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이와 10/7 전력 60분 
주제: 구원

 FHQ기반입니다 :3

 #오이이와_전력_60분 






 문득 눈을 깜빡일 때면 새까맣고 질척한 것이 꿈틀거렸다. 그 것들은 그림으로 그린 것처럼 일차원적인 눈과 입을 가지고 있었다. 꿈틀거리면서 사람들을 통과했다. 눈을 몇 번 깜빡이면 그 것들은 사라지고 여느 때와 같은 풍경이 나타났다. 꿈틀거리는 것들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그 어떤 것을 눈에 담을때였든 가장 밝고 빛나고 반짝이는 것이 하나 있었고 아직까지 있다. 가장 밝고 빛나고 반짝이는 것.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 

 *

 깜댕이와 흙을 묻히고 너는 나타났다. 그 누구도 신경 쓰지않는 나라는 것과 너는 그렇게 만났다. 신경 쓰지 못한 나와는 다르게 신경 쓴 티가 나는 너는 그리도 밝았다. 

 “너는 왜 그러고 있어?” 

 조그만 손이 내밀어질 때 휘광이 찬란하게 펼쳐졌다. ‘나’라는 개체를 자각하고 나서부터 꾸준히 보였던 겹쳐보이던 세상에서. 새까맣고 질척이는 것들이 가득한 세상과 덩그러이 홀로 존재하는 지조차 자각하기 힘든 세계에서 밝게 빛났다. 까무잡잡한 피부도 발그레한 볼도 흙 묻은 몸이나 굳은살 박힌 손 그리고 생기와 활기 넘치는, 모든 것들이 한군데에 어우러져 너를 정립했다. 세계가 무너져내리고 새로운 세계가 조립됐다. 

“저어쪽 숲에 나랑 놀러가자. 가면 토끼도 있고 사슴도 있어. 뭐 운 나쁘면 몬스터랑 마주칠 수 있는데 요즘 아저씨들이 몬스터 토벌 했으니까 안나타날꺼야. 나랑 놀러가자. 넌 이름이 뭐야? 나는 이와이즈미 하지메. 너는?” 

세상이 찬란히 빛나는 걸 그 때 처음 알았다. 이와이즈미 하지메. 그 이름이 머리 속부터 마음 속부터 영혼의 바닥에서부터 가득 차오르고 낙인이 찍혀 가득 차올랐다. 네가 나를 가득 채웠다. 그 날 네가 나에게 손을 건넨 그 순간. 태어났다. 그 어느 것에도 얽히지 않고 부유하고 스스로 존재조차 잊어버리던 어떤 ‘것’이 껍질을 부수고 세계를 깨고 모든 걸 흡수해서 태어났다. 너무나 가득 차올라서 욕심이 샘솟아서 가지고 싶어서 영혼에 박혀있던 이름이 깨어났다. 너를 너무나도 가지고 싶고 지키고 싶고 욕심이 넘쳐흘러서. 네가 나에게 와 근간을 만들었다. 네가 나에게 피어올랐다. 시간을 빠르게 돌린 것처럼 한순간에 자라나 개화하여 뿌리를 박았다. 이와이즈미 하지메라는 이름이 세계가 되었다.

 “나, 나, 나. 는. ㅇ. 오이카와. 오이카와 토오루.”

 정처없이 흔들리던 몸으로 너에게 이름을 말해주자 너는 웃었다. 웃었다. 웃었다. 세상 모든 것을 가진 느낌이였다. 너는 내 모든 것을 만들고 조립하고 정렬했다. 내 모든 건 너와 연계되어 존재했다. 그 때의 날씨가 공기가 지나가던 곤충이 네가 눈을 얼마나 깜빡였는지 오물거리던 입술이 꼼지락거리던 손가락과 개구진 눈과 덜덜 떨리던 나를 걱정하던 눈과 그 시간 공간 존재하던 모든 것을 내가 알고 기억하고 아직도 남아 나를 간질였다.

 *

 “출생지도 모르는 고아새끼가..”

 “괴물새끼.. 나이 많은 촌장 할배가 기억한다잖아. 저 얼굴을.” 

 “무서운 새끼. 뭘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놈.” 

새까맣고 질척거리던 것은 여전히 존재했고 사람들과 같이 존재했다. 눈을 아무리 깜빡여도 사라지지 않았고 악의 가득한 말이 나올 때면 언제든지 붙어있었다. 마을 모두가 가지고 있을 때. 너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부모마저 가지고 있고 혼냈음에도. 너는 내 옆에 존재했다. 아직 어리다한들 그건 이유가 되지 못했다. 쫒겨나는 건 금방이였다. 부모는 버렸다. 소중하고 소중한데. 지켜주고 싶은 단 하나였는데 부모가 옆에 있어야 함은 알았다. 머리로 떠오르고 들어온 곳에 그런 것쯤은 당연히 있었다. 허나 따스한 온기가 가지고 싶어서, ‘오이카와 토오루’의 기반이여서 놓치고 싶지 않아서 떠나야 했지만 떠나지 않았고 이와이즈미 하지메는 하지메가 되었다. 후회는 하지 않았다. 강직했고 넓었고 굳건했다. 내 세상엔 이미 너와 나만이 있었지만 너는 이제야 너와 내가 존재했다. 그게 너무나도 기뻤다. 문득 네 뒤로 갑옷입은 너의 미래가 보였다. 여전히 빛으로 가득했다. 머리가 아팠다. 내부에서부터 쿡쿡 쑤셨다. 하지메의 나이 12세였다. 우리가 만난지 반년이였다.

 * 

 떠돌았다. 어린애 두명이였지만 약하지 않았다. 머리 속에는 유용한 곳들이 많았다. 어느 순간 너는 칼을 쥐었다. 네 뒤로 보이던 미래가 가까워졌고 빠르게 당도했다. 나는 이미 알았다. 너는 나의 모든 것이고 모든 것이였으며 모든 것이 될거라고. 내 머리통에 달린 뿔이나 질척이던 것들의 모습이 귀여운 생물체로 보이게 되었을 때 이미 나는 모든 걸 알아낸 후였다. 나는 마왕이였고 마왕이며 마왕이 될 거였다. 빙글빙글 수정구슬을 돌렸다. 너는 칼을 쥐고 갑옷을 입고 노력을 했다. 너는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 너는 모르는 척 했다. 

“하지메.”

 “뭐냐.” 

빙그레 웃었다. 너는 여전히 모르는 척 했다. 나의 모든 것. 소중하고 가지고 싶고 지켜주고 싶은 나의 하지메. 마왕은 자신의 모든 것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 하지메 나이 19살이였다.

 * 

 “하지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꽈악 잡았다. 피 묻은 네 얼굴에 손으로 닦아냈다. 양 손으로 네 두손을 잡고 입을 맞췄다. 따스한 열기가 사랑스러웠다. 파랗게 질린 네 얼굴마저도 사랑스러웠다. 배가 얼얼했다. 아니 화끈거렸다. 마왕도 피는 붉었다. 인간도 피가 붉었다. 

 “자, 잠깐. 토오루. 아니. 잠깐만. 이게.” 

손등에 입을 맞췄다. 일부러랄까 예상한 것처럼 이루어졌다. 가장 소중한 것에게 선물을. 

 “닥쳐. 이게. 뭐야. 선, 선물. 선물이라며!”

 네 손을 잡아 볼에 가져댔다. 네 손가락이 차가웠다. 나의 모든 것.

 “선물이야, 하지메. 나의 목숨을 줄께. 마왕의 목숨을.” 

네 눈에서 기어코 눈물이 떨어졌다. 입으로 핥아올리자 네가 바르르 떨었다. 

“이, 이. 이!!!” 

그렁그렁한 눈물이 나타나자 질척하게 그림자가 끓었다. 네 눈동자가 너무나도 예뻤다. 가지고 싶다.

 “하지메. 나랑 같이 죽을래?” 

놀라 동그래진 눈이 귀여웠다. 네 볼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차가운 온도에 살짝 떨렸다. 흔들리는 네 모습에 비죽 웃었다. 

“나의 모든 것. 소중하고 가지고 싶도 지키고 싶은 나의 하지메. 나의 세계와 근간. 나를 이루는 모든 것과 연계된 사랑스러운 나의 하지메.” 

네 이마에 입을 맞췄다. 점점 기력이 딸려가는 몸에 느긋하게 웃었다.

 “거짓말이야. 원래는 그러고 싶었는데 하지메는 나때문에 버린게 너무 많더라고.”

 점점 흐릿해지는 가운데에서도 네 얼굴은 선명했다. 나의 모든 것. 네가 갑옷을 벗었다. 기본적인 옷을 입은 네가 나를 껴안았다. 따스하게 퍼지는 온기와 함께 네 등이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네 칼은 장검이였고 내 명치를 꿰뚫고 있었으며 검병은 네 몸을 꿰뚫을만큼 나를 뚫고 있었다. 사랑스러운 하지메. 나의 구원. 시야가 점점 죽어가면서 네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네가 나의 모든 것이야. 나의 구원.” 

죽어가면서도 힘이 차올랐다. 입을 열었다.

 “사랑스러운 하지메. 나의 구원.” 

 마왕이 인간에게 구원이라니. 하지메라서 다행ㅇ.


우카타케 10/01 전력 60분 
주제: 자우림 17171771 








 귓가가 붉게 물들었다. 저절로 허밍이 튀어나왔다. 손가락에 매달린 담배가 멀뚱히 연기를 뿜었다. 턱을 괸 손에 의해 볼이 눌려 튀어나왔다. 시계바늘이 느긋하게 흔들렸다.

 “우카이군!” 

 배시시 말랑한 볼에 발그레 붉은 기가 감돌았다. 색색 흔들리는 호흡이 우카이에게 흘러들어왔다. 우카이가 서둘러 타케다의 곁으로 다가섰다. 부드러운 미소가 절로 튀어나왔다. 

 “아, 선생. 어서 들어와. 뛰어왔어?”

 우카이가 타케다의 이마를 슬쩍 훑어냈다. 손에 묻어나는 땀에 우카이가 짐짓 얼굴을 찌푸렸다. 타케다가 움찔 움직이고는 우카이의 배를 슬슬 밀어 상점 내부로 들어섰다.

 “하.. 하하.. 우카이군.. 들어가요. 앉아서 이야기해요. 핳..” 술금슬금 눈치를 보며 동그란 돈을 돌리는 타케다의 모습에 우카이의 입이 흔들렸다. 타케다의 고개가 살짝 위로 향하자 우카이가 얼굴을 굳혔다. 찔끔 놀란 타케다가 조심스레 올려다보았다.

 “푸핫!” 

크게 웃어버리는 우카이의 행동에 타케다가 멈춰버렸다. 불퉁하게 튀어나오는 타케다의 입술이 붉었다. 살짝 고개 숙인 우카이가 타케다의 이마에 제 이마를 대었다. 온기가 느껴졌다.

 “우카이군! 너무해요!”

 상기된 볼로 투정을 부리는 모습에 우카이가 키들키들 웃으며 껴안았다.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타케다의 귓가를 간질였다. 푸욱 들어오는 목소리에 오소소 타케다의 목덜미에 소름이 돋아났다. 꾸욱 마주 껴안았다. 옅게 땀냄새가 섞인 체향이 흐드러졌다. 우카이가 타케다의 목덜미에 볼을 부볐다. 상점에서 걸음이 움직였다. 상기된 체온이 뜨끈하게 열을 옮겼다. 

“아, 잠. 시. 우카이군. 여기. 조금 위험..”

 멈칫 우카이가 입술을 떼었다. 붉게 물든 어깨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한숨이 튀어나왔다. 타케다가 숨을 참았다. 

 “대놓고 연애하면 안 되는걸까..” 

 타케다가 고개 숙였다. 푸욱 껴안았다. 

“그래도. 좋아해. 이건 숨기고 싶진 않아.” 

“네. 저도 좋아해요. 숨길 수도. 없는걸요.” 

조곤조곤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부드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푸딩속에 감싸진 것 같았다. 





 천사의 미소처럼 새들의 노래처럼 이토록 사랑스런 당신이 좋은걸요 어서 내게로 와요 영원히 함께해요 우리 함께라면 두렵지 않은걸요 세상에 단 한사람 당신 당신을 만나기 위해난 이 세상에 태어난 걸 알고 있나요 어쩌면 우린 예전부터 이름모를 저 먼 별에서 이미 사랑해왔었는지도 몰라요 오월의 햇살처럼 시월의 하늘처럼 그렇게 못견디게 당신이 좋은걸요 어서 내게로 와요 느끼고 있잖아요 어느새 슬픔이 사라져버린 걸 

때론 폭풍우 거센 밤에 별에서 찾아온 악마들이 우리를 갈라놓으려 할 때면 조용히 서로 마주 앉아 가만히 서로의 손을 잡고 향긋한 낙원을 떠올리지요 바람은 잦아들고 먹구름 사라지고 햇살이 따스하게 미소짓고 있네요 우리 함께 있으면 두렵지 않은걸요 악마도 지옥도 검은 운명도 아가의 살결처럼 소녀의 향기처럼 그렇게 못견디게 당신이 좋은걸요 어서 내게로 와요 다 알고 있는걸요 서로를 위해 우린 태어났잖아요 천사의 미소처럼 새들의 노래처럼 이토록 사랑스런 당신이 좋은걸요 

 자우림 17171771


다이스가 10/1 전력 60분 
주제: 범람 










 물이 범람했다. 뚝을 넘어 폭포가 되어 내려왔다. 무너진 뚝 사이로 밀려들었다. 물에 잠겨갔다. 





 어두운 방 안에서 핸드폰 화면만이 밝게 빛났다. 밝은 화면에 의해 사와무라의 얼굴이 나타났다. 단정한 얼굴이 부드러운 미소를 담았다. 설렘 가득하고 애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한마디씩 나타날 때마다 볼이 발그레 물들었다. 애정 가득한 얼굴은 곧 착찹함를 띄었다. 내려앉은 눈꺼풀에 속순썹 아래로 그림자가 졌다. 상반된 감정이 공존되어 머물렀다. 한가득 밀려들었다. 

“스가. 좋아해. 스가. 스가. 좋아해. 코우시.”

 핸드폰을 이마에 대고 중얼거렸다. 사와무라가 핸드폰을 꼬옥 잡았다. 과도한 힘에 핸드폰이 바르르 떨렸다. 물 속에서 숨을 쉬었다. 스가와라 코우시가 나타났다. 배시시 웃는 얼굴에 눈물점이 휘어진 눈꼬리와 겹쳐졌다. 처음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보았던 어린 모습도 시간이 흘러 밤이 깊기 전 보았던 모습도 흐드러지며 겹쳐졌다. 사와무라 다이치에게 스가와라 코우시로 가득가득 차올랐다. 푸른 물이 넘실거렸다. 무너진 뚝의 흔적이 도드라졌다.

 “물 밀 듯 들어와서 범람해버린 코우시. 사랑스러운 코우시. 악동같은 코우시. 귀여운 코우시. 코우시. 스가와라 코우시. 범람해버린 코우시.” 

부드러운 미소가 풀어졌다. 동그란 눈이 깜빡였다. 따끈한 핸드폰이 발딱 눈을 떴다. 배경이 나타났다. 배시시 웃는 얼굴이 하얬다. 연한 회색 머리카락이 흐드러져 화면이 잔뜩 밝았다.


얌굿 9/25 전력 60분

주제: 교복











봄의 하늘은 맑다. 벚꽃은 흐드러지고 상큼한 바람은 살랑이며 불었다. 팔락이는 플랜카드는 시간을 느끼게 만들었다. 항시 익숙하게 느끼는 옆사람으로 느끼는 것이 아닌 타의적으로 느끼게 되는 시간이였다. 바듯이 앞을 쫒아 갔을 때처럼 어느새 뒷목을 잡혀 봄을 맞이했다.


"으음.. 츳키는 어때?"


"뭐가."


벚꽃이 하느라니 내려왔다. 배시시 야마구치의 고양이 눈매가 휘어졌다. 츠키시마가 고개를 돌렸다. 붉은 귀가 머리카락 사이에서 기지개를 폈다.


"아니 우리 졸업인거 잖아, 츳키. 3년동안. 응?"


츠키시마가 걸음을 옮겼다.


"딱히 별 다를 건 없잖아."


말과는 다르게 손 안의 꽃다발을 꾸욱 쥐는 행동에 야마구치의 얼굴 가득 미소가 담겼다.


"응. 다를 건 없네."


걸음걸음이 맞춰졌다. 느긋하게 걸음이 옮겨졌다. 하늘은 맑았고 벚꽃은 흐드러졌다.


*


"아앗!! 츠키시마!! 너 오늘마저 그러기냐!!"


밝은 주황색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방방 뛸 떄마다 시야가 위로 솟았다. 방방 솟아오르는 모양새에 츠키시마가 입꼬리를 비죽 올렸다.


"여전하네, 그 키는."


히나타의 눈꼬리가 치켜떠졌다.


"캬악! 츠키시마!"


손을 위로 뻗어 달려드는 모양새에 츠키시마가 턱하니 히나타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풋 짧은 비웃음이 들렸다.


"으아아! 츠키시마! 이거 놓치 못해!"


츠키시마가 고개를 돌려 외면까지 하자 히나타가 바동거리던 걸 멈추고 야마구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가 돌려지는 느낌에 츠키시마가 시선을 흘렸다. 야마구치가 어색하게 눈치를 보았다.


"어... 음... 츠, 츳키. 오늘은 그래도 졸업식인데 그만 하자.. 응?"


츠키시마가 입을 비죽였다. 툭 털다싶이 손을 놓자 히나타가 볼을 잔뜩 부풀렸다. 코웃음 치며 뒤돌아 가는 츠키시마의 모습에 야마구치가 살며시 웃어주며 손을 모았다. 뒤돌아 가는 야마구치의 모습에 히나타가 쭈욱 기지개를 늘렸다. 슬렁슬렁 카게야마가 나타났다.


"어 카게야마."


"응. 여전하네. 쟤네."


키들키들 숨죽인 웃음소리가 튀어나왔다. 느른한 웃음이 지어졌다.


"알아서 잘 하겠지."


"뭐 그렇겠지."


*


"츳키."


걸음이 멈춰섰다. 왁자지껄한 이야기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머뭇거렸다.


"츳키. 우리 교복도 이제 못 입는데 헤어질까."


츠키시마가 단박에 눈을 찌푸렸다. 야마구치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니. 이제 우리는 20살 되는거잖아? 이제 마음만으로는 살 수 없는거잖아."


우물쭈물하는 말투에 츠키시마가 야마구치의 가까이에 다가섰다. 살벌한 얼굴이 다가섰다.


"정말 그렇게만 생각하는 거야? 마음으로 살면 뭐가 어때서. 교복을 벗는다고 야마구치 타다시가 아니게 되? 츠키시마 케이가 아니게 되? 아니잖아."


나지막한 목소리가 야마구치의 귀를 울렸다. 말간 얼굴이 가로등에 반짝였다.


"미안."


"아니, 됐어. 내가 확신을 못 줬다는 거니까."


손을 잡았다. 츠키시마가 야마구치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놓치 않을거니까. 너도 놓치마."

우카타케 9/24 전력 60분 
주제: 마지막 정거장 





 버스는 언제나 같았다. 바리바리 맨 가방이나 주머니를 그득 채운 지갑의 풍성함이 달랐지만 버스는 언제나 같았다. 손을 마주 잡은 것도 달랐지만 버스는 같았다. 덜컹이는 승차감이며 기름냄새, 열린 창문으로 얼핏 맡아지는 흙냄새나 매연냄새 같은 것도 같았다. 


진득하게 늘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감정이 팽배했다. 마주잡은 손에 땀이 배어나온지는 오래였으나 손을 놓치 않았다. 손을 놓았다간 영영 잃어버릴 것 같았다. 정거장이 지나갈수록 풍경이 달라졌다. 속도에 의해 뭉개지는 거리거리가 깜빡일수록 문드러졌다. 등받이에 등을 기대면 미적지근하고 옅게 닿은 어깨나 허벅지는 따스했다. 마주잡은 손은 따스하다 못해 뜨거웠다. 버스는 달렸다. 


툭툭 거리며 가방이 건들면 움찔거리는 어깨가 애처로웠다. 바닥과 앞을 보며 천천히 걸어왔던 길을 조심스레 옆을 걸었을 때의 긴장감이였다. 곧았으나 그만큼 바람에 휘청였다. 문득 정거장을 많이 지나쳤다는 걸 깨달았다. 시간은 흘렀다.

 - 

어두웠던 하늘은 어느새 검은 천을 깔아놓은 듯 짙고 별사탕이 박혀있었다. 버스는 달렸다. 정거장을 지나치고 계속 지나쳤다. 마주잡은 손은 깍지로 변해있었다. 

 “거기! 마지막 정거장인데 안내리십니까?” 

가로등이 깜빡였다. 꽁꽁 챙긴 가방이 덩그러이 내려졌다. 밤바람이 미지근했다. 맞닿은 손 사이로 바람이 통해 땀을 식혔다. 옅게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반듯한 이마와 동그란 이마가 머리카락에 의해 모습을 깜빡였다. 사람이 지나가지 않고 나지막한 곳에서 바람이 흔들렸다. 발걸음이 움직였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요.”

 말소리가 겹쳤다. 씁쓸하고 부드러운 미소가 엉켰다. 걸음이 멈췄다. 짐을 고쳐 챙기고는 손을 떼었다. 동시에 손을 마주잡았다. 부드럽게 깍지가 껴졌다. 힘 주어 잡았다. 

 “일단 머물 곳을 찾을까.”

 “쉬는게 좋을테니까요.” 

 정거장을 지나쳤다. 낮선 공기가 잔뜩 폐를 채웠다. 보폭을 맞춰 걸었다. 마지막 정거장을 지나쳤다. 멀리 떠나온 마지막 정거장이였다.


다이스가 9/24 전력 60분 
주제: 형용할 수 없는 공포 

판타지au입니다 :3 





 “다이치!” 

배시시 눈물점이 위로 솟았다. 환하게 반짝이는 웃음이 한가득 팔을 벌렸다. 

“스가.” 

다정한 웃음이 지어졌다. 어린아이 특유의 통통한 볼이 붉게 물들었다. 뽀얀 얼굴이 근접했다. 

“다이치! 다이치! 있지 저 쪽에 수도? 수도에는 마법사가 있대! 막 손짓만 해도 불이 솟는대! 신기하지!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막 뿔 달리고 엄청 거대한 나쁜 거를 물리쳐주는 거래!” 

상기된 어투가 재잘거렸다. 사와무라가 고개를 끄덕여주며 손을 잡아 내렸다. 풀밭에 풀썩 주저앉았다. 풀내음이 짙었다.

 “스가 진정해. 숨 넘어가겠다.” 

스가와라가 키득키득 소리내 웃었다. 사와무라의 손이 스가와라의 볼을 문질렀다. 부벼지는 손에 스가와라가 볼을 부볐다. 말랑하게 닿아오는 볼의 촉감에 사와무라가 키들키들 숨을 죽였다. 

 “스가 또 무슨 이야기를 들었어?” 

 “응? 아, 그런 뿔 달리고 엄청 거대하다고 그랬잖아 그런데 그게 엄청 거대하지 않을 수도 있대! 뭐라더라.. 그그그 아! 고위급? 그렇게 된다면 사람이랑 똑같다고 그랬어!” 

반짝이며 웃는 스가와라의 얼굴에 사와무라가 빙그레 웃었다. 재잘재잘 오물거리는 입에 사와무라가 부드럽게 웃었다. 풀썩 사와무라가 뒤로 넘어가 풀밭에 드러누웠다. 스가와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얇게 흘렸다. 

 “헤에 다이치 지금 누운거야? 으응? 내가 말하고 있었는데에?”

 “아. 듣고 있어 스가. 그리고 그러면 같이 누워서 이야기 하면 되지!” 

사와무라가 스가와라를 푸욱 뒤로 눕혔다. 개구진 얼굴에 스가와라가 볼을 부풀렸다. 

 “다이치 반칙! 이얍! 스가와라 공격 들어갑니다!” 

 “으악! 스가!” 

스가와라의 손이 사와무라의 옆구리를 간질였다. 간질간질 옆구리를 공격하는 손에 사와무라가 손을 뻗었다. 스가와라의 옆구리에 사와뮤라의 손이 나타났다. 간질간질 간지럼 공격이 풀 끄스러미와 섞였다. 하늘이 파랬다. 

 - 

어두운 방 안에 귀광이 나타났다. 펼쳐진 날개가 방을 가득 채우다 못해 벽을 뚫고 있었다. 관자놀이에 꼬아져 하늘을 향해 뻗은 뿔이 자연스레 존재했다. 탄탄한 근육이 꿈틀였다. 나지막하게 손바닥이 얼굴을 가렸다.

 “후우..” 

낮은 목소리가 오소소 소름을 불렀다. 검은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스가. 코우시.” 

 주먹이 쥐어지자 꽈드득 소리와 함께 탁자에 있던 책이 구겨졌다. 

 * 

 “다이치! 거기서 뭐해?” 

 “아 스가. 관찰 중이랄까?” 

사와무라의 앞에 토끼 한마리가 오물오물 풀을 뜯어먹었다. 스가와라가 개구지게 웃었다. 

“헤에 다이치 토끼 좋아해? 지금까지 그런 티도 안 냈으면서어?” 

은근슬쩍 옆구리를 찌르는 손길에 사와무라가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아니 그건 아니구. 토끼가 인기척에도 안 가고 있어서 아예 가까이 와봤어. 그래도 안 도망치고 있더라고.” 

 태평한 말에 스가와라가 비죽 입술을 내밀었다. 

 “에에.. 평범하네. 근데 정말 신기하다. 가만히 있네.” 

스가와라가 토끼의 머리에 손을 가져갔다. 콰드득 토끼의 머리가 갈라졌다. 동그래진 사와무라의 눈과 함께 거대한 검은 날개가 등 뒤에서 튀어나왔다. 암전했다.

 * 

눈을 감은 속눈썹 아래로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하얀 얼굴이 회색 머리카락과 어우러져 투명한 분위기를 내보였다.

 “코우시..” 

 검게 윤기나는 망토가 흐드러졌다. 양 옆으로 꼬아진 뿔이 하늘을 향해 눈을 치켜떴다. 옹골찬 손가락이 볼에 닿았다. 손가락에 닿는 부드러움에 사와무라가 쓰게 웃었다.

 ‘뿔.. 거대한 나쁜 것.. 고위.. 사람이랑 똑같대!’

 “코우시..” 

 사와무라의 손이 주먹 쥐어졌다. 고개 숙여졌다. 

 “네가.. 네가.. 나를 보는게.. 어떤 말을 할지가. 어떻게 생각하지가. 어떻게 쳐다볼지가. 네가 너무 소중해서. 네가 너무 내 삶에 가득 차 있어서..” 

사와무라가 스가와라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따스함이 입술을 타고 느껴졌다. 

“사랑해, 코우시.”

 검은 망토를 흘러내리듯 스가와라의 위에 덮은 사와무라가 뒤를 돌았다. 단단한 어깨며 굳건한 라인이 금세 문을 지나 사라졌다. 정적이 감돌았다. 

“다이치, 바보.”


오이와 9/23 전력 60분 
주제: 이름 






 이와이즈미 하지메. 입술을 부딪치고 숨을 내쉬는 이름. 턱을 움직이고 입술을 움직여 혀까지 움직여야 완성되는 너의 이름. 너는 복잡하다. 그만틈 단순하며 그만큼 사랑스럽다. 이와이즈미 하지메하는 이름은 얼마나 단조로우면서 복잡하고 투박하며 사랑스러운가. 너도 그렇다. 옹골찬 외향은 이름의 필기와 같고 성격은 성만큼 복잡하며 이름처럼 단순하고 가진 것은 투박하지만 사랑스럽지. 너는 나에게 이만큼이나 가득 차 있다. 
숨을 쉴 때면 네 생각이 났다.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오래 전 너와 만나서 다니고 너와 청춘을 다 바쳤다. 모든 기억의 처음이 너로 시작했기에 너는 나를 물들어 놓았다. 숨을 쉬다싶이 너는 내 숨이였고 숨일 터이고 숨이였어야 했다. 내 모든 걸 너는 쥐었음에도 쥐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어찌 이리도 사랑스러우면서도 원망스러울까. 
문득 정신을 차리면 네가 옆에서 머리카락을 넘겨줬다. 네가 내 얼굴에 약하다는 건 이미 알고있었기에 배시시 웃으며 잘 잤어? 라고 물으면 너는 까무잡잡한 피부에도 불구하고 티날만큼 귀와 볼을 붉혔다. 삐죽 튀어나온 입술이 그리도 귀엽게 보이고 사랑스러웠다. 오랜 기간 자각도 하지 못하다가 어느순간 자각한 감정은 멀리서 파도치고 들어와 돌을 깍는 바람처럼 오랜 마음을 느끼게 만들었다. 세월이 세월이였던지라 너는 금새 불편함을 느꼈으나 너는 쉬이 인정했다. 너는 이름처럼 일직선이였다. 
침대에 누워 눈꺼풀을 깜빡이면 네가 붉게 흥분한 얼굴로 내 위에 올라탔다. 입으로는 내 이름을 부르고 뼈가 도드라지게 내 어깨를 쥐었다. 내 어깨죽지에 가득한 손톱자욱은 마음에 든지 오래였고 네 몸 가득한 순흔은 더더욱 맘에 들어 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네가 나를 보고 웃으면 불 붙은 망아지가 날 뛰 듯 심장이 펄떡였다. 네 마음을 중히 여겼다. 눈을 꾸욱 감고 있으면 네가 조심스레 일어나 내 얼굴을 쳐다봤다. 속눈썹을 간질이고 눈두덩이와 코를 따라 볼을 매만지고는 입술을 꾹꾹 눌렀다. 흡사 고양이가 한다는 꾹꾹이처럼 간지러웠다. 아니 그저 사랑스러웠다. 실눈을 살짝 뜨면 너는 집중하면서도 연하게 웃었다. 그런 모습도 귀여웠다. 너를 어떻게 해도 나라는 개체에서 빼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 

 “후우..” 

검은 정장 위로 갈색 머리카락이 떨어졌다. 벽에 기댄 등에서 찬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잔뜩 몸을 휘감았다.

 “하지메.” 

수선화가 흐드러졌다. 유리창 사이사이로 환하게 웃는 얼굴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이와이즈미 하지메’ 

 생기도는 국화꽃이 놓여있었다. 

 “아.. 왔다간건가.” 

국화꽃을 옆으로 슬슬 치우고는 수선화를 올려놓았다. 씁쓸한 미소가 걸쳐졌다. 

 “안녕, 하지메. 나는 올해도 글렀어. 눈을 뜨면 하지메가 옆에 누워있는 거 있지.” 

조명등이 백색으로 빛났다. 이와이즈미 하지메, 얼굴 근육을 움직이고 턱과 혀를 움직여야 나오는 복잡하지만 단순한 이름. 사랑하는 하지메. 

 “이와이즈미. 입술을 움직이고 턱과 혀를 움직여야 나오는 이름. 하지메. 숨을 내뱉으며 마무리 짓는 이름. 하지메. 하지메. 마무리 짓지 못하는 이름.” 

커다란 손이 유리창을 살짝 쓸었다. 이와이즈미의 볼이 있는 곳이였다. 투명한 유리로 얼굴이 비춰졌다. 불이 밝았다.


오이이와 9/9 전력 60분 
주제: 신뢰 





 옅은 비누향 사이로 살내음이 코끝을 간질였다. 공통적인 향이라 한들 특유의 살내음이 섞여버릴 경우 독특한 향이 되어 머리를 팽팽 잡아당겼다. 누구라 한들 마음에 품은 이가 평범한 향 가운데 살내음을 숨기고 다가온다면 침을 꼴딱꼴딱 삼키는 법이였다. 

 오이카와 토오루는 신뢰를 저버릴 수 없었다. 
동시에 제 신뢰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한 손 가득 잡히는 배구공 탄력을 무심히 흘렸다.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상황이였지만 훌쩍 큰 키는 배구공을 통통 작게 튀길 수 있게 만들었다. 길쭉한 손이 배구공을 튕겼다. 속눈썹이 깜빡였다. 

 “흐응..” 

배구공 가득 손자욱이 들어갔다. 생그랗던 얼굴이 거멓게 죽기 시작했다. 한가득 집착이 어리기 시작했다. 음영이 어그러졌다. 

“이와쨩. 이와이즈미. 이와이즈미 하지메. 하지메.” 

무릎을 끌어안았다. 침침하게 어두워진 눈이 팔 아래로 사라졌다. 살랑이는 갈색 머리카락이 흩어졌다. 

“하지메. 이와이즈미 하지메. 단단하게 앞으로 뻗어나가 깔끔하게 떨어지는. 나의 하지메.” 

풀어버린 무릎을 제치고 손을 깍지꼈다. 파르라니 손가락이 하얗게 새었다. 맞잡은 손이 이마에 닿았다. 꾸욱 감은 눈이 파르르 떨렸다. 

 “어떻게 해야 잡을 수 있을까.” 

 번뜩 귀광이 나타났다. 오이카와의 눈이 진지하게 변했다. 

 “우정은 그만하고 싶어. 하지메..”

 입술을 깨물었다.

 “신뢰가 너무 깊잖아. 하지메..” 

푸욱 고개가 숙여졌다. 슬그머니 물기가 어렸다. 비죽 입술이 튀어나왔다. 10년은 거뜬한 신뢰가 너무나도 무거웠다.


얌굿 9/4 전력 60분 
주제: 잠결에 







 “으웅..” 

 오물오물 야마구치의 입술이 움직였다. 꼬옥 베게를 껴안고 고로롱 소리를 냈다. 야마구치가 눈썹을 찌푸렸다. 끙끙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어.. 야마구치 깨워야하는 거 아니야?” 

 히나타가 흘끗 쳐다보았다. 조로록 여러 시선이 야마구치를 향했다. 사와무라와 스가와라가 걱정스레 쳐다보았다. 

 “정말. 깨워야 되려나.” 

 “낑낑 앓는데..” 

살그마니 니시노야와 타나카가 다가갔다. 잔뜩 끙끙대는 얼굴에 땀까지 얼핏 맺혀있자 기겁을 하고 손을 뻗었다. 드르륵 문이 열였다. 츠키시마가 수건을 목에 걸치고 있었다.

 “모두 뭐하세요.”

 “츠키시마!” 

불쑥 츠키시마의 시야에 타나카의 빡빡머리가 나타났다. 츠키시마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뭐하세요.”

 “츠키시마! 야마구치가 끙끙 앓아!” 

 “네? 아. 야마구치 지금 자요?” 

츠키시마가 머리를 툴툴 수건으로 털며 야마구치에게 향했다. 여전히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렸다. 츠키시마가 제 몸을 수그렸다.

 “타다시.” 

츠키시마의 손이 야마구치의 머리카락을 건드렸다. 눈 밑을 건드리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야마구치의 얼굴이 펴지며 눈이 살그마니 떠졌다. 

“케이..?”

 야마구치가 팔을 뻗었다. 츠키시마가 능숙하게 야마구치의 팔을 제 목 뒤로 넘겼다. 품에 안겨드는 야마구치를 츠키시마가 끌어당겼다. 고로롱 야마구치가 제 얼굴을 부볐다. 야마구치의 얼굴이 편하게 펴졌다. 새액새액 고른 숨소리가 들렸다.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댕그란 눈들이 츠키시마를 응시했다. 동글동글 푹 죽어버린 눈에 츠키시마가 얼굴을 찌푸렸다.

 “으우오아아아!!!!” 

 “히나타!” 

히나타가 소리지르자 사와무라가 히나타의 입을 막아냈다. 잔뜩 찌푸려져 화를 표현하던 얼굴이 적당히 줄어들었다.

 “히나타. 야마구치가 자고있으니까 일단 조용히. 알았지?”

 히나타의 고개가 끄덕여지고 사와무라의 손이 떼어졌다. 반짝반짝 히나타의 눈망울이 츠키시마를 쳐다보더니 무릎걸음으로 가까이 다가섰다. 우물쭈물 카게야마도 가까이 다가섰다. 

 “츠키시마! 어떻게 된거야?” 

은근슬쩍 묻는 말에 방 안에 있던 얼굴들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얼굴로 꽂히는 시선들에 츠키시마가 불편한 듯 팔에 힘을 주었다. 

 “우웅..” 

 야마구치가 몸을 꿈틀이자 츠키시마가 등을 토닥였다. 

 “그거. 그거 말야!”

 과하게 반짝이는 니시노야의 눈에 츠키시마가 시선을 돌렸다. 시선을 돌린 곳에도 엔노시타가 호기심 섞인 얼굴로 난처하게 웃자 부루퉁하게 변했다. 

 “쳇. 별건 아닙니다.” 

 츠키시마가 야마구치를 쳐다보았다. 느슨하게 풀어진 얼굴이 나타났다. 길쭉한 손가락이 야마구치의 볼을 간질였다. 

 “어릴 때 서로의 집에서 자고간 적이 있었는데 야마구치가 밤 중에 끙끙대던걸 토닥이던게 계속 이어졌을 뿐이에요.” 

 부루퉁한 말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부드럽게 풀어져 있었다. 소중함 가득한 얼굴에 부드러운 얼굴들이 모두의 얼굴에 만연했다. 

“그거면 됐어. 츠키시마 혹시 어디에서 잠을 자던지 그렇게 되는거야?” 

“아. 지금까지 된 거로는 그렇네요. 잠결에 끙끙 앓고 딱히 다른 사람 품에 안신 적은 없네요.” 

 “앗 그래? 그러면 직접 해보면 되지!” 

타나카가 낼름 입을 열었다. 사와무라와 스가와라의 눈이 마주쳤다.

 “으음.. 그 것도 그렇네. 합숙 때마다 야마구치가 먼저 잠들어서 끙끙 앓으면 조금 달래줘서 재우면 될테니까.” 

 “그렇네. 계속 끙끙 앓는걸 볼 수는 없으니까.” 

이래저래 말을 엮다 사와무라가 스가와라에게 떠밀렸다. 

 “하아..” 

야마구치가 어설프게 사와무라의 품에 들어갔다. 불편한지 몸을 뒤척이고는 다시 끙끙 앓았다. 이리저리 조심스러운 손들이 야마구치를 품에 안았지만 끙끙 앓는 통에 다시 츠키시마의 품으로 돌아갔다. 불만이 쏙 들어간 츠키시마의 표정에 키들키들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어쩔 수 없네. 츠키시마 너도 피곤할텐데 눕고 이만 자자.”


 주섬주섬 모두 흩어졌다. 이불까지 푸욱 덮고 불이 꺼졌다. 츠키시마의 품에는 여전히 야마구치가 있었다

 “으우.. 츳키.. 케이.. 좋아해..” 

 살그마니 들린 잠꼬대에 츠키시마가 야마구치를 꽈악 껴안았다. 츠키시마의 입술이 야마구치의 이마에 닿았다. 

“잘 자 타다시. 나도 좋아해.” 

 작은 목소리가 야마구치의 귓가에서 흩어졌다. 밤이 깊었다.


우카타케 9/3 전력 60분 
주제: 열병 





 두근두근두근 심장이 뛰었다. 안쪽부터 솟구친 열이 온 몸을 강타했다. 열병이였다. 



 깜빡이는 두 눈은 순하게 휘어졌다. 동그란 눈매가 상냥함으로 가득차 휘어지고 말랑한 볼은 붉게 물들었다. 환하게 웃어주는 얼굴에 열이 올랐다. 우카이가 애써 고개를 돌렸다. 간질간질 가슴께가 울컥였다.

 “우카이군. 괜찮은가요? 체온이 높아보이는데요?”

 “아, 아. 괜찮아, 선생. 단순히 체온이 오른 것 뿐이니까. 물 한번 먹으면 괜찮아질거야.” 

 타케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동그란 머리가 아래위로 흔들리는 것을 계속 쳐다보았다. 설핏 보이는 목라인에 시뻘개진 얼굴을 돌렸다. 우카이 케이신은 지독한 열병에 걸렸다.




 “하아..” 

우카이가 담배를 뻐끔였다. 푹푹 위로 솟아 흩어지는 담배연기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연기는 금세 타케다의 웃는 얼굴로 변했다. 

 “으악!”

 쿠당탕 의자가 뒤로 넘어갔다. 우카이가 제 뒤통수를 슬슬 문지르며 책상을 잡아 상체를 올렸다. 타케다의 얼굴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의자를 마저 세운 우카이가 털푸덕 주저앉았다. 담배를 재떨이에 비볐다. 


“아아아.. 젠장.. 지독하네.” 

 우카이가 머리를 흐트렸다. 머리띠마저 벗고는 턱을 괴었다. 상점 문을 쭈욱 쳐다보았다. 

 “선생이 올까..” 

 꿈뻑꿈뻑 눈꺼풀이 움직였다. 

 “우카이군!” 

 우카이의 눈이 커짐과 동시에 타케다의 시선이 우카이를 향했다. 타케다가 우카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선생? 왜 그래?” 

우카이가 타케다의 근처에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타케다의 이마에 우카이의 손이 닿고 이마를 대었다. 

 “열은 없고.. 오늘 무리한 거야?” 


 타케다가 퍼엉 볼을 붉혔다. 팽글팽글 돌던 눈에 타케다가 손을 뒤로 돌렸다. 

“저저저저저 이만 가볼께요 우카이군!!!!”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우카이가 멍하니 쳐다보더니 제 손에 남은 온기를 쥐락펴락 움직였다. 주먹 쥔 손을 이마에 대었다. 귀가 붉었다. 우카이가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아.. 선생.” 

 열병이 피어올랐다. 



 “으으으.. 우, 카이구운..!!” 

 타케다가 벽에 등을 기댄채 주저앉아 있었다. 발간 얼굴이 도드라졌다. 손으로 제 붉은 볼을 잡았다. 머리띠를 하지 않아 자연스레 내려온 머리를 한 우카이의 모습이 타케다의 앞에 퐁 나타났다. 타케다의 눈이 팽글팽글 돌았다.

 “이이이이이..!! 이 무슨..!” 

 열병이 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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