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본 3/19 전력 60분
주제: 축하
나미모리 고등학교 교문 커다란 플랜카드가 살랑였다. 축졸업이 크게 적힌 플랜카드는 곧 리젠트 머리의 인물들에게 걷어졌다.
“어제가 졸업이였지?”
“아아, 그 사와다 츠나요시 패거리가 졸업했으니 이제 조용하겠지.”
둘의 입에서 실소가 배싯배싯 튀어나왔다.
“조금은. 아쉽네.”
“그러네. 아마 그 녀석들 이후로 소란스러운 놈들은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
커다란 플랜카드가 접히고 접혀 작아졌다. 두명의 뒷모습이 사라져갔다. 종소리가 학교를 때렸다. 콩콩 울리는 학교에서 쾅쾅 아이들이 쏟아졌다. 해가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
노을이 땅을 뒤덮었다. 주홍빛으로 거리가 물들었다. 곰살맞은 주홍빛이 학교를 껴안았다. 바람이 살랑였다. 위로, 위로 바람이 상승기류를 타고 올라갔다. 가지각색의 머리카락이 옥상 위에서 나부꼈다. 똑같은 흰 와이셔츠와 검은 정장바지가 유대를 나타내었다. 노을빛을 타던 철문이 열였다.
“츠나!”
밝고 어린목소리가 옥상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 뒤를 한 사내와 여인이 뒤따라 옥상으로 들어왔다.
“람보. 뛰면 넘어져. 조심해.”
“헤에. 이제 안넘어져! 5살먹은 아이가 아니야, 츠나.”
반짝이는 눈망울이 츠나를 쳐다보았다. 굳은살 박힌 손이 람보의 곱슬머리를 쓰다듬었다. 소리없이 다가온 료헤이와 크롬이 옥상 바닥에 앉았다. 크롬의 뒤로 남빛 연기와 함께 무쿠로가 나타났다. 나무에 바람 스치는 소리만이 가득 채웠다. 검은 그림자가 츠나의 뒤로 그늘졌다. 하늘이 검게 물들었다. 노을이 츠나의 등에서 점점 멀어졌다.
“앞으로.”
갈라진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잘 부탁해. 지금까지는 시작일 뿐이니까.”
반개하던 호박색 눈이 감겼다. 와이셔츠 자락이 살살 흔들렸다.
“그래도. 아직 크롬이 졸업을 못했으니까. 일본을 떠나진 않을거야. 람보에게는 미안해. 좀 더 느긋한 생활을 주고싶었는데.”
람보가 츠나의 몸 위로 올라탔다.
“그런 말 하지마! 나는 지금까지 무지 좋았어! 어제 츠나가 졸업한 것도 정말 축하해줬어! 나는 오히려 지금까지 돌봐준 츠나가 고마워! 그런 말은 나쁜 말이야! 츠나는 내 보스니까! 나는 어차피 마피아의 아이인걸! 오히려 츠나가 내 보스라서 내가 이만큼 자랄 수 있었던거야!”
단단한 람보의 말이 옥상 가득 퍼졌다. 저마다의 얼굴에 작고 커다란 웃음이 걸렸다.
“고마워, 람보. 어제 축하해줘서 고마워.”
람보가 제 입술을 내밀었다.
“어제 츠나가 가라앉아 있었잖아. 사실 어제 더더 많이 축하해주고 싶었어. 어제는 졸업식으로 람보가 알기로는 좋은 날이고 축하받을 날인걸. 츠나뿐만이 아냐. 문어데라도 야마모토도 축하해. 사사가와랑 저기 있는 구름도! 내년에 졸업할 크롬도!”
손 가득 느껴지는 어린아이의 따듯한 체온에 츠나가 람보를 꼭 껴안았다.
“응. 그래. 고마워, 람보.”
람보가 츠나를 껴안았다. 노을이 밤하늘에 사라졌다.
“쿠후.. 역시 그 물러빠진 성격은 변하지 않는군요. 사와다 츠나요시.”
“와오. 졸업했으면 학교에 있지 말고 가라.”
“보스, 고마워.”
“십대째. 언제나 곁에 있을 겁니다.”
“츠나. 걱정하지마. 우리는 어제 축하받은 거처럼 나아가면 되는 거잖아?”
옷자락이 나부꼈다.
“그래. 앞으로 축하받을 일은 못할거야. 지금까지 우리가 겪었고 실행했던 것은 모두 기초였을 뿐이니까. 살인도 강함도 협박도 서류도.”
밤하늘 가득 별이 들어섰다. 집집마다 켜진 불과 가로등이 별을 향해 불빛을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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