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6 1일 1연성 








 작달만한 머리가 갸웃거렸다. 뽀얀 볼이 상기되어 분홍빛으로 빛났다. 헐렁한 마옷이 팔랑였다. 동글동글 순한 눈동자가 주위를 살폈다. 고슬고슬 땋아진 머리카락이 좌우로 흔들렸다. 오동통한 손이 바닥을 짚었다. 검게 물든 바닥 위로 보들보들한 손바닥이 닿았다. 

 탁탁 

손바닥이 바닥을 두드렸다. 입술이 뾰족 튀어나왔다. 작은 몸이 일어났다. 짚신 신겨진 작은 발이 종종 움직였다. 검기만 한 공간에 작은 아이가 길을 헤쳤다

우우웅 

 이질적인 하얀 빛이 검은 공간을 찢었다. 검은 두루마기가 나타났다. 하얀, 회색으로까지 보이는 피부가 도드라졌다. 걸쳐진 검은 두루마기 속으로 정갈한 복장이 흘렀다. 하얀 도포가 검은 세조대를 강조했다. 하얀 비단신이 걸음을 옮겼다. 검은 두루마기가 물결쳤다. 검은 공간이 하얀빛에 점점 찢겨졌다. 
 
훌쩍

 코맹맹한 소리가 가까워졌다. 걸음이 지나간 곳이 하얗게 찢겨지고 걸음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어두운 곳에 말랑한 복숭아빛 뺨이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걸음이 아이의 앞에서 멈췄다. 아이의 얼굴이 위로 올려졌다. 동그라한 눈 가득 눈물로 차 있고 작은 코는 빨갛게 물들어있었다. 짙은 먹으로 그은 것처럼 꼳꼳한 눈썹과 단정한 눈매, 오뚝 솟은 코, 창백한 입술이 아이의 눈에 가득 들어왔다. 별이 쏟아졌다. 

 “일어서거라.”

 단정한 음색이 귀를 간질였다. 아이의 얼굴이 단정한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하얗고 길쭉한 손가락이 아이의 눈이 고인 눈물을 닦아냈다. 

“어찌 길을 잃어 여기서 울고있느냐. 일어서거라. 가야할 곳으로 가자구나.”

 길고 하얀 손이 아이의 단풍잎손을 잡았다. 울음으로 솟은 아이의 열을 식혔다. 고슬고슬한 댕기머리가 흔들렸다. 아이의 뒷모습과 꼿꼿한 뒷모습이 하얀 빛으로 그림자가 되어 떠났다. 남아있던 검은공간이 빛으로 찢겼다. 

 * 

검은 두루마기가 여기저기에서 흐드러졌다. 하얀 도포와 하얀 무복이 도드라지고 하늘로 솟을듯한 용조각이 기둥을 지지했다. 조그만 아이의 손이 커다란 손에 파묻혀 보이지 않았다. 짚신에 숨겨진 발가럭이 꼬물거렸다. 커다란 문이 나타났다. 양쪽에 새겨진 거대한 용과 학, 거북이, 울창한 선도나무까지 울렁였다. 문이 열였다.

 “왔는가.”

 허리가 숙여졌다. 아이의 몸이 움찔거리다가 따라 허리를 숙였다.

 “신 저승사자 ----. 염라대왕님께 길 잃은 영혼을 데려왔습니다.” 

 아이의 손이 두루마기를 잡았다. 아이의 눈이 바닥을 향했다. 염라대왕의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저승사자 ----. 자네 저승사자의 수가 어찌 늘어나는지 아는가.”

 저승사자의 고개가 들어올려졌다. 

“소신이 알기로는 염라대왕님께서 선택하신 영혼이 저승사자가 되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그 때 저승사자가 되기 위해 기존 저승사자에게 맡겨 저승사자로써의 알아야할 것을 알려주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염라대왕의 눈이 아이에게로 향했다. 아이의 손이 하얗게 도드라졌다. 

“자네에게 그 아이를 맡기겠네. 저승사자로써 알아야할 것을 알려주게.” 
저승사자의 얼굴에 당혹이 서렸다. 금새 사라진 당혹과 함께 아이에게로 얼굴이 돌아갔다. 하얗게 변한 두루마기를 쥔 손과 바들거리는 아이의 붉은 볼이 저승사자의 검은 눈에 들어갔다. 염라대왕의 몸이 왕좌로 기대어졌다. 

 “훗날 아이의 몸이 성인이 된다면 찾아오게. 그 전. 자네의 마음을 잘 생각해서 나에게 대답을 원한다면 성인이 되기 전에 찾아와도 되네. 가보게.”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 

 “예.”

 저승사자의 손이 아이의 손을 잡았다. 말랑한 감촉이 저승사자의 손에 들어왔다. 문이 열였다. 

 “염라대왕님.”

 “아아. 자네도에게 어렴풋이 보였겠군.”

 염라대왕의 옆에서 새하얀 이가 나타났다. 하얀 눈동자가 눈꺼풀을 깜빡였다.  
“어찌 될거라 예상하십니까.”

 염라대왕의 표정에 웃음이 머물렀다. 

 “글쎄. 어떻게 된다한들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염라대왕의 손가락이 팔걸이를 살짝 두드렸다. 기둥 가득 새겨진 조각들이 움직였다. 불길이 솟았다. 

 “어찌 되든 그들은 이번에 잡아야 행복해 질게야.” 

불길이 꺼졌다. 공간에 있던 모든 것이 사라지고 덩그러이 빈공간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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