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1일 1연성










 바람이 흔들렸다. 느지막한 여름. 가을로 들어선 낙낙하게 바람이 불었다.

 수수수수

 갈대밭이 요동쳤다. 낮동안 달아오른 강물이 열기를 내뿜었다. 미지근한 바람이 갈대를 휘어잡았다. 노랗고 갈빛의 갈대가 낭창하게 휘어졌다. 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난빛으로 가득 물들어갔다. 주홍빛과 노르스름한 빛으로 하늘은 가득 차고 그에 반사되는 강물 역시 하늘을 닮아 물들어갔다. 새 몇마리가 날았다. 검은 그림자는 점점 색을 갖추기 시작하고 강물로 내려앉았다. 하얀 깃털이 그림자를 지며 사그라들었다. 

고요한 정적이 갈대밭을 가로질렀다. 강가에서부터 시작해 갈대밭을 가로지르며 제 날개를 활짝 폈다. 강 위로 그림자가 진 다리 위로 자동차가 움직였다. 퀘퀘하고 매운 매연냄새가 바람을 타고 흘러내렸다. 강에 약한 물결이 출렁였다. 빠끔빠끔 공기방울이 떠올랐다. 진한 그림자 옆으로 노을 비치는 강물이 도드라졌다. 노을빛이 가득했다. 

 밤하늘이 개화했다. 노을빛을 양분삼아 먹고 피어난 밤하늘은 촘촘히 박힌 별을 펼쳐냈다. 갈대가 밤하늘을 먹었다. 어둡게 물든 갈대밭이 살금살금 흔들렸다. 약하지만 낭창하게 휘는 갈대밭이 강물에 머리를 흔들었다. 뽀글뽀글 강표면 위로 거품이 올라왔다. 강을 따라 선선히 흘러가는 새들이 그림자인형극처럼 움직였다. 조용한 가운데 약한 자동차 소리 들리고 달이 밝았다. 반달이 웃었다. 반달이 깔깔대며 빛을 뽑아냈다. 달빛이 이곳저곳 퍼지자 빛이 먹혀들어갔다. 강으로 갈대밭으로 새들에게 녹녹한 잔디밭까지. 닿는 곳곳마다 달빛을 먹고 먹었다.

 수스스스스

 옹골찬 바람이 불고 갈대밭이 크게 휘청였다. 완만하게 휘어지며 바람을 타는 갈대밭이 제 색을 뽐냈다. 강물이 바람결을 따라 파동이 쳤다. 물결이 솟았다. 죽죽 늘어선 갈대밭이 부딫치며 바시락거렸다. 휘청이면서도 꼿꼿이 서 유지했다. 

 첨벙

 물소리가 났다. 새들이 날았다. 진득하게 변해버린 물이 옭아맸다. 강물표면이 연신 요동쳤다. 숨소리가 거칠게 퍼졌다. 물장구 소리가 엇박으로 들렸다. 물장구 소리, 거친 숨소리, 물이 넘어가는 소리, 앓는 소리, 사그라드는 목소리, 뻐끔거리는 물고기들의 멍한 눈. 물장구는 죽기 시작했다. 길이가 길어졌다. 완강한 바람이 불었다. 갈대밭이 흔들리고 물결이 일었다. 달무리가 퍼졌다. 고요한 정적이 강가를 휘감았다. 나긋한 바람이 살랑이며 발을 동당거렸다. 물표면은 잦아들고 바람에 흔들리는 물결이 남았다. 

 휘휘휘 

 휘파람소리가 옅어져갔다. 갈대밭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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