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연성 1일차

 










기긱

쇠가 부딫쳤다. 쇠 특유의 콤콤하고 진 냄새가 흘렀다. 기본에 충실한, 침대 하나 책걸상 하나가 전부인 방은 쇠냄새로 가득했다. 이질적으로 길게 늘어진 쇠사슬이 방바닥을 채웠다. 

츨거덕 

쇠사슬이 움직였다. 쇠사슬을 잇고 잇자 그 끝에 살구빛이 나타났다. 손톱자국으로 가득찬 팔목이 팔뚝까지 죽죽 이어져 있었다. 약한 숨소리가 들리며 갈비뼈가 움직였다. 약하게 깜빡이는 전구 가까이로 먼지가 팔락였다. 

 끼익

“잘 있었어요?”
나긋한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실핏줄 가득하나 멍한 눈동자가 나타났다. 

“이런. 그 예쁘던 눈동자가 다 죽었네요. 그래도 이런 눈도 예뻐요.”

길죽한 손가락이 볼을 두드렸다. 살구빛이지만 창백한 얼굴에서 속눈썹이 팔랑였다. 배시시 입꼬리가 환하게 휘어졌다. 

 “팔이 또 엉망이네.. 다치면 내가 아파요.”

뜨끈한 혓바닥이 상처를 핥았다. 까진 피부 사이로, 피가 밴 상처 위로 혀가 파고들었다. 눈동자가 살벌히 빛났다. 집요한 눈이 상처를 훑었다. 간간히 앓는소리가 흘러나왔다. 

 할쨕 

혀가 떨어졌다. 손가락이 입술을 훑었다. 

 “언제나 말하지만 피도 다네요.” 

얼핏 다가간 입술이 너덜너덜한 입술을 꾹 눌렀다. 느껴지는 까슬함에 눈꼬리가 휘면서 동공이 가려졌다. 엄지손가락이 아랫입술을 밑으로 당겼다. 

“입 벌려.”

벌어진 입으로 혀가 들어갔다. 쌜죽한 눈이 멍한 눈을 쳐다보며 혀를 움직였다. 한껏 점막을 갈취하고 갈구하며 욕정을 폭발시켰다. 질척한 점막소리가 짙어졌다. 혓바닥이 입술 주변을 타고 턱으로 내려갔다. 조금은 까슬한 턱에 머물던 혀가 제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검은천으로만 되어있는 초커가 창백한 목에서 도드라졌다. 입술이 귀 아래로 향했다. 천천히 박동하는 맥이 입술에서 느껴지자 입을 벌려 깨물었다. 몇번 깨물고 빨자 금새 키스마크가 새겨졌다. 눈꼬리가 휘었다. 

“얌전히 이 곳에 있어요. 어디 가지말고. 시도도. 하지. 말아요. 왜 그런지는 알죠? 도망치려고 했을 때 기억하잖아요.”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얼핏얼핏 식은땀이 배어나오기 시작하자 붉은 혀가 입술을 핥았다. 초점 없는 눈이 흐리게 반짝였다. 

 “아.. 아.. 아.. 파.. 아, 파..”

 “잘했어요.”

커다란 손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가락 사이로 휘감기는 머리카락의 감촉에 만족스런 미소가 얼굴 가득 걸쳐졌다. 입술이 눈가에 내려앉았다. 

“착하다. 여기에만 있어요. 또 올께요.” 

전구등이 깜빡이고 그림자가 길어졌다. 껌뻑껌뻑 약한 전구등이 제 수명을 다해 불을 밝혔다. 뒷모습이 문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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