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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스노 from Jt
“까악!”
끼이익 고개가 돌아갔다. 나무 무늬 가득한 체육관에 검은 뭉치 하나가 사와무라를 졸졸 쫒아왔다.
“까악?”
까마귀가 제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사와무라를 향해 탁탁 걸었다. 부원들의 시선이 까마귀를 따랐다.
“까악!”
까마귀가 날개를 퍼덕였다. 사와무라의 몸에 날아오르자 사와무라가 얼결에 팔로 까마귀를 받아 안았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던 까마귀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
“어?”
“에.”
“으아아아아아??!!!”
“까아아아아악!!!”
저음비명이 활기차게 울리자 까마귀마저 빼액 소리를 질렀다. 체육관이 비명소리로 광광 울었다.
“뭐무머뭐야?!! 뭔 일이야?!!”
“무슨 일이에요?! 웬 비명이..!”
우카이코치와 타케다고문이 다급하게 뛰어와 체육관 문을 열었다. 사와무라의 품에 안긴 까마귀에 둘의 눈이 댕그랗게 변했다. 1, 2학년들이 우르르 우카이코치와 타케다고문에게 향했다. 뻐끔뻐끔 움직이는 입모양에 우카이코치와 타케다고문이 애써 침착을 머리에 새겼다. 그 사이 사와무라의 품에 있는 까마귀에게로 스가와라가 다가갔다.
“어, 얌전한데? 스가. 가까이 좀 더 와도 될 거 같아.”
“아 정말? 아예 옆으로 가볼게.”
스가와라가 느릿한 걸음으로 사와무라의 가까이로 다가섰다. 아즈마네가 초조한 듯 떨리는 눈으로 사와무라의 품에 안긴 까마귀를 쳐다보았다. 스가와라가 까마귀의 가까이에 다가섰다. 체육관의 시선이 몰렸다.
“손 올려도 괜찮을까?”
“어.. 글쎄? 일단 내가 안고 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스가와라가 턱에 손을 대어 짧은 고민을 하더니 눈을 반짝이며 손을 가져갔다. 까마귀의 턱에 스가와라의 손가락이 닿았다. 그 상태로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얌전한 까마귀의 상태에 스가와라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턱을 간질이는 손가락에 까마귀가 제 고개를 사와무라의 품에 부볐다.
“앗. 귀엽다.”
“그러게. 귀엽다. 우리 학교 주변이나 근방에 까마귀가 사람 손을 탔을 리가 없는데 말야.”
“그러네. 어쩌다가 온거지? 아 이거 그거 때문에 아냐?”
사와무라가 고개를 돌렸다. 얼굴 가득한 물음표에 스가와라가 배실배실 웃었다. 그 사이 체육관 문 앞에 몰려있던 이들이 조심조심 사와무라의 곁으로 다가갔다.
“다이치는 흔하게 카라스노 아빠라고 불리잖아? 그래서 그걸 이 녀석도 알아서 다이치를 따라온거지! 봐봐 지금도 다이치 품에서 얌전히 있고 머리도 부비고 있잖아. 아사히. 뭐 그렇게 무서워 하는거야, 정말. 소심쟁이.”
“엣. 그건 좀 넘겨짚는 거 아니야? 아사히. 그렇게 소심하게 손가락만 꿈질거리고 있으면 뭐해. 한 번 만져봐.”
“노야나 타나카도 만져 봤던데. 안 만져 볼 거야?”
“아사히선배! 깃털! 완전 부드러워요!!”
“츳키! 츳키도 만져봐봐! 부드러워!”
“어이어이 카게야마아. 혹시 너 또 까마귀가 거부할 까봐 못 만지고 있는거야아? 으응?”
히나타가 히죽히죽 웃으며 카게야마 근처를 맴돌았다. 아사히가 까마귀를 만지다가 카게야마에게 시선을 돌렸다. 문득 체육관 내 모든 이들의 시선이 카게야마를 향했다. 잔뜩 긴장한 모양새에 모두의 얼굴에 웃음기가 서렸다.
“까악?”
까마귀가 사와무라의 품에서 날개짓을 했다. 여럿이 만지니 꽤나 불편했는지 다시 이리저리 자세를 잡더니 푸욱 눌러앉았다. 까마귀의 눈이 카게야마를 향했다. 카게야마가 반발자국 물러서고 말았다.
“카게야마느은 고양이나 강아지도 도망가고 새도 도망가나요오.”
히죽 웃어버리는 히나타에 카게야마가 울컥 소리를 지르려다 까마귀를 보고 애써 눌렀다. 한반자국씩 다가가던 카게야마가 후욱 손을 뻗었다. 스가와라의 손이 카게야마의 손목을 잡고 타나카가 카게야마의 어깨를 짚었다. 카게야마가 얼떨떨한 얼굴로 둘을 번갈아 보았다.
“선배?”
“스가선배!”
스가와라가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사와무라가 둥기둥기 까마귀를 진정시켰다.
“자아 카게야마 천천히 조심스럽게 손을 뻗는거야. 놀라지 않게 손바닥 보이고.”
카게야마가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까마귀에 닿자 카게야마의 얼굴이 기쁨으로 물들며 발갛게 볼까지 물들었다. 까마귀가 조심 쓴다는 듯 머리를 부벼주었다. 돌이 되어버린 카게야마의 모습에 사와무라가 비식비식 웃었다. 까마귀가 흔들리는 몸체에 발딱 일어섰다.
“어라. 왠지 슬슬 갈 거 같은 느낌인걸.”
“그러네. 아쉽다.”
까마귀가 폴짝 사와무라의 품에서 뛰어내렸다. 빵빵한 궁뎅이를 씰룩거리며 까마귀가 종종 걸어 체육관 문을 향했다. 졸졸 까마귀의 뒤를 쫒던 부원들이 날아가는 까마귀의 뒷모습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까마귀가 날았다.
“아, 까마귀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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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스가 from Jt
단단한 사와무라의 몸에는 이질적인 꽃 하나가 피어있다. 꽃은 다채로운 색으로 흐드러졌으나 그 것은 스가와라에게만 보였다. 스가와라 코우시는 사와무라 다이치가 내보이는 감정이 간지러웠다.
“아.. 다이치.. 다이치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아아아 정말 왜 나한테만 꽃이 보이는거야... 부끄러워..”
스가와라가 볼을 부풀렸지만 불그스름한 귀나 볼이 도드라졌다. 사와무라의 든든한 등이 스가와라의 눈에 들어왔다. 심장께에 보이는 꽃인지라 등을 보고있으면 보이지 않았으나 스가와라의 눈에는 붉은 꽃이 선연했다.
“아.. 진짜. 다이치 반칙이야. 반칙. 웃어주면 붉은색. 다른 이에게 웃어주면 녹색. 부원들에게 잘해주면 노랑색과 녹색. 그 뿐인가. 그냥 나랑 같이만 있어도 분홍색. 다이치 심술쟁이.”
스가와라가 결국 잔뜩 붉어진 얼굴을 숨기려 엎드리고 말았다. 잿빛 머리카락 사이로 붉은 귀가 도드라졌다.
하늘이 어두워졌다. 와글와글 배구부원들이 우르르 길을 걸어 내려왔다. 검은색 가득한 곳에서 노란 꽃이 피어났다. 스가와라가 사와무라의 눈치를 조금씩 보며 부원들을 챙겼다. 사와무라의 시선이 스가와라를 쫒았다. 말랑말랑한 만두가 저마다의 입으로 들어갔다. 씨익 웃어보이는 입들이 종종 사라져갔다. 분홍색 꽃이 사와무라의 몸에서 불거졌다. 스가와라가 힐끗 사와무라의 꽃을 훔쳐보았다. 흘끗거리는 시선에 사와무라가 개구지게 웃으며 스가와라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었다. 스가와라가 움틀 놀라 한발자국 멀어섰다. 꽃이 붉게 물들었다.
“스가. 왜 그렇게 쳐다보는거야?”
“어, 그게. 음.. 저기 다이치.”
“응.”
사와무라가 생그라니 웃었다. 스가와라의 얼굴이 개구지게 변했다.
“다이치. 나 좋아해? 나는 다이치 많이 좋아해.”
배시시 웃어보이자 사와무라가 웃어보였다. 매끄러운 웃음이 보이자 스가와라가 눈을 꽃으로 돌렸다. 한껏 붉게 물들던 꽃이 추욱 시들었다. 꽃이 애처로이 팔랑였다.
“나도. 좋아해, 스가.”
배시시 웃는 얼굴이였으나 가득한 처연함이 도드라졌다. 불그스름하게 물든 볼이 기쁨을 나타내고 꽃이 빨갛게 흐드러졌다. 한껏 흐드러지는 꽃이 사와무라의 주변에서 달달한 향을 뿜어냈다. 스가와라의 볼이 붉어졌다.
-
밤이 찾아왔다. 연습은 길었고 감정은 깊었다. 일상에서 조금은 다름을 찾고 싶었다.
“스가.”
사와무라가 스가와라를 불렀다. 꽃이 개화했다. 한 송이만이 피어있던 사와무라의 심장에서 여러 송이가 다발적으로 피어올랐다. 스가와라의 눈 앞이 붉은 꽃으로 흐드러졌다.
“좋아해, 다이치.”
사와무라의 얼굴이 잔뜩 얼이 빠져있었다. 넋 나간 표정에 스가와라가 피식 웃고말았다. 살풋 튀어나온 웃음에 사와무라가 제 얼굴을 손으로 몇 번 부비더니 스가와라를 쳐다보았다. 사와무라의 얼굴이 잔뜩 긴장으로 가득했다. 사와무라의 손이 꾸욱 쥐어졌다가 바지춤에 문질렀다. 붉은 꽃이 피어올랐다.
“좋아해. 스가.”
스가와라의 눈 앞에서 꽃이 흐드러졌다. 붉은 꽃, 분홍빛 꽃, 노란 꽃과 녹빛의 꽃까지 지금까지 사와무라가 느끼고 스가와라가 보았던 꽃들이 사와무라의 심장에서 튀어올라 피어났다. 그 사이에서 사와무라의 얼굴이 스가와라를 응시했다. 붉어진 얼굴은 설렘과 긴장, 기쁨을 담고 있었다. 온연히 느껴지는 감정과 흐드러지는 꽃들, 스가와라 자신이 자각해버린 감정이 섞여 얼굴로 피어올랐다. 붉어진 얼굴과 풀어진 미소가 띄워졌다. 조심스럽게 사와무라가 손을 내밀었다. 손을 마주 잡았다.
“하... 하, 잡았다. 스가.”
문득 사와무라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스가와라가 놀라 걸음을 옮겼다. 마주치려는 얼굴에 사와무라가 주저앉아 얼굴을 숨겨버렸다. 붉어진 귀가 잔뜩 나타났다.
“저기, 다이치. 다이치 머리는 짧아서 귀랑 목덜미랑 다, 보여.”
스가와라의 얼굴마저 붉어지고 말았다. 애써 침착하게 누른 스가와라가 쪼그려 앉아 사와무라의 어깨를 건드렸다.
“다이치?”
스가와라의 몸이 껴안아졌다. 사와무라와 스가와라의 몸이 길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같은 성별, 같은 학교, 같은 동아리. 평생 친구만 될 줄 알았으니까. 스가. 정말 좋아해. 정말.”
스가와라가 붉어진 얼굴을 사와무라의 어깨에 묻었다. 따스하게 느껴지는 목에 사와무라가 좀 더 강하게 껴안았다.
“나도 좋아해, 다이치. 애인으로도 잘 부탁해.”
“응. 코우시.”
꽈악 팔에 힘이 들어갔다. 귓가로 들려오는 이름은 자극이 강했다. 붉은 꽃이 어두운 밤에서 도드라지며 흩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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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키야마 from Jt
츠키시마 케이에게는 특별한 꽃이 보인다. 초등학교 시절 야마구치를 구해주었던 시각 야마구치의 더듬이 주변에는 새싹이 파릇파릇하게 돋아나 있었다. 더듬이가 파닥거릴 때면 야마구치의 새싹도 같이 파닥였다. 새싹은 중학교 시절의 중반이 지나갈 때 쯤에는 줄기가 돋아나 더듬이만큼 자라있었다. 어느 순간에는 꽃봉오리가 망울지어져 있었다. 더듬이를 넘어서 망울진 꽃봉오리가 살랑거릴 때면 츠키시마는 제 자제심을 한껏 늘려야했다. 꽃봉오리는 무르익어갔고 중학교 3학년 여름. 개화했다.
야마구치의 더듬이가 삐죽 솟았다. 어깨까지 움틀 솟아올라 한껏 놀란 감정을 나타냈다. 츠키시마의 손이 야마구치의 옆구리를 훑고 있었다. 파르르 떠는 더듬이와 같이 한 송이의 꽃이 잔뜩 위를 향해 고개를 치켜들었다.
“야마구치. 요즘 살 빠졌어? 옆구리가 매끈해.”
츠키시마가 흘끗 야마구치의 눈치를 살폈다. 불그스름한 귀며 파닥이는 더듬이와 꽃까지 츠키시마는 유쾌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이곳저곳으로 꽤나 불려갔다. 훤칠한 키나 미남형에 속하는 얼굴에 츠키시마는 여학우들의 흥미를 돋구었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여학우들에게 불려나갈 때 면 야마구치의 꽃은 며칠은 물을 얻지 못한 것처럼 흐물거리며 추욱 쳐져있었다. 의외로 잘 드러나지 않는 야마구치의 감정은 꽃을 통해서 도드라져 츠키시마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결국 나가지 못한 인터하이라 해도 그 여파는 츠키시마가 좀 더 불려나가게 만들었다. 츠키시마가 불려나가는 횟수가 많을수록 야마구치의 꽃은 시듬과 생기를 번갈아가며 파득거렸고 츠키시마는 그런 야마구치가 눈에 밟혔다. 츠키시마는 야마구치 타다시가 귀여워졌다.
“야마구치 너 귀...”
“츠, 츳키? 뭐라구 했, 어?”
“아니, 아무것도.”
츠키시마는 연신 야마구치의 옆구리나 배를 만지작거렸다. 야마구치의 귀와 볼이 붉어진 채 유지되었다. 배구부원들의 눈초리가 여간 곱지 않았다. 츠키시마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야마구치만이 눈치를 살살 보았다.
-
“흐응..”
야마구치의 꽃이 파들파들 떨며 불안정했다. 츠키시마는 심기가 불편했다.
“야마구치.”
“어, 어! 츳키!”
화들짝 놀라는 야마구치의 모습에 츠키시마가 제 아미를 모았다. 야마구치가 지레 놀라 어깨를 움츠렸다.
“고백 받아서 좋아?”
야마구치의 더듬이가 삐죽 솟구쳤다. 츠키시마의 한구석에서 심술이 나타났다. 꽃은 시무룩 쳐져있었다.
“츠츠츳키?! 봐, 봤어?”
“하아.. 너하고 같은 반인데 네 책상에 놓여진 쪽지 하나 못 볼까봐?”
야마구치가 한껏 안절부절 못하자 츠키시마가 야마구치의 머리를 꾸욱 눌렀다. 고개가 돌려졌다.
“부활 안가?”
부활동은 여전히 활기찼다. 배구를 좋아하는 이들은 언제나 활기찼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저녁을 마주쳤다. 익숙하게 만두를 손에 쥐고 뿔뿔히 흩어졌다. 츠키시마와 야마구치가 길을 천천히 걸어갔다. 야마구치가 눈치를 살폈다.
“야마구치. 혹시 나 좋아해?”
야마구치의 꽃이 삐죽 솟았다. 꽃이 생기를 머금었다가 금세 시들었다.
“아, 저기, 츳키. 그게. 그, 미안!”
츠키시마가 걸음을 멈춰섰다. 야마구치가 고개를 들었다. 츠키시마의 얼굴이 찌푸려져 있었다.
“그게 왜 미안한데.”
“아니, 그게. 같은 성별이고, 나는 잘하는 것도 없고.. 츳키랑 안 맞으니까..”
“그걸 왜 네가 정해.”
야마구치의 고개가 번뜩 올려졌다. 츠키시마의 눈에 야마구치의 꽃이 도드라졌다.
“츳, 키?”
“내 감정은 생각 안 해? 너 안절부절하는 거 보면 신경 쓰이고 너 고백 받은 거 기분 나빠. 너 다른 애들한테 웃어주면 짜증나고 게속 너 생각나. 너 보면 만지고 싶고 그래. 그래서 내가 너랑 연애하자고 하면 싫어?”
야마구치가 고개를 숙였다. 츠키시마가 야마구치의 고개를 잡아 들어올렸다. 눈에 가득한 눈물에 츠키시마가 손가락으로 야마구치의 눈 아래를 문질렀다. 금세 손가락에 눈물이 묻어났다.
“좋, 아. 츳키. 좋아해.”
야마구치가 훌쩍훌쩍 눈물을 쏟아냈다. 몽글몽글 쏟아지는 눈물에 츠키시마가 움칠 놀라 야마구치의 눈을 닦아냈다. 짧게 혀까지 찬 츠키시마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닦아냈다.
“눈 붓는다.”
다정한 손길에 눈물을 슬슬 그쳐갔다. 꽃이 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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