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
[하이큐/츠키야마] 심해 16.07.31
잠탱몬
2016. 7. 31. 22:13
얌굿 7/31 전력 60분
주제: 바다
바다는 깊었다. 너는 바다와도 같아서 빠져나오고 싶어도 깊고 깊어 벗어날 수가 없었다.
“야마구치.”
네가 나를 부를 때면 조곤조곤하게 울리며 파동이 되어 찾아왔다. 직선으로 뻗는 듯 하다가도 마무리 지어지며 네 입에서 나오면 그 자체로도 심장이 뛴다.
“응, 츳키. 왜?”
은근히 찌푸려진 미간에 마음에 안드는게 있었나 싶었다.
“츳키. 뭐 마음에 안 드는거야?”
슬쩍 올려다보자 그새 미간을 피고는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다.
“아무것도.”
“응!”
발걸음 살그마니 맞춰 옆을 따라가고 헤드셋을 낀 모습에 보이지 않을거라 생각해 쳐다보는.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쿠웅 뛰니 이건 바다에 가라앉아 숨을 쉬는 물고기와도 같다. 아가미를 뻐끔이며 산소를 챙기는 숨을 쉬었다. 너라는 바다에 빠져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
야마구치 타다시. 앞으로 나아갔다가 마무리 지어지는 이름을 내뱉을 때면 네가 밀려왔다. 바다에 밀물과 썰물이 있듯이 네 이름은 바다다. 시선을 느끼면 네 얼굴은 온통 나로 가득해 그 모습이 만족스러웠다. 바다에 사는 물고기처럼 나를 물로 삼아 산소를 챙겨가는 모습은 내 속에 있는 집착을 일으켰다. 너는 인기가 많다. 너는 모르겠지만 여자아이들은 다정한 너를 좋아했다. 그런 모습이 보기 싫어 괜히 눈을 흘기고 너를 챙기기도 했다. 너는 그도 모르고 좋다고 쫄래쫄래 다가와 웃었다. 나를 보며 산소를 챙기는 건 얼마나 모순적인지. 나에게 너는 바다다. 나는 너를 보며 하루하루 바다로 가라앉는다.
*
가끔 바닷물이 푸르게 펼쳐진다. 옆에는 네가 있고 주변에는 똑같은 풍경들이지만 모든 곳은 바닷물로 가득해 푸르게 반짝이며 산소방울이 뽀글였다. 그럴 때 네가 배구를 하면 네 주변에서 심해화산이 부글거렸다. 너는 기껏 숨겼지만 열정적이다. 네가 다정하다고 말을 하면 히나타나 카게야마는 물론 선배들까지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카게야마나 히나타는 얼굴을 찌푸리지만. 너는 상냥하고 다정하지만 의외로 꼬인 부분이 있었다. 그 모습마저도 바다와 같아서 나는 너에게 꼬르륵 잠겨들었다. 심해로 심해로 가라앉았다.
바닷물이 범람했다. 푸른 바닷물은 위를 가득 채우고 내가 서있는 곳은 어둡게 가라앉았다. 심해에 서있었다. 돌아가는 길은 네 옆에서 산소를 챙겼다. 헤드셋은 여전히 너를 둘러쌌다.
“좋아해.”
너는 조용했다.
“좋아해, 츳키.”
바닷물은 잔잔했다.
“좋아해. 츳, 케이.”
바닷물이 일렁였다. 심해는 고요했다. 문득 화산이 부글거리는 게 보였다.
“야마구치.”
“어, 응. 츳키.”
심해로 가라앉았다.
“이거 음악 안 켰어.”
헤드셋이 머리로 쑥 들어왔다. 조용한 헤드셋에 머리가 비어졌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입이 뻐끔거리는게 느껴졌다. 츳키의 손이 볼에 닿았다.
“다시 말해봐.”
눈이 마주쳤다. 심해가 밝아졌다. 수면이 가까워졌다.
“아.. 좋아해..?”
“물음표말고.”
손을 잡았다.
“저기, 츳키. 나는 츳키ㄱ,”
“좋아해 야마구치. 네가 곁에 있으면 좋아. 없으면 허전하고 어색하고 네가 누군가에서 웃어주면 배알이 꼴려. 좋아해.”
수면 위는 밝았다. 바다는 의외로 얕았다.
야마구치는 바다다. 나는 바다를 잡아챘다. 내 안에 있는 집착이 초록색 안광을 발했다.