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카타케 10/01 전력 60분 
주제: 자우림 17171771 








 귓가가 붉게 물들었다. 저절로 허밍이 튀어나왔다. 손가락에 매달린 담배가 멀뚱히 연기를 뿜었다. 턱을 괸 손에 의해 볼이 눌려 튀어나왔다. 시계바늘이 느긋하게 흔들렸다.

 “우카이군!” 

 배시시 말랑한 볼에 발그레 붉은 기가 감돌았다. 색색 흔들리는 호흡이 우카이에게 흘러들어왔다. 우카이가 서둘러 타케다의 곁으로 다가섰다. 부드러운 미소가 절로 튀어나왔다. 

 “아, 선생. 어서 들어와. 뛰어왔어?”

 우카이가 타케다의 이마를 슬쩍 훑어냈다. 손에 묻어나는 땀에 우카이가 짐짓 얼굴을 찌푸렸다. 타케다가 움찔 움직이고는 우카이의 배를 슬슬 밀어 상점 내부로 들어섰다.

 “하.. 하하.. 우카이군.. 들어가요. 앉아서 이야기해요. 핳..” 술금슬금 눈치를 보며 동그란 돈을 돌리는 타케다의 모습에 우카이의 입이 흔들렸다. 타케다의 고개가 살짝 위로 향하자 우카이가 얼굴을 굳혔다. 찔끔 놀란 타케다가 조심스레 올려다보았다.

 “푸핫!” 

크게 웃어버리는 우카이의 행동에 타케다가 멈춰버렸다. 불퉁하게 튀어나오는 타케다의 입술이 붉었다. 살짝 고개 숙인 우카이가 타케다의 이마에 제 이마를 대었다. 온기가 느껴졌다.

 “우카이군! 너무해요!”

 상기된 볼로 투정을 부리는 모습에 우카이가 키들키들 웃으며 껴안았다.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타케다의 귓가를 간질였다. 푸욱 들어오는 목소리에 오소소 타케다의 목덜미에 소름이 돋아났다. 꾸욱 마주 껴안았다. 옅게 땀냄새가 섞인 체향이 흐드러졌다. 우카이가 타케다의 목덜미에 볼을 부볐다. 상점에서 걸음이 움직였다. 상기된 체온이 뜨끈하게 열을 옮겼다. 

“아, 잠. 시. 우카이군. 여기. 조금 위험..”

 멈칫 우카이가 입술을 떼었다. 붉게 물든 어깨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한숨이 튀어나왔다. 타케다가 숨을 참았다. 

 “대놓고 연애하면 안 되는걸까..” 

 타케다가 고개 숙였다. 푸욱 껴안았다. 

“그래도. 좋아해. 이건 숨기고 싶진 않아.” 

“네. 저도 좋아해요. 숨길 수도. 없는걸요.” 

조곤조곤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부드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푸딩속에 감싸진 것 같았다. 





 천사의 미소처럼 새들의 노래처럼 이토록 사랑스런 당신이 좋은걸요 어서 내게로 와요 영원히 함께해요 우리 함께라면 두렵지 않은걸요 세상에 단 한사람 당신 당신을 만나기 위해난 이 세상에 태어난 걸 알고 있나요 어쩌면 우린 예전부터 이름모를 저 먼 별에서 이미 사랑해왔었는지도 몰라요 오월의 햇살처럼 시월의 하늘처럼 그렇게 못견디게 당신이 좋은걸요 어서 내게로 와요 느끼고 있잖아요 어느새 슬픔이 사라져버린 걸 

때론 폭풍우 거센 밤에 별에서 찾아온 악마들이 우리를 갈라놓으려 할 때면 조용히 서로 마주 앉아 가만히 서로의 손을 잡고 향긋한 낙원을 떠올리지요 바람은 잦아들고 먹구름 사라지고 햇살이 따스하게 미소짓고 있네요 우리 함께 있으면 두렵지 않은걸요 악마도 지옥도 검은 운명도 아가의 살결처럼 소녀의 향기처럼 그렇게 못견디게 당신이 좋은걸요 어서 내게로 와요 다 알고 있는걸요 서로를 위해 우린 태어났잖아요 천사의 미소처럼 새들의 노래처럼 이토록 사랑스런 당신이 좋은걸요 

 자우림 17171771


우카타케 9/24 전력 60분 
주제: 마지막 정거장 





 버스는 언제나 같았다. 바리바리 맨 가방이나 주머니를 그득 채운 지갑의 풍성함이 달랐지만 버스는 언제나 같았다. 손을 마주 잡은 것도 달랐지만 버스는 같았다. 덜컹이는 승차감이며 기름냄새, 열린 창문으로 얼핏 맡아지는 흙냄새나 매연냄새 같은 것도 같았다. 


진득하게 늘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감정이 팽배했다. 마주잡은 손에 땀이 배어나온지는 오래였으나 손을 놓치 않았다. 손을 놓았다간 영영 잃어버릴 것 같았다. 정거장이 지나갈수록 풍경이 달라졌다. 속도에 의해 뭉개지는 거리거리가 깜빡일수록 문드러졌다. 등받이에 등을 기대면 미적지근하고 옅게 닿은 어깨나 허벅지는 따스했다. 마주잡은 손은 따스하다 못해 뜨거웠다. 버스는 달렸다. 


툭툭 거리며 가방이 건들면 움찔거리는 어깨가 애처로웠다. 바닥과 앞을 보며 천천히 걸어왔던 길을 조심스레 옆을 걸었을 때의 긴장감이였다. 곧았으나 그만큼 바람에 휘청였다. 문득 정거장을 많이 지나쳤다는 걸 깨달았다. 시간은 흘렀다.

 - 

어두웠던 하늘은 어느새 검은 천을 깔아놓은 듯 짙고 별사탕이 박혀있었다. 버스는 달렸다. 정거장을 지나치고 계속 지나쳤다. 마주잡은 손은 깍지로 변해있었다. 

 “거기! 마지막 정거장인데 안내리십니까?” 

가로등이 깜빡였다. 꽁꽁 챙긴 가방이 덩그러이 내려졌다. 밤바람이 미지근했다. 맞닿은 손 사이로 바람이 통해 땀을 식혔다. 옅게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반듯한 이마와 동그란 이마가 머리카락에 의해 모습을 깜빡였다. 사람이 지나가지 않고 나지막한 곳에서 바람이 흔들렸다. 발걸음이 움직였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요.”

 말소리가 겹쳤다. 씁쓸하고 부드러운 미소가 엉켰다. 걸음이 멈췄다. 짐을 고쳐 챙기고는 손을 떼었다. 동시에 손을 마주잡았다. 부드럽게 깍지가 껴졌다. 힘 주어 잡았다. 

 “일단 머물 곳을 찾을까.”

 “쉬는게 좋을테니까요.” 

 정거장을 지나쳤다. 낮선 공기가 잔뜩 폐를 채웠다. 보폭을 맞춰 걸었다. 마지막 정거장을 지나쳤다. 멀리 떠나온 마지막 정거장이였다.


우카타케 9/3 전력 60분 
주제: 열병 





 두근두근두근 심장이 뛰었다. 안쪽부터 솟구친 열이 온 몸을 강타했다. 열병이였다. 



 깜빡이는 두 눈은 순하게 휘어졌다. 동그란 눈매가 상냥함으로 가득차 휘어지고 말랑한 볼은 붉게 물들었다. 환하게 웃어주는 얼굴에 열이 올랐다. 우카이가 애써 고개를 돌렸다. 간질간질 가슴께가 울컥였다.

 “우카이군. 괜찮은가요? 체온이 높아보이는데요?”

 “아, 아. 괜찮아, 선생. 단순히 체온이 오른 것 뿐이니까. 물 한번 먹으면 괜찮아질거야.” 

 타케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동그란 머리가 아래위로 흔들리는 것을 계속 쳐다보았다. 설핏 보이는 목라인에 시뻘개진 얼굴을 돌렸다. 우카이 케이신은 지독한 열병에 걸렸다.




 “하아..” 

우카이가 담배를 뻐끔였다. 푹푹 위로 솟아 흩어지는 담배연기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연기는 금세 타케다의 웃는 얼굴로 변했다. 

 “으악!”

 쿠당탕 의자가 뒤로 넘어갔다. 우카이가 제 뒤통수를 슬슬 문지르며 책상을 잡아 상체를 올렸다. 타케다의 얼굴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의자를 마저 세운 우카이가 털푸덕 주저앉았다. 담배를 재떨이에 비볐다. 


“아아아.. 젠장.. 지독하네.” 

 우카이가 머리를 흐트렸다. 머리띠마저 벗고는 턱을 괴었다. 상점 문을 쭈욱 쳐다보았다. 

 “선생이 올까..” 

 꿈뻑꿈뻑 눈꺼풀이 움직였다. 

 “우카이군!” 

 우카이의 눈이 커짐과 동시에 타케다의 시선이 우카이를 향했다. 타케다가 우카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선생? 왜 그래?” 

우카이가 타케다의 근처에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타케다의 이마에 우카이의 손이 닿고 이마를 대었다. 

 “열은 없고.. 오늘 무리한 거야?” 


 타케다가 퍼엉 볼을 붉혔다. 팽글팽글 돌던 눈에 타케다가 손을 뒤로 돌렸다. 

“저저저저저 이만 가볼께요 우카이군!!!!”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우카이가 멍하니 쳐다보더니 제 손에 남은 온기를 쥐락펴락 움직였다. 주먹 쥔 손을 이마에 대었다. 귀가 붉었다. 우카이가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아.. 선생.” 

 열병이 피어올랐다. 



 “으으으.. 우, 카이구운..!!” 

 타케다가 벽에 등을 기댄채 주저앉아 있었다. 발간 얼굴이 도드라졌다. 손으로 제 붉은 볼을 잡았다. 머리띠를 하지 않아 자연스레 내려온 머리를 한 우카이의 모습이 타케다의 앞에 퐁 나타났다. 타케다의 눈이 팽글팽글 돌았다.

 “이이이이이..!! 이 무슨..!” 

 열병이 옮았다.


우카타케 8/27 전력 60분 
주제: 옆자리 






 문득 손을 옆으로 뻗으면 체온이 느껴졌다. 따스한 사람의 체온이 손에 닿았다. 



 “선생.”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이 흔들리며 귀가 나타나고 동그란 얼굴이 나타났다. 환하게 웃었다. 

 “네. 우카이군.” 

시선이 계속 머물렀다.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쳐다보았다. 시선이 이어지자 어색한 얼굴이 지어지며 시선을 돌렸다. 이곳저곳 향하는 시선마저 쳐다보면 돌리던 시선을 들어 마주보았다. 근거리에 존재한다. 손가락을 뻗었다. 말랑한 볼이 닿고 손가락이 안경을 살짝 들어 눈 밑을 문질렀다. 

 “우카이군?” 

 “좋아해, 선생.” 

금새 놀란 얼굴을 하다가도 부드럽게 흐드러지는 웃음을 지었다. 

“저도 좋아해요, 우카이군.” 

볼에 닿은 손을 마주잡았다. 얕은 버드키스가 이어졌다. 살짝살짝 닿는 입술이 따뜻했다. 꾸욱 몸을 껴안았다. 비누향이 닿고 옅은 땀냄새와 체향이 흘러들었다. 틈없이 맞닿은 몸으로 두근두근 심장이 엇갈리며 뛰었다. 조용한 가운데 쿵쿵 느껴지는 심장과 오감 가득 채워지는 충만감이 흐드러졌다. 어두운 하늘은 그새 달이 걸려 웃고 가로등이 점점이 눈을 떴다.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 시선을 돌리면 보이는 턱선이 도드라졌다. 츠웁 깨물어 빨아당겼다. 선히 느껴지는 고통에 맞서 깨물었다. 가로등 불빛 사이로 색스런 소리가 울렸다. 

 “내 옆에 선생이 있어서 다행이야.” 

 조금은 거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애정 가득히 낮은 목소리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팔에 힘을 주었다. 

 “저도. 제 옆에 우카이군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쿵 

 쿵 

 쿵 

 심장이 뛰었다. 옆자리에 닿았다.


우카타케 8/13 전력 60분 
주제: 음주 



 술병이 이리저리 흩어져 굴러다녔다. 불그스름한 취기며 공간 가득한 술내음이며 한바탕 술을 거하게 마셨다는 것을 나타냈다. 

 “에흐훼이 우카이쿠웅? 좀 더 들지아쿠 모하눈 거에여어. 어서 더 마셔여어. 쭉쭉.” 

“으어어 이브아 슨새.. 나는 이제 한게으억 슨생이 너므 강한그 아니야아? 딸꾹.” 

술잔이 부딪쳤다. 가득찬 술잔이 부딪치며 술을 흘렸다. 술은 계속 들어갔다. 말랑말랑하게 풀린 시선이 마주쳤다. 긴장감이 돌았다. 

 *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널부러진 술병이며 가득한 술냄새며 우카이가 앓는 소리를 내었다. 

 “으으.. 이게 무슨 일ㅇ... 잠.” 

우카이의 눈이 댕그랗게 커졌다. 복슬복슬한 곱슬머리가 우카이의 옆에서 잠자고 있었다. 이불 사이로 보이는 맨살에 우카이가 잔뜩 긴장한채 제 몸을 덮은 이불을 들췄다. 

 “......” 

따끔한 어깨죽지와 붉게 물든 쇄골, 벌거벗은 몸뚱이에 우카이가 제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옆으로 돌린 시선에는 붉은 키스마크가 타케다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 하. 하으. 우, 카이쿤.. 아.’ 

 ‘하아. 선, 생. 아. 흐읍.’ 

 어렴풋이 떠올라지는 기억에 우카이가 얼굴을 잔뜩 붉히면서 얼굴을 부볐다. 

‘좋, 아해. 선생. 좋아해.’ 

 ‘흣. 아. 아. 저도, 저도. 좋아해요. 읏.’ 

“아아아아아아... 술김에 고백하고 술김에 진도 나가고.. 이게 뭐야 대체. 진짜..” 

우카이가 슬쩍 타케다를 쳐다보았다. 피부색을 띄고있던 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우카이가 손가락으로 타케다의 귓가를 쓸어넘겼다. 움틀 놀란 타케다의 어깨가 우카이의 눈에 들어왔다. 

“이봐, 선생. 그냥 듣기만 해도 괜찮아. 원래는 계속 말하려고 했어. 선생이 눈에 밟히고 계속 선생만 생각나는 거야. 선생이 웃기만 해도 불 붙은 망아지새끼처럼 심장이 뛰고 미치겠는 거야. 부담주기 싫어서 최대한 숨겼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이렇게 해서 미안해. 분위기에 취해서 한거 같아서. 미안해.” 

“아니에요, 우카이군! 저 그래도 기뻤어요! 사실 술에 취했을 때는 흐릿하지만 그 당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우카이군이 절 좋아한다는 자체가 얼마나 좋았는데요! 우타이군! 좋아합니다! 교제해 주세요!” 

타케다가 발딱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단단하게 깃든 다짐에 우카이가 배시시 웃었다. 타케다의 얼굴이 붉어졌다. 

 “좋아해, 선생. 연애하자.” 

 활짝 둘의 얼굴에 미소가 피었다. 

 “아 잠시만 선생. 허리 괜찮아?” 

 “네? 괜차.. 으악?!” 

 “선생!!” 

 우카이와 타케다는 연애를 시작했다.


우카타케 7/30 전력 60분 
주제: 키차이 







 우카이 케이신은 제 아래로 보이는 동그란 정수리가 귀여웠다. 


 반들반들한 체육관 바닥은 청소가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어두워진 하늘은 창문을 타고 들어와 체육관 바닥에 윤기를 더했다. 활기차게 흩어진 배구부원들의 뒤통수가 통통 튀었다.

 “우카이군도 슬슬 돌아가야죠.” 
타케다의 고개가 들어올려졌다. 빤히 타케다의 머리를 쳐다보던 우카이가 마주친 시선에 화들짝 놀라 물러났다. 

“어, 어어어어. 그래야지. 선생도 퇴근해야지.” 

“네. 저는 교무실에 잠깐 들러야 해서요. 우카이군 먼저 가보세요.” 

활짝 웃고는 뒤도는 모습에 우카이가 시선을 떼지 못했다. 동글동글한 뒤통수가 우카이의 눈에서 아른거렸다.

 * 

 “선생은 손도 작네.”

 “네, 아.. 저는 아무래도 키가 작으니까요. 우카이군은 손이 크네요. 뭔가 더 단단한 거 같기도 하구요.”

 타케다가 우카이의 손을 만지작만지작 꼬물거렸다. 타케다의 동그란 머리통이 우카이의 눈을 간질였다. 두근 심장이 뛰었다. 

 “아 우카이군 손에 굳은살도 있네요.”

 “아, 아. 굳은살 있지. 선생도 굳은살 있으면서.”

 우카이가 타케다의 손가락을 만졌다. 매끈한 피부에 까슬한 굳은살이 느껴지자 시선까지 향했다. 전체적으로 작게만 느껴져 우카이의 생각이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만지작만지작 우카이의 손이 타케다의 손을 집착적으로 만졌다. 

 “우, 우카이군?”

 멍하니 손만 만지는 우카이의 모습에 타케다가 조금은 수줍게 웃고는 몸을 늘여트렸다. 분홍분홍한 분위기가 팡팡 터졌다. 배구부원들이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연애하는데도 모르는 저 분들이란.” 

 공간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 

우카이의 고개가 살짝 아래로 내려갔다. 동글동글한 타케다의 머리통이 시야에 들었다. 키차이는 꽤나 좋은 포인트였다. 앉을 때도 조금은 작은 앉은키와 서있을 때 도드라지는 키차이는 물론 손이나 발의 크기까지 작으니 우카이의 심장은 불 붙은 망아지가 날뛰 듯 쾅쾅 날뛰었다. 동그란 얼굴을 올려 배시시 웃어줄 때면 불 붙은 망아지가 아닌 상처입은 멧돼지처럼 온갖 곳을 뛰다녔다. 우카이는 타케다가 사랑스러웠다. 

 “하.. 정말이지.” 

 손으로 얼굴을 몇번 부빈 우카이가 담배를 물었다. 뻐끔뻐끔 담배연기가 풀어졌다. 단순한 키차이가 부른 것은 사랑이였다. 

 “우카이군!”

 우카이가 고개를 돌렸다. 배시시 웃는 타케다의 얼굴이 도드르졌다. 짝사랑의 시작이였다. 아니 짝사랑의 심화과정이였다.



 고개가 돌려진 우카이에 의해 턱선부터 목선이 타케다의 시야에 들었다. 단단한 선에 타케다가 슬쩍 귀를 붉혔다. 10센티는 더 큰 키는 몰래 올려다보기 좋은 키차이였다.


우카타케 7/23 전력 60분 
주제: 햇볕 








 삑삑삑 참새가 울었다. 빽빽 우는 것이 화난 것처럼 보였다. 퍼득이는 날개가 신빙성을 더해주었다. 창문에 대고 빽빽 우는 폼이 심술이 가득했다. 창문 안으로 햇볕이 살금살금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설픈 커튼을 헤치자 단정한 집 풍경이 드러났다. 적당히 치워진 집이였으나 바닥이 도드라졌다. 이리저리 널려있는 옷들이 밤의 사정을 말해주었다. 더군다나 덮여진 이불 위로 보이는 맨살이 추측을 확신으로 만들었다. 참새는 부리에서 불이 날 것 같았다. 

 “으..” 

 힘껏 올라간 데시벨에 눈이 슬쩍 떠졌다. 우카이가 눈을 깜빡였다. 제 품에 안겨 숙면을 취하는 타케다의 모습에 우카이의 얼굴에 바보웃음이 지어졌다. 우카이가 타케다를 끌어 안았다. 머리카락이 살랑였다. 북실북실한 곱슬머리에 목 주변이 간지럽자 우카이가 키들키들 웃었다. 맨 살에 닿는 머리카락은 간지러웠다. 뽀얀 얼굴에 붉게 물든 눈이 보이자 우카이가 제 입술을 내렸다. 시간이 흘렀어도 여즉 뜨듯한 눈두덩이에 키들키들 웃고말았다. 사랑에 빠진 이에게는 모든 것이 예뻐보였다. 

 “으우..” 

타케다가 입을 오물거렸다. 실눈이 뜨여졌다. 흐린 눈 사이로 우카이의 얼굴이 들어왔다. 타케다의 얼굴에 미소가 생겨났다. 

 “우카이군.. 잘, 잤어요?” 

 쉬어버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우카이가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우, 카이군?” 

 “아, 선생. 잠시만.” 

우카이가 몸을 일으켰다. 이불을 벗어나는 행동에 타케다가 상체를 일으켰다. 주섬주섬 안경을 집어 썼다. 단단한 어깨가 뻗고 그 아래로 곧은 허릿선이 이어졌다. 위로 붙은 엉덩이와 그 아래로 탄탄한 허벅지와 종아리가 내려왔다. 타케다가 얼굴을 붉혔다. 고개를 흔들던 중 우카이의 어깨죽지에 시선이 닿았다. 죽죽 붉은 손톱자국으로 물들어 있었다. 타케다가 입을 뻐끔거렸다. 그 사이 우카이가 속옷과 바지를 주워입고는 부엌에서 컵을 챙겼다. 물소리가 들리고 우카이가 타케다의 앞에 나타났다. 

“선생. 이거. 목이 좀 상했어, 물 좀 마셔봐.” 

 “아.. 크, 네.” 

 가지런한 손이 물컵을 받았다. 꼴꼴꼴 물이 들어가며 타케다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단정한 목선과 쇄골이 드러났다. 물린 자국과 키스마크가 잔뜩 남아있었다. 가슴께는 물론 어깨나 옆구리, 배까지 울긋불긋 물든 모습에 우카이가 제 귀를 붉혔다. 나름 하얗고 말랑한 타케다의 몸에 붉은 순흔자국은 자극이 컸다. 

 “물 고마워요, 우카이군.” 

 배시시 타케다의 얼굴 가득 환한 미소가 차올랐다. 우카이가 움틀 놀라더니 얼굴이 붉어져 주저앉았다. 제 고개까지 무릎에 묻어버리는 행동에 타케다가 당황하며 이불을 벗어나려 움직였다. 

“우, 우카이군? 왜, 왜 그래요? 어디 아ㅍ 헉!” 

다리를 돌리고 일어서려 다리부터 힘을 주자 타케다가 삐그덕거렸다. 우카이가 숨 멈추는 소리에 타케다를 쳐다보았다. 비틀거린 타케다의 몸에 우카이가 서둘러 타케다를 잡았다. 이불이 흐드러져 보이는 타케다의 몸이 붉었다. 순흔 자국이 가득했다. 우카이의 시선이 몸에 향하고 붉게 물든채 멈춰있자 타케다의 얼굴도 붉어져서는 멈춰버렸다. 풋풋한 연애 중이였다. 

 째액!!!! 짹!!!!!! 

창문을 찢어버리 듯 우는 참새소리에 우카이와 타케다가 화들짝 놀라 어깨를 떨었다. 닿은 몸으로 놀란 것을 느낀 둘의 시선이 어설프게 마주쳤다. 

 “풉.” 

작은 웃음이 도화선이 되었다. 웃음보따리는 폭죽이 되었다. 맑게 울리는 웃음에 참새가 날개를 푸닥거렸다. 한참을 웃고는 우카이와 타케다의 시선이 다시 마주 닿았다. 이마가 부딪쳤다. 

 “좋은 아침이야, 잇테츠.” 

 “좋은 아침이에요, 케이신.” 

입술이 닿았다. 햇빛이 와르르 쏟아져 방을 채웠다. 별사탕같은 햇빛이 반짝거렸다. 아침이 밝았다.


우카타케 from Jt

 



알싸한 알콜냄새가 짭쪼롬한 안주냄새와 쿵덕쿵덕 섞여가며 팔을 휘저었다. 게슴츠레한 알콜냄새가 우카이 케이신과 타케다 잇테츠에게서 팔다리를 바동거렸다. 술냄새 가득 풍기며 붉은 얼굴로 술잔을 챤챤 부딫치며 술을 마셨다. 주량은 아슬아슬했다. 타케다의 입으로 술이 들어가고 취해 떨리는 손은 술의 잔여를 만들어 냈다. 남은 술은 그대로 타케다의 입꼬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꿀꺽 술이 넘어갔다.우카이의 손가락이 타케다의 입술에 다가갔다. 술이 닦였다.


, 카이큔?”


멍하니 있던 우카이가 퍼득 놀라 제 술잔을 들이켰다. 타케다가 우카이의 손이 닿았던 입술을 만졌다. 술이 들어갔다.


*


눈이 다른 곳을 향했다. 먼 곳을 응시하는, 다른 생각에 빠져있는 눈. 우카이 케이신은 열병을 얻었다.


우카이군!”


, 선생?!”


벌떡 일어난 우카이가 시계를 쳐다보았다. 시계초점은 이른 오후를 달리고 있었다. 얼굴을 훑은 우카이가 고개를 들었다.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주저앉은 몸에 한숨이 절로 튀어나왔다. 열병은 지독했다.


.. 그거.. 예뻤..! 악악!! 으아아아!!”


몽롱히 볼을 붉히던 우카이가 갑자기 소리 지르며 일어섰다. 소리까지 지르는 통에 잔뜩 불거진 얼굴이 꽤나 재미를 보게 만들었다. 지독한 열병이자 지독한 애정이 찾아왔다.


시선은 마음을 따라갔다. 복실거리는 동그란 두상에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은 절로 손을 닿게 만들었다. 우카이는 손을 제어했지만 시선은 제어하지 못했다. 부원들의 배구를 보며 웃는 얼굴.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지어주는 얼굴. 배시시 웃으면서 저를 부르는 얼굴. 우카이의 눈이 타케다를 쫒았다. 도드라졌다.


노을빛이 창문을 타고 체육관으로 들어왔다. 동글동글한 뒤통수들이 저마다 고개 숙이고 길을 걸었다. 묵묵히 가는길을 보던 우카이가 고개를 돌렸다.


나도 그만 갈께, 선생.”


, ! .. 우카이군. 토요일에 한잔 하러 갈께요.”


씨익 입꼬리가 올라갔다. 따스한 노을빛과 좋아하는 사람의 미소가 어우러져 우카이의 심장을 두드렸다. 우카이가 타케다를 넋을 놓고 보았다.


좋아해, 선생..”


작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조용하던 공간에 울려퍼진 목소리는 귀를 통해 뇌를 간질였다. 타케다의 얼굴이 노을로 물들었다. 순간 정신을 차린 우카이가 놀라 제 얼굴을 손으로 덮었다.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아니아니아니. 나도 모르게.. 못 들은 척 해줘. 선생. 아니. 잊어버려. 갈께.”


우카이가 뛰다싶이 길을 걸었다. 늘어지는 그림자에 제 머히를 쥐어뜯는 우카이가 보였다. 타케다가 주저앉았다.


, 으아아.. 우카이군..”


얼굴이 붉었다.


*


꾸물꾸물 어색함이 쏟아졌다. 우카이의 시선은 타케다를 향하고 타케다의 시선은 우카이를 향했다. 마주칠 때마다 귀를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구부원들은 눈치의 유무와 갈렸다.


타케다 선생님이랑 우카이 코치님이랑 싸우신걸까?”


싸운건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말이야.”


눈치의 유무는 같은 상황도 다르게 표현했다. 둔한 눈치의 이들은 싸움이나 술주정을 건드렸다. 빠른 눈치의 이들은 애매한 웃음을 지으며 우카이와 타케다를 살폈다.


혹시 지금까지 무자각이였다가 깨달은게 아닐까.”


띠링 느낌표가 솟아올랐다. 안도감과 허허로움이 섞여 애매한 표정을 만들어냈다. 부원들의 시선이 우카이와 타케다를 향했다.


갈 길이 멀어 보이는 걸? 눈만 마주쳐도 얼굴 붉히고 피하는 걸.”


얼결에 맞닿은 손가락에 파다닥 놀란 우카이와 타케다가 두 걸음 멀어섰다. 부원들의 입에서 한숨이 튀어나왔다. 우글우글 모여있는 부원들의 모습에 볼을 붉히던 우카이가 큰소리를 냈다. 우렁찬 소리에 부원들이 꼬물꼬물 움직였다. 배구공 소리가 다시 튀어나왔다. 해는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노을빛이 흐드러졌다. 동그란 뒤통수들이 통통 뛰면서 길을 향했다. 슬그머니 우카이가 부원들의 뒤를 향했다. 타케다의 손이 우카이의 체육복을 잡았다. 옷자락이 살그마니 늘어졌다. 느긋한 바람이 살랑였다.


, 선생?”


타케다의 숙여진 고개에서 붉은 귀가 눈에 띄었다. 동그란 머리통과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렸다.


“... 해요...”


선생?”

타케다의 고개가 들어올려졌다. 붉은 볼도, 단단한 눈빛도, 바들바들 떨리는 손이, 사랑스러웠다.


저도, 저도 좋아해요. 우카이군.”


불그스름한 얼굴이 마주쳤다. 붉던 얼굴도 점점 붉어지던 얼굴도 부드럽게 향했다. 살짝 마주닿은 입술이, 전기가 올랐다. 감은 두 눈에 속눈썹이 떨렸다. 손이 마주잡혔다. 온기가 서서히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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