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이와 3/11 전력 60분
주제: 마피아








전등이 깜빡였다. 점멸하는 전등 아래 철제의자가 따듯하게 데워졌다. 양 팔, 다리가 철제의자와 연결되어 결박되고 목에도 연결되어 한 사내가 의자에 결박 되어있었다. 결정적으로 벌려진 입에 굵은 줄이 연결되어 있었다.

철커덕

문이 열였다. 소리없는 그림자 세개가 사내의 앞에서 멈춰섰다. 양 옆에 서있던 그림자가 세발자국정도 떨어졌다. 그림자의 손부분에 날카로운 그림자가 생겨났다.

“아오바죠사이에서 스파이로 들어왔다는 건, 이렇게 돼서 뒈질 상황도 생각한거지?”

오이카와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걸쳐졌다. 오이카와의 오른손에 잡힌 단도가 스파이의 볼을 건드렸다.

푸욱

단도가 스파이의 허벅지에 박혔다. 갈라진 비명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오이카와가 왼손으로 제 귀를 만지작거렸다. 단도가 회전했다. 스파이의 허벅지에서 단도가 춤을 췄다. 단도를 좌우로 흔들거나 위아래로 움직여 살을 갈랐다. 꺽이는 숨소리가 간헐적으로 튀어나왔다.

“흐응..”

오이카와가 제 왼손으로 턱을 괴었다. 오른손이 단도를 놓았다. 한발자국 물러서더니 오이카와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스파이의 허벅지에서 단도가 빠져나왔다. 움틀거린 허벅지에서 꾸준히 피가 샘솟았다.

“그윽..!”

스파이의 눈에 핏발이 섰다. 반항 가득한 눈에 오이카와가 미간을 찌푸렸다. 곧 오이카와의 얼굴에 선량한 미소가 지어졌다. 순식간에 스파이의 어깨에 단도가 들어섰다.

“스파이 주제에. 말이야. 짜증나게. 손해는 이미 다 처리 했지만 그 과정에서 생성된 스트레스가 있단 말이야.”

쿠적

쿠적

스파이의 어깨 내에서 단도가 휘저어지며 피떡이 되어갔다. 멈춰선 단도가 아래를 향했다. 근육을 자르고 쇄골을 향해 단도가 내려갔다.

빠드득

쇄골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크, 크큿.. 크크큿”

광기어린 웃음이 스파이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반들거리는 눈깔이 오이카와를 향했다.

지잉

“음?”

오이카와가 단도에서 손을 떼고 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화면이 빛났다.

“앗! 이와쨩이잖아?!”

오이카와의 얼굴에 꽃이 개화했다. 좌우에 서있던 하나마키와 마츠카와의 얼굴에 질린 기색이 역력했다.

“이와쨔앙!!”

핸드폰 화면에 사진이 펼쳐졌다. 핏자국과 살점이 가득한 가운데 널부러진 시체 한구, 그 사이 피 한톨 묻지 않은 이와이즈미의 얼굴이 있었다.

『쿠소카와. 완료했다.』

“뭐야아.. 이와쨩 오늘도 못생겼잖아? 요즘 임무를 너무 많이 내보냈나? 얼굴이 탄거 같네? 안 그래도 시껌둥이 이와쨩인데 어쩌면 좋아아.”

오이카와가 환한 얼굴로 몸을 돌아 나섰다.

“안 내보내면 딱이네. 우리 이와쨩. 내가 품고만 있어야지, 우리 이와쨩은. 내 꺼니까.”

오이카와의 작은 목소리에 하나마키와 마츠카와가 제 팔들을 쓸었다. 얕은 소름이 볼에 돋아있었다. 문이 열리고 오이카와가 밖으로 나섰다. 문이 닫히기 전 좁은 틈새에 오이카와가 뒤로 돌았다. 무덤덤한 오이카와의 얼굴이 안을 훑었다.

“알아서 처리해.”

철컥

정적이 돌았다. 깜빡이는 전광등이 갈변해가는 피를 건드렸다.

“하여간. 평생 저러고 살 놈들이지.”

“이미 서로 알고 있으니 더 글러먹었지.”

하나마키와 마츠카와의 고개가 저어젔다. 스파이의 얼굴이 하얗게 뜨여갔다. 마츠카와가 뽑아낸 잭나이프로 스파이의 상의를 갈라냈다.

“어차피 정보는 필요없는 거였으니까, 마츠카와 어깨에 있는 거 뽑아봐. 그거 안 가져다 주면 징징댈 거 같은데.”

마츠카와가 느릿하게 단도를 뽑아냈다.

“아, 그러네. 이거 이와이즈미가 준 거잖아. 안 줬으면 큰 일날 물건이네.”

단도를 대충 넣은 마츠카와가 하나마키와 시선을 마주쳤다.

“슬슬 시작하자.”

“아아.”

*

가벼운 발걸음이 복도를 걸었다. 오이카와가 왼손에 쥔 핸드폰을 눈 앞으로 가져왔다.

“우리 못생긴 이와쨩을 기다려 볼까 어디 다쳤으면 다친대로 밤에 놀아보자고 그렇치 이와쨩?”

오이카와가 얼굴 가득 색기를 담아 웃었다.

오이이와 3/4 전력 60분

주제: 3월의 눈







하얗거나 연회색을 띄는 구름들이 몽글몽글 하늘을 채웠다. 복슬복슬한 구름이 식은땀을 흘리더니 곧 보송보송한 눈을 내렸다. 보슬보슬한 눈이 아래로 아래로 떨어졌다. 봄을 기다리는 나뭇가지와 사시사철 푸른 덤불들, 그리고 드러누울만큼 넓다른 지붕까지 하얗게 눈이 올라섰다.

-

꼼지락꼼지락 이불에 누워있던 커다란 덩치가 움직였다. 침대 위에 누워 데구르르 굴러다니던 얼굴이 위로 솟았다. 창문 밖 풍경이 갈색눈에 들어왔다.

“눈 온다!”

밝은 목소리가 방을 가득 채웠다. 생기 가득한 얼굴이 옷을 껴입기 시작했다. 벙어리 장갑이 커다란 손을 가두었다. 짙은 목도리가 얼굴의 반을 가렸다.

“조아! 이와쨩! 내가 간다!”

방문이 박력있게 열였다.

*

짧은 검정머리가 뾰족뾰족 튀어나왔다. 베게에 얼굴이 눌려 앞으로 톡 튀어나온 볼을 타고 얕게 침이 흘러나왔다.

“멍, 청 카와아..”

눈썹이 찌푸려지며 작게 이까지 갈고는 팔은 움직였다.

‘이와아쨔앙!!’

‘이와쨩! 이와쨔앙!!’

이불 속으로 점점 얼굴이 파묻혔다. 방문이 요란하게 열였다.

“이와쨩!! 이와쨩! 이와쨩! 밖에 눈와! 눈! 눈온다!! 이와쨔앙!!”

방 안이 덜걱덜걱 울렸다. 이와이즈미가 앓는 소리를 내며 이불을 끌어당겼다.

“이와쨔앙? 으응? 이와쨩 밖에 눈 온다구우!”

오이카와가 챙겨입은 겉옷을 벗어 던지며 침대로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오이카와가 이불과 동화되어버린 이와이즈미를 흔들었다. 이와이즈미의 얼굴이 빼꼼히 나타났다.

“이와쨩.. 못생겼어어..”

오이카와의 얼굴이 발그레 붉어졌다. 얼굴 주변에서 수줍음이 퐁퐁 솟아났다.

“이와쨩 진짜 못생겼어어.. 어떻게 하면 좋아..”

오이카와가 제 손을 움직였다. 베게에 눌린 이와이즈미의 볼을 꾹꾹 누르며 얼굴을 발그레 물들였다. 볼을 괴롭히는 손길에 이와이즈미가 실눈을 떴다. 발그레한 오이카와의 얼굴이 이와이즈미의 눈을 간질였다.

“이와쨩 진짜 못생겼어.. 너무 못생겼어어 이와쨩 너무 못생긴거 같아아.”

이와이즈미의 이마에 힘줄이 솟아났다. 까치집의 이와이즈미가 상체를 일으켜냈다. 오이카와의 얼굴에 꽃이 개화했다.

“이와쨔앙!! 우리 못생긴 이와쨩!! 밖에 눈 ㅇ.. 푸훫!”

오이카와의 머리에 이와이즈미의 주먹이 내리꽂혔다.

“시끄러워, 멍청카와. 뭔 일이야.”

힘줄 솟은 이와이즈미의 팔을 타고 힘이 손아귀를 타고 흘렀다. 오이카와의 머리통에 한껏 악력이 들어갔다.

“으우오아아아 이이이이와쨩?? 오이카와씨 머리가 쪼개집니다아아?!!”

이와이즈미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쪼개져버리라지. 멍청카와의 머리통따위.”

한번 강하게 압박이 들어가더니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의 머리를 대충 던졌다. 오이카와가 유난스레 바닥으로 쓰러졌다. 하찮게 쳐다본 이와이즈미가 다시 침대로 누웠다.

“이와쨔아앙 으응? 이와쨔앙”

울먹한 오이카와의 목소리에 이와이즈미가 움찔 어깨를 떨었다. 오이카와가 눈을 빛내며 목소리를 떨었다.

“이와쨔아아앙, 우리 이와쨔앙. 못생긴 이와쨔앙, 응? 밖에 눈온다구우. 나랑 같이 나가자. 응?”

이와이즈미가 이불을 던지며 일어났다. 이와이즈미의 뒤에서 풍기는 위험한 기운에 오이카와가 어색하게 웃었다. 이와이즈미의 손이 오이카와의 정수리를 덮었다. 힘줄이 솟았다.

“어억! 이이이와쨩??? 오이카와씨 머리가아 아픕니다아?!”

한껏 험악한 얼굴에 오이카와가 눈썹을 아래로 내렸다. 이와이즈미의 손아귀에 힘이 살풋 풀렸다.

“이와쨩.. 우리 오늘 아침에 배구연습 할 때는 눈 안 왔잖아아 게다가 지금 3월이구우.. 지금, 이 오후에 눈 온다구?”

추욱 처져버린 오이카와의 모습에 이와이즈미가 결국 한숨을 쉬었다. 제 뒷머리를 긁적인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의 머리를 슬슬 도닥였다.

“하아 그래 가자 바보카와.”

이와이즈미가 말을 마치고는 웃음을 띄었다. 환하게 들어오는 스트라이크에 오이카와가 얼굴을 감격으로 물들였다.

“이와쨔앙 진짜 좋아아 사랑해!!”

벌떡 일어선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를 껴안았다. 입술을 쭉 내밀어 이와이즈미의 입굴에 부딫쳤다. 쪽쪽 소리가 나도록 부딫치는 버드키스에 이와이즈미의 귀가 붉었다. 가무잡잡한 얼굴에도 보이는 불그스름한 얼굴에 오이카와가 제 심장을 움켜쥐며 주저앉았다.

“이와쨔앙.. 너무 귀여워어..!”

단숨에 붉게 물들어버린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를 발로 찼다.

“닥쳐, 멍청카와! 빨리 나가기나 해!”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의 옆구리나 등을 발로 꾹꾹 밀면서 방 밖으로 내쫒았다. 오이카와가 발그레한 얼굴 그대로 방 밖으로 쫒겨나왔다. 문이 닫히고 오이카와가 제 볼을 감싸쥐었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따스함에 배시시 웃었다. 창문 밖으로 눈이 내렸다. 오이카와의 눈이 창문으로 향했다.

“3월에 오는 눈이라니 멋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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