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7일










 밤하늘에 별이 반짝였다. 검은 하늘 가득 크고 작은 별들이 자신을 뽐냈다. 달이 오롯이 빛났다. 하늘을 가득 매워버린 보름달이 어두운 언덕을 환하게 밝히는 등불을 맡았다. 밤인데도 무척이나 밝았다. 깜빡깜빡 아주 작은, 녹빛이 동동 떠다녔다. 별이 쏟아지는 하늘과 반딧불이로 가득찬 언덕이 달빛을 받아 찬란하게 펼쳐졌다. 

바스락

 반딧불이가 사라졌다. 손이 나타났다. 산먼지가 붙은 얼굴이 드러났다. 눈이 반짝였다. 환희, 기쁨, 동경, 오롯이 긍정적으로 반짝이는 눈이 공간을 담았다. 눈이 휘어졌다. 부슬부슬 흔들리는 머리카락이 달빛으로 은색을 띄었다. 조심조심 발걸음이 움직이고 몸이 언덕을 향했다. 소년과 청년의 사이. 여물어가는 몸이 언덕을 디뎠다.

 마치 자다 일어난 아이의 머리처럼 부스스한 머리카락이 초여름 바람에 흔들렸다. 여름 특유의 축축하고 눅눅한, 그러면서도 상큼하고 뜨듯한 바람이 코를 휘감고 폐를 간질였다. 오고가는 숨이 팡팡 터졌다. 하얀 달무리가 은은하게 퍼졌다. 크고 작은 별들이 하얗게 빛났다. 황금빛 별무리가 퍼져나가는 듯 눈을 가로덮었다.

 여물어 가는 몸은 온도에 민감했다. 조금은 싸하게 느껴지는 팔에 챙겨든 옷이 걸쳐졌다. 걷느라 땀을 흘린 몸 탓이였을터. 머무른다는 것은 후식이라는 것이겠지. 몸 위로 달빛이 쏟아졌다. 낮동안 태양에서 받아들인 빛을 달은 밤을 지나가는 이들을 위해 쏟아부었다. 보름달 특유의 마력이 더욱 빛을 크게 만들었다. 검은 눈동자 가득 밤하늘이 펼쳐졌다. 은하수가 반짝이는 것처럼 고작 지름 2센티만한 눈동자 가득 밤하늘의 별이 쏟아져 내렸다. 

녹빛이 살금살금 나타났다. 풀벌레가 울었다. 조금은 당황스런 모기도 나타나 울었다. 바람소리, 풀벌레 소리, 풀잎이 부딫치는 소리, 물이 흔들리는 소리. 언덕은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여물어 가는 몸은 그 가운데 존재했다. 이질적으로 존재하나 잊어버린 듯 검은 그림자로 나타난 몸은 흡사 바스러질 것 같았다. 소리가 울렸다. 

검은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은 쏟아져 내리고. 반딧불이가 반짝이며 풀벌레가 찌르르 울며. 살랑이는 초여름의 바람은 물을 가로지르며 물소리도 마저 내었다. 휘영청한 보름달은 모든걸 다 바쳐 빛을 내어 공간을 바라보았다. 여물어 가던 몸도 풀잎에 사그라들고 시간의 유수를 느끼고는 몸을 일으켰다. 바스락 소리를 내는 나뭇잎 소리가 멀어져갔다. 그대로 멈춘 언덕에서 별똥별 하나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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