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카타케 9/24 전력 60분 
주제: 마지막 정거장 





 버스는 언제나 같았다. 바리바리 맨 가방이나 주머니를 그득 채운 지갑의 풍성함이 달랐지만 버스는 언제나 같았다. 손을 마주 잡은 것도 달랐지만 버스는 같았다. 덜컹이는 승차감이며 기름냄새, 열린 창문으로 얼핏 맡아지는 흙냄새나 매연냄새 같은 것도 같았다. 


진득하게 늘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감정이 팽배했다. 마주잡은 손에 땀이 배어나온지는 오래였으나 손을 놓치 않았다. 손을 놓았다간 영영 잃어버릴 것 같았다. 정거장이 지나갈수록 풍경이 달라졌다. 속도에 의해 뭉개지는 거리거리가 깜빡일수록 문드러졌다. 등받이에 등을 기대면 미적지근하고 옅게 닿은 어깨나 허벅지는 따스했다. 마주잡은 손은 따스하다 못해 뜨거웠다. 버스는 달렸다. 


툭툭 거리며 가방이 건들면 움찔거리는 어깨가 애처로웠다. 바닥과 앞을 보며 천천히 걸어왔던 길을 조심스레 옆을 걸었을 때의 긴장감이였다. 곧았으나 그만큼 바람에 휘청였다. 문득 정거장을 많이 지나쳤다는 걸 깨달았다. 시간은 흘렀다.

 - 

어두웠던 하늘은 어느새 검은 천을 깔아놓은 듯 짙고 별사탕이 박혀있었다. 버스는 달렸다. 정거장을 지나치고 계속 지나쳤다. 마주잡은 손은 깍지로 변해있었다. 

 “거기! 마지막 정거장인데 안내리십니까?” 

가로등이 깜빡였다. 꽁꽁 챙긴 가방이 덩그러이 내려졌다. 밤바람이 미지근했다. 맞닿은 손 사이로 바람이 통해 땀을 식혔다. 옅게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반듯한 이마와 동그란 이마가 머리카락에 의해 모습을 깜빡였다. 사람이 지나가지 않고 나지막한 곳에서 바람이 흔들렸다. 발걸음이 움직였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요.”

 말소리가 겹쳤다. 씁쓸하고 부드러운 미소가 엉켰다. 걸음이 멈췄다. 짐을 고쳐 챙기고는 손을 떼었다. 동시에 손을 마주잡았다. 부드럽게 깍지가 껴졌다. 힘 주어 잡았다. 

 “일단 머물 곳을 찾을까.”

 “쉬는게 좋을테니까요.” 

 정거장을 지나쳤다. 낮선 공기가 잔뜩 폐를 채웠다. 보폭을 맞춰 걸었다. 마지막 정거장을 지나쳤다. 멀리 떠나온 마지막 정거장이였다.


다이스가 9/24 전력 60분 
주제: 형용할 수 없는 공포 

판타지au입니다 :3 





 “다이치!” 

배시시 눈물점이 위로 솟았다. 환하게 반짝이는 웃음이 한가득 팔을 벌렸다. 

“스가.” 

다정한 웃음이 지어졌다. 어린아이 특유의 통통한 볼이 붉게 물들었다. 뽀얀 얼굴이 근접했다. 

“다이치! 다이치! 있지 저 쪽에 수도? 수도에는 마법사가 있대! 막 손짓만 해도 불이 솟는대! 신기하지!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막 뿔 달리고 엄청 거대한 나쁜 거를 물리쳐주는 거래!” 

상기된 어투가 재잘거렸다. 사와무라가 고개를 끄덕여주며 손을 잡아 내렸다. 풀밭에 풀썩 주저앉았다. 풀내음이 짙었다.

 “스가 진정해. 숨 넘어가겠다.” 

스가와라가 키득키득 소리내 웃었다. 사와무라의 손이 스가와라의 볼을 문질렀다. 부벼지는 손에 스가와라가 볼을 부볐다. 말랑하게 닿아오는 볼의 촉감에 사와무라가 키들키들 숨을 죽였다. 

 “스가 또 무슨 이야기를 들었어?” 

 “응? 아, 그런 뿔 달리고 엄청 거대하다고 그랬잖아 그런데 그게 엄청 거대하지 않을 수도 있대! 뭐라더라.. 그그그 아! 고위급? 그렇게 된다면 사람이랑 똑같다고 그랬어!” 

반짝이며 웃는 스가와라의 얼굴에 사와무라가 빙그레 웃었다. 재잘재잘 오물거리는 입에 사와무라가 부드럽게 웃었다. 풀썩 사와무라가 뒤로 넘어가 풀밭에 드러누웠다. 스가와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얇게 흘렸다. 

 “헤에 다이치 지금 누운거야? 으응? 내가 말하고 있었는데에?”

 “아. 듣고 있어 스가. 그리고 그러면 같이 누워서 이야기 하면 되지!” 

사와무라가 스가와라를 푸욱 뒤로 눕혔다. 개구진 얼굴에 스가와라가 볼을 부풀렸다. 

 “다이치 반칙! 이얍! 스가와라 공격 들어갑니다!” 

 “으악! 스가!” 

스가와라의 손이 사와무라의 옆구리를 간질였다. 간질간질 옆구리를 공격하는 손에 사와무라가 손을 뻗었다. 스가와라의 옆구리에 사와뮤라의 손이 나타났다. 간질간질 간지럼 공격이 풀 끄스러미와 섞였다. 하늘이 파랬다. 

 - 

어두운 방 안에 귀광이 나타났다. 펼쳐진 날개가 방을 가득 채우다 못해 벽을 뚫고 있었다. 관자놀이에 꼬아져 하늘을 향해 뻗은 뿔이 자연스레 존재했다. 탄탄한 근육이 꿈틀였다. 나지막하게 손바닥이 얼굴을 가렸다.

 “후우..” 

낮은 목소리가 오소소 소름을 불렀다. 검은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스가. 코우시.” 

 주먹이 쥐어지자 꽈드득 소리와 함께 탁자에 있던 책이 구겨졌다. 

 * 

 “다이치! 거기서 뭐해?” 

 “아 스가. 관찰 중이랄까?” 

사와무라의 앞에 토끼 한마리가 오물오물 풀을 뜯어먹었다. 스가와라가 개구지게 웃었다. 

“헤에 다이치 토끼 좋아해? 지금까지 그런 티도 안 냈으면서어?” 

은근슬쩍 옆구리를 찌르는 손길에 사와무라가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아니 그건 아니구. 토끼가 인기척에도 안 가고 있어서 아예 가까이 와봤어. 그래도 안 도망치고 있더라고.” 

 태평한 말에 스가와라가 비죽 입술을 내밀었다. 

 “에에.. 평범하네. 근데 정말 신기하다. 가만히 있네.” 

스가와라가 토끼의 머리에 손을 가져갔다. 콰드득 토끼의 머리가 갈라졌다. 동그래진 사와무라의 눈과 함께 거대한 검은 날개가 등 뒤에서 튀어나왔다. 암전했다.

 * 

눈을 감은 속눈썹 아래로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하얀 얼굴이 회색 머리카락과 어우러져 투명한 분위기를 내보였다.

 “코우시..” 

 검게 윤기나는 망토가 흐드러졌다. 양 옆으로 꼬아진 뿔이 하늘을 향해 눈을 치켜떴다. 옹골찬 손가락이 볼에 닿았다. 손가락에 닿는 부드러움에 사와무라가 쓰게 웃었다.

 ‘뿔.. 거대한 나쁜 것.. 고위.. 사람이랑 똑같대!’

 “코우시..” 

 사와무라의 손이 주먹 쥐어졌다. 고개 숙여졌다. 

 “네가.. 네가.. 나를 보는게.. 어떤 말을 할지가. 어떻게 생각하지가. 어떻게 쳐다볼지가. 네가 너무 소중해서. 네가 너무 내 삶에 가득 차 있어서..” 

사와무라가 스가와라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따스함이 입술을 타고 느껴졌다. 

“사랑해, 코우시.”

 검은 망토를 흘러내리듯 스가와라의 위에 덮은 사와무라가 뒤를 돌았다. 단단한 어깨며 굳건한 라인이 금세 문을 지나 사라졌다. 정적이 감돌았다. 

“다이치, 바보.”


오이와 9/23 전력 60분 
주제: 이름 






 이와이즈미 하지메. 입술을 부딪치고 숨을 내쉬는 이름. 턱을 움직이고 입술을 움직여 혀까지 움직여야 완성되는 너의 이름. 너는 복잡하다. 그만틈 단순하며 그만큼 사랑스럽다. 이와이즈미 하지메하는 이름은 얼마나 단조로우면서 복잡하고 투박하며 사랑스러운가. 너도 그렇다. 옹골찬 외향은 이름의 필기와 같고 성격은 성만큼 복잡하며 이름처럼 단순하고 가진 것은 투박하지만 사랑스럽지. 너는 나에게 이만큼이나 가득 차 있다. 
숨을 쉴 때면 네 생각이 났다.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오래 전 너와 만나서 다니고 너와 청춘을 다 바쳤다. 모든 기억의 처음이 너로 시작했기에 너는 나를 물들어 놓았다. 숨을 쉬다싶이 너는 내 숨이였고 숨일 터이고 숨이였어야 했다. 내 모든 걸 너는 쥐었음에도 쥐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어찌 이리도 사랑스러우면서도 원망스러울까. 
문득 정신을 차리면 네가 옆에서 머리카락을 넘겨줬다. 네가 내 얼굴에 약하다는 건 이미 알고있었기에 배시시 웃으며 잘 잤어? 라고 물으면 너는 까무잡잡한 피부에도 불구하고 티날만큼 귀와 볼을 붉혔다. 삐죽 튀어나온 입술이 그리도 귀엽게 보이고 사랑스러웠다. 오랜 기간 자각도 하지 못하다가 어느순간 자각한 감정은 멀리서 파도치고 들어와 돌을 깍는 바람처럼 오랜 마음을 느끼게 만들었다. 세월이 세월이였던지라 너는 금새 불편함을 느꼈으나 너는 쉬이 인정했다. 너는 이름처럼 일직선이였다. 
침대에 누워 눈꺼풀을 깜빡이면 네가 붉게 흥분한 얼굴로 내 위에 올라탔다. 입으로는 내 이름을 부르고 뼈가 도드라지게 내 어깨를 쥐었다. 내 어깨죽지에 가득한 손톱자욱은 마음에 든지 오래였고 네 몸 가득한 순흔은 더더욱 맘에 들어 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네가 나를 보고 웃으면 불 붙은 망아지가 날 뛰 듯 심장이 펄떡였다. 네 마음을 중히 여겼다. 눈을 꾸욱 감고 있으면 네가 조심스레 일어나 내 얼굴을 쳐다봤다. 속눈썹을 간질이고 눈두덩이와 코를 따라 볼을 매만지고는 입술을 꾹꾹 눌렀다. 흡사 고양이가 한다는 꾹꾹이처럼 간지러웠다. 아니 그저 사랑스러웠다. 실눈을 살짝 뜨면 너는 집중하면서도 연하게 웃었다. 그런 모습도 귀여웠다. 너를 어떻게 해도 나라는 개체에서 빼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 

 “후우..” 

검은 정장 위로 갈색 머리카락이 떨어졌다. 벽에 기댄 등에서 찬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잔뜩 몸을 휘감았다.

 “하지메.” 

수선화가 흐드러졌다. 유리창 사이사이로 환하게 웃는 얼굴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이와이즈미 하지메’ 

 생기도는 국화꽃이 놓여있었다. 

 “아.. 왔다간건가.” 

국화꽃을 옆으로 슬슬 치우고는 수선화를 올려놓았다. 씁쓸한 미소가 걸쳐졌다. 

 “안녕, 하지메. 나는 올해도 글렀어. 눈을 뜨면 하지메가 옆에 누워있는 거 있지.” 

조명등이 백색으로 빛났다. 이와이즈미 하지메, 얼굴 근육을 움직이고 턱과 혀를 움직여야 나오는 복잡하지만 단순한 이름. 사랑하는 하지메. 

 “이와이즈미. 입술을 움직이고 턱과 혀를 움직여야 나오는 이름. 하지메. 숨을 내뱉으며 마무리 짓는 이름. 하지메. 하지메. 마무리 짓지 못하는 이름.” 

커다란 손이 유리창을 살짝 쓸었다. 이와이즈미의 볼이 있는 곳이였다. 투명한 유리로 얼굴이 비춰졌다. 불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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