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카타케 8/13 전력 60분 
주제: 음주 



 술병이 이리저리 흩어져 굴러다녔다. 불그스름한 취기며 공간 가득한 술내음이며 한바탕 술을 거하게 마셨다는 것을 나타냈다. 

 “에흐훼이 우카이쿠웅? 좀 더 들지아쿠 모하눈 거에여어. 어서 더 마셔여어. 쭉쭉.” 

“으어어 이브아 슨새.. 나는 이제 한게으억 슨생이 너므 강한그 아니야아? 딸꾹.” 

술잔이 부딪쳤다. 가득찬 술잔이 부딪치며 술을 흘렸다. 술은 계속 들어갔다. 말랑말랑하게 풀린 시선이 마주쳤다. 긴장감이 돌았다. 

 *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널부러진 술병이며 가득한 술냄새며 우카이가 앓는 소리를 내었다. 

 “으으.. 이게 무슨 일ㅇ... 잠.” 

우카이의 눈이 댕그랗게 커졌다. 복슬복슬한 곱슬머리가 우카이의 옆에서 잠자고 있었다. 이불 사이로 보이는 맨살에 우카이가 잔뜩 긴장한채 제 몸을 덮은 이불을 들췄다. 

 “......” 

따끔한 어깨죽지와 붉게 물든 쇄골, 벌거벗은 몸뚱이에 우카이가 제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옆으로 돌린 시선에는 붉은 키스마크가 타케다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 하. 하으. 우, 카이쿤.. 아.’ 

 ‘하아. 선, 생. 아. 흐읍.’ 

 어렴풋이 떠올라지는 기억에 우카이가 얼굴을 잔뜩 붉히면서 얼굴을 부볐다. 

‘좋, 아해. 선생. 좋아해.’ 

 ‘흣. 아. 아. 저도, 저도. 좋아해요. 읏.’ 

“아아아아아아... 술김에 고백하고 술김에 진도 나가고.. 이게 뭐야 대체. 진짜..” 

우카이가 슬쩍 타케다를 쳐다보았다. 피부색을 띄고있던 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우카이가 손가락으로 타케다의 귓가를 쓸어넘겼다. 움틀 놀란 타케다의 어깨가 우카이의 눈에 들어왔다. 

“이봐, 선생. 그냥 듣기만 해도 괜찮아. 원래는 계속 말하려고 했어. 선생이 눈에 밟히고 계속 선생만 생각나는 거야. 선생이 웃기만 해도 불 붙은 망아지새끼처럼 심장이 뛰고 미치겠는 거야. 부담주기 싫어서 최대한 숨겼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이렇게 해서 미안해. 분위기에 취해서 한거 같아서. 미안해.” 

“아니에요, 우카이군! 저 그래도 기뻤어요! 사실 술에 취했을 때는 흐릿하지만 그 당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우카이군이 절 좋아한다는 자체가 얼마나 좋았는데요! 우타이군! 좋아합니다! 교제해 주세요!” 

타케다가 발딱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단단하게 깃든 다짐에 우카이가 배시시 웃었다. 타케다의 얼굴이 붉어졌다. 

 “좋아해, 선생. 연애하자.” 

 활짝 둘의 얼굴에 미소가 피었다. 

 “아 잠시만 선생. 허리 괜찮아?” 

 “네? 괜차.. 으악?!” 

 “선생!!” 

 우카이와 타케다는 연애를 시작했다.


다이스가 8/13 전력 60분 

주제: 장미꽃 

 전력시간을 놓쳐서 짧아요..ㅎ... 



 장미꽃의 꽃말 

 빨간 장미꽃 봉우리 : 순수한 사랑, 사랑의 고백 
빨간 장미꽃 : 열렬한 사랑 
핑크 장미꽃 : 사랑의 맹세 
파란 장미꽃 : 기적 
·
· 
· 
들장미 : 행복한 사랑 컴퓨터 화면이 밝았다. 

 * 

 사와무라가 핸드폰을 꾸욱 쥐었다. 꽃말은 다채로웠고 사와무라가 원하는 꽃말은 낮부끄럽기도 했다. 꽃 사진이 문자에 들어갔다. 애써 고민하고 기도하며 시계만 초조하게 쳐다보았다. 사와무라가 제 핸드폰 가득한 장미꽃 사진을 보며 얼굴을 붉혔다. 

 “알아챌 수 있으려나..” 

사와무라의 손가락이 핸드폰을 톡톡 건드렸다. 일정한 위치를 건드리던 손가락이 툭 비스듬하게 들어가자 핸드폰이 아슬아슬하게 흔들렸다. 당황한 얼굴로 핸드폰을 쥐었고 핸드폰 화면은 메일 전송을 완료했다고 반짝였다. 

“아.. 아.. 자자자잠깐..!” 

망연자실한 사와무라의 얼굴이 쿠웅하고 책상에 부딪쳤다.
 
“나는 바보야...” 

 우중충하게 흔들렸다. 지잉 사와무라가 핸드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메일이 왔다고 핸드폰은 반짝였다. 

 “아아아아... 차였구나..” 

 사와무라의 이마가 콩콩 책상을 향해 부딪쳤다. 쿵쿵 부딪칠 때마다 이마가 살금살금 붉어졌다. 단단한 손이 핸드폰을 쥐었다. 

 “아.” 

 들장미가 흐드러졌다.






오이이와 8/12 전력 60분 

주제: FHQ









마왕성은 의외로 적막했다. 어두운 하늘은 구름마저도 검었다.


"안녕 이와쨩?"


높은 의자에서 오이카와의 말소리가 울렸다. 이와이즈미가 눈을 깜빡였다.


"안녕 못하다, 이 멍청카와."


이와이즈미의 비죽이는 말에 오이카와가 과장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커다란 동작이 움틀거렸다.


"에이이 이와쨩 너무해! 어떻게 오랜만에 보는 소꿉친구에게 그런 차가운 말을 할 수 있어! 이 오이카와씨 울거라구!"


이와이즈미가 귀를 긁적였다. 늘어지게 하품까지 하자 오이카와가 팔다리를 동당거렸다.


"아아아아 정마아아알!! 이와쨩 무드없어! 그냥 오랜만이야 하고 나한테 와주면 안됐던 거야? 응?"


"하? 당연하잖아. 이 바보 멍청이 오이카와."


오이카와의 몸이 단번에 이와이즈미의 앞으로 다가왔다. 오이카와의 눈이 이와이즈미와 마주쳤다.


"이와쨩. 혼자 내 앞에 왔으면서 뭐가 그렇게 당당한거야? 나를 놓고 떠났잖아."


꾸욱 다물어진 이와이즈미의 입으로 오이카와의 손이 닿았다. 엄지 손가락이 다물어진 입 안으로 들어갔다. 이와이즈미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손가락이 이와이즈미의 입 안을 가로질렀다. 이와이즈미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오이카와가 손을 떼자 이와이즈미의 입술은 금새 다물어졌다. 오이카와의 눈이 얄상하게 휘고 입술이 닿았다. 쪽 소리와 함께 떨어지자 이와이즈미의 입술이 툭 튀어나왔다. 오이카와의 입에서 푸슬푸슬 웃음이 튀어나왔다. 손을 마주잡았다.


"있지 이와쨩. 이와쨩이랑 같이 온 애들 있잖아. 지금쯤이면 아마 우리쪽이랑 잘 놀고 있을거야."


둘의 동체가 갑작스레 나타난 의자에 의지했다. 동그란 수정구슬이 둥실둥실 둘을 향해 다가왔다.


"짜짠! 일단 첫번째로 떨어진 금발 마법사를 봐볼까?"


"... 마음대로 해."


"헤에 이와쨩이 그렇다고 한다면야! 앗, 쿠로쨩이랑 이야기하고 있네?"


수정구슬 안은 검은 공간에서 작은 불빛이 반짝이고 있엇다.


'쿠로.'


이가 드러나도록 웃었다.


'켄마. 여기까지 와줄 줄은 몰랐는데 말야.'


"아아 뭐야. 재미없어.. 그러면 다음은 누구더라 주황꼬마랑 토비오쨩이였지, 아마."


수정구슬이 꾸물꾸물 검은색으로 덮여가며 장소를 나타내었다.


"어이 오이카와."


오이카와의 고개가 이와이즈미에게로 돌려졌다. 무감각한 눈동자에 이와이즈미가 들어차자 생기가 돌았다. 이와이즈미가 제 얼굴을 부볐다.


"어라. 이와쨩 왜 그래? 이거 보기 싫어? 그러면 다른거 볼까? 아니면 시미즈쨩이 데리고 다니는 귀여운 까마귀쨩들 데리고 와저 재롱이라도 부리라고 할까? 응? 이와쨩."


"그만하자. 오이카와."


오이카와의 얼굴에 정적이 돌았다. 생그러이 웃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이와이즈미를 쳐다보았다.


"무엇을?"


이와이즈미가 제 손에서 장갑을 벗겨냈다. 오이카와의 얼굴에 이와이즈미의 손이 닿았다.


"그만하자, 오이카와."


이와이즈미의 손이 오이카와의 볼을 잡고 눈 밑을 문질렀다.


"힘들잖아. 너."


오이카와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동공이 축소되었다.


"이 오이카와씨는 모르겠는걸 이와쨩. 내가 힘들다니? 마왕이라구 이와쨩. 나는. 나는 마왕이야, 이와쨩."


이와이즈미가 제 입술을 깨물었다. 양 손이 오이카와의 얼굴을 잡았다.


"그러니까 그만 두자고."


눈이 마주쳤다. 따스한 온기가 가득차고 믿음으로 선연한 눈에 오이카와가 잘게 몸을 떨었다.


"아니아니아니이와쨩오이카와씨는그런거모르겠고말야마왕이라구이와쨩지금까지모르고살던어린애새끼가갑자기마왕이되고자각해버렸단말야이걸누가해결해주지이와쨩은이와쨩은이와쨩은나는그런거몰라하지메마왕은마왕으로있어야해마왕이니까마왕이니까마왕으로있어야해마왕은어느것에도얽매여선안되마왕은집착하는게있어선안되집착하는걸숨겨야해숨겨야해숨겨야해하지메하지메하지메하지메하지메하지메하지..!"


이와이즈미의 박치기가 오이카와의 이마에 정통으로 박혔다. 오이카와의 눈에 초점이 잡혔다.


"이, 와쨩?"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를 끌어안았다.


"그만하자, 토오루. 더 이상 힘들어하지 말자. 그런거 무시해버리자."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를 마주 껴안았다.


"그래도 되? 나 하지메랑 같이 있고싶어. 어릴 때처럼 하지메랑 놀고 밥 먹고 하지메랑 이야기하고 평범한 녀석처럼 살고싶어."


정적이 감돌았다. 껴안은 팔에 힘이 들어갔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토오루. 검 뽑아."


"무슨 검?"


오이카와의 손이 이와이즈미의 뒷목을 쓸었다. 뒷목을 쓸던 손은 금새 얼굴로 넘어와 이곳저곳을 부볐다. 오이카와가 제 입술을 이와이즈미의 얼굴에 콩콩 찍었다.


"내가 가져온 검 있잖아."


"응."


버드키스가 이어졌다.


"가져왔어?"


"응. 둥둥 떠다니고 있어."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의 입술에 꾸욱 제 입을 눌렀다.


"찔러."


"찌른다."


검은 빨랐다. 날카롭게 벼려진 칼은 금새 육체를 꿰뚫었다. 피가 튀었다.


"또 보자, 하지메."


"잊어버리면 죽는다, 토오루자식아."


새빨간 피가 검은 피와 섞여 흘렀다. 성은 둘의 주변에서부터 밝아지기 시작했다.

얌굿 7/31 전력 60분 
주제: 바다 






 바다는 깊었다. 너는 바다와도 같아서 빠져나오고 싶어도 깊고 깊어 벗어날 수가 없었다. 




 “야마구치.” 
네가 나를 부를 때면 조곤조곤하게 울리며 파동이 되어 찾아왔다. 직선으로 뻗는 듯 하다가도 마무리 지어지며 네 입에서 나오면 그 자체로도 심장이 뛴다. 

“응, 츳키. 왜?” 

 은근히 찌푸려진 미간에 마음에 안드는게 있었나 싶었다.

 “츳키. 뭐 마음에 안 드는거야?” 

 슬쩍 올려다보자 그새 미간을 피고는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다. “아무것도.” 

“응!” 

발걸음 살그마니 맞춰 옆을 따라가고 헤드셋을 낀 모습에 보이지 않을거라 생각해 쳐다보는.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쿠웅 뛰니 이건 바다에 가라앉아 숨을 쉬는 물고기와도 같다. 아가미를 뻐끔이며 산소를 챙기는 숨을 쉬었다. 너라는 바다에 빠져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 

 야마구치 타다시. 앞으로 나아갔다가 마무리 지어지는 이름을 내뱉을 때면 네가 밀려왔다. 바다에 밀물과 썰물이 있듯이 네 이름은 바다다. 시선을 느끼면 네 얼굴은 온통 나로 가득해 그 모습이 만족스러웠다. 바다에 사는 물고기처럼 나를 물로 삼아 산소를 챙겨가는 모습은 내 속에 있는 집착을 일으켰다. 너는 인기가 많다. 너는 모르겠지만 여자아이들은 다정한 너를 좋아했다. 그런 모습이 보기 싫어 괜히 눈을 흘기고 너를 챙기기도 했다. 너는 그도 모르고 좋다고 쫄래쫄래 다가와 웃었다. 나를 보며 산소를 챙기는 건 얼마나 모순적인지. 나에게 너는 바다다. 나는 너를 보며 하루하루 바다로 가라앉는다.

 * 

가끔 바닷물이 푸르게 펼쳐진다. 옆에는 네가 있고 주변에는 똑같은 풍경들이지만 모든 곳은 바닷물로 가득해 푸르게 반짝이며 산소방울이 뽀글였다. 그럴 때 네가 배구를 하면 네 주변에서 심해화산이 부글거렸다. 너는 기껏 숨겼지만 열정적이다. 네가 다정하다고 말을 하면 히나타나 카게야마는 물론 선배들까지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카게야마나 히나타는 얼굴을 찌푸리지만. 너는 상냥하고 다정하지만 의외로 꼬인 부분이 있었다. 그 모습마저도 바다와 같아서 나는 너에게 꼬르륵 잠겨들었다. 심해로 심해로 가라앉았다. 바닷물이 범람했다. 푸른 바닷물은 위를 가득 채우고 내가 서있는 곳은 어둡게 가라앉았다. 심해에 서있었다. 돌아가는 길은 네 옆에서 산소를 챙겼다. 헤드셋은 여전히 너를 둘러쌌다.

 “좋아해.” 

 너는 조용했다.

 “좋아해, 츳키.”

 바닷물은 잔잔했다. 

 “좋아해. 츳, 케이.” 

바닷물이 일렁였다. 심해는 고요했다. 문득 화산이 부글거리는 게 보였다. 

“야마구치.” 

 “어, 응. 츳키.” 

 심해로 가라앉았다. 

 “이거 음악 안 켰어.” 

 헤드셋이 머리로 쑥 들어왔다. 조용한 헤드셋에 머리가 비어졌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입이 뻐끔거리는게 느껴졌다. 츳키의 손이 볼에 닿았다. 

 “다시 말해봐.” 

 눈이 마주쳤다. 심해가 밝아졌다. 수면이 가까워졌다.

 “아.. 좋아해..?”

 “물음표말고.” 

 손을 잡았다. 

 “저기, 츳키. 나는 츳키ㄱ,” 
“좋아해 야마구치. 네가 곁에 있으면 좋아. 없으면 허전하고 어색하고 네가 누군가에서 웃어주면 배알이 꼴려. 좋아해.” 

수면 위는 밝았다. 바다는 의외로 얕았다.

 야마구치는 바다다. 나는 바다를 잡아챘다. 내 안에 있는 집착이 초록색 안광을 발했다.


우카타케 7/30 전력 60분 
주제: 키차이 







 우카이 케이신은 제 아래로 보이는 동그란 정수리가 귀여웠다. 


 반들반들한 체육관 바닥은 청소가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어두워진 하늘은 창문을 타고 들어와 체육관 바닥에 윤기를 더했다. 활기차게 흩어진 배구부원들의 뒤통수가 통통 튀었다.

 “우카이군도 슬슬 돌아가야죠.” 
타케다의 고개가 들어올려졌다. 빤히 타케다의 머리를 쳐다보던 우카이가 마주친 시선에 화들짝 놀라 물러났다. 

“어, 어어어어. 그래야지. 선생도 퇴근해야지.” 

“네. 저는 교무실에 잠깐 들러야 해서요. 우카이군 먼저 가보세요.” 

활짝 웃고는 뒤도는 모습에 우카이가 시선을 떼지 못했다. 동글동글한 뒤통수가 우카이의 눈에서 아른거렸다.

 * 

 “선생은 손도 작네.”

 “네, 아.. 저는 아무래도 키가 작으니까요. 우카이군은 손이 크네요. 뭔가 더 단단한 거 같기도 하구요.”

 타케다가 우카이의 손을 만지작만지작 꼬물거렸다. 타케다의 동그란 머리통이 우카이의 눈을 간질였다. 두근 심장이 뛰었다. 

 “아 우카이군 손에 굳은살도 있네요.”

 “아, 아. 굳은살 있지. 선생도 굳은살 있으면서.”

 우카이가 타케다의 손가락을 만졌다. 매끈한 피부에 까슬한 굳은살이 느껴지자 시선까지 향했다. 전체적으로 작게만 느껴져 우카이의 생각이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만지작만지작 우카이의 손이 타케다의 손을 집착적으로 만졌다. 

 “우, 우카이군?”

 멍하니 손만 만지는 우카이의 모습에 타케다가 조금은 수줍게 웃고는 몸을 늘여트렸다. 분홍분홍한 분위기가 팡팡 터졌다. 배구부원들이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연애하는데도 모르는 저 분들이란.” 

 공간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 

우카이의 고개가 살짝 아래로 내려갔다. 동글동글한 타케다의 머리통이 시야에 들었다. 키차이는 꽤나 좋은 포인트였다. 앉을 때도 조금은 작은 앉은키와 서있을 때 도드라지는 키차이는 물론 손이나 발의 크기까지 작으니 우카이의 심장은 불 붙은 망아지가 날뛰 듯 쾅쾅 날뛰었다. 동그란 얼굴을 올려 배시시 웃어줄 때면 불 붙은 망아지가 아닌 상처입은 멧돼지처럼 온갖 곳을 뛰다녔다. 우카이는 타케다가 사랑스러웠다. 

 “하.. 정말이지.” 

 손으로 얼굴을 몇번 부빈 우카이가 담배를 물었다. 뻐끔뻐끔 담배연기가 풀어졌다. 단순한 키차이가 부른 것은 사랑이였다. 

 “우카이군!”

 우카이가 고개를 돌렸다. 배시시 웃는 타케다의 얼굴이 도드르졌다. 짝사랑의 시작이였다. 아니 짝사랑의 심화과정이였다.



 고개가 돌려진 우카이에 의해 턱선부터 목선이 타케다의 시야에 들었다. 단단한 선에 타케다가 슬쩍 귀를 붉혔다. 10센티는 더 큰 키는 몰래 올려다보기 좋은 키차이였다.


다이스가 7/30 전력 60분
주제: 아지랑이

사막 판타지 au에 가깝습니다 :3











아지랑이는 피어오르고 환각이 일어나니 머리가 어질거렸다.
살금거리는 발걸음은 아지랑이와 엇갈려 흔들렸다. 들판은 대지가 있어야 피어올랐다. 갇힌 들판은 대지를 향해 도망쳤다. 아지랑이는 들판이 되고 싶었다.



사막의 모래바람은 까슬였다. 하얀 천옷은 몸을 가리고 얼굴을 가렸다. 나타난 눈은 굳건한 대지와도 같았다. 모래바람에 퍼덕이는 옷자락이 하얀 아지랑이를 만들었다.

“모래폭풍이 오겠군.”

바르르 떨리는 낙타의 속눈썹이 퍼덕거렸다. 사와무라는 주섬주섬 짐을 풀었다. 마른 연료를 통해 불이 천천히 피어올랐다. 바드득하며 하늘은 어두워졌다. 순식간에 바뀌어버린 낮밤은 온도마저 바꾸어버렸다. 싸늘한 공기에 사와무라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별이 반짝였다. 어두운 밤하늘 가득 별이 촘촘히 박혀 빛났다. 모래는 따뜻했다. 푹푹 들어가는 모래를 퍼내고 사와무라는 몸을 집어넣었다. 별이 흐드러졌다.

*

더위는 아지랑이를 만들어냈다. 햇빛이 내려와 모래를 잔뜩 붉혔다. 뜨거운 열기에 모래에서부터 차오르는 아지랑이가 머리 끝까지 차올랐다. 낙타는 느릿한 걸음을 계속 옮겼다. 적막하던 사막이 하얀 아지랑이가 도드라졌다. 하얀 아지랑이는 점점 움직이고 흐드러져 사와무라를 향해 다가왔다. 뜨거운 햇빛을 막는 옷을 입지도 않고 가무잡잡한 얼굴도 아닌 하얀 모습이 피어올랐다.

“아.. 누구?”

멈춘 걸음은 사와무라를 응시했다. 광할한 사막은 지평선을 갈라놓고 하얀 햇빛은 쨍하게 울었다. 노랗고 갈빛 도는 모래 위로 하얀 맨발이 올라앉았다. 사와무라가 눈을 크게 뜨고 낙타에서 내려왔다. 집에 들어있는 여분의 신발을 꺼낸 사와무라가 머쓱하게 입을 열었다.

“사막에서 맨발로 걸으면 안되니 일단 이걸 신는게 낫겠소.”

멀뚱히 쳐다보는 모습에 사와무라가 무릎을 굽혔다. 하얀 발을 쥐고 신발을 신겼다. 부드러운 피부에 사와무라가 얼핏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사막에서 그러고 다니다건 약탈자에게 걸리는 건 물론 그대로 가다가 탈수로 죽을지도 모르네.”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에 사와무라가 제 이마를 잡았다. 하얀 손가락이 닿았다.

“아..”

흐드러지는 꽃잎이 펼쳐졌다. 알록달록한 꽃잎이 팔랑이고 물소리가 울렸다. 텁텁한 모래내음이 아닌 향긋한 꽃내음과 생그러운 향에 사와무라의 눈이 커졌다. 아래로 쭉 뻗은 버드나뭇 가지가 살랑이고 위로 솟은 나뭇가지는 낭창거렸다. 본 적 없는 황홀경이 피어올랐다. 잡아챈 손목과 함께 사막이 나타났다. 방긋 웃는 그 얼굴에 사와무라가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이건.”

모래가 흩날렸다. 검은 옷이 흐드러졌다.

“하. 잘 못 주운건가....”

환도가 흐드러졌다. 부딪치는 쇠가 창창하게 울렸다. 사막의 모래 위로 피가 흐드러졌다. 아지랑이가 흐드러졌다.

“이, 름은..”

방긋 웃는 얼굴에 눈물점이 도드라졌다.

“아?”

들판이 흐드러졌다. 닿은 손을 타고 얼굴이 도드라졌다. 웃는 얼굴이 사와무라의 눈 가득 차올랐다.

“스가와라. 스가와라 코우시.”

하얀 손가락이 저를 가르켰다. 고개가 갸웃거렸다.

“그래. 당신 이름. 스가와라 코우시.”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가락이 사와무라를 향했다.

“사와무라 다이치. 나는 사와무라 다이치.”

스가와라의 얼굴이 하늘을 쳐다보았다. 사와무라가 고개를 들었으나 하늘은 햇빛으로 가득했다. 품이 가득 찼다. 향긋한 풀내음이 났다. 사막의 아지랑이가 머리 끝까지 올라와 시각을 채웠으나 상큼한 풀내음이 코를 채웠다. 사막의 아지랑이가 들판이 되기 위해 준비했다. 준비물이 마무리 지어졌다.

얌굿 7/24 전력 60분 
주제: 고민 








 츠키시마 케이는 고민이 생겼다. 

 “야마구치.” 

화들짝 놀라 어깨가 튀어올랐다. 야마구치가 후다닥 고개를 돌렸다.

 “어, 어! 츳키! 왜 그래?” 

츠키시마를 쳐다보면서도 안절부절 못하는 눈이며 손에 츠키시마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츠, 츳키?” 

상자에 담긴 토끼가 떨 듯 바르르 떠는 야마구치의 모습에 츠키시마가 고개를 돌렸다. 
 “됐어.”

 “아, 응!”

 곧바로 뛰어가 배구공을 잡는 모습에 츠키시마가 입술을 깨물었다. 츠키시마 케이는 고민이 있다. 야마구치 타다시가 도망친다. 

 * 

 “츠키시마.” 

 “주장.” 

 사와무라가 슬슬 제 뒷목을 쓸었다. 입이 열렸다.

 “잠깐 얘기 좀 하자.”

 “네.” 

느지막한 노을에 바람이 살랑였다. 체육관은 공 튕기는 소리가 흐드러졌다. 

“딱히 사족 붙이는 건 안 좋아할테니까 바로 물어볼께. 혹시 야마구치랑 싸운거야?” 

제 손을 꼼지락하던 츠키시마가 멈췄다. 문득 깨물린 입술이 눈에 띄었다. 사와무라가 츠키시마의 등을 툭툭 쳤다.

 “아니면 됐다. 알아서 잘 하겠지만 힘들면 말해라. 뭐라 말은 못해준다 해도 들어줄 수는 있으니까.” 

 사와무라의 손이 츠키시마의 머리를 휘저었다. 뒤를 돌아 한 걸음 올라서 바지를 툭툭 털었다.

 “조금만 있다가 들어와. 땀 식으면 추우니까 오래 있지 말고.” 

철문이 열렸다가 닫혔다. 곱슬머리가 엉켜 설설 빗어내렸다. 문득 츠키시마의 눈이 먼 곳을 쳐다봤다. 야마구치 타다시의 머리는 생머리인지라 두상이 잘 보였다. 야마구치의 머리는 작고 올려다보는 눈은 새초롬했다. 츠키시마를 쳐다보는 얼굴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있다. 츠키시마의 귀가 빨갰다. 자각은 갈라진 틈새로 샘솟는 물과 같았다. 츠키시마가 제 얼굴을 무릎에 박았다. 

 “하.. 꼴사나워. 여태껏 잘도 몰랐네. 잘도, 모른척 해준다고 지껄였네.” 
 츠키시마가 몸을 일으켰다. 체육관은 시끄러웠다. 

 * 

붉은 야마구치의 얼굴은 귀엽다. 입술이 세모꼴로 변해 뻐끔거렸다. 츠키시마는 만족감 가득한 얼굴로 웃었다. 츠키시마의 얼굴이 가까워지자 야마구치가 얼굴을 더욱 붉혔다. 야마구치의 더듬이가 뾰족하게 솟아올랐다. 

 “야마구치? 대답은?” 

 츠키시마가 근거리에서 매끈하게 웃어보이자 야마구치의 눈이 핑핑 돌았다. 

“아, 그게, 그러니까. 츳키. 그게.”

 뱅글뱅글 도는 야마구치의 눈에 츠키시마가 손을 올렸다. 챱하는 소리와 함께 츠키시마의 손 안에 야마구치의 얼굴이 잡혔다.

 “이런거 좋아? 손 잡는건? 껴안는건? 키스하는건? 섹스하는 건?” 

부끄러움에 고개가 숙여지려는 야마구치에 츠키시마가 들어올렸다. 눈이 마주쳤다.

 “야마구치. 너는 어때. 나는 다 하고싶어. 좋아해.”

 야마구치의 속눈썹이 팔랑였다. 그림자가 길이를 자유자재로 변했다. 

 “나도, 좋아해.. 근데.. 나같은 걸.. 츳키ㄴ..” 

 쪽 

 츠키시마의 입술이 부딪쳤다. 쪽소리가 청명하게 울렸다. 야마구치가 넋을 놓다가 점차 붉어졌다. 

 “내 마음이니까 상관없어. 좋아해.”

 “으.. 응. 나도, 츳키. 좋아해.” 

 결국 숙여진 얼굴에 붉어진 귀가 도드라졌다. 츠키시마가 야마구치를 꾸욱 껴안았다. 팔이 둘러졌다. 츠키시마가 눈을 반쯤 떴다. 제 품에 안긴 야마구치의 목덜미가 붉었다. 생각은 짧았다. 

 “히잇! 츠츠츠츳키?”

 츠키시마가 야마구치의 목덜미를 깨물고 있었다. 살짝 핥아올리는 혀에 야마구치가 바르르 떨었다.

 “도망치지마, 타다시. 도망치는 거 얼마나 불편했는지 알아?”

 “으, 으응.. 츳키.” 

 츠키시마가 이마를 콩 찍었다. 

 “케이.” 

 야마구치가 슬쩍 눈동자를 올렸다.

 “케이.” 

 눈동자가 갈 길을 잃었다. 

 “타다시.” 

 입술이 오물거렸다. 

 “케이..” 

고민은 해결되었다. 틈새로 솟구치는 물이 넘쳐 흐르듯이 꽉 찬 마음을 말하면 해결되는 것이였다. 츠키시마 케이는 고민이 없다. 야마구치 타다시는 고민이 생겼다.

 “타다시, 뭐 붙었잖아.” 

츠키시마의 손가락이 머리에 붙은 먼지를 떼며 눈 밑을 문지르고 손을 떼었다. 귀가 붉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소꿉친구였던 애인이 너무 다정하게 변했다. 
얼굴이 평생 붉어진 채 제 피부색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


우카타케 7/23 전력 60분 
주제: 햇볕 








 삑삑삑 참새가 울었다. 빽빽 우는 것이 화난 것처럼 보였다. 퍼득이는 날개가 신빙성을 더해주었다. 창문에 대고 빽빽 우는 폼이 심술이 가득했다. 창문 안으로 햇볕이 살금살금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설픈 커튼을 헤치자 단정한 집 풍경이 드러났다. 적당히 치워진 집이였으나 바닥이 도드라졌다. 이리저리 널려있는 옷들이 밤의 사정을 말해주었다. 더군다나 덮여진 이불 위로 보이는 맨살이 추측을 확신으로 만들었다. 참새는 부리에서 불이 날 것 같았다. 

 “으..” 

 힘껏 올라간 데시벨에 눈이 슬쩍 떠졌다. 우카이가 눈을 깜빡였다. 제 품에 안겨 숙면을 취하는 타케다의 모습에 우카이의 얼굴에 바보웃음이 지어졌다. 우카이가 타케다를 끌어 안았다. 머리카락이 살랑였다. 북실북실한 곱슬머리에 목 주변이 간지럽자 우카이가 키들키들 웃었다. 맨 살에 닿는 머리카락은 간지러웠다. 뽀얀 얼굴에 붉게 물든 눈이 보이자 우카이가 제 입술을 내렸다. 시간이 흘렀어도 여즉 뜨듯한 눈두덩이에 키들키들 웃고말았다. 사랑에 빠진 이에게는 모든 것이 예뻐보였다. 

 “으우..” 

타케다가 입을 오물거렸다. 실눈이 뜨여졌다. 흐린 눈 사이로 우카이의 얼굴이 들어왔다. 타케다의 얼굴에 미소가 생겨났다. 

 “우카이군.. 잘, 잤어요?” 

 쉬어버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우카이가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우, 카이군?” 

 “아, 선생. 잠시만.” 

우카이가 몸을 일으켰다. 이불을 벗어나는 행동에 타케다가 상체를 일으켰다. 주섬주섬 안경을 집어 썼다. 단단한 어깨가 뻗고 그 아래로 곧은 허릿선이 이어졌다. 위로 붙은 엉덩이와 그 아래로 탄탄한 허벅지와 종아리가 내려왔다. 타케다가 얼굴을 붉혔다. 고개를 흔들던 중 우카이의 어깨죽지에 시선이 닿았다. 죽죽 붉은 손톱자국으로 물들어 있었다. 타케다가 입을 뻐끔거렸다. 그 사이 우카이가 속옷과 바지를 주워입고는 부엌에서 컵을 챙겼다. 물소리가 들리고 우카이가 타케다의 앞에 나타났다. 

“선생. 이거. 목이 좀 상했어, 물 좀 마셔봐.” 

 “아.. 크, 네.” 

 가지런한 손이 물컵을 받았다. 꼴꼴꼴 물이 들어가며 타케다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단정한 목선과 쇄골이 드러났다. 물린 자국과 키스마크가 잔뜩 남아있었다. 가슴께는 물론 어깨나 옆구리, 배까지 울긋불긋 물든 모습에 우카이가 제 귀를 붉혔다. 나름 하얗고 말랑한 타케다의 몸에 붉은 순흔자국은 자극이 컸다. 

 “물 고마워요, 우카이군.” 

 배시시 타케다의 얼굴 가득 환한 미소가 차올랐다. 우카이가 움틀 놀라더니 얼굴이 붉어져 주저앉았다. 제 고개까지 무릎에 묻어버리는 행동에 타케다가 당황하며 이불을 벗어나려 움직였다. 

“우, 우카이군? 왜, 왜 그래요? 어디 아ㅍ 헉!” 

다리를 돌리고 일어서려 다리부터 힘을 주자 타케다가 삐그덕거렸다. 우카이가 숨 멈추는 소리에 타케다를 쳐다보았다. 비틀거린 타케다의 몸에 우카이가 서둘러 타케다를 잡았다. 이불이 흐드러져 보이는 타케다의 몸이 붉었다. 순흔 자국이 가득했다. 우카이의 시선이 몸에 향하고 붉게 물든채 멈춰있자 타케다의 얼굴도 붉어져서는 멈춰버렸다. 풋풋한 연애 중이였다. 

 째액!!!! 짹!!!!!! 

창문을 찢어버리 듯 우는 참새소리에 우카이와 타케다가 화들짝 놀라 어깨를 떨었다. 닿은 몸으로 놀란 것을 느낀 둘의 시선이 어설프게 마주쳤다. 

 “풉.” 

작은 웃음이 도화선이 되었다. 웃음보따리는 폭죽이 되었다. 맑게 울리는 웃음에 참새가 날개를 푸닥거렸다. 한참을 웃고는 우카이와 타케다의 시선이 다시 마주 닿았다. 이마가 부딪쳤다. 

 “좋은 아침이야, 잇테츠.” 

 “좋은 아침이에요, 케이신.” 

입술이 닿았다. 햇빛이 와르르 쏟아져 방을 채웠다. 별사탕같은 햇빛이 반짝거렸다. 아침이 밝았다.


다이스가 7/23 전력 60분 
주제: 첫새벽 








 형광등이 흔들렸다. 눈이 깜빡여졌을 뿐이였다. 눈동자 초점이 흐렸다. 창문 가득 밤하늘이 가득했다. 

 “하아..” 

스가와라가 제 얼굴을 부볐다. 검은 양복이 거추장스러웠다. 팔이 걸리적거렸다. 향내가 흐드러졌다. 매캐한 향에 코가 매웠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스가.” 

 “다이치?!” 

 사와무라가 부드럽게 웃으며 스가와라를 쳐다보았다. 사와무라가 자연스레 스가와라의 옆자리를 차지했다. 부드러운 얼굴에 스가와라의 눈꺼풀이 살랑였다. 

 “다이치? 진짜 다이치야?” 

“그럼. 당연히 진짜지. 내가 그럼 누구라고 생각한거야?” 

스가와라가 눈을 껌뻑였다. 눈시울이 붉었다. 스가와라의 입이 뻐끔거렸다.

 “아.. 으.. 하, 으으.. 다, 이치이.. 다이치이..” 

스가와라가 눈을 눌렀다. 볼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사와무라가 스가와라를 자애롭게 쳐다보았다. 두 손 가득 물기로 젖었다. 

“아.. 아.. 다이치... 다이치.. 다이치.. 왜.. 다이치..” 

 “응, 스가.” 스가와라가 고개를 숙였다. 내려진 어깨가 애처로이 떨었다. 사와무라가 빙그레 웃으며 앞을 쳐다보았다. 향내가 가득했다. 

 “스가.” 

 “흐으..” 

형광등이 바스라졌다. 깜빡이는 눈동자가 눈물로 가득했다. 스가와라가 사와무라를 쳐다보았다. 듬직한, 고등학생 시절부터 10년은 봐온 얼굴이 웃었다. 사와무라의 손이 스가와라의 눈 밑을 쓸었다. 눈물이 흘렀다. 

 “미안, 코우시. 같이 있어야 하는데, 내가 미안해. 우리 둘밖에 없는데.” 

새벽이 밝아왔다. 스가와라가 덜덜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아, 아.. 아냐.. 다이치.. 아냐. 아냐.. 다이치, 안돼. 제발.. 제발 다이치..” 

 바르르 떨리는 스가와라의 몸을 사와무라가 껴안았다. 스가와라의 눈에서 눈물이 연신 흘렀다. 사와무라가 눈을 반쯤 감았다. 

 “사랑해, 코우시. 정말. 정말 사랑해. 네가 행복하길 바래. 사랑하는 나의 코우시.” 

붉고 하얀 햇빛이 밤을 잡아먹었다. 사와무라의 형체가 흐려졌다. 매운 향이 가득 아지랑이졌다. 사와무라가 스가와라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붉어진 눈이 시렸다. 눈물점이 도드라지는 눈 밑과 오똑한 콧망울 그리고 붉은 입술까지 입술이 닿았다. 사와무라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약한 소리가 금새 사라졌다. 

 “아, 아.. 다이치..” 

 “사랑해, 코우시. 사랑해. 사랑해. 내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 코우시. 행복해, 마지막 소원이야. 나의 코우시. 나의 코우시. 부디 행복해.”

 “아아.. 다이치.. 나도, 나도.. 나도 사랑해..” 

사와무라가 사라졌다. 새벽이 밝았다. 흐드러지는 햇빛이 스가와라의 뒤를 밝혔다. 하얀 복도가 햇빛으로 물들었다. 스가와라가 제 앞을 더듬거렸다. 의자는 차가웠다. 꽈악 쥐어진 손이 힘줄이 돋아났다. 더듬던 손가락에 무언가 걸렸다. 동그란, 투명한 것이 잡혔다. 단단하고 옹골진 것에 스가와라가 꼬옥 잡고 울며 웃었다. 

 “하, 하.. 다이치, 정말.. 사랑해 다이치.” 

 스가와라가 작은 것에 입을 맞췄다. 사와무라의 품에 안긴 느낌이 들었다. 눈물이 떨어졌다. 햇빛은 창문을 가득 끌어안았다. 


 사와무라 다이치가 죽은 후 처음으로 맡는 새벽이였다.


오이와 7/22 전력 60분 
주제: 버릇 






 “어이 오이카와.” 

“아하, 이와쨩이네? 무슨 일이야? 설마 이 오이카와상이 보고싶어서 온거야? 응?” 

 잔뜩 어질러진 방은 시디가 너덜너덜하게 흩어져 있었다. 이와이즈미의 얼굴에 불편이 가득 담겨졌다. 

 “어라라 우리 이와쨩 왜 그런 표정이야? 오이카와씨 아무것도 안 했는걸?”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의 멱살을 잡아챘다. 집아당겨진 얼굴이 마주쳤다. 

“아무것도 안 했다는 놈이 방 꼬라지가 이러냐?” 

오이카와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아니 뭐. 그럴수도 있잖아, 하지메. 하지만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안 했는걸.” 

“네 놈 정말..” 

으드득 살벌하게 이빨 갈리는 소리가 울렸다. 오이카와가 나른하게 얼굴을 풀었다. 겹쳐 널부러진 시디들과 흩어진 테이핑 붕대들이 바닥을 차지하고 그 주변으로도 찢겨진 종이가 가득했다.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의 멱살을 던졌다. 목이 자유로워진 오이카와가 제 목을 정리했다. 

 “빨리 치워, 오이카와.” 

 “에이 하지메가 치워주면 안되려나아?” 

입꼬리만 비죽 올려 웃는 모양새에 이와이즈미가 입을 비틀었다. 

“하아? 뭐라고?” 

 “여전하네, 하지메쨩.” 

오이카와가 허리를 숙여 시디를 들었다. 시디로 하관을 가린채 이와이즈미를 쳐다보았다. 

 “이와쨩은 내 버릇을 잘 못 들인게 아닐까?” 

“아앙?” 

이와이즈미가 종이 쪼가리를 집다가 고개를 돌렸다. 오이카와가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 그렇잖아. 이와쨩은 나한테 무척 관대하고 애정하고 헌신적이니까. 내가 이렇게 어리광 피우고 땡깡을 부려도 그냥 쥐어박다가도 받아주잖아.” 

오이카와의 시선이 이와이즈미를 올려봤다. 시선이 꿰뚫렸다. 매끈한 오이카와의 얼굴에 웃음이 지어졌다. 

 “사랑하는 나의 하지메.” 

이와이즈미가 뒷 목을 주물렀다. 시선은 여전했다. 

“있잖아. 하지메. 어차피 하지메는 나한테 도망치지도 못할거고 도망 가지도 않을테니까 말하지만 나는 하지메가 나에게만 있었으면 좋겠어. 하지메는 내꺼잖아. 내 하지메니까.” 

맨들맨들 유리알같은 오이카와의 눈이 이와이즈미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꾸욱 퍼지는 정적이 쾅쾅 울렸다. 이와이즈미가 걸음울 떼었다.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오이카와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시선은 여전했다. 


“멍청카와. 버릇을 잘못 들여도 제대로 잘못 들였지. 이게 뭐가 이쁘다고.” 

이와이즈미가 말을 우다다 뱉고는 입술을 부딪쳤다. 도장을 찍 듯 꾸욱 누르는 입술에 오이카와가 눈꼬리를 휘었다. 입술을 핥았다. 입술을 열고 혀를 부딪치고 깨물었다. 질척하게 혀를 섞고 빨아들이며 점막을 건드려 숨소리를 만들어냈다.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빨아당기는 소리와 함께 입술이 떨어졌다. 맨들맨들한 눈이 마주 닿았다. 코를 비볐다. 벌려진 입이 목을 깨물었다. 이와이즈미의 목에도 오이카와의 목에도 꽃이 피었다. 

오이카와 토오루의 버릇은 배구영상을 본 후 제 재능을 실감하고 좌절하고 방을 어지럽히고는 찾아온 이와이즈미 하지메에게 자신의 집착을 말하는 것이다. 

이와이즈미 하지메의 버릇은 오이카와를 파악해 버릇이 나타날 시기에 맞춰 찾아가 오이카와의 버릇을 받아주며 제 집착을 표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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