이 배구해요!”


“배구!”


배구길만 걸어온 10대 청소년들이 눈을 반짝였다. 배구공이 체육관 천장, 전등을 가리며 올랐다.


-


“타나카! 니시노야!”


“카게야마! 히나타! 넘어져!”


어느덧 기울어진 해는 모습을 감추고 별이 뜨고 있었다. 씻고나와 물기로 젖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우당탕탕 뜀박질 했다.


“다이치씨!”


수건을 목 뒤로 걸치고 물을 마시던 사와무라가 고개를 돌렸다. 처음 눈을 뜬 카라스노 배구부의 숙소였다.


“아마 잠에 들면 돌아가 있겠지.”


놀라 달려오던 그대로 멈춰선 타나카, 니시노야, 카게야마와 히나타가 한걸음 뒤로 물렀다. 그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은 사와무라가 깔려진 이불 위로 덮는 이불들을 하나씩 올렸다.


“애초에 내가 지금 이 곳에 있는 것부터가 이상한 일이니까. 원래라면 오후쯤에 돌아갈 줄 알았는데 예상 외의 결과라서.”


덤덤히 말을 이으며 이불을 깔던 사와무라가 시원스레 웃으며 조르륵 서있는 네 명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10년 후에 10년의 기억을 가지고 보자.”


올망졸망 모여 있는 10년 전의 부원들을 보며 말의 마무리를 지었다.


“다이치 혹시 영업직 하는 거야? 말이 엄청 능수능란한데..?”


스가와라가 투덜이 듯 하는 말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다이치씨 완전 멋져요! 처음 여기서 봤을 때 정장 입고 있었잖아요!”


“직장인 포스!!”


“인, 인탈라 느낌!”


“인텔리 느낌이겠지.”


꽤 오랜 느낌에 사와무라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걸렸다. 만담에 시간은 빠르게만 흘러갔고 그와 같이 하품하는 이들이 늘어갔다.


“슬슬 잘까.”


불 끄는 스위치가 내려갔다. 어두운 방 안에서 멀리 있는 가로등 빛에 먼지가 떠다니는 것이 눈에 선했다. 점차 느리고 고른 숨소리로 바뀌어 가는 것을 느끼며 사와무라가 눈을 깜빡였다. 배구공을 리시브할 때에도 체육관 바닥을 디딜 때에도 그 어떤 순간에도 사와무라 다이치는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후각, 통각, 촉감 이 세 가지가 사와무라에게 실제로 다가왔다. 과거가 있기에 미래가 있는 것이 통상적이라면 이번 경험은 미래가 있기에 과거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할 지도 몰랐다. 몸은 진득한 운동에 피로감을 뱉어냈고 눈꺼풀은 무거워졌다.

29살의 사와무라 다이치는 눈을 감았다.

19살의 사와무라 다이치가 그 곳에 존재했다.



-



번쩍 눈이 떠졌다. 무난한 흰 벽지로 도배된 천장이 눈에 들었다. 진동으로 바뀐 핸드폰이 머리맡에서 울었다. 쉬지 않고 울어대는 핸드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큼, 크흠.”


잠긴 목을 풀어내며 사와무라가 몇 번 숨을 토했다. 핸드폰을 열자 라인 메시지가 깜빡이며 계속 이어지고 진동이 겹쳤다. 몇 번의 터치가 행해지고 라인 창이 열렸다.


“아, 생일이네.”


라인 창마다 간헐적으로 나오는 생일 축하 메시지가 사와무라의 눈동자에 반사되었다. 까먹고 있던 생일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봄고가 끝나고 있던 합숙의 빈 하루가 채워졌다. 환한 미소가 사와무라의 얼굴을 채웠다.






올해 다이치의 웹진↓ (모바일 호환)

http://captainday.er.ro/

16년 다이치 생일 합작 해피캡틴데이 참가했습니다

다이치 생일 축하해!! 내 최애가 되어줘서 고마워!!!!






소곤소곤 작은 말소리가 넓은 체육관을 타고 퍼져나갔다. 동글동글 모인 뒤통수들이 통통 튀었다. 파닥파닥 온 몸이 뛰었다. 휘청휘청 흔들리는 머리카락들이 부산스러웠다. 삐약삐약 새끼 까마귀들이 울었다.

 

그러면 그렇게 하는 ...”

 

거기서 뭐하는 거야?”

 

짧은 머리카락에 드러난 이마가 곧았다. 단정한 얼굴이 엄한 얼굴로 변화했다. 꽤나 무시무시한 얼굴에 후다닥 흩어졌다. 금세 연습에 열중하는 모습에 단정한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대체 뭐 때문에 모여 있던 건지.”

 

어슷하게 웃으며 와글와글 연습으로 가득한 가운데를 끼어들었다. 공 튕기는 소리가 말소리를 대신했다.

 

*

 

1학년의 경우

 

 

데굴데굴 폭신폭신한 이불 위로 몸을 굴렸다. 베게로 턱을 괴고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핸드폰 화면이 깜빡거렸다. 비쭉 머리카락이 솟았다. 팡팡 베게에 얼굴을 묻고 이불을 두드렸다.

 

[20xx1221]

 

히나타: 으옹아와와왓!!

츠키시마: 야마구치!

야마구치: , 츳키! ?

츠키시마: 뻔뻔한 얼굴!! 야마구치 하우스!!

야마구치: Σ( ̄□ ̄;) 안 갈래 (*0*)

카게야마: 츠키시마 쇼트케이크

츠키시마: 왕님 닥쳐

카게야마: (. ·ω·.)

히나타: 카게야마wwwwwwww 이모티콘 어디서 얻었어?

카게야마: [이모티콘 사이트 url] 야마구치가 줬어

츠키시마: 야마구치!!!

야마구치: 데헷페로 (데헷페로하는 사진)

츠키시마:

히나타: wwwwwwwwwww 야마구치wwwwwwww

카게야마: wwwwwwwwwwwwwwwwww

야치: , 이게 무슨wwwwwwwwwww 츠키시마군wwwwwwwww

[츠키시마 님이 나가셨습니다]

야마구치: 에엑wwwww 안돼 츳키wwwwwww

[야마구치 님이 츠키시마 님을 초대하셨습니다]

야마구치: 츳키이!! 우리는 스가선배가 맡겨주신 일을 해야하잖아!

[츠키시마 님이 들어오셨습니다]

츠키시마: (╬⓪) 어떻게 할 건지 말해봐

야마구치:

히나타:

카게야마:

야치:

야마구치: .. 그러니까 일단 서프라이즈라고 하셨으니까 (츳키 이모티콘 귀여워!! 그치만 조금 무섭구..)

히나타: 모르는 척을 계속 하다가 마지막에 축하해드리는 거로 했었지? (츠키시마 분노wwwwww 츠키시마도 이모티콘wwwww)

카게야마: 츠키시마 상태 (#゚Д゚)ノ┌┛Σ(´Д`)

야치: wwwwww , 시만wwwwwwwwwwwwww

히나타: wwwwwwww 카게야마wwwwwwwwwwwwww

야마구치: wwwwwwwwwwwwwwww 카게야마wwwwwwwww 앗 츳키! 츳키! 가면 안돼!!

츠키시마:

츠키시마: 진행된게 하나도 없잖아 꼬마는 잠을 자야 키가 클텐데? (비웃는 까마귀 스티커)

히나타: 그아아아아아 츠키시마아아아아 (팔짝 뛰는 까마귀 스티커)

츠키시마: 푸훗 (비웃는 까마귀 스티커)

야마구치: 츠으읏키이! 진짜로 하나도 진행 안된다구우!

야치: , 맞아! 며칠 안 남았어! 막 급하게 해야 할지도 몰라! (식은땀 흘리는 까마귀 스티커)

카게야마: 열흘 남았어

히나타: 서프라이즈니까 지금부터 준비해야지! 서프라이즈로 나츠 생일축하 해줄 때면 미리미리 준비했다구! (´∀`♡)

야마구치: 그러면 일단 선물을 먼저 정하는 게 좋을까? 서프라이즈는 선배님들이 모르는 척만 하고 평소와 같아도 된다고 하셨으니까?

츠키시마: 그나마 제일 무난하네. 애초 서프라이즈라는 거부터 모르는 척 하다가 선물 주는 거잖아? (¬_¬)

야치: 그러면 어떤 선물을 드려야 하는지 정하면 되겠지..? (。òó。)

히나타: 역시 배구용품 아닐까?!

카게야마: 배구용품

야마구치: wwwwwwwwwwww 둘이 짠거야?wwwwwwwwwww

츠키시마: 배구바보 (비웃는 까마귀 스티커)

야치: 안심안정의 배구사랑이라고 해야할까..?

히나타: (゜ロ゜)

카게야마: (о゚д゚о)

야마구치: wwwwwwwwwww 나 죽었어wwwwwwwww 선배님들께는 배구바보들의 습격이라고 말해줘wwwwwwww

츠키시마: wwwwwwwww 그런 거wwwww 믿어주실리가wwwww

야치: wwwwwwww 믿어주실지도 몰라wwwwww

야마구치: wwwwwww 잠시만wwwwww wwwwwww 다른 곳으로 새버렸어wwwwwwww 정말wwwww 선물 뭐로 드리지?wwwww

츠키시마: 평범하게 가지

야치: 평범... 여기 중에 평범한 생일선물이 뭔지 아시는 분 계시나요?

히나타:

카게야마:

야마구치:

츠키시마:

야치:

히나타: wwwwwwww 이게 무슨wwwwwwww

츠키시마: wwwww 그러면ww 각자wwwww 말해보기wwwwww

야마구치: 쇼트케이크

히나타: 무릎 보호대

츠키시마: 눅눅한 감자튀김

카게야마: 배구공

야치: 공책

야마구치: wwwww 이 무슨wwwww 카오스wwwwwww

츠키시마: 카오스wwwwwwwww

히나타: 내가 제일 정상적이야!wwwwwwww

카게야마: 보게 내가 정상적이거든!

야치: 죽어버렸습니다wwwwwwwwwww

 

*

 

2학년의 경우

 

 

[20xx1222]

 

노야: 생일선물은 뭐로 준비하고 있어?

: 그야 당연히 배구용품이다!!

치카라: 어째서 당연히가 들어가는 거야

히사시: 그거야 배구를 좋아하니까..?

카즈히토: 배구부니까..?

노야: 어째서 물음표가 들어가는 거야! 배구는 느낌표로 충분하다고!

: 노야..!

히사시: 언제나처럼 노야가 멋진 것에 대해서

카즈히토: 노야니까?

치카라: 대체

: 이런 타박을 주는 엔노시타 치카라께서는 무슨 선물을 준비하셨는지이? (히죽히죽 웃는 까마귀 스티커)

치카라: 기분 나빠 (찡그린 까마귀 스티커) .. 그냥저냥 평범한 거

노야: 치카라도 배구용품인 건가!

치카라: 대체 어째서 배구용품으로 이어지는 건지 모르겠거든.. (한숨 쉬는 까마귀 스티커)

노야: 그거야 당연히 배구가 일상이니까다! (두둥 얼굴이 강조된 까마귀 스티커)

: 노야 멋져!!!!

히사시: 노야 진짜 한결같아wwwwwww

카즈히토: 노야가 바뀌는 건 사실 예상가지도 않고wwwwwwwww

치카라: 뭐어... 그건 그렇지만ww

카즈히토: 그래서 정말 선물 뭐로 골랐어?wwww

치카라:

치카라: 잊은 거 아니였어?

히사시: 잊을 리가 없잖아?wwwwwwwww

카즈히토: 잊을 리가wwwwww

치카라: 쳇 뭐 별건 아냐

노야: 팔꿈치 보호대인건가! 치카라!

: 무릎 보호대인건가!

히사시: 손목 보호대인건가!

카즈히토: 스포츠용 압박테이프인건가!

치카라:

: wwwwwwwwwwwwwwwwwwwwwwwww

히사시: wwwwwwwwwwwwwwwwwwwwwwww

카즈히토: wwwwwwwwwwwwwwwwwwwww

노야: ! 모두 잘 맞는 걸?! 역시! ((o(★・ω・)(・ω・☆)o))

:

히사시:

카즈히토:

치카라:

: , 노노노노얏... 그 이모티콘은 대체..!!

노야: 아 이거? 쇼요랑 라인을 하다가 쇼요가 알려줬다! (*´∀`)

:

치카라:

카즈히토:

히사시:

치카라: 노야가 천연이라 괴롭다...

히사시: 노야아... (쓰러진 까마귀 스티커)

카즈히토: (쓰러진 까마귀 스티커)

: (쓰러진 까마귀 스티커)

노야: 뭐야 모두 왜 그러는 거야? 아직 선물도 못 정했다고? 무엇보다 내일 부활동이 있잖아!

 

*

 

3학년의 경우

 

 

[20xx1223]

 

스가: wwwww일이다wwwwwwwwww

아사히: 뭐뭐무머뭐야 스가???

시미즈: 스가 무슨 일 있어?

스가: wwwwwwwwwwwwwwwwwwwwwww

스가: wwwwwwwwwwwww살려줘wwwwwwwwwwwwwwwwww

시미즈: 말을 하지 않으면 살려줄 수 없어 스가

아사히: 응 말 해봐 스가

스가: 네거티브 수염 주제에 시미즈 따라하지마www

아사히: (좌절하는 까마귀 스티커)

스가: 우리 1, 2학년들 귀여워서 어쩌지

시미즈: 그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야 스가

아사히: 응 우리 1, 2학년들 무척 귀엽지

스가: 그 정도가 아니야..!

시미즈: 무슨 뜻이야?

아사히: 그게 무슨?

스가: [1학년들이 주고받은 Line 사진] [2학년들이 주고받은 Line 사진]

시미즈:

아사히:

스가:

스가: 우리 애들 너무 귀여워.. 우리 후배라서 너무 다행이야;ω;`)

시미즈: [1학년들이 주고받은 Line 사진 다른 날짜]

아사히:

스가:

스가: 시미즈 그거 어떻게 얻었어?

시미즈: 히토카쨩에게 받았어 우리 1학년들 귀여워

아사히: 나도 애들 Line 사진 받고싶어...

스가: 푸캬 m9 ^Д^)

시미즈: m9 ^Д^)

아사히: 시미즈?!

시미즈: (브이하는 까마귀 스티커)

스가: wwwwwwwwwwww wwwwwww 잠시만wwwwwwwww 어쩌다가 여기까지 온거야wwwwwwwwwwww

시미즈: 스가가 먼저 시작했어 애들이 귀엽다고 말해서 여기까지 왔는 걸 사진도 보여줘서 더 업 되었어 ζ( ̄~ ̄)η

스가: 이런wwwwwwwww 내 잘못 인거야?wwwwwwwwww

아사히: wwwwwwwww 분명wwwwwww 선물 이야기 아니였던가?wwwwwwww

스가: 좋아wwwwwww 본제로 돌아가자wwwwwwwwww 무슨 선물 준비했어?

시미즈: 배구부 사진첩

아사히: 배구화

스가: 위장약

아사히:

시미즈:

스가:

스가: 시미즈?wwwwwwwwwwwww 사진첩 뭐야wwwwwwwww 대단해wwwwwwwwwww 언제 찍은 거야?wwwwwwww

아사히: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않아?wwwwwwwwwwwwwww 스가wwwwwwww 위장약wwwwwwwwwwwwww

시미즈: (브이하는 까마귀 스티커) 그건 중요하지 않아 어차피 손 쓸 수 없는 후배 바보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스가: wwwwwwwwwwww 시미즈wwwwwww 단호해wwwwwww

아사히: 시미즈wwwwwwwwww 후배 바보wwwwwwwww 그건 스가가 좀 더 가깝지 않나?wwwwwwwwwwww

스가: 네거티브 수염 뭐라고? (두둥 무서운 얼굴의 까마귀 스티커)

아사히: (엎드린 까마귀 스티커)

시미즈: 물론 알고있어 하지만 사진첩에는 후배들만 있는 게 아닌 걸 그리고 숨겨놓은 선물도 있어

아사히: 숨겨놓은 선물?

스가: 숨겨놓은 선물이라니? 그게 뭐야?

시미즈: 그건 비밀

 

*

 

수고하셨슴다!”

 

방글방글 해가 눈을 휘었다. 후다닥 주황색, 검은색, 노란색, 검녹색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이리저리 빠르게 움직이며 사라졌다. 위로 뾰족 솟은 머리와 빡빡머리 두 개, 검은머리, 그리고 갈색에 가까운 노란 머리도 조금은 급한 걸음으로 체육관을 치우고 사라졌다. 생글생글 스가와라가 미소지었다. 우카이와 타케다가 키들키들 웃었다.

 

다이치! 뭘 그러고 있어! 씻고 수업 가자!”

 

스가와라가 사와무라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사와무라의 귀 끝이 붉게 물들었다. 아즈마네가 허허로운 표정으로 조심스레 걸었다. 시미즈가 야치의 어깨를 톡 건드렸다.

 

히토카쨩. 우리도 가자.”

 

, . !”

 

깜빡깜빡 속눈썹이 팔랑였다.

 

-

 

...? 아직 안 온건가? 스가는 타케다 선생님께 간다고 해서 먼저 왔는데... 히나타랑 카게야마도 아직 안 왔을 줄은 몰랏는데..”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어버렸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애들 오기 전에 청소나 해놓을까.”

 

사와무라가 긴 걸대를 챙겨나왔다. 슬슬슬 걸대가 움직였다.

 

헉 주장 완전 멋져요. 스가선배!”

 

주장..!!”

 

잠깐잠깐 푸흫흐 다이치한테 들리겠다. 조금만 조용히 하자, ?”

 

반짝반짝 히나타와 니시노야의 눈에 별이 한가득 들어왔다. 옹기종기 몸을 구겨 난간에 몸을 숨겼다. 쪼그려 앉은 모양새 뒤로 까마귀가 삐약삐약 울었다. 불편한 듯 푸욱 주저앉았다.

 

선생? 다리 아픈거야?”

 

키득키득 우카이가 타케다의 등을 받쳤다. 톡톡 옹골진 손가락이 우카이의 어깨를 건드렸다. 고개가 돌아갔다.

 

코치님. 초에 불 붙여야하는데 라이터 좀 빌려주세요..”

 

아즈마네가 다가왔다. 음영진 모습에 우카이와 타케다의 어깨가 움틀 솟았다. 스가와라의 손날이 아즈마네의 정수리에 떨어졌다.

 

네거티브 수염!”

 

스가아...”

 

추욱 아즈마네가 구석에 틀어박혔다. 케이크에는 어느새 불이 붙었다. 시미즈가 케이크를 스가와라의 품에 옮겼다. 스가와라의 눈이 동그랗게 떠지며 갸웃거렸다.

 

스가. 처음은 너에게 맡길게.”

 

으응? 내가? 같이 가는 하는 거 아니였어?”

 

갸우뚱한 얼굴에도 시미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 알았어.”

 

스가와라가 고깔모자를 머리에 썼다. 주변에 고개를 돌렸다.

 

다이치 생일 축하하러 가자!”

 

똑똑 고개를 좌우로 돌렸다. 사와무라가 볼을 긁었다.

 

어째.. 청소도 했는데 안 오네. 오늘 뭔 날인... .”

 

다이치! 생일 축하해!”

 

밝게 웃는 스가와라가 난간에서 나타났다. 좌우로 부원들과 우카이, 타케다까지 일어섰다.

 

생일 축하해()!! 다이치(주장)!!”

 

동글동글 사와무라의 얼굴에 웃음이 만면했다. 우르르 내려오는 부원들이 사와무라의 품을 향해 뛰었다. 사와무라의 품이 부원들로 가득 찼다. 스가와라가 제 고깔모자를 사와무라의 머리 위로 씌웠다.

 

생일 축하해, 다이치!”

 

귀가 붉었다.

 

고마워, 스가.”

 

부스럭부스럭 선물꾸러미가 나타났다. 사와무라의 품에 부원들이 아닌 선물로 가득 채워졌다. 커다란 풍선이 팡 터졌다.

 

*

 

주섬주섬 사와무라가 선물들을 풀었다. 악필도 단정한 필체도 편지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

 

앨범이 펼쳐졌다. 부원들의 얼굴이 가득한 앨범이었다. 키들키들 사와무라가 웃으며 앨범을 넘겼다. 작은 앨범이 나타났다.

 

시미즈...”

 

푸욱 사와무라가 얼굴을 가렸다. 드러난 귀와 뒷목이 붉었다. 앨범 가득 스가와라가 존재했다. 눈물점이 도드라졌다.

 

시미즈 언제 알아챈거야...”

 

사와무라가 애써 앨범을 옆으로 치웠다. 아직 남은 선물 꾸러미는 많았다. 한 개씩 풀었다. 위장약도 무릎보호대도 배구화도 스포츠용 압박테이프도 배구용품으로 선물이 가득 쌓였다. 사와무라가 부드럽게 웃었다. 생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 Bonus Track

 

[20xx1231]

 

혈액: 오야오야 생일이라는 소식을 들었는데 말이야

부엉이: 헤이헤이헤이!! 생일 축하해!!

이케맨: 주장쨩 생일이야? 기념으로 선물을 줘야겠네? (오이카와가 찡긋 웃고 있는 사진)

혈액:

부엉이:

다이치:

이케맨: 뭐야wwwww 왜이렇게 냉담해!! 이 오이카와씨가 기껏 잘생긴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구! (●゚´Д`゚●)ノ゚

다이치: 필요 없어

혈액: wwwwwwwwwwwww 단호해wwwwwwwwwwwww

부엉이: wwwwwwwwwwwwwwwwwwww 멋지다!wwwwwwwww

이케맨: ・゜・(Д`)・゜・

모니와: 아 생일이야? 축하해!

혈액: 자연스러운 스루wwwwwwwwwwwww 강하다wwwwwwwww

부엉이: wwwwwwwwwwwwwwwwwwwwwwww

다이치: wwwwwwwwwwwww 이미 받았는데 말이야wwwwwwww 배송이 왔다구?wwwwww

혈액:

부엉이:

이케맨:

모니와:

다이치: ( ´`)-3 우리 애들 귀여워

혈액: 잠시만wwwwwwwwwwwwww 그거wwwwww 좀 다른데?wwwwwwwwww

부엉이: 달라wwwwwwwwwwwwww 왜 그게 나온거야wwwwwww

이케맨: 우리 1학년들도 귀엽거든 주장쨩?wwwwwwwwwwwww

모니와:

혈액: wwwwwwwwwwwwwwwww 할 말이 없는 거야?wwwwww

모니와: 아니wwwwwwwwww 우리 애들도 귀, 귀여워!!

이케맨: wwwwwwwwwwwwwwwwwwwww

혈액: wwwwwwwwwwwwwwwwwwwww

부엉이: wwwwwwwwwwwwwwwwwwwwww

다이치: wwwwwwwwwwwwwwwwwwwwww 우리 애들한테는 못 당할 껄? (´`)

혈액: 아니 잠시만wwwwwwwwwwwwwwww 대체wwwwwwwww 그 이모티콘들은wwwwwwwwwwwwwwww

부엉이: wwwwwwwwwwww 어디서 가져오는 거야wwwwwwwww

이케맨: wwwwwwwwwwww 이모티콘은 내꺼라구?wwwwwwww

모니와: wwwwwwwww 다른 느낌이 당연하잖아wwwwwwwwww

이케맨:

혈액:

부엉이:

혈액: wwwwwwwwwwww 직구wwwwwww 이케맨 아웃!wwwww

부엉이: 아웃wwwwwwwwwwwwww

이케맨: (*´`*)

다이치: [1학년들이 주고받은 Line 사진] [2학년들이 주고받은 Line 사진] 부러워해라 우매한 것들 m9 ^Д^) 푸캬

혈액:

부엉이:

이케맨:

모니와:

이케맨: 잠시만잠시만잠시만잠시만이건좀반칙아닌가주장쨩???

혈액: 동의동의동의이건반칙이다!!!

부엉이: 반칙이다!!반칙이야!!

모니와: 우리로 데려오고 싶은데

이케맨: 나도!

혈액: 우리 먼저!

부엉이: 안 돼! 우리 먼저!

다이치: 절대 안 돼. 우리 후배니까! (*´*)(╬⓪)(╬゚◥◤゚)(o`゚)((ʘʘ)(╬•д•)( ╬◣ )(#゚Д゚)ノ┌┛Σ(´Д`)

혈액:

이케맨:

부엉이:

모니와:

다이치: 우리 후배들 진짜 귀여워. 사실 시미즈랑 스가랑 아사히도 귀여워. 우카이 코치님이랑 타케다 선생님도 귀여워. (=´∇`=)-3

이케맨: .. .. 그래 (이거 어떻게 할 수 없는 거 같은데?!)

혈액: .. 그렇구나 응 (, 틀렸어! 어떻게 할 수도 없어!)

부엉이: 중증이네! ㅇ∇ㅇ)

모니와: 아웃!!!wwwwwwwwww

카라스노 from Jt







 

까악!”


끼이익 고개가 돌아갔다. 나무 무늬 가득한 체육관에 검은 뭉치 하나가 사와무라를 졸졸 쫒아왔다.


까악?”


까마귀가 제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사와무라를 향해 탁탁 걸었다. 부원들의 시선이 까마귀를 따랐다.


까악!”


까마귀가 날개를 퍼덕였다. 사와무라의 몸에 날아오르자 사와무라가 얼결에 팔로 까마귀를 받아 안았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던 까마귀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


?”


.”


으아아아아아??!!!”


까아아아아악!!!”


저음비명이 활기차게 울리자 까마귀마저 빼액 소리를 질렀다. 체육관이 비명소리로 광광 울었다.


뭐무머뭐야?!! 뭔 일이야?!!”


무슨 일이에요?! 웬 비명이..!”


우카이코치와 타케다고문이 다급하게 뛰어와 체육관 문을 열었다. 사와무라의 품에 안긴 까마귀에 둘의 눈이 댕그랗게 변했다. 1, 2학년들이 우르르 우카이코치와 타케다고문에게 향했다. 뻐끔뻐끔 움직이는 입모양에 우카이코치와 타케다고문이 애써 침착을 머리에 새겼다. 그 사이 사와무라의 품에 있는 까마귀에게로 스가와라가 다가갔다.


, 얌전한데? 스가. 가까이 좀 더 와도 될 거 같아.”


아 정말? 아예 옆으로 가볼게.”


스가와라가 느릿한 걸음으로 사와무라의 가까이로 다가섰다. 아즈마네가 초조한 듯 떨리는 눈으로 사와무라의 품에 안긴 까마귀를 쳐다보았다. 스가와라가 까마귀의 가까이에 다가섰다. 체육관의 시선이 몰렸다.


손 올려도 괜찮을까?”


.. 글쎄? 일단 내가 안고 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스가와라가 턱에 손을 대어 짧은 고민을 하더니 눈을 반짝이며 손을 가져갔다. 까마귀의 턱에 스가와라의 손가락이 닿았다. 그 상태로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얌전한 까마귀의 상태에 스가와라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턱을 간질이는 손가락에 까마귀가 제 고개를 사와무라의 품에 부볐다.


. 귀엽다.”


그러게. 귀엽다. 우리 학교 주변이나 근방에 까마귀가 사람 손을 탔을 리가 없는데 말야.”


그러네. 어쩌다가 온거지? 아 이거 그거 때문에 아냐?”


사와무라가 고개를 돌렸다. 얼굴 가득한 물음표에 스가와라가 배실배실 웃었다. 그 사이 체육관 문 앞에 몰려있던 이들이 조심조심 사와무라의 곁으로 다가갔다.


다이치는 흔하게 카라스노 아빠라고 불리잖아? 그래서 그걸 이 녀석도 알아서 다이치를 따라온거지! 봐봐 지금도 다이치 품에서 얌전히 있고 머리도 부비고 있잖아. 아사히. 뭐 그렇게 무서워 하는거야, 정말. 소심쟁이.”


. 그건 좀 넘겨짚는 거 아니야? 아사히. 그렇게 소심하게 손가락만 꿈질거리고 있으면 뭐해. 한 번 만져봐.”


노야나 타나카도 만져 봤던데. 안 만져 볼 거야?”


아사히선배! 깃털! 완전 부드러워요!!”


츳키! 츳키도 만져봐봐! 부드러워!”


어이어이 카게야마아. 혹시 너 또 까마귀가 거부할 까봐 못 만지고 있는거야아? 으응?”


히나타가 히죽히죽 웃으며 카게야마 근처를 맴돌았다. 아사히가 까마귀를 만지다가 카게야마에게 시선을 돌렸다. 문득 체육관 내 모든 이들의 시선이 카게야마를 향했다. 잔뜩 긴장한 모양새에 모두의 얼굴에 웃음기가 서렸다.


까악?”


까마귀가 사와무라의 품에서 날개짓을 했다. 여럿이 만지니 꽤나 불편했는지 다시 이리저리 자세를 잡더니 푸욱 눌러앉았다. 까마귀의 눈이 카게야마를 향했다. 카게야마가 반발자국 물러서고 말았다.


카게야마느은 고양이나 강아지도 도망가고 새도 도망가나요오.”


히죽 웃어버리는 히나타에 카게야마가 울컥 소리를 지르려다 까마귀를 보고 애써 눌렀다. 한반자국씩 다가가던 카게야마가 후욱 손을 뻗었다. 스가와라의 손이 카게야마의 손목을 잡고 타나카가 카게야마의 어깨를 짚었다. 카게야마가 얼떨떨한 얼굴로 둘을 번갈아 보았다.


선배?”


스가선배!”


스가와라가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사와무라가 둥기둥기 까마귀를 진정시켰다.


자아 카게야마 천천히 조심스럽게 손을 뻗는거야. 놀라지 않게 손바닥 보이고.”


카게야마가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까마귀에 닿자 카게야마의 얼굴이 기쁨으로 물들며 발갛게 볼까지 물들었다. 까마귀가 조심 쓴다는 듯 머리를 부벼주었다. 돌이 되어버린 카게야마의 모습에 사와무라가 비식비식 웃었다. 까마귀가 흔들리는 몸체에 발딱 일어섰다.


어라. 왠지 슬슬 갈 거 같은 느낌인걸.”


그러네. 아쉽다.”


까마귀가 폴짝 사와무라의 품에서 뛰어내렸다. 빵빵한 궁뎅이를 씰룩거리며 까마귀가 종종 걸어 체육관 문을 향했다. 졸졸 까마귀의 뒤를 쫒던 부원들이 날아가는 까마귀의 뒷모습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까마귀가 날았다.


, 까마귀 날아갔다.”

카라스노 from Jt

 



와글와글 술냄새가 풍겨왔다. 시끌벅적한 술자리가 팡팡 울렸다. 잔이 부딪쳤다.


다이치 선배! 그거 해주세요!! 그거!!”


니시노야가 방방 뛰었다. 반짝이는 눈동자가 사와무라를 쳐다보았다. 다른 이들의 눈 역시 반짝였다. 스가와라가 음흉한 눈으로 사와무라를 쳐다보았다. 손가락이 사와무라의 옆구리를 찔렀다.


이야아 다이치 오랜만에 하겠네에? 고등학교 때하고 얼마만인거야아?”


쌜죽한 눈에 사와무라가 어색하게 웃었다. 뒤통수에 절로 손이 올라갔다.


.. 그거라면.. 진짜로?”


!!”


따라할 수 없는 선배만의 특허!”


사와무라가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즈마네와 스가와라, 시미즈까지 사와무라를 쳐다보았다. 믿음 가득한 미소와 장난 가득한 웃음, 덤덤한 미소가 사와무라를 압박했다. 기대로 반작이는 눈동자까지 사와무라를 압박했다.


하아.... 어쩔 수 없네. 정말.”


멋쩍은 미소가 사와무라의 얼굴을 채웠다. 저마다 술잔을 위로 들었다. 사와무라의 얼굴에 단단함이 어렸다.


후우.. 카라스노! 파이팅!”


챠랑! 경쾌하게 잔이 부딪쳤다. 술이 들어갔다. 잔은 깔끔하게 들어가고 숨소리가 들렸다.


크으! 역시 다이치가 하는 게 다르다. 뭔가 아사히가 하면 물렁한 감이 있는데.”


아즈마네가 눈꼬리를 내리며 스가와라를 쳐다보았다. 입모양까지 세모꼴로 변해있자 잔뜩 개구진 표정이 스가와라를 채웠다. 스가와라의 손이 아즈마네의 등을 퍽퍽 내려쳤다. 아즈마네가 사와무라를 울먹하게 쳐다보았다. 씨익 올라간 미소가 불안하게 아즈마네를 건드렸다. 사와무라의 손이 스가와라를 이어 아즈마네의 등을 두드렸다. 억소리가 아즈마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확실히 다르네.”


엔노시타가 튀김을 집었다. 우물거리며 튀김을 입으로 물었다.


에이, 치카라! 무슨 그런 소리를 해! 다이치 선배와는 다른 너만의 느낌도 있다고!”


니시노야가 엔노시타의 등을 팡팡 내리쳤다. 이어 타나카가 엔노시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술잔이 위로 들렸다. 씨익 시원한 웃음이 타나카의 얼굴에 지어졌다. 나리타와 키노시타가 비싯 웃으며 술을 따랐다. 믿음이 가득했다.


아아. 그래. 다이치 선배랑은 다르네. 나는.”


나긋하게 잔이 부딪쳤다. 술이 들어가고 탄성이 튀어나왔다. 유대감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여전하네.”


츠키시마가 뚱하게 입을 열었다. 히나타가 눈썹을 비죽 올렸다. 야마구치와 야치가 안절부절 몸을 움직였다.


츠키시마 너도 여전하거든?! 너야말로 변한 게 없잖아!”


츠키시마가 입술을 비죽 올렸다. 고개가 뒤로 각도를 옮겼다. 카게야마가 안주를 집어먹었다.


하아? 사람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아. 그래서 너도 별로 안 컸잖아?”


히나타가 올라오는 성질을 잡았다. 야마구치가 가지런히 모은 손이 히나타에게 들어왔다. 킁 거센 콧바람이 뿜어졌다.


하여간에. 그 놈의 성질머리.”


히나타가 입술을 비죽 내밀며 안주를 집었다. 교차한 젓가락에 불똥이 튀었다. 카게야마와 히나타의 시선에서 전기가 나타났다.


어이어이, 카게야마. 많이 집어먹었으니 나한테 양보하지 그래?”


하아? 먼저 집어먹으면 되는거 아니였냐, 보게.”


툭 집어먹는 카게야마의 젓가락에 히나타가 제 젓가락을 강하게 쥐었다.


이 보게야마가!!”


카게야마의 입술이 툭 튀어나오며 이마에 힘줄이 솟았다. 젓가락이 탁자로 놓아졌다. 카게야마의 손이 히나타의 볼을 꼬집었다. 강하게 잡아당겨지는 볼에 히나타가 괴상한 소리를 내며 카게야마에게 팔을 뻗었다. 길이의 한정에 손이 닿지 않자 다리를 바동거렸다. 츠키시마가 턱을 괴고 보더니 몸을 일으켰다. 카게야마의 뒤통수가 밀어졌다. 히나타의 손에 카게야마의 볼이 잡혔다.


흐히히마!!”


흐히히마 행큐! 오에야마아!”


히하하 호게에!!”


주욱 볼이 늘어났다. 점점 시끄러워지는 탁자에 시선이 몰렸다. 몇 쌍의 눈동자가 카게야마와 히나타를 향했다.


여전하네 저 녀석들도.”


그러게. 그치만 저런 모습이 아니면 또 어색하지.”


안 말려도 되는 걸까?”


다이치 표정 더 압박적인데?”


사와무라가 카게야마와 히나타의 머리통을 잡았다. 잔뜩 옭아진 미소에 둘의 얼굴이 그대로 굳었다.


.. 져기.. 후향... 이 거는...”


이 거는... 후향...”


굳은 손들이 볼을 놓았다. 사와무라가 제 손에 힘을 주었다. 카게야마와 히나타가 팔을 파닥거렸다.


자아.. 카게야마. 히나타. 대체 뭘 한 걸까? 오랜만에 보는 배구부 모임인데 말이야. ? 오늘같은 날까지 그렇게 싸워야 했던걸까? 입이 있으면 말해보지 그래?”


사와무라의 잔소리가 카게야마와 히나타의 위로 쏟아졌다. 익숙하고 익숙한 모양새가 시간을 거슬러 오른 듯 했다. 추억이 가득 담겼다. 스가와라가 사와무라의 어깨를 집었다.


다이치, 익숙하고 좋잖아. 오히려 다시 돌아간 것 같은걸? 그만하고 가자. 오늘은 짧잖아?”


사와무라가 결국 웃어버렸다. 카게야마와 히나타의 머리를 헝클이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술자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카라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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